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



  다정한 목소리에 해리는 자기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계속 눈을 감고 있으면 이 목소리를 더 들을 수 있을까? 해리는 본능적으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좀만 더요, 아빠…….’



  “일어나, 해리!”

  무심코 속으로 웅얼거리는 중 자비 없이 이불이 홱 벗겨지는 느낌에 해리는 힘겹게 눈을 떴다. 평범하지만 해리에게는 별로 익숙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해리가 아직 얼떨떨해있는데, 제임스가 머리만 허공에 둥둥 뜬 채 나타났다.

  “역시 이것도 알고 있고.”
  “?”

  해리가 별로 놀라지 않자 제임스는 투명망토를 마저 벗으며 씩 웃었다.

  “나가자.”

  자다 말고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해리가 아직 멍해 있자 제임스는 아예 직접 해리를 일으켜 세우려고 몸을 굽히다가 해리의 얼굴에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보았다. 제임스가 눈을 깜빡거리며 얼굴에 손을 뻗자 해리가 흠칫하며 뒤로 약간 고개를 젖혔다. 그러나 제임스는 손가락으로 눈가를 쓸어주며 물었다.

  “너 울었어? 왜?”
  “아, 아냐.”

  해리는 얼른 고개를 돌려 양손으로 눈을 비비고 안경을 찾아 썼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제임스는 해리가 시계를 보고 다시 자신을 보자 의기양양하게 말했어.

  “시험 끝났어.”
  “그렇구나.”
  “뭐야, 좀 더 기뻐하도록 해. 네 시험 아니라 이거야?”

  해리가 제임스를 돌아보면서 피식 웃자 제임스는 ‘이제야 웃네.’ 하고는 만족스러워 하며 말했다.

  “빗자루 타러 가자. 한동안 못 탈 테니까.”
  “좋아.”

  해리가 빗자루를 소환하는 동안 제임스는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고 자기 빗자루를 불러냈다. 밤하늘은 맑아서 모처럼 달도 별도 아주 잘 보였다. 제임스가 마지막으로 친 시험이 점성술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해리는 제임스에게 시험은 어땠냐고 물었다. 자신의 점성술에 대한 기억이 워낙 최악이었기 때문에 해리는 제임스도 꽤나 투덜거릴 것을 예상했으나 제임스는 의외로 기분 좋게 대답했다.

  “나에게 글짓기의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지.”

  그 말에 해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제임스도 되는 대로 점괘를 지어낸 모양이었다. 해리는 론과 함께 사람에게 한 달 동안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비극적인 일을 짜 맞추어 억지로 과제를 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트릴로니는 온갖 불행한 일로 점철된 그 과제를 매우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제임스는 낄낄거리며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 다음 달 치의 불행을 또 생각해내야 하는 불행을 만나고야 말았지.”

  제임스는 시원스럽게 웃었다. 제임스가 몹시 기분이 좋아보였기 때문에 해리는 흐뭇했다. 해리와 약간 떨어진 곳에서 유유히 날던 제임스가 해리에게 빗자루를 바짝 붙이더니 물었다.

  “해리, 방학 때 뭘 할 거야?”
  “글쎄, 제임스는?”

  해리는 대답하는 대신 우선 제임스에게 질문을 돌렸다.

  “우리는 전에 말했던 대로 루마니아에 놀러갈 거야. 시리우스는 계속 같이 있을 거고, 리무스도 이번에는 자기 집에 먼저 갔다가 놀러오기로 했으니까 결국 다 같이 가는 거지! 리무스가 오기 전까지 우린 머글 마을에 있을 거야. 시리우스가 이번에 머글들의 바이크를 사고 싶다고 했거든. 그건 아주 멋있어 보였어.”
  “그렇구나.”

  해리는 해그리드가 가지고 있던 시리우스의 바이크를 떠올렸다. 그걸 지금 사는 걸까, 아니면 그건 나중에 새로 사는 걸까? 해리는 웃으면서 제임스에게 농담조로 말했다.

  “경찰들한테 딱지 떼이지 않도록 조심해.”
  “경찰? 딱지?”

  머글 용어가 생소한지 제임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해리는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음, 딱지라는 건 교통질서를 위반하면 날아오는 일종의 벌금 고지서야. 헬멧을 쓰지 않았다거나 너무 빠르게 달렸다든가 하면 경찰들이 그걸 보내지.”
  “빠르게 달렸다고 벌금을 매긴다고?”

  제임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해리는 하늘을 날 때와 지정된 도로를 달릴 때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시리우스가 머글들처럼 도로 위로만 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해리는 진심으로 조언했다.

