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신성력을 품어대는 대천사 오이카와 토오루에겐 날파리만도 못한 눈앞의 하급악마는, 처음엔 시야에도 보이지도 않았다. 눈을 감고 집중하면 그의 마력이 느껴질랑 말랑, 그 마력만큼이나 몸집마저 작다. 오이카와에겐 뿔도 꼬리도 숨기지 못하는 하급악마를 상대한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에 겁없이 천계의 입구에서 얼굴을 비추는 악마를 죽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악마들을 지독히도 혐오하는 오이카와에게 아주 이례적인 아량으로 눈앞의 악마에게 말했다. 


"꼬마야,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게 좋을 거다."

"누가 꼬마래?!"


오이카와 답지 않게 상냥한 경고를 보냈지만 누가 악마 아니랄까봐, 발칙하기 그지없었다. 목숨을 살려준 것도 모르고 악마는 오이카와 앞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꼬마라고 한 것을 취소하라느니, 이렇게 높히 뛸 수 있다느니, 영양가 없는 반항이 계속되었다. 


"꼬마야, 내가 정말 넓은 아량을 베풀어서 널 살려두고 있는 거거든? 이대로 마계로 꺼지면 안될까?"


악마는 크고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 악마답지 않게 순진한 표정에 부들부들한 이목구비가 인상적이었다. 세로로 죽 찢어진 동공 외에는 악마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하급 악마가 있는 이곳은 천계로 향하는 북문이었다. 오이카와가 지키고 있는 곳이기도 한. 어느 악마의 출입도 뚫지 못한 철벽의 문이다. 


"여기서 조금만 있다 가면 안 될까요?"


악마는 수상하리만치 차분해진 말투로 오이카와에게 부탁했다. 말못할 커다란 이유라도 있는 듯 한참을 뜸을 들이던 악마는 개미 마냥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잇기 시작했다. 

날개 깃털 하나만 주시면 안될까요. 친구들이 약하다고 절 놀리는데 천사 새끼의 닭날... 아니아니, 천사의 깃털만 가져오면 안 놀리겠다고 해서. 그쪽 거 하나만. 뽑는거 아프면 다른 사람꺼라도. 

악마의 엉덩이에 있는 세모꼴 꼬리 끝이 흔들렸다. 이 상황이 부끄럽고 창피한지 벌게진 귀가 보였다. 제아무리 하급악마라도 자존심이 있지, 천사에게 부탁하는 꼴이라니. 아주 약한 동정심이 샘솟았다. 변덕이었다.


"첫째로, 내 깃털에 닿으면 약해빠진 넌 가루가 되서 사라질 거고..."

"..."


울컥했는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런 닭날개가 뭐 그리 대단하다구. 말하지도 않은 악마의 불만이 바로 귀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저기요, 그 닭날개로 네 손이 녹을 수 있거든요. 오이카와는 쓸데없는 뒷말은 생략했다. 


"둘째로, 내 친구들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내 친구들 깃털에 닿으면 약해빠진 너는 불타서 사라질 거고..."

"잘나셨네요!"


협상(?)이 결렬되자 악마는 제 성격을 들어냈다. 짜증을 내고 바닥에 있는 돌을 주어 아무렇게나 오이카와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손가락 욕까지. 멍청해 보이는데 욕많은 아주 다양하게 알고 있었다. 다리를 움직이지도 않고 가볍게 돌을 피하던 오이카와는 커다란 보폭으로 악마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손목을 붙잡았다. 

신성력을 최대한으로 숨겼다. 거대한 힘을 가진 오이카와에게 신성력을 숨기라는 건 숨을 멈추라는 의미와 다름없었지만 저릿해진 손으로 악마에게 아무런 해가 가지 않도록 힘을 조절했다. 문뜩 천계를 대표하는 이 대천사가 이런 이름도 모르는 하급 악마에게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야하는지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이름도 모른다. 

오이카와는 악마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악마답게 단단한 근육이 있었지만 가슴께에 겨우 오는 작은 키와 체격, 이리저리 삐친 머리는 하나도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항상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는 오이카와에겐 용납할 수 없는 생김새였다.  오이카와는 얼굴을 찌푸리며 악마에게 물었다. 


"이름은?"

"...히나타 쇼요인데."

"귀엽네."


악마에게 말도 안되는 감상을 내놓은 오이카와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오이카와의 얼굴엔 경악이 물들었다. 악마를 잡은 제 손이 불결하다고 느껴졌다. 당장에 돌아가 몸을 청결이 하고 죄를 뉘우치는 기도를 올려야 했다. 

