클로드의 몸에는 포드라와 팔미라, 양쪽의 피가 흐른다. 그 반쪽짜리 혈통 탓에 어느 쪽에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그래서 자신만의 야망을 가지게 되었다.

차별받았다지만 각각 맹주와 왕족의 피. 자신의 피가 만든 야망을 위해 그 혈통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이용했다. 맹주의 손자라는 지위로 금사슴반의 반장이 되었고, 팔미라와도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러니까, 클로드는 자신의 근간을 부정하는 인간은 아니었다. 어쨌든 자신을 구성하는 요소임에는 분명했으니까. 단순히 지위뿐 아니라 성격에 있어서도 양친에게서 물려받은 것들이 분명히 클로드의 안에 존재했다. 

포드라의 목을 열어젖히고 더 큰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황당한 야망을 품게 된 것도, 성장환경의 탓도 있겠지만 부모의 영향을 받았을 터였다. 사랑을 위해 고향을 버리고 적국으로 떠난 어머니, 왕족이면서 적국의 귀족을 반려로 맞은 아버지. 황당할 정도로 상식이란 것을 깨 버린 인간들. 그런 부모의 자식이기에 상식에서 벗어나 더 멀고 넓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동시에, 부모가 그러했듯 자신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모든 것을 던지고 매몰되어 버릴 수 있는 인간일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인간이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태어날 때 원하는 것만 취사선택해서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부모에 대해서도 황당한 사람들이라고 웃어넘길 때는 있어도 그런 결정을 한 배포에 감탄하면 감탄했지 원망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려서 가장 처음 접한 바깥 세상은 이민족 혼혈에게는 다소 가혹했다. 사랑보다는 야망을 먼저 속에 품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손에 쥔 것을 놓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클로드는 영리했다. 타인을 관찰하고 계략을 짜는 데 익숙한 남자는 자기 스스로를 관찰하는 데에도 냉정하게 임했다. 그런 사람이니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스스로의 야망을 품을 수 있었고, 그런 사람이니 자신의 감정이 향하는 곳도 금새 눈치챌 수 있었다. 

“클로드. 개인 지도 시간인데.”

그래. 이 사람. 클로드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책을 치운 김에 눈이 부시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벨레스를 바라보았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깜박이는 둥근 눈이 시야에 선명히 잡혔다. 

“네가 수업에 늦는 건 처음 본 것 같은데, 별일이네.”

외양은 또래로밖에 보이지 않으나 일단 자신의 선생으로 있는 자다. 아니, 또래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또래일지도 모르지. 도대체 이 선생에 대해서는 뭐 하나 명쾌히 아는 것이 없었다. 

타인의, 스스로는 모르는 부분까지 파악해 계획을 짜고는 하는 청년에게는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떠볼 수라도 있으면 또 모르겠으나 이 경우는 선생 본인조차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없어 보였으니.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선생으로서나 전투원으로서나 실력이 확실하다는 것 정도일까. 교습에서는 학생들의 재능을 이끌어내고 전장에 나서면 누구보다 확실하게 클로드의 계략을 승리라는 결과로 바꾸어 주는 지휘를 한다. 거기에 회색 악마라는 별명이 때로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학생들을 챙기고 돌아다니는 꼴을 주말마다 보게 되니 사람들이 따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능력, 인망, 거기에 천제의 검을 사용할 수 있는 수수께끼의 재능.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뤄두고 보이는 부분을 이용하려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떠나서 손에 닿는 것 중에서 손꼽히게 유용한 말이 되겠지. 

하지만 이미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과하게 가까워진 것이 사실이다. 그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미안. 책 읽다가 깜박했네.”

“또 고서를 찾아보고 있었어? 아니, 문장학인가.”