  “아무튼 조심해. 헬멧 꼭 쓰고.”
  “잔소리쟁이. 하여간 누가 아빠고 누가 아들인지 모르겠어.”

  제임스는 들으란 듯이 비죽거리다가 문득 물었다.

  “우린 계속 이렇게 지내니?”

  해리는 대답했다.

  “응.”

  해리의 짤막한 대답에 제임스는 해리를 돌아보았다. 하늘의 달을 보는 건지 별을 보는 건지 모르게 먼 하늘을 보고 있는 해리의 옆얼굴에는 달빛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었다. 제임스는 문득 약간의 거리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학교에서 거의 매일 보았지만, 방학때가 되면 그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제임스는 충동적으로 해리에게 제안했다.

  “해리. 방학 때 우리 집에 오지 않을래?”

  해리가 제임스를 돌아보았다. 왜 지금껏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약간 자책하면서 제임스는 말을 이었다.

  “엄마아빠도 너를 보고 싶어 하실 거야.”

  해리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사실 그것은 해리가 한번쯤 제임스에게 들어보고 싶었던 말이었다. 솔직하게 기뻐하던 해리는 그러나 곧 부드럽게 거절했다.

  “다음에 갈게. 갑자기 할머니 소리를 들으면 놀라실 거야.”
  “뭐 이미 할머니인걸.”

  제임스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며 그냥 오라고 말했지만 해리는 이미 마음을 정하고 있었다.

  “나에 대해 설명하기 힘들지 않겠어? 아니 설명은 할 수 있더라도, 글쎄, 내 정체를 더 이상 말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리고 제임스가 더 설득하려 들기 전에 잘라 말했다.

  “‘아빠’한테 말한 걸로 충분해.”

  해리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 썩 맘에 들지 않는 듯 제임스는 불만스러움을 숨기지 않고 해리를 보았지만, 해리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쳇 하고 불만스럽게 혀를 찬 제임스가 갑자기 눈빛을 바꾸더니 짓궂게 물었다.

  “아까는 왜 울었어?”
  “안 울었다니까.”

  해리는 항변했으나, 제임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알았어. 그래서 왜 울었어?”

  제임스는 이미 해리가 울었다고 단정 짓고 있었다. 그게 사실이기는 했지만 해리는 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말하려면 또 거짓말을 해야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제임스는 해리가 울었냐는 말에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해리를 들여다보다가 아주 짓궂은 미소를 띠고 불쑥 물었다.

  “시리우스 때문이지?”

  제임스가 정확히 맞추는 바람에 해리는 그만 깜짝 놀랐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어, 어떻게……,’ 하고 자기도 모르게 묻는 해리에게 제임스는 뻐기듯이 말했다.

  “척 보면 알지.”

  해리가 보기보다 강단있는 성격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해리를 눈물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울릴 만한 이유는 흔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리우스는 그 흔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될 만 했다. 제임스는 감탄한 듯 자신을 보는 해리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떠보듯이 말했다.

  “시리우스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해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제임스는 ‘역시.’ 하고 생각했다. 해리에게 오기 전에 시리우스에게도 같이 날러 가자고 말했을 때 시리우스는 그저 귀찮다는 듯 심드렁하게 거절했을 뿐 무슨 큰 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해리 성격상 시리우스 쪽에서 뭔가 잘못했다고 해도 그런 이유로 울 것 같지는 않았다. 반대로 해리가 시리우스에게 뭔가 잘못을 했다면 풀이 죽어서 혼자 울었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해리가 아무 일에나 질질 짜는 성격도 아니고, 최근 들어 해리가 뭔가를 그렇게 잘못한 적이 있었나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별로 특별한 것은 짚이지 않았다.

  제임스는 문득 전에 오두막에서 갑작스레 이상한 반응을 보였던 해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때 해리는 갑자기 안 좋은 기억이 생각난 것처럼 행동했다. 그것과 뭔가 연관이 있을까?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해리의 기억은 자기의 시점에 있어서는 미래에 있을 일이었다.

  “지금 잘못한 게 아니라 나중에 잘못하는 거구나?”

  해리는 제임스의 말에 연속해서 놀라고 있었다. 자기가 그렇게 티를 많이 내고 있나, 아니면 아빠라서 아는 걸까, 아니면 시리우스의 친구라서 아는 걸까? 어쩌면 셋 다일지도 몰랐다. 제임스에게 자세한 사정을 말할 수는 없었지만 더는 부정하기도 힘들어서 해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잘못해서…….”

