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틀었다가 이내 꺼버렸다. 누군지 모를 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리 듣기 좋지 않았다. 온종일 웃을 일이 없었는데, 남들은 화창한 날씨에 잘도 웃어대니 괜히 심사가 뒤틀려서 그렇다. 이게 가을을 타는 건가. 사실 찬 바람이 훌쩍 불어와도 그저 아 이젠 춥구나 했을 뿐이라, 가을이 왔다고 몇 번을 쓰고 또 써도 사실 가을인지는 잘 모르겠다. 곧 겨울이 올 텐데 뭘.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은행 냄새. 커다란 나무 밑에 동그랗게 깔린 은행의 흔적을 빙 돌아 피해간다.

꾸준히 읽고 열심히 살고 싶은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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