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08.

*주문한 LP 
-Portishead [Roseland NYC Live]
-Sebadoh [Bakesale]
(라보엔드)

-David Bowie [Legacy]
-My Bloody Valentine [m b v]
(레코드스톡)

-Vladimir Horowitz [Horowitz In Hamburg: The Last Concert]
-Jim O'Rourke [Simple Songs]
(메타복스)

-New Order [NOMC15]
-Helado Negro [This Is How You Smile]
(알라딘)

-Big Thief [U.F.O.F.]
-My Bloody Valentine [loveless]
(예스24) 

*주문 취소된 LP
-Sebadoh [Bakesale]
(라보엔드, 재고 부족)

간밤에 원고 쓰다가, 정확히 말하면 원고 쓰려고 노력하다가 갑자기 폭주해서 두다다다 주문해버렸다. 

-어제 나는 씨발 비용을 썼다. 씨발 비용이 뭔지 아는 사람? 
-일 하느라 스트레스 받아서 뭘 샀다는 거 아니에요?
-틀렸어. 일을 하기도 전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뭘 샀다는 거지.

근데 진짜 스트레스가 유해한 게 굳이 사지 않아도 될 것들까지 꾸역꾸역 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 레코드숍에서 전화 와서 세바도 앨범(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이 재고가 없다고 부분 취소하고 포티셰드만 배송료 없이 보내준다고 아싸 개이득... 

그러다 오후에 예스24에 big thief 재입고 되었다는 알림이 떠서 들어가보니 그것 말고도 이것저것 들어온 것 같았다. 마블발 [loveless]도 예약판매를 하고 있고! [m b v]를 산 건 [loveless]가 없어서인데 이러면 살 필요가 없잖아? 그래서 레코드스톡에 주문 취소를 요청했지만 이미 발송되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지. [m b v]도 예스24가 8천원이나 더 싸지만... 쿠폰 생각하면 만원 더 싼 거지만 어쩔 수 없지... 

결국 빅 씨프 [U.F.O.F.] 사면서 [loveless]도 추가 주문... 묻고 떠블로 가! 

그러고도 스트레스가 안 풀리는데 차마 뭘 더 살 수는 없어서 스포티파이에 락발라드 플레이리스트 만들었다. 'rock ballad is the new R&B'... 건잰로지즈 'November Rain'과 스키드로 'I Remeber You'로 시작하는... 

며칠 전에 알라딘에서 pet shop boys [acutally] 라이센스반 중고로 파는 사람 있어서 다른 건 뭐 파나 했는데 이런저런 중고반들이 엄청 많았다. 대부분 1.5만-2만원이었는데...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아무튼 스키드로 앨범도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연흔이 있고 재킷도 낡아서 7천원이라고 했다. 고민하다가 안 샀는데 이틀인가 후에 바로 팔린 게 자꾸 생각난다. 근데 LP의 세계도 은근 경쟁이 치열하구나. 그리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도 아닌 거 같은데 물량 자체가 워낙 적으니 경쟁이 되고 사재기가 되는 모양이다. 참 나... 

라이센스반의 매력은 역시 속지인 거 같다. [actually] 안에 있는 속지 사진이 자꾸 어른거려. 정체 모를 여성의 얼굴이 커다랗게 배경으로 있고 그 앞에 러닝셔츠 바람에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두 사람과 카피. "Neil 과 Chris, 그들의 영혼은...... 리얼하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만원 가치는 있는 거 아닌가. 표구해서 벽에 걸어두고 싶다... 


21.11.09.

며칠 만에 작업실 가니 쌓여 있는 택배 상자들. 모두 8개인데 7개는 책이고 1개가 알라딘 엘피 상자였다. 엘라도 네그로랑 뉴오더가 벌써 왔나? 했는데 예구한 라디오헤드 [Kid A Mnesia]였다. 3LP라더니 뭔가 두툼한 느낌. 여태까지 산 LP 중에 가장 비싼 거라 어쩐지 아까워서 뜯지 않았다. 

오늘 첫 번째 LP는 제프 버클리의 [Grace]. 다 품절이라 겨우 찾아서 샀는데, 사고 나니 내가 산 가격보다 훨씬 싸게 풀려서 약간 배가 아팠는데. 대체로 처음 풀렸을 때보다 한번 사라지고 다시 나올 때 가격이 올라가는 것 같다. 그러다 다시 대량으로 풀리면 전 가격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대량 수입과 소량 수입의 차이인 건가? 비치 보이스 [Pet Sounds]도 2만원대 중반이었는데 다 사라지고 이제는 4~6만원에 팔리고 있다. 어렵네.

