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혈질이라 싸우다가 콱 꼴받으면 이럴 거면 나랑 왜 사귀냐?! 헤어져!를 입에 달고사는 대만과 사귀는 10년 동안 박 터지게 싸우며 벼라별 말 다 했지만 곧 죽어도 헤어지자는 말은 절대 안 해온 태섭이로 태섭대만 보고자프다 

또 대만이가 홧김에 헤어져!!! 해놓고 몇 시간 만에 화해하고 둘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대만이가 북북 머리 긁으면서 머쓱하게 ...야. 근데 넌 왜 화가 나도 헤어지자고 말을 안 해? 하고 물으면 좋겠다. 태섭이 어이 없어하며 그걸 10년 만에 물어봐요? 하는데 대만이가 민망해하면서 아니.. 내가 너보다 나이도 많은데 너무 어린애처럼 구나 싶어서. 하는데 태섭이가 픽 웃으면서 하루이틀이에요? 내가 형 성격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하고 갑자기 얼굴 어두워지더니 잠시 침묵하다가 ...나한테는 저주가 걸려 있어요 마음에 없는 모진 말을 하면 반드시 이루어져요. 하는 거. 

그럼 대만이가 푸하하! 웃으면서 말이 되냐? 하고 태섭이 머리 마구 헝클이면서 이런 거 보면 애는 애다! 하는데 태섭이가 쒹쒹대면서 아 진짜! 우리 한 살 밖에 차이 안 나거든요?! 그리고 진짜예요! 하면서 티격태격하고 분위기 좋게 마무리되는데 어느 날 미국에서 귀국한 태섭이랑 석 달 만에 만나서 짧은 휴가 7일 동안 잘 보내놓고 막상 태섭이 돌려보내는 공항에서 서운하고 쓸쓸하고 안 갔으면 좋겠고.. 또 애처럼 그러는 자기 자신에 화도 나고 이런저런 감정에 복잡해진 대만이 태섭이한테 사사건건 툴툴대고 틱틱대가 싸우는 거 보고 싶다.. 

사람들이 쳐다보는데도 아랑곳 않고 왁왁 싸우다가 대만이가 또 울컥해서 너는 왔다가 가면 그만이지! 여기 남는 내 심정은 생각도 안 하지! 혼자 남아서 다음엔 또 언제 다시 만날까 기약도 없이 기다리는 내 심정을 알기나 해?! 얼굴도 못 보고 떠나간 주인 기다리는 개처럼! 매일매일 이제나저제나 너 돌아올까 전전긍긍..! 얼마나 비참하고 괴로운 줄 알아?! 롱디 진짜 못해먹겠다, 송태섭. 이럴 거면 우리 헤어져! 더이상 너 기다리는 거 못해먹겠어. 하고 픽 토라지는데 절대로 진심은 아님. 태섭도 진심 아니라는 거 너무 잘 알고 있음. 말 뱉어내고 대만이도 얼굴 확 붉히며 민망해 함. 또 떼써버렸다.. 하고. 

이렇게 말한다고 태섭이가 오케이, 안 갈게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왕 보내주는 거 좋게 보내주면 좋을 텐데 이번에 가면 또 언제 귀국할 지도 모르는데 몇 달을 기억해야할 마지막을 이딴 식으로.. 하고 대만이 자괴감에 빠짐. 그래도 태섭이가 자기 달래주면 좋겠고 알겠어요, 또 금방 올게. 하고 안아서 토닥토닥해주면 좋겠구.. 그냥 그런 건데 웬일로 태섭이가 꿈쩍도 안 함. 

대만이가 슬쩍 태섭이 보는데 태섭이 고개 푹 숙인 채로 가만히 있다가 하... 하고 한숨 쉬고서 고개 쳐드는데 대만이 심장이 덜컥 내려앉음. 무언가를 다 소진해버린 지치고 텅 빈 표정.. 태섭이 대만이를 보는데 대만이가 아니라 어디 다른 곳을 응시하는 느낌임. 아, 이건 아니다 싶어진 대만이가 태... 섭아. 하고 부르는데 태섭이가 ...내가 그래서 미국 안 가겠다 했지 하고 입 여는 거. 