당신의 문장을 조사하고 있었지.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말을 삼킨 클로드가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오늘 수업은 창술이었나? 참 나, 드래곤에 타서 도끼랑 창을 같이 휘두를 일이 뭐가 있다고 병과 시험 합격 요건에 도끼술과 창술을 같이 넣어 놓는 거야? 하늘에서 공격할 거면 역시 그냥 활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 의견은 잘 알겠지만 나한테 불평한다고 해서 자격 요건이 바뀌는 건 아니야. 약점은 없는 편이 좋으니까 수업하자.”

“아~사랑하는 제자한테 좀 더 친절하게 대해 주면 안 되는 거야?”

딱히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닌 것을 알았는지 벨레스는 더 말을 잇는 대신 그냥 한 번 웃고는 먼저 몸을 돌려 서고 밖으로 나섰다. 클로드도 얼른 책을 돌려놓고는 그 뒤를 따랐다. 벨레스의 교습 역시 이용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임에는 분명했다. 결과가 따라오는 수업을 듣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클로드. 오늘은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은데.”

그러나 역시 한 번 머리에 들어온 잡생각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던 모양이었다. 벨레스가 언뜻 표정 없어 보이는 얼굴을 클로드에게 향했지만 벌써 몇 개월이나 이 미지의 존재를 관찰해 온 클론드는 이제 그것이 약한 질책을 담은 표정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참 나, 이런 것보다는 당신의 정체를 더 알고 싶은데 말이지. 

역시 이번에도 입 밖으로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말이다. 

“클로드.”

클로드의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자 벨레스가 다시 한 번 클로드는 알아볼 수 있는 엄한 얼굴을 했다. 

“이런, 미안. 잠시 딴 생각을 했나 본데, 이제 제대로 집중할 테니까.”

때로 생각이 과하게 많아지기는 하지만 조금만 신경쓰면 머릿속을 정리하고 당장 필요한 것만 꺼내놓는 것은 클로드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이후로 이어진 교습은 더 이상 질책을 받는 일 없이 추가시간을 더해 무사히 끝냈지만 클로드로서는 딱히 그 사실에 안심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감정을 일찌감치 눈치챌 정도로는 영리하지만 클로드도 역시 한참 어린 청년이었다. 야망과 감정, 두 가지를 양립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다 자라지는 못한 나이. 어린 청년에게 있어 자신이 품은 야망은 너무 커서 다른 것에 눈을 돌릴 여유는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이 부모처럼 감정에 이끌려 무언가를 버리게 될까, 그 버리게 되는 것이 자신의 야망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그런 피가 자신에게도 흐르고 있었으니까. 

“주말에 다과회를 할까 하는데, 올래? 언제나처럼 정원에서.”

그래. 이런 제안 따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조사를 겸해 어울렸을 뿐인데. 자신 쪽에서 먼저 끌려 버린 데에 살짝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 

“아니, 미안. 아까 보던 책을 마저 읽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것은 결코 억울함에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은 아니다. 클로드는 그렇게 주장했다. 누구에게 하는 주장인지는 애써 무시한 채. 어쨌든 문장을 조사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런가. 그럼 리시테아한테 말해 볼까. 수고했어.”

벨레스는 클로드의 거절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클로드는 그 모습에 소소하게 심통이 났고, 이어서 자신이 심통이 났다는 사실에 짜증을 느꼈다. 

“그래. 수업 고마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결국 클로드가 심정적으로 백기를 들었다. 애초에 이렇게 고민이나 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 선생님을 단순히 이용 대상으로 보는 것은 글러먹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솔직해지자. 벨레스는 이미 클로드의 선 안까지 한참이나 쑥 들어와 버린 가까운 사람이 맞았다. 부정하는 것은 기만이나 마찬가지였다. 클로드는 타인을 속이는 것은 즐겨도 자신을 기만하는 것은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거기까지만이어야지. 클로드는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을 말을 중얼거렸다. 

자신은 사랑 때문에 조국을 떠나고 왕족으로서의 의무를 버린 사람들의 아들이다. 굳이 위험한 것을 알면서 발을 담글 정도로 어리석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더구나 벨레스를 상대로는. 