오이카와는 히나타의 손목을 놓고 몸을 돌렸다. 코앞에서 알짱거리는 악마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가지 마."


히나타는 겁도 없이 오이카와의 손목을 잡았다. 화들짝 놀란 오이카와는 거칠게 히나타의 손을 쳤다. 


"너 미쳤어?! 죽을 수도 있다고!"

"안 죽었으면 된 거 아냐? 그것보다, 내 부탁 들어줄거야, 말 거야? 아까까진 들어줄 것처럼 있었잖아."


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그것보다 이 녀석이 죽던 말던. 상반된 생각들로 머릿속이 어질거린다. 역시 악마는 악마였다. 몸속을 아무렇게나 섞듯 기묘한 감각이 앞섰다. 사람들을 유혹의 구렁텅이로 빠트린다던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정말로 위험했다. 


"여기 또 한 번 오면 다음 번엔 봐주지 않을거다. 당장 돌아가."

"내일도 여기 올게."


오이카와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대로 사라지려는데, 악마는 저 혼자 약속을 정해버렸다. 


"깃털 한 개만 가지고 와줘!"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히나타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두 손을 흔들었다. 

안 올거라고. 가져가지도 않을 거야. 악마 따위 어떻게 되든 제 알바가 아니었으므로 오이카와는 뒷말을 부러 내뱉지 않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

"갑자기 무슨 일이냐."


이와이즈미가 시쿤둥한 어투로 물었다. 오이카와의 부탁으로 성수 한 통을 가져온 이와이즈미는 곧바로 성수를 제 몸에 뿌리는 오이카와를 질린다는 얼굴로 보았다. 성수는 얼음물보다도 차가워 평소 잘 하지도 않은 성수 목욕이었다. 이와이즈미는 곧 오이카와가 북문에 왔다 온 것을 기억해냈다. 왠 철없는 악마 한 마리가 어슬렁 거렸겠지. 마치 그 장면을 본듯한 예측을 해냈다.


"너 오늘 북문에서 무슨 일 있었냐?"

"딱히."

"악마 한마리가 신경 거슬리게했어?"


하지만 그럴리 없었다. 분명 생각없는 하급악마였을 것이 분명했고 그런 악마를 쫓아내는 것은 숨쉬는 것이 더 귀찮을 만큼 간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말 안하고 싶으면 말고.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를 향해 무심함을 한 번 더 강조해주었다. 그깟 하급 악마 때문에 오이카와 걱정을 하기엔 이와이즈미는 너무 바쁜 몸이다. 

그나저나, 저 날개의 검은 것은 그저 음양이겠지? 설마, 오이카와의 순백의 날개가. 에이. 이와이즈미는 저 혼자 의심하고 저 혼자 의심을 버렸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 다른 천사들이면 몰라도 오이카와는. 저 오이카와 토오루의 날개에 흑색이 묻어나오는 건 평생토록 보지 못할 것이다. 

아무렴. 검은 날개라니. 많이 피곤한 모양이었다. 이와이즈미는 뻐근한 어깨를 빙글빙글 돌리며 오이카와의 방에서 나갔다. 


오이카와는 성수를 닦지도 않은 채로 방에 서있었다. 머리 끝에 성수가 맺혀 바닥으로 톡톡 떨어졌다. 추위로 파랗게 질린 입술이 거울에 비췄다. 열과 성을 다해 꾸며놓은 방에서 어울리지 않는 철퍽거리는 소리가 났다. 발자국을 따라 길게 늘어진 물발자국이 오이카와를 가리켰다. 

거울 앞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하얗기만 한 날개를 꼼꼼히 눈으로 훑었다. 바로 볼 수 있는 날개에선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왜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인지 오이카와는 북문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젖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시야가 밝으니 이와이즈미가 떨어뜨리고 간 날개 한 조각도 눈에 들어왔다. 




***

"우와, 진짜 왔네! 진짜 왔어!"


악마는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제자리를 뛰었다. 괜히 왔다. 오이카와는 북문에 도달한지 5초만에 후회했다.  부드러운 날개깃을 만졌다. 그래도 이것을 건내주기만 하면 울렁거림은 깃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꼬마."

"히나타."

"꼬마야."

"히나타! 쇼요!"


악마는 끝까지 제 이름을 불러달라며 고집을 부린다. 누가 악마아니랄까봐 고집은. 깃 끝을 잡고 빙글빙글 돌리던 오이카와는 끝끝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깃털을 바닥으로 던졌다. 