대만이가 움찔! 하는데 태섭이가 쭉 말 쏟아냄. 내가 미국 안 가겠다고 할 때 무조건 가야한다고 몇 주를 설득한 사람이 형이었어요. 내가 그럼 형도 미국 같이 와달라고 했더니 어떻게 다 버리고 너 하나 따라 홀랑 가버리냐고 크게 웃으면서 거절해버린 것도 형이고. 잘 다녀오라고 해준 것도 형이야. 그런데 나보고 지금... 이기적이라고 하는 거예요? 진짜 이기적인 게 누군데? 여기 형이 나 없이 있으면 나도 미국에서 형 없이 지내요. 매일 형만 생각하고, 형이 보고 싶고, 외로워서 가끔은 눈물도 나요. 형은 여기 나 빼고 다 있지. 나는 미국에 나 말고 아무것도 없어요. 거기다가 형마저 없어. ...형마저 없다고. 그런데 내가 이기적이라고? 내가 날 위해서, 나만 생각하느라 형 버리고 미국에 갔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이럴 거면 처음에 안 갔다고 했을 때 가라고나 하지 말지. 맘에도 없는 말이었으면 몇 주나 설득하지나 말지... 나 진짜 형이 나 미국 가는 걸 원하는 줄 알고 그랬잖아. 형이 내가 더 성장하는 걸 보고 싶다는 게 진심인 줄 알았다고. ......알겠어요. 우린 여기까지인가 보네. 헤어져요. 

하고 돌아서서 대만이가 송태섭...!! 하고 부르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출국 게이트 통과해버림. 덩그러니 공항에 혼자 남은 대만이는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단 걸 깨닫고 한참동안 꼼짝도 하지 못함. 그리고 정말로 태섭은 미국으로 돌아간 뒤 모든 연락을 끊는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조차 없었음. 

대만이랑은 칼 같이 연락 다 끊었는데 다른 북산 멤버즈랑은 다 연락하는 모양이었음. 대만이 혼자 안절부절 얘가 잘 지내는지 화난 건 어케 풀어줄지 어쩔 줄 몰라하다가 용기내서 전화 걸어도 대만이 번호면 절대로 전화도 안 받음. 공중전화 여기저기 옮겨가며 걸어도 귀신 같이 알고 안 받음. 

대만이 애가 타서 치수랑 준호한테 대신 전화 좀 걸어달라고 부탁하는데 니들 또 싸웠냐.. 하고 에휴 한숨 쉬더니 둘이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치수는 냉정하게 거절. 옆에서 웃던 준호도 사랑 싸움에는 끼기 싫어~ 하고 거절. 아니 사랑 싸움이 아니고 진짜 헤어지게 생겼다니까?! 하고 대만이 펄펄 뛰어도 뭘 했길래 송태섭이 이렇게까지 하냐 또 정대만 네 잘못이겠지. 하고 치수가 허를 찔러서 대만이도 암말도 못 하고 입 꾹 다뭄. 

결국 실패하고 백호한테까지 가는데 백호가 이야기 듣더니 만만쓰 실망이다 어른된 줄 알았는데 아직도 꼬맹이네? 고추도 아직 덜 큰 거 아니야? 하고 놀려서 대만이 바지 내릴 뻔하다가 꾹 참고 백호한테 전화 좀 걸어달라고 부탁함 그랬더니 백호가 난 무조건 섭섭쓰 편~ 하면서도 수화기 들면서 이 천재가 두 사람을 화해시켜주지! 천재의 능력으로! 화해시키기 천재! 으핳핳! 하면서 전화 검. 대만이도 수화기에 귀 딱 붙이고 숨 죽이는데 얼마 안 가서 태섭이가 헬로우 하는 소리가 들림. 

