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은 유학을 가게 됐다는 정국의 말을 듣고 난후 계속 멍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지민아.." 

언제왔는지도 모르게 태형이 지민의 곁에 다가왔다. 

" 너.. 괜찬아.? " 

...... 

" 얘기들었어.정국이.."

 "그래.."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 

" 헤어질꺼야?" 

" 그건 아닌데..." 

"그럼 뭘고민해. 정국이 출국 할때까지 하고싶은거 다하고 먹고싶은거 다먹고 후회없이 보낼수 있게 그렇게 하면 되잖아."

 ...... 

"정국이라고 맘이 편하겠어.? 너한테 얘기하기 힘들었을꺼야.." 

.... 

"정국이 앞날을 위해서라면 보내줘야지.. 2년만 있음 다시 온다며.. 다녀와서 다시 행복하게 보내면되지"

 "고마워 태형아.." 



지민이 며칠만에 정국을 찾아왔다. 

"정..국아..."

 "응. 지민아.." 

"미안해..."

 "너가 뭐가 미안해.." 

"너도 힘들었을텐데.. 투정부려서 미안해.."

 "아니야. 내가 미안하지. 옆에 못 있어주게 되서.." 

"정국아... 나 기다릴께.." 

"지민아....." 

"나 씩씩하게 잘 기다릴테니까. 너 출국하기전까지 두달 동안 우리 맛있는것도 먹고 하고싶은것도 다하고 행복하게..그렇게 보내자..." 

"지민아 고마워.." 

"사랑해" 

지민은 정국과 매일 매일 데이트했고 둘은 정국의 집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처음 한달동안은 서로만 바라보며 둘만의 시간을 보냈고 정국의 출국날짜가 가까워 질수록 정국은 주변 친구들과 약속이 점점 늘었다. 

"지민아. 오늘 동아리 친구들이 송별회해준다고 만나자고 하는데..  어떻하지?"

 "가봐야지. 니 송별회니까." 

" 미안해 지민아, 일찍들어올께 " 


. . . . . 점점 정국은 약속때문에 외출을 자주하게 되었고 술약속이 많다보니 점점 집에 들어오는 시간도 늦어졌다. 

그러다보니 지민은 텅빈 정국의 집에서 혼자 있게 되었고 정국이 점점 늦게 들어오다보니 항상 기다리다 지쳐 혼자 잠들곤했다. 


삐삐삐삑- 

새벽4시가 다되서야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정국이 집에 들어왔다. 

"이제와.?"

 "안잤어?" 

"왜이렇게 늦었어.." 

"친구만난다고 했자나."

 "..... 술 많이 마셨어? 전화도 안받고.." 

"내일 얘기하자. 피곤해."

 정국은 피곤하다는듯 옷만 갈아입고선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갔다. 

..... 

그런 정국을 보더니 지민이 따라나와 물었다.

 "왜 나와서자?" 

"술마셔서 술냄새 많이나." 

..... 

..... 

"그래서뭐.. 내가 싫다고 했어?" 

..... 

"술냄새난다고 내가 싫다고 했냐구. 왜 나랑 같이 안자고 혼자 나와서 그래. 나는 하루종일 너 오기만 기다렸는데."

 .....

 지민은 그동안 쌓인게 많은듯 쉬지않고 정국을 몰아세웠다. 

"텅빈집에서 종일 너만 기다리는 내심정 알아? 전화해도 전화도 안받고. 이젠 나는 생각도 안나? 왜 니생각만 해? 친구가 그렇게 중요.. " 

"아.. 박지민!!" 

갑작스런 정국의 고함에 지민이 움찔하며 말을 멈췄다. 

.... 

"그만좀해." 

......

 "나도 지친다" 

".....지친다고....? 지치는건 나야.. 벌써부터 내생각은 전혀 안하는데 유학 가버리고나면 내생각 나겠어? 난혼자 바보처럼 너만 바라보고 있을텐데.." 

..... 

"그냥 이쯤에서 그만두자..." 

지민이 말했다.

이번에도 정국은 지민을 잡지 않았고, 그렇게 또다시 정국과 지민은 이별했다. 









정국과 지민이 헤어진지 2주정도가 지났고 서로 연락 한번 없이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지민아. 내일 정국이 출국한다는데.. 진짜 이대로 보낼꺼야?" 

무표정으로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위태로워 보이는 지민을 보다 안쓰러운 태형이 지민에게 물었다. 

"정국이가 나때문에 지친대..."

 ..... 

"나때문에 정국이가 힘들어하잖아.." 

"넌? 넌 안힘들어?" 

..... 

"왜 정국이 생각만하고 니생각은안해. 너도 힘들잖아. 이대로 정국이 보내면 후회안해?"

 "보고싶어 전정국.." 

"이따 8시에 과에서 정국이 마지막 송별회한대. 나와서 정국이 얼굴이라도봐. 이제 언제볼지 모르잖아."

 과모임.. 같은과도 아닌데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지만 더이상 망설일수가 없었다. 

어쩌면 정말 마지막일수도 있는 정국의 얼굴을 꼭봐야겠기에 남들의 시선까지 신경쓸수 없었다. 

어느덧 8시가 다되어가고 지민은 태형이 얘기해준 술집으로 향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술집에 들어서니 역시나 의아해하며 지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중 유일하게 한사람. 정국만은 지민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고, 태형이 지민의 손을 잡아 끌어 정국이 앉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정국은 바로 눈앞에 앉은 지민을 무시했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서로 말도 안하고 쳐다도 보지 않는 둘을 한참을 지켜보다 태형이 정국을 향해 말했다.

 "정국아. 지민이 왔잖아."

 "무슨 상관이야. 내가 부른거 아닌데."

 지민은 정국의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태형이 너가 데려온거아냐? 너가 알아서해"

 ..... 지민은 가슴이 미어질듯 아팠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오늘이 아니면 이제 정국을 볼수 없었기에 눈물을 꾹참고 버텼다.

 정국의 얼굴을 보려고 온건데 정국의 말에 더더욱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고 지민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채 애꿋은 바닥만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하아..

정국은 그런 지민을 노려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도 수근거리며 지민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왜 여기까지 와서 저런꼴을 당하고 저러고 있는거야.' 


"나 먼저 간다." 

정국은 화를 내듯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지민은 참았던 눈물이 터져 그자리에서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정국을 쫓아갈수도 없었고 그자리에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까지 된걸까.. 며칠전까지만해도 행복했는데.. 

서로가 곁에 있어서 행복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서로가 아프게만 느껴진다. 

붙잡고 싶어서 나온건데. 말조차 꺼낼수가 없었다.

이토록 차갑게 변한 정국이 너무 낯설고 무서웠다. 


다음날 정국은 그대로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지민아.. 정국이 좀전에 비행기 탔다더라.."

 ..... 

"너..괜찬아?"

 ........

"어디야? 내가 갈까..?" 

"아니야 태형아. 나 좀 혼자있고 싶어서.. 신경써줘서 고마워. " 

"고맙긴. 친구끼리.너무 힘들어하지마.." 

"응..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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