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53

written by 휴위





캐쥬얼한 복장의 윤기가 이제 12개월 된 희망과 윤호를 쌍둥이용 유모차에 차례차례 태웠다. 아기 침대에서 둘이 딱 붙어 있던 걸 잠깐 떼어놓았을 뿐인데, 윤호가 울상을 지으며 울려 했다.

“흐에에…… 혀아…….”

“알았어, 알았어. 형아 손 여기.”

윤기는 서둘러 희망의 자그마한 손을 윤호의 손바닥에 올려주었고, 윤호는 희망의 손을 꼭 잡더니 울상 짓던 얼굴이 평온하게 돌아왔다.

“윤호야, 그렇게 희망이 형아가 좋아? 응?”

윤호는 언제 울상이었느냐는 듯이 뚱한 무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동생 손에 잡힌 희망은 윤호와 대조될 정도로 해맑은 얼굴로 방싯 웃고 있었다.

“귀여워.”

윤기는 희망을 보며 웃었다. 쌍둥이의 얼굴은 윤기와 판박이였지만, 무표정인 윤호와 달리 유독 잘 웃는 희망의 얼굴은 호석을 연상케 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자신은 희망에게 애정이 더 가는 듯했다.

“그럼 나가볼까?”

윤기가 쌍둥이용 유모차를 밀며 아기방에서 나오며 호석을 불렀다.

“호바, 준비됐어?”

“네, 이제 가요.”

윤기의 부름에 이제 막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호석이 머리를 매만지며 드레스룸에서 나왔