며칠 만에 듣는 태섭이 목소리에 대만이는 안심하는 동시에 또또 성질 못 죽이고 화가 울컥 남. 송태섭 이 새끼 아무렇지도 않네?! 그런데 그 다음 목소리에 후우... 하는 커다란 한숨이 끼어 있음. 백호가 섭섭쓰~! 나야! 하니까 어... 백호야. 하는데 아주 피곤함에 찌든 목소리임. 

대만이 태섭이 그 목소리 들으니 가슴이 울렁울렁 미쳐버릴 것 같음. 어디 아퍼?! 목소리가 왜 그래?! 소리가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데 일단은 꾹꾹 참음. 백호가 대충 이런저런 인사 나누고 아~ 이짜나~ 만만쓰가 섭섭쓰한테 할 말이 있대서~ 하는 순간 대만이 결국 못 참고 수화기 뺏어서 송태섭!! 하고 일갈함. 그랬더니 어라? 바로 뚜- 뚜- 뚜... 끊... 었어? 대만이 넋부랑자되는데 백호가 수화기 뺏어서 받아보고는 엥? 끊겼네? 하고 다시 검. 통화음 몇 번에 다시 받은 태섭. 백호가 섭섭쓰! 전화 갑자기 끊겼...! 하는데 태섭이가 하는 말이 들림.

백호야... 대만 선배 대신 전화 걸 거면 너도 나한테 전화하지 마. ..누, 눗? 나 네 전화는 받아줄 수 있는데 대만 선배 전화는 못 받아. 아니 안 받아. 다음부턴 이런 짓 하지 마. 으, 응... 미안해 섭섭쓰... 하고 전화 끊는 백호. 그리고는 대만이 돌아보며 미안한 얼굴로 ..미안해 만만쓰. 하는데 

대만이도 백호한테 몹쓸 짓했다 싶어 마음이 안 좋아짐. 백호 어깨 툭툭 두드리며 아냐 내가 미안하다 백호야. 후배한테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이나 보이고.. 아냐, 만만쓰... 위로할 필요 없어. 다신 이런 부탁 안 할게 태섭이랑 평소처럼 통화 잘 해. 하고는 백호가 밥 먹고 가라는데도 백호 집 나옴

진짜 끝인가? 진짜? 하고 대만이 터덜터덜 집으로 가는 동안 생각이 많아짐. 무려 10년. 고등학교 시절까지 합치면 그것보다 더 긴 세월 동안 태섭이가 없는 삶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음. 근데 그 기나긴 세월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 게 자기자신이라니 대만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가 없었음 

끝내도 이런 끝은 아니지. 좋은 선후배 사이로도 못 남게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러버렸는지 그제야 뼈저리게 깨달음. 이놈의 주둥이, 주둥이. 하고 대만은 자기 입을 퍽퍽 때리다가 또 깨달음. 애초에 태섭이랑 자기가 끝이 날 거란 상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앞으로 태섭이 없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지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음. 그런 인생은 원하지 않았음. 대만은 북산 멤버즈랑도 잠시 연락하지 않은 채 홀로 고뇌하는 시간에 돌입함. 시간을 거슬러거슬러 태섭과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곱씹다가 태섭이가 했던 말이 문득 뇌리를 스침. 자기한테 저주가 걸려있다는 말.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을 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 그 말이 대만이에게 그 순간 유일한 구원처럼 느껴졌음. 두문분출하던 대만은 그 길로 태섭이 있는 미국행 비행기 표를 끊는다. 

대만이가 어디로 가겠나 미국 도착하자마자 곧장 태섭하우스로 가는 대만. 설마 자기가 쫓아올 걸 예상하고 이사를 가진 않았겠지 조마조마한데 우편함 확인해보니 태섭이 글씨체로 song 이라고 쓰인 택이 보임 이사 안 갔구나.. 휴 안심하고 엘베 타고 올라가서 이번엔 열쇠 바꾼 게 아닐지 조마조마. 