앨범은 그냥 제프 버클리구나... [그레이스]구나... 같은 느낌. 어쩐지 LP로 들으면 엄청 어울릴 것 같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빈티지한 느낌이 들기보단 오히려 김이 빠지는 느낌? 프레싱의 문제인지 시스템의 문제(물론 이건 문제지만)인지 모르겠네. 다음으로 들은 클래시의 [London Calling]은 오히려 괜찮았다.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진 걸 수도 있고. 모르겠다... 

마블발 [m b v]도 들었다. 별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좋아? 특히 기타 소리. 특유의 퍼지한 소리 속에서 중간중간 약간 두텁게 들리는 미들톤의 기타 소리가 있는데 이게 너무 좋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자꾸 중음역대 소리가 좋아지네... 예전에 들었을 땐 그다지 좋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앨범인데. 한참 음악에 흥미를 잃을 때 나온 앨범이라 몇 번 안 듣기도 했고.

메타복스에서 짐 오루크 [심플 송즈]랑 호로비츠 [라스트 콘서트] 왔다. [라스트 콘서트]는 예전에 CD로 종종 듣던 앨범이고 [심플 송즈]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앨범인데(스트리밍 사이트에 없으니까) 듣기도 전부터 둘 다 사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재밌는 건 책이랑 달리 LP는 충동구매를 후회한 적이 (아직까지는) 없다. 비싸긴 LP가 더 비싼데.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도 있고. 아직 책만큼 많지 않아서 그런가? 그러니까 한계효용의 법칙, 뭐 그런 거...

아, 에어건 왔는데 생각보다 힘이 약해서 좀 실망했다. 그냥 먼지만 날리는 수준? 원래 먼지만 날리려고 산 게 맞긴 하지만... 문제는 큰 먼지만 날리고 작은 먼지는 잘 안 떨어지는데 날아갔던 먼지가 곧바로 다시 붙는다는 거다. 책은 먼지를 만들고 먼지는 LP의 적이다. 언젠가 책과 LP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날이 올까? 과연... 

포티셰드는 안 왔다. 내일 오겠지 뭐.


21.11.10.

어제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산 <레코드의 비밀> 읽다가 잠들었다. 기절하듯이. 레코드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마스터 레코드? 같은 걸로 주물을 만들어 물렁물렁한 상태의 비닐을 한 장 한 장 '찍어'내는 방식이라고. 그래서 먼저 프레싱된 음반 음질이 더 좋다고 한다. 아무래도 주물이 쨍쨍하고 이물질도 덜 묻어 있어서? 충분히 그럴듯한 이야기인데 워낙 미신이 팽배한 곳이니 이런 이야기도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다. 이론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하면 그냥 그건... 불량 아닌가? 

요즘 기술이 더 좋아져서 옛날에 나온 LP보다 오히려 음질이 더 좋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초반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뭔지 단순히 상징성이나 희귀성 때문인지... 알면 알수록(잘 알지는 못하지만) 알쏭달쏭한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작업실 오자마자 환기부터 시키고 홈스타 먼지를 부탁해 꺼내서 탈탈 털고 물티슈로 닦았다. LP를 듣기 위해서... 약간 내가 쓰면서도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포티셰드 라이브 왔다. 2021년에 포티셰드라니. 그러니까 여기엔 어떤 시차가 있는 것 같다. 어떤 노래를 실시간으로 들었던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사이의 시차. 포티셰드를 실시간으로 듣지 않던 세대가 포티셰드를 재발견 할 수 있다. 그것은 쿨하거나 힙한 일일 것이다. 포티셰드를 실시간으로 들었던 세대(=나)가 포티셰드를 다시 들을 수 있다. 그것은 아저씨 being 아저씨 같은 일로 단순한 추억여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꼭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포티셰드 라이브는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짐 오루크 [심플 송즈] 틀었다. 소리는 그냥 그랬다. 누가 그랬더라? 음악이 아니라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불행해지는 것 같다고... 틀어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 딴 일 하다가 트위터에서 [하이 피델리티] 짤 봤다.

그러자 갑자기 자비스 코커 노래 생각남...