  제임스는 해리의 주눅 든 모습에 웃음이 나올 것 같은 것을 꾹 참았다. 해리는 지금 몹시 진지했다.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저러나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차피 물어보아도 대답해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해리가 지금 여기에서 해결할 일도 아니었다. 자기가 무슨 일인지 아직 모르듯 시리우스도 아직 모를 터였다. 그렇지만 제임스는 ‘아빠’답게 조언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시리우스가 너한테 화냈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해리는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시리우스는 바보 같은 대자에게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걱정을 해주었다.

  ‘차라리 화를 내고 꾸짖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해리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제임스는 씩 웃었다. 생각대로였다.

  “그럼 괜찮아.”

  해리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는 앞에서 제임스는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패드풋은 맺고 끊는 게 분명해서, 화낼 때는 화내는 남자거든. 시리우스가 화내지 않았으면 정말로 화나지 않은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너무 미안해하면 오히려 싫어할걸?”
  “…… 하지만…… 제임스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니까 하는 소리잖아…….”
  “그래?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거야? 난 너보다 시리우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

  해리가 말을 잇지 못하자 제임스는 싱긋 웃었다.

  “그렇게 미안하면 더 잘해주도록 해.”
  “…… 어떻게.”

  제임스는 간단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해리가 더 이상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시리우스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었다. 해리는 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할 수도, 더 잘해줄 수도 없었다. 그러나 풀이 죽은 해리 앞에서 제임스는 이 이상 명쾌할 수는 없다는 듯 해답을 내놓았다.

  “같이 루마니아 가자.”
  “……?”
  “가서, 일단 여기 시리우스한테 잘해주면, 나중에 잘못한 것도 좀 봐주지 않겠어?”

  ‘그 녀석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를 맘에 들어 한다고.’ 하는 제임스의 말을 들으며 해리는 그만 또다시 울고 싶어졌다. 제임스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니까 저렇게 편하게 말하는 것일 터였다. 자기 멋대로의 미숙한 판단으로 시리우스를 괴롭고 힘들게 한 기억이 또다시 해리의 가슴을 아프게 쥐어짰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해리는 시리우스가 제임스처럼 웃기를 바랐다. 그러니까 아까 자기가 내렸던 결정은 옳다. 시리우스는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맞았다. 몰라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제임스와 함께 즐겁게 지내는 것이 맞았다. 루마니아에도 가고 같이 바이크를 타고 머글마을을 돌아다니다 딱지를 떼도 좋았다. 밤새 바보짓을 하고 잔뜩 징계를 받고 즐겁게 지내다가 제임스의 결혼식에서 아낌없이 축하를 해주기도 하고 그렇게 평소처럼 지내야 했다. 빗자루를 잡은 해리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지금 여기의 아무것도 모르는 시리우스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결국 자기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비겁한 행동에 불과했다.

  ‘비록 시리우스가 후에 나를 원망하더라도.’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몹시 마음이 아팠다. 해리는 자기도 모르게 괴롭게 중얼거렸다.

  “시리우스가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그러나 제임스는 별 소리를 다한다는 듯이 가볍게 대답했다.

  “그거 시리우스가 사준 거지?”
  “어? 어떻게…….”
  “난 다 안다니까.”

  제임스는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나라면 싫어하는 자식한테 빗자루를 선물하지는 않겠어.”

  해리는 자신이 타고 있는 빗자루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시리우스가 선물해주었던 파이어볼트를 떠올렸다. 시리우스가 자신에게 그것을 선물해준 것은 시리우스가 모든 일을 알게 된 후였다. 제임스의 말대로라면 시리우스는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 걸까? 그 때 제임스가 짐짓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빗자루를 선물을 주고도 ‘날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소리나 듣다니 그렇게 못미더운 남자 취급을 받는 걸까, 가엾은 패드풋.”
  “아냐, 그렇지 않아!”

  말하고 나서야 해리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했다. 빗자루를 받았을 때 자신이 굉장히 기뻤던 것은, 파이어볼트가 굉장히 비싼 최신형 빗자루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그런 선물을 해줄 만큼 시리우스가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 같아서 그것이 기뻤다. 해리의 표정이 차츰 변하는 것을 보면서 제임스는 만족스러워했다.

  “시리우스는…… 어…… 굉장히…….”
  “멋있는 녀석이지?”

  해리가 말을 잘 잇지 못하자 제임스가 마치 자기 자랑을 하는 것처럼 물었다. 원래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었지만 멋있다는 데에도 동의하는 바였기 때문에 해리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리자 제임스는 기분 좋게 웃다가, 문득 되물었다.

  “근데 시리우스만?”  

  제임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해리가 제임스를 쳐다보자, 제임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말했다.