다행히 태섭이가 미국 오며 대만이한테 준 스페어키도 잘 맞음 철컥 문 열고 들어가보니 온 집에서 태섭이 냄새가 남 온통 태섭이 흔적에 눈물이 핑 도는 대만 아 주책이다 먼저 헤어지자고 한 놈이. 하면서 팔뚝으로 슥슥 눈물 비벼 닦고 늘 하듯이 캐리어는 태섭이 침실 한구석에 넣어둠. 그리고 천천히 태섭이 집 둘러보는데 전에 왔을 때보다 더 많아진 잡지, 경기 녹화 비디오 빼고는 별로 바뀐 게 없음. 송태섭 그대로네.. 좀 잘 꾸미고 살지 하고 커피테이블에 던져진 잡지 대신 치워주다 형은 나 빼고 여기 다 있지 미국에는 나 말고 아무것도 없어요 란 말이 생각나며 뼈가 아리도록 아파짐 

일부러 집을 안 꾸미는 건가.. 하는 생각에 대만이는 또 짠해지고. 당장 훈련 중일 태섭이 홈구장 뛰어가고 싶은데 그러면 태섭이가 질색할 것 같아서 얌전히 집에서 기다리기로 함. 작은 2인용 소파에 앉아서 다리 덜덜 떨며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태섭이 돌아오기만 기다리는데 벽에 걸린 시계 초침 소리가 그렇게 거슬리는지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음. 

얼마나 지났을까 열쇠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림 대만이 벌떡! 일어났다가 어쩌지 마중 나가? 여기서 기다려? 다시 앉아? 서있어? 고민하는 중에 지친 얼굴에 태섭이가 거실로 들어옴. 앉지도 서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의 대만이 와, 왔냐 하는데 태섭이 놀라서 눈 크게 떴다가 이내 매정한 표정 짓더니 휙 몸 돌려 다시 나가려고 함 대만이가 얼른 뛰가서 태섭이 붙잡음 어디가 여기가 네 집인데. 그걸 아는 사람이 여길 와요? 태섭이 버럭 화를 냄 이젠 내가 내 집에서도 형 없이 편히 못 지내는 거예요? 대만이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음 

이거 놔요 태섭이가 팔 흔들어서 대만이 손길 확 뿌리침 돌아가요 호텔은 잡아줄게 어차피 내일이면 귀국할 비행기겠죠 그러자 대만이 입을 염 귀국 티켓 안 샀어 뭐? 편도야 대만이 눈썹 찌푸리며 태섭이 지그시 바라봄 너랑 결판 보기 전까지 안 돌아가 태섭이는 멍하게 대만이 보다가 얼굴 구기며 하! 하고 코웃음 침. 결판은 이미 났어요, 정대만 씨. 우리 헤어지기로 했잖아요. 그거 진심 아니잖아. 당신은 매번 진심이 아니니 쉽게쉽게 헤어지자는 말을 했겠죠. 난 아니에요. 난 그 말을 뱉게 되면 진심일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번에 말한 거예요. 태섭이 단호히 말함. 난 진심이에요. 

대만이는 말문이 막혀 버림. 이제 다시 태섭이 집을 둘러보니 자기 물건이 하나도 없음. 6개월, 1년에 한번 와도 늘 그 자리에 있던 자기 칫솔, 자기 전용 컵, 소파의 담요, 몇 번 오지도 않는 자신을 위해 태섭이 마련했던 무릎 찜질기.. 더 뒤져보면 자기 몫의 옷가지도 속옷도 잠옷도 다 없겠지 대만이가 더듬거리며 말함 진짜.. 나랑 헤어지고 싶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 건데요 태섭이가 냉정한 얼굴을 하며 대만을 차게 노려봄 우리 헤어졌어요 

대만이는 쿵, 하고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 듦.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끝낼 수 없잖아 우리가 어떻게 끝나 대만이가 떨리는 손 뻗어서 태섭이 손 잡아쥐는데 태섭이가 또 부리침 너무 매정하고 차가워서 대만이는 더 찢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 가슴이 또 찢어지고 찢어짐 묵묵하게 둘이 시선 돌린 채 서로 다른 곳 바라보고 있는데 대만이 다시 입을 염 너.. 절대 진심 아니야. 떨리는 목소리. 태섭이는 입술 꽉 깨물고 대꾸 안 함 

