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었다. 그의 꿈이었다. 


  테두리 없는 흐릿한 공간. 가장자리에서부터 안쪽으로 정립되지 않은 관념들이 끊임없이 짜맞춰지는 동시에 쉼 없이 무너진다. 영원한 미완성의 소나타. 형체가 뚜렷하지 못한 어렴풋한 흰색 가운데 그는 그저 존재한다. 눈은 뜨지 않는다. 눈을 뜨고 싶지 않다. 애초에 뜰 수 있는 눈은 없었다. 정신은 나른할 따름이다. 당장이라도 잠들지 않은 이유는 오직 이미 잠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뿐인 비논리. 의식의 중성부력이 미지근하게 그를 감싸고......


  무엇이 네 영혼을 병들게 했니?


  고요함조차 빛이 바랜 세계에서 누군가가 물었고, 아가미를 잃어버린 그는 한 번도 호흡해 본 적 없는 자처럼 숨을 들이키고는 떨리는 음성으로 목멘 단어를 뱉어냈다. 


  "사랑이." 


  항상 그것뿐이었다. 애원해도 간청해도 끝끝내 자신을 삼키는 그 감정. 사랑하고 잃었다. 사랑해서 잃었다. 상실은 사포가 아니라 정이라서 반복되고 겹쳐지더라도 무뎌지기는커녕 쌓이고 쌓여 흘러넘쳤고 무력한 그는 단지 밀려오는 해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찧을 따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한사코 몰랐으므로. 아, 그 빌어먹을 놈의 사랑. 다시 한 번 아득한 무의식에 자아를 맡기고 녹슬어 희미한 감각을 먼지 속에 내려둔다. 영원히 그렇게 누워 버려져 있을 수만 있다면 그는 영혼이라도 팔았으리라. 그러나. 또 한 번 항상 그 '그러나'가 문제여서. 사랑이. 사랑이...... 메아리처럼 울리는 고해가 안락한 세계를 덮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판결이요 선고였다. 


  눈을 떠, 닥터. 


  그는 자신이 그 목소리에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각조각 무너지는 꿈의 세계 가장 밑바닥에서 그는 순간 어떠한 그리움을 목격했다고 착각했다. 그것을 기억할 틈도 없이 다시 한번 현실이 그를 에워쌌다. 안식을 찾기 위해서는 아직 영원 같은 시간이 남았으므로. 

1차 자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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