"이거 받고 이제 여기는 얼쩡거리지 마."


공기보다 가벼운 깃털은 오이카와의 말이 끝나도 한참을 허공에서 맴돌았다. 오른쪽 왼쪽으로 하늘하늘 흔들리다 소리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히나타는 천사의 깃털이 목표라고 하였더니 바닥 위에 나뒹구는 깃털엔 한가닥의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그 짧은 사이에 깃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뭐해. 줍고 떠나라."

"대천사의 깃털은 빛이나는 순백이라고 들었는데."

"말 돌리지 말고."


히나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이카와의 날개를 살피는 듯 시선은 오이카와 뒤를 향해 있었다.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걸릴 것이 없으니 당당히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언뜻보면 반투명 할 정도로 날개는 아름답기 그지 없고, 눈이 부셨다. 여기에 신계를 비추고 있는 태양빛이 날개를 비춘다면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제아무리 악마라도 저들이 가질 수 없는 날개에 넋을 놓는 건 당연하지. 오이카와는 자부심을 가지며 날개를 쓰다듬었다. 


"날개가 진짜 예뻐."

"악마도 보는 눈이 있네."


악마의 눈이 간드러지게 휘어진다. 눈썹처럼 휘어진 눈은 마계에서만 떠있다는 달의 묘사와도 같았다. 날카롭게 서있는 동공이 오이카와의 날개를 뚫어본다. 밝은 색의 눈동자는 소름이 돋을 만큼 시렸다. 


"날개가 듣은대로 새하얗진 않네."

"시력 나쁘냐."


순백의 날개는 오이카와의 자랑이자 자존심이었다. 그런 말은 농담으로라도 허용치 않았다. 오이카와는 눈이 똑바로 박혀있으면 제대로 보라는 듯 히나타 앞에서 날개를 휘둘렀다. 지나친 성력에 위험을 느낀 히나타는 뒤로 후다닥 도망쳐야 했다. 


"위험하잖아!"

"네가 건방진 이야기를 해서거든?"

"사실인걸."


히나타를 팔짱을 끼고 소름이 돋은 팔을 슥슥 문질렀다. 오이카와의 성력이 워낙 강해 날개의 바람이 닿은 곳은 가지도 못하는 것이 하급 악마였다. 발을 내딛으려 했던 히나타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발을 치우고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깃털을 못 주우러 가게 생겼네. 다 너 때문이야."

"되도 않는 생떼를..."

"그러니까 내일 다시 올게! 그 깃털 잘 보관해줘야 해?"

"야, 누가 보관해준데?!"


오이카와의 말이 끝맞히기도 전에 히나타는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신계에서 사라졌다. 

뭔가 단단히 휘말려들어간 기분이다. 오이카와는 깔끔하게 정돈한 머리를 거칠게 뒤로 넘겼다. 이깟 날개, 주워가든 말든 하라지. 바람 따라 아무렇게나 힘없이 움직이는 날개를 발끝으로 툭치다가 결국엔 졌다는 듯 깃털의 끝을 잡아 손바닥으로 감쌌다. 죄없는 깃털을 째려보았다. 악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계의 경계를 지나가는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직위도, 명예도, 이 자리를 올라오기 위한 그 수많은 노력도 모두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손바닥 위의 깃털을 놓을 수 없었다. 그깟 하급악마. 보잘 것 없는 하급악마. 날개짓 한 번이면 녹아 사라질 악마. 악마답게 빙글빙글 웃던 그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악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순수한 얼굴로 뱀처럼 간사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보잘 것 없는 꼬마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보면 볼수록 색기가 뚝뚝 흐른다. 눈 둘 곳이 없을 정도로 짧은 옷이나, 요염한 동작이 자꾸만 눈이 간다. 과연 하급 악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이상하다. 방으로 도착한 오이카와는 자신의 자랑스러운 순백의 날개를 감상하기 위해 설치한 커다란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거울로 등 뒤의 커다란 날개를 본 오이카와는 비명을 질렀다. 오염된 날개가 거울에 비췄다. 



***

목을 졸랐다. 히나타는 아무런 저항 없이 오이카와의 손아귀에 휘둘려 두 다리를 축 늘어뜨렸다. 일말의 반항도 없었다. 이대로 더 힘을 주면 이 얇은 목은 열매처럼 톡 꺽이리라. 오이카와는 두꺼운 팔에 핏줄이 솟아날 정도로 힘을 주었다. 괴로움에 여유를 잃은 히나타는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날, 죽일거야?"