송태섭 거짓말하지 마. 네가 그랬지 넌 저주에 걸려있다고. 마음에도 없는 모진 말을 하면 반드시 이뤄진다고. 그거 징크스야? 대만의 말에 움찔하는 태섭.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꼼짝도 안 함. 대만이 그 모습을 지켜봄. 운동선수는 원래 징크스 한두 개 정도는 갖고 있으니까. 나도 있고. 하지만 징크스는 그냥 징크스일 뿐이야. 아뇨, 이루어지니까 징크스가 생기는 거예요 형도 잘 알 거 아니예요 태섭이 대만을 여전히 쳐다보지 않고 말함. 

하지만 대만은 고개를 저음. 징크스는 바보 같아. 지키면 지킬수록 더 견고해진다고. 징크스를 너무 믿으면 결국 그 징크스에 묻혀버려. 선배답지 않은 말을 하네요. 내 말이 맞잖아. 징스크 수십 개 가진 놈들이 농구 실력 최고인 거 봤어? 나쁜 선수일수록 징크스가 점점 많아지고 좋은 선수일수록 징크스가 사라져. 대만이가 그 순간 태섭이 손을 강하게 낚아챔 태섭이가 뿌리치려하지만 대만이가 필사적으로 붙듬 송태섭 너는 좋은 선수잖아 맘에 없는 네 모진 말, 나는 안 믿어 너 나랑 헤어지기 싫어 헛소리하지 마요 맞잖아 나도 너랑 헤어지기 싫어 닥쳐요 태섭이가 으르렁대며 대만이 노려보는데 순간 헉, 하고 숨을 들이킴 대만이가 당장이라도 눈물 쏟을 것 같은 얼굴로 애써 씩 웃고 있음 내가 네 그 징크스 깰래 

순간 태섭 가슴에서 무언가 크게 울렁거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몰려오며 뭐라 반박하려고 벌린 입술 새로 읏..!! 하는 울음 섞인 신음이 새어나옴. 태섭이 팔로 입 틀어막으며 휙 고개 돌림. 그러니까 대만이 태섭이를 와락 끌어안음. 태섭아 나 너랑 못 헤어진다 아 진짜… 태섭이는 결국 뜨거운 눈물을 주르륵 흘림. 대만이 어깨에 머리 툭 기댄 채러 태섭이가 힘겹게 입을 염. 우리 형.. 죽던 날.. 대만이는 태섭이 형이 죽은 걸 알고 있음 사귄 지 10년 되었으니까 하지만 바다에서 사고로 죽었단 이야기만 들었지 그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음 태섭이 말할리 없지 

태섭이 울음 삼키며 꾸역꾸역 말 이어감. 내가.. 배 타고 나가는 형한테.. 심술이 나서.. 나랑 같이 안 놀고 친구들이랑만 놀러간다고.. 화가 나서.. 그래버렸어요.. 다시, 다시는… 순간 끄윽..! 하며 눈물 삼킨 태섭이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함. 돌아오지 말라고.. 내가…! 순간 대만이 태섭이 품에 꽉 끌어안아줌. 숨도 못 쉴 정도로 아주 세게 꽉. 그러더니 태섭이 머리 쓰다듬으며 말함. 방금 네 징크스는 깨졌어. 그 말이 어찌나 구원 같던지. 어찌나 환한 위로이자 안심이 되던지. 태섭은 결국 대만 품에서 애처럼 오열하며 운다. 

정말…? 정말 내 탓이 아니었을까? 내가 그런 말을 해서…! 송태섭 징크스는 이제 없어. 깨졌어. 내가 깨버렸어. 대만은 그 말만 반복하며 태섭을 품에서 놓아주지 않음. 네 탓이 아니다 괜찮다 잊어버려라.. 이런 말은 대만은 하지 않았음. 태섭에겐 바로 대만이 해주는 그 말이 필요했음. 죄책감? 느낄 수 있어. 그런 말을 한 건 잘못이야. 하지만 이제 네 징크스는 통하지 않아. 두 번 다시는. 