  “너는 가만 보면 진짜 시리우스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 아, 리무스도 좋아하지. 나한테는 맨날 비밀이라고 하면서 걔네한텐 이것저것 다 얘기해주고. 시리우스가 싫어할까봐 막 울고불고 걱정하면서 나한텐 막 너무 편하게 대하잖아.”
   “…….”

  제임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리의 머릿속에 제임스 때문에 속상해 했던 일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제임스의 말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되기까지 마음고생을 시킨 게 누군데 그 과정은 까맣게 잊어버린 거냐며 따지고 싶은 마음이 불쑥 치솟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제임스의 말이 서운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 좋게 느껴졌다. 적어도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자기가 맘에 든다는 뜻일 테니까 말이다.

  “당연히 좋지. ‘아빠’는 안 좋아?”
  “그야 뭐 그렇지만…….”

  해리는 짓궂게 운을 띄웠다.

  “걱정 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제임스가 왠지 기대에 차서 눈을 반짝거리며 해리를 보았다. 해리는 씩 웃었다.

  “엄마니까.”
  “…… 뭐?”

  제임스는 한 방 먹었다는 듯이 입을 딱 벌리고 해리를 보았다. 제임스의 표정을 보고 큭큭거리고 웃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아까처럼 옆얼굴만 보이고 있었지만, 다행히 아까만큼 어두워보이진 않았다. 제임스는 문득 해리를 불렀다.

  “해리.”

  자신을 돌아보는 해리에게 제임스는 충동적으로 물었다.

  “너, 떠날 거야?”

  말하고 나서 제임스도 왜 이 타이밍에서 갑자기 그런 말을 했나 제풀에 놀랐지만, 해리만큼 놀란 것은 아니었다. 해리에게 제임스의 말은 마치 ‘이제 그만 떠나라’는 말처럼 들렸다. 물론 자격지심이겠지만, 좀 전에 자기가 ‘엄마가 좋다’고 한 말이 너무 심했나 하는 어이없는 생각에서부터 서운하다는 생각까지 연달아 떠올랐다. 제임스는 얼른 말을 이었다.

  “아니, 방학 같이 보내자고 해도 거절하니까 그렇지. 안 그래도 아까 리무스가 그랬거든. 네가 언젠가는 네 세계로 돌아가지 않겠냐고. 거기에 네 친구도 있고 네 진짜 부모님……? 어 이렇게 말하니까 좀 이상하네. 아무튼 있을 거고.”

  계시지 않다고 대답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해리는 서운함을 감추려 노력하며 제임스를 보면서 물었다.

  “내가 갔으면 좋겠어?”
  “그럴 것 같아?”

  제임스가 오히려 되물었다. 해리가 가만히 제임스를 보자 제임스는 혀를 찼다.

  “왜 이렇게 자신이 없어? 내가 네가 가기를 바랄 것 같아?”
  “아니.”
  “좋아. / “……라고 생각해.” / ……그 정도는 봐주지.”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임스의 표정에도 서운한 기색이 어려 있는 것을 보고 해리는 안심했다. 제임스는 날 좋아해. 아빠는 날 좋아해. 그것은 해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해리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가고 싶지 않아.”

  그것은 해리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언젠간 돌아가야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아. 더 같이 있고 싶어.”

  제임스는 조금 안심했다. 하지만 그래도 해리의 거절이 서운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럼 왜 거절하는 거야?”
  “일단은 학교에서 해볼 일이 있어.”
  “뭘?”
  “교장선생님한테 음…… 뭐라고 말해야 하나, 1년 더 있을 수 있냐고 물어볼까 해. 그런데 지금까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는 1년을 넘긴 적이 없잖아? 나도 처음에 1년만이라고 얘기했었는데, 될지 안 될지 모르겠네. 만약 안 되면…… 과목을 바꿔볼까?”
  “뭘로?”
  “글쎄. 나 잘하는 게…… 이번엔 마법약이나 해볼까?”
  “억 그딴걸.”

  제임스가 반사적으로 눌린 소리를 냈다. 해리는 짐짓 거만하게 말했다.

  “왜이래? 슬러그혼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겍. 그 민달팽이가?”

  제임스는 진심으로 싫은 표정을 했다. 해리는 내친김에 자기는 민달팽이 모임에도 초대받았다는 이야기까지 해주었다. 해리도 그 모임이 그다지 즐거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제임스가 보이는 반응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제임스가 ‘그 한심한 모임’ 이라고 이야기할 때 해리는 릴리도 거기 자주 초대받았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했지만, 그에 대해 더 알아가는 것은 제임스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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