오이카와는 말이 없었다. 더 이상 악마와 말을 섞는 것이 시간낭비였다. 목을 쥐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더 주었다. 마디마디가 새하애졌다. 


"검은, 날개가, 아주 잘 어울려."


히나타의 말에 이성줄이 끊긴 오이카와는 히나타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짐짝처럼 바닥에 나뒹군 히나타는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한채 숨을 고르느라 바빴다. 기침을 하고 아픈 몸을 뒤트느라 신음소리를 내던 히나타는 눈꼬리에 이슬처럼 맺혀있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채 오이카와를 올려다 보았다. 


"당신은 흰색보다 검은색이 훨씬 나아. 그런 닭털같은 깃털은 하나도 안 어울려. 뼈대만 남은 쪽이 훨씬 낫지 않겠어?"


이 날개를 가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이 하급악마는 감히 상상치도 못 할 고난과 수행이 있었다. 오이카와는 망설임 없이 히나타를 발로 찼다. 덩치 차이만 해도 상당해서인지 히나타는 아무렇게나 휘날리는 종이처럼 오이카와의 발에 차여 굴렀다. 히나타는 윽소리를 내는 것 외엔 반항은 없었다. 적어도 날아서 오이카와의 발기질을 피할수라도 있을텐데도 히나타는 그러지 않았다. 히나타는 오히려 틈을 놓치지 않고 오이카와의 다리를 붙잡았다. 숨을 몰아쉬던 오이카와가 드디어 발을 멈추었다. 


"너무 화내지 마."


매끄러운 혀가 오이카와의 발을 핥고 지나갔다. 하얀 피부에 어울리는 새빨간 혀는 꿀이 흐르는 과실처럼 보이기도 했다. 혀로 발목까지 도달한 히나타는 몸을 반정도 일으켜 오이카와의 손가락을 살며시 깨물었다. 가히 유혹적이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배꼽아래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가 눈앞의 악마의 옷을 모두 찢어버리고 싶었다. 한번도 배우지 못한 본능이 히나타를 상상 속에서 벗기고 있었다. 

입을 맞추는 소리가 났다. 히나타는 오이카와의 손톱 끝을 물고 핥고 작고 보드라운 입술을 손등에 부볐다. 


"당신은 이런데 있기 아까워. 나랑 가자. 저 아래가 이런 눈 아프고 답답한 곳 보다 훨씬 나아."


히나타는 가볍게 날아 오이카와의 품에 안았다. 보드랍고 매끄러운 피부가 오이카와의 피부에 공기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주춤거리며 몸을 뒤로 뺐지만 히나타는 오이카와를 와락 안고서 목에 입술을 대었다. 목에 닿는 떨리고 더운 숨에 오이카와의 손이 히나타의 등을 감싸도록 만들었다. 물컹거리고 따뜻한 혀는 대천사 오이카와를 단숨에 꺽게 만드는 그것이었다. 

오이카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려 히나타의 두 팔을 잡았다. 

히나타는 악마답지 않게 방긋 웃었다.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히나타 또한 오이카와를 잡고서 공중으로 떴다. 이 아래는 마계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되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아직도 고민 돼?"


오이카와는 답하지 않았다. 히나타의 팔을 잡은 이 두 손을 놓고 싶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것 또한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믿고 따르는 신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렸다. 


"진짜로 날개를 되돌리고 싶었으면 날 때리러 올 게 아니라 그 시간에 기도 한 번이라도 올리고 있어야지, 안그래? 처음부터 날 마음에 들어했으면서."


악마의 속삭임이 귓속으로 매끄럽게 들어간다. 

오이카와는 히나타의 손을 잡았다. 히나타는 오이카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오이카와는 작은 악마의 손에 이끌려 검은 구덩이로 한없이 추락했다. 

오이카와의 자랑이자 자존심이었던 순백의 날개는 진눈개비처럼 휘날렸다. 뼈만 남은 앙상한 날개가 마음에 든 히나타는 그 뼈대를 쓸었다. 


"저 아래에서 우리 재밌게 놀자."


히나타는 오이카와의 뺨을 잡고서 천천히 입을 맞췄다. 오이카와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고 히나타의 치열을 훑었다. 

지옥의 구덩이는 끝이 없었다.


히나른 혹은 흑우 주인공른 글 올라와요! @rego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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