그렇게 다시 사귀게 된 태섭대만. 그 후로는 아무리 빡 돌아도 대만은 절대 헤어지잔 말은 안 꺼냄ㅋㅋㅋ 그 말만은 피함 얼씨구 철 들었네 싶은데 한 반년 뒤에 태섭이 보러 다시 미국온 대만이랑 또 싸우다가 대만이가 하.. 진짜 롱디 못해먹겠다 해서 태섭이 이 인간이 버릇 못 버리고 또?! 하고 생각하는 순간 한쪽 무릎 꿇고 주머니에서 반지 꺼내 프로포즈하는 대만. 롱디 관두고 결혼하자 태섭아

태섭이는 놀래서 멍 때리다가 현실인 거 자각하고 오른손으로 눈 덮더니 아 진짜.. 아..아..! 하다가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하고 소리지름 대만이 오늘? 하고 눈 크게 뜨면 아니 그건 아니고.. 우물쭈물하다가 에이씨.. 하고 뒤통수 긁으면서 침실 들어가더니 침대 옆 협탁 서랍에 꽁꽁 숨겨둔 반지 케이스 꺼내옴 그리고 대만 앞에 멋없게 쭉 내밈 진짜.. 망했어 

대만이가 어?! 하면서 태섭이 내민 케이스 받아 열어보는데 벨벳 케이스도, 반지도 어째… 하루이틀 전에 산 물건이 아니다? 쓸데없이 이런 데서 예리하다니까 태섭이 입술 삐죽 내밀면 대만이가 전에 귀국 했을 때 주려고 샀었어? 근데 내가 성질내서 헤어지자고 하고 다시 가져갔어? 하니까 태섭이 음.. 하더니 아니 그보다 더 전에 샀어 함 언제. 더 전에. 그게 언제야 일 년 전? … 그럼 이년 전. ..아니 그럼 삼년 전?!  태섭이 대답 안 하는 거 보고 확신한 대만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침 넌 무슨 프로포즈를 삼년을 미루냐?! 그러는 형이야말로 무슨 싸우다가 프러포즈를 하냐?! 

둘 다 머쓱 분위기 어색뻘쭘하게 있다가 대만이가 머뭇대며 쑥스럽게 물음 왜.. 반지 샀을 때 바로 프로포즈 안 했어? 그러니까 태섭도 쑥스럽게 답함. 형 성격 내가 너무 잘 아니까. 내가 프로포즈하면 분명 앞뒤 안 재고 당장 결혼하자고 덤빌 테니.. 오래 고민해주길 바랬어요. 참나.. 대만이 헛웃음 터트리더니 태섭이가 준 반지 케이스에서 반지 꺼내서 태섭에게 내밈. 끼워줘. 

태섭이가 투덜대며 대만이 손에 반지 끼워주며 형이 사온 게 더 비싸고 좋은데 왜 굳이 내가 산 걸.. 하는데 대만이가 삼 년을 묵힌 건데 결혼하고 앞으로 삼 년은 이거 낄 거야 그 담에는 내가 사온 거 껴 함. 진짜… 못 이기겠다 하고 태섭도 피식 웃어버리고 대만이도 태섭이한테 반지 끼워주고는 둘이 반지 나눠낀 손 꼭잡음 대만이 아 잊어버릴 뻔했다 하고는 승낙의 키스. 하고는 태섭이한테 입 맞춤.  

끄읕!/태섭대만 징크스   


+ 아 사라진 대만이 물건들 대만이가 화해하고 삐죽대며 그걸 그새 다 버리냐.. 했더니 태섭이가 침대 밑에서 박스 꺼내며 차곡차곡 하나도 안 버린 거 보여주며 형이 다시 제자리로 돌려놔요 했다네요 대만이 싱글벙글하며 이거 여기 맞지?! 하고 다시 세팅함 (태섭: 아니 그거 거기 아니고 그 위에. 응, 맞아요. 아 그거는 거기 아니고 화장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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