♪나는 내가 깊다고 말한 적 없어, 나는 아주 깊게 얄팍하지
♪내 지식의 부재는 광대하고, 내 지평은 좁다
♪난 내가 크다고 말한 적 없어, 똑똑하다고 말한 적도 없지
♪만약 네가 내 마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찾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영원히 기다려야 할 거야
♪영원히...... 

그리고 다시 거실로 나가 포티셰드 라이브 틀었다. 좋을 줄은 알았는데 틀자마자 좋을 줄은 몰랐고, 딱 첫 음 나오는데 곧바로 슬롬 페이스가 되어버렸다.

뭐 추억여행? 고작 그런 말로 치부하기에는 이건 너무 압도적인 사운드잖아... 취소 취소 취소...  

저녁에 알라딘 택배 왔다고 문자와서 현관문을 여니 아마존 택배가 소리도 없이 함께 와 있었다. 블컨뉴로는 아직이고 맷 버닝거만. 포티셰드 끝나고 바로 틀었는데 최근에 많이 들은 앨범이라 그런지 음원이랑 다르다는 게 확 느껴졌다. 훨씬 공간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이게 음원의 차이인지 시스템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기분의 차이는 확실하고... 

어제 <레코드의 비밀>에서 본 황당한 내용이 자꾸 생각나서 트위터에 올렸다. 

CD로 녹음된 교향곡 듣다가 어떤 파트에서 바순이 반음 낮은 음을 내서 뭐지?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며 같은 녹음의 LP를 들었는데 거기엔 정확한 음이 녹음되어 있었다고 말하자면 녹음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딱 떨어지지 않는 값이 버림 되어서 반음 낮게 기록된 거라는데 그럴 수 있나??
오후 7:04 · 2021년 11월 10일

누군가 반박해주기를 기다렸는데 아무도 답멘션을 달거나 인용RT를 하지는 않았다. 누군가 알티를 하고 그냥 트윗 올리긴 했다. 그럴 수 없다고, 말도 안 된다고.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책에 대놓고 너무 당당하게 써놓으니까 혹시나 했지 뭐야(책에 나오는 말은 일단 믿고 보는 사람)...

근데 진짜 오디오 세계에 신화(바르트적인 의미에서) 너무 많고 그럴듯해서 자칫하면 혹할 수 있는 것도 너무 많다. 진짜 누가 책으로 쓰면 좋겠는데

1. 미스버스팅: 미신 타파의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정확한 근거와 실험을 통해 반박하는 내용
2. 인류학적.사회학적 관점에서: 오디오파일들의 신화 체계를 분석함으로써... 
(*이 일기를 옮기는 지금 시점에서 덧붙이자면 2의 관점에서 접근한 논문은 존재한다. '소리를 찾는 사람들-오디오 애호가의 위세경쟁, 소비의례, 시장윤리'(채주헌) 아직 읽지는 못했다...) 

사실 이 일기를 쓰면서 두 가지 접근을 모두 생각해보긴 했다. 지금은 비록 일종의 가계부가 되어버렸지만... 만성적자의... 

갑자기 포스타입 가입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생각만하지 말고 일단 뭐라도 올리면 다음으로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어떤 독지가가 네가 원하는 소리도 탐구해보고 미신도 타파해보라며 거액의 '연구금'을 쾌척할 수도 있고... 와이 낫?

집에 돌아와서 <레코드의 비밀> 마저 읽는데 LP(=바이닐)의 단점이 끝으로 갈수록 소리골이 짧아져서 음질이 나빠지는 거라는데 이해가 잘 안 되네... 소리골의 길이는 음질이 아니라 시간이랑 관계 있는 거 아닌지? 그러니까 음반 바깥 쪽의 지름이 10이라면 (음질이 아니라) 시간이 10만큼인 소리를 담을 수 있고, 음반 안쪽의 지름이 3이라면 (역시 음질이 아니라) 시간이 3만큼인 소리를 담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끝부분으로 갈수록 화려해지는 라벨의 음악을 녹음하면서 어떤 레이블에서 역발상으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다시 말해 짧은 데서 긴 데러 재생되는 판을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만약 그렇다면 B면으로 바꾸자마자 소리가 좋아져서 깜짝 놀라는 B사이드의 마법(나 혼자만 그렇게 부르는)이 설명되긴 하는데... 그러니까 A면 마지막의 짧은 소리골의 열화된 음질을 듣다가 곧바로 B면 첫번째의 긴 소리골의 좋은 음질을 들으니 상대적으로 음질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그 말이 맞다면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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