학생이나 동료를 배신하지 않을 사람인 것은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감정이라는 것이 옅은 사람을 상대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비추어 봤을 때 어찌될 것인가. 좋은 머리가 무색하게 계산이 되지 않았다.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적어도 친구는 될 수 있겠지. 친구, 동료. 어떤 것도 그리 딱 맞는 호칭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클로드는 우선 한 발 양보한 것으로 만족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지난 달이었던가 지지난 달이었던가. 클로드는 손에 들린 일기장을 넘겼다. 활력 있는 필치로 쓰여진 일기장은 놀라울 정도로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서고에서 찾은 문장학 책 따위보다야 훨씬 더 자신 곁에 있는 존재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감정이 옅어 보였던 것은 심장이 뛰지 않기 때문이었나? 하지만 그렇다면 계속 감정이 없는 것이 논리적일 텐데, 지금의 선생님은…….’

처음 벨레스가 담임을 맡은 이후로 학급 아이들 모두 조금씩 벨레스의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이 벨레스에게 익숙해진 것도 있었지만 벨레스가 점차 감정을 내보내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글로는 그 오열을 옮겨적을 수 없으리라. 소리가 되지 못하는 울음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것을 뱉는 벨레스는 분명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감정이 비탄일지언정. 

제랄트의 방에서 마주쳤을 때까지도 부은 눈이 채 완전히 가라앉지 못한 상태였는데. 그 상태로 자신에게 부친의 유품이나 마찬가지인 일기장을 넘겨 준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일기장의 문장을 눈으로 더듬던 클로드는 결국 자신의 마음 속에서 걸리적거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일기장을 덮어 버렸다. 

사욕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지만 아버지를 잃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부탁해 유품을 빌려 온 데 대한 죄책감인가? 원인을 명확하게 짚을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벨레스가 동굴에 파고들어 있던 시간들도 싫었지만 애써 방 밖으로 나와 나아가려고 하는 지금의 모습도 마냥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 그 뒤에 남아 있는 슬픔을, 채 가라앉지 못한 눈을 볼 정도로는 가까워진 지도 오래였으니까. 

어쩌면 이런 마음에 확실한 이름을 붙여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몰랐다. 클로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벨레스 쪽에서 받아들일 시기가 아니었다.

“우선은……제랄트씨의 복수겠지.”

누구에게랄 것 없이 중얼거린 클로드는 덮었던 일기장을 다시 폈다. 자신이 정한 이름이 과연 자신의 진심이 맞는 것인지 생각하기 전에, 해야 할 것을 하기 위해. 그것은 어쩌면 스스로도 그게 완벽한 답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한 행동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제랄트의 복수가 끝나고, 벨레스의 마음이 정리되고 나면 이 답을 전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때는 그 관계의 이름을 정할 상대가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눈앞에서 사라질 줄도, 사라졌던 상대가 정말 신화시대의 인물이라도 되는 양 공간을 가르는 후광과 함께 나타날 줄도 모르고 있었다. 

일기를 보며 조금쯤은 알았다 생각했던 사람이 또 다시 알 수 없는 곳으로 한 걸음 내딛은 것 같은 기분. 그것이 싫으면서도, 우선 돌아온 모습에 안심한 순간 사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신이 내린 답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자신의 계산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웠던 청년은 개전을 앞두고 함께 미래를 보고 싶은 상대에게 고집스럽게 그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당신도 뭔가 반응해 달라는 듯 계속해서 제 감정을 비춰 놓고서도, 결국은. 

“있잖아 선생님……당신을 ‘형제’라고 불러도 될까?”

선생님이나 동료를 넘어,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을 이름이라면 영원히 미래를 함께 걸어갈 형제가 어울리지 않겠는가. 

