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3.


쿄타니 켄타로 × 타나카 류노스케


-고양이-


"그래서.. 이걸 뭐 어쩌라고?"

"이거가 아니라 고양이. 키워."


 다짜고짜 찾아온 쿄타니가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내민 것은 쿄타니의 품 안에서 몸을 동그르르 말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새끼 고양이었다. 대뜸 '키워'라고 말해오지만 타나카가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고양이만 바라보고 있자 혀를 찬 쿄타니는 현관문을 비집고 들어가 타나카의 품에 고양이를 냅다 안겨다준다. 밖에는 비라도 오는지 고양이와 쿄타니 둘다 물에 흠뻑 젖은 상태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수건 가져다 줄테니 얘 좀 안고 있어봐. 이대로 들어왔다간 내가 누나한테 혼난다고!"


 커다란 수건 두 장을 가지고 다시 나타난 타나카는 하나는 쿄타니의 머리 위에 씌워주고 고양이를 데려가 수건으로 꼼꼼히 닦아주었다. 사람의 손에 익숙한 듯 별로 반항도 하지 않고 오히려 타나카의 손길에 그릉그릉 거리며 얼굴을 부벼오는게 퍽이나 귀엽다.

 타나카에게 빌린 옷을 다 갈아입고 등을 침대에 기대어 앉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쿄타니는 타나카의 옆으로 가 어깨에 얼굴을 묻어왔다. 방금 전 고양이가 타나카의 손에 얼굴을 부볐던 것처럼 애교부리듯 부비적대었다.


"뭐냐? 머리나 제대로 말리고 와. 아직도 젖어있구만."

"고양이 길러. 그 쓰레기더미에서 혼자 있더라."


남에게 뭘 부탁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자신에게 고양이를 키우라니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꼭 가지 같은거만 데리고 오더라니. 가끔가다 길 잃은 강아지나 상처입은 까마귀 등 타나카의 집이 동물병원이라도 되는 냥 별의 별 동물들을 데리고 와서 괜히 신경쓰게 만들기 일쑤였다. 그래도 이번에는 밖에 비도 오고 고양이도 어려보여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에 잠시 데리고 있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집에는 타나카 혼자만이 사는 게 아니어서 혼자 결정할 수는 없었다.


"미안하지만 못 길러. 내가 기른다고 해서 누나가 허락할리도 없고 내가 잘 기를거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너 네 후배들은 잘 돌보잖아."

"그게 돌보는거냐. 걔들은 알아서도 잘해. 가끔 도가 지나쳐서 말릴 뿐이지."

"길러. 가엽잖아."

"그니까 누나 허락을 받아야 한다니까."


 쿄타니가 강제적으로 무작정 막 밀어붙여오며 명령하는 거였다면 택도 없다며 거절했을텐데 오늘은 등 뒤에서 얌전히 타나카를 안으며 나지막하게 부탁해오자 타나카는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고선 품 안의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것이 꼭 쿄타니를 닮은 듯 해서 마냥 귀엽게만 느껴진다. 눈도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이 쿄타니가 고양이가 된다면 딱 이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타나카가 고양이를 기르겠다는 말을 할깨까지는 떨어질 생각이 없는 것인지 뒤에서 가만히 안고만 있는 쿄타니를 보며 한숨을 내쉬며 손을 올려 머릴 쓰다듬어 주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쳐온다.


"안 그래도 누나가 너 별로 안 좋아하는데 똑 닮은 고양이 기르자고 하면 허락하겠냐. 네가 데려가."

"안돼.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어."

"아 정말. 그럼 누나 오면 물어볼게."

"어. 착하다."


 요즘들어 자신의 말에 긍정의 뜻을 보이면 쿄타니는 타나카를 아이 취급하듯 칭찬을 해와서 다소 난감하기도 하면서 떨떠름해지게 만들었다. 그야 기분이 나쁘기도 했었지만 처음 칭찬할 때 오히려 쿄타니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걸 본 뒤로는 칭찬해주면 잠자코 듣기만 하며 같이 홍조를 띈 채 그러무마 넘어간다.

 계속 착하다, 이쁘다 를 반복해서 말하는 쿄타니의 품에 안겨 묘한 기분이 들던 타나카는 품 안의 고양이가 자신의 겨드랑이에 고개를 파묻고 잠에 빠져들자 자신도 잠이 오는 것만 같아 스르륵 눈을 감았다.

 갑자기 고개를 아래로 휙 떨구는 타나카에 놀란 쿄타니가 재빨리 고개를 자신에게 기대게 하자 작게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타나카의 얼굴이 보인다. 턱을 만져주자 움찔거리며 신음을 내는게 영락없는 고양이인데 누구보고 고양이와 닮았다는 건지. 짧기만한 머리 정수리에 입술을 눌러 도장을 꾹 찍은 쿄타니는 양 볼과 콧등, 미간, 이마, 턱 등 얼굴 여기저기를 단순히 입술로 도장 찍듯 꾹꾹 누르기만 하는 담백한 뽀뽀를 해대다가 어느 새 깨어 작고 동그란 금빛눈으로 자신을 바라봐오는 작은 고양이에게 낮게 으르렁거렸다.


"네가 귀여워서 키우라고 한거지만 내꺼 넘보지마라."


주 본진 하이큐 쿄타나, 쿠로다이 타나카 류노스케, 쿄타니 켄타로 그 외 입맛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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