그 호칭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미소를 보며 찾아온 감정이 어째서 안도감이었는지. 클로드는 향후 5년을 그 이유를 곱씹게 되었다. 




원래라면 천년제로 떠들썩했을 가르그 마크를 내려다보고 있는 지금도, 클로드는 그때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다른 이름을 대었다 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터였다. 전장의 상황이 그런 것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쩌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상대의 표정이 궁금했다. 

조금 더 스스로에게 솔직한 말을 했다면, 당신은 다른 얼굴을 했을까. 클로드는 확인할 수 없는 과거를 되짚었다. 지난 5년 간, 전투 사이사이에 상념에 젖어들 틈이 생길 때면 늘 그러했듯이. 

문득, 인기척이 느껴졌다. 역시 5년 전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자신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부터 올 사람이 누구지? 이제야 동이 텄는데. 힐다는 아닐 테고. 

의문을 담아 돌린 시선에 들어온 것은, 마지막까지 조금은 낯섦을 남겨 두었던 민트색 머리칼. 차분한 남색보다는 덜 익숙한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5년을 품고 있던 얼굴이었으니까. 

그 얼굴을 마주하고,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웃으며 말을 걸 수 있었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왜 또다시 그 호칭을 부르고 말았는지도. 

“너무 늦잠 잔 거 아니야? ‘형제!’ 기다리다 망부석이 될 뻔했다고.

어쩌면 당신이 기억하는 그 관계이고 싶었을지도, 어쩌면 아직도 다 지워내지 못한 두려움이었을지도. 아니면, 이미 불러 버린 이름이었기 때문일지도. 

클로드의 이유야 어찌되었건, 벨레스는 그 부름에 웃어 주었다. 그 미소에 표정을 감추고 고개를 돌려 여명을 바라보자 벨레스의 시선이 클로드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렇게 함께 5년만에 찾아온 진정한 아침을 맞이한 순간, 클로드는 처음으로 순순히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 5년 전의 어리던 자신까지도. 

하지만 지금 그것을 당신에게 말하는 것은 이르겠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5년 전의 선생님에게 그런 마음까지 얹어 줄 생각은, 당장은 없었다. 

그렇기에 클로드는 그저 자신의 마음 속에서 감정의 경계선만을 지워냈다. 선생님. 당신. 형제. 그리고 아직 부르지 못한 않은 호칭까지. 단어에 매여 있던 감정들이 한순간에 서로 간의 경계를 읽고 하나의 감정으로 섞여들었다. 

그 모든 것이 함께하는 감정.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겠지. 클로드 자신도 5년 전처럼 어린 것이 아니었으니. 

벨레스가 돌아왔으니 세계도 다시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전쟁도 끝나고, 그때가 되면 보다 정확한 이름을 부를 수 있겠지. 

그때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고, 어떤 얼굴을 보여 줄까. 클로드는 희미한 기대감에 차서 입을 열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뭐 좀 먹을래? 조금이지만 먹을 것을 가져왔거든.”

무슨 미련인지, 하루 종일이라도 기다려 볼 생각이었으니. 어쩌면 자신은 벨레스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선생님은 대식가였지. 분명 방금 전에 힐다와 마리안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봤는데 자신에게 식사를 권유했을 때는 그렇게 황당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른 오전에 이그나츠가 선생님과 밥을 먹었다고 한 것을 들은 뒤였으니. 음식이 모자란 것은 아닐까.

때아닌 추억에 슬며시 미소를 짓자 벨레스가 의아한 얼굴로 클로드를 쳐다보았다. 역시, 5년이 지났음에도 벨레스의 표정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언젠가 그 얼굴에서 지금은 보지 못한 다른 감정을 돌려받는 날도 올까. 언젠가 확인할 수 있겠지. 클로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 당신 5년이나 잠들어 있었으니 배도 고프겠다 싶어서. 별 대단한 걸 싸온 건 아니지만, 내려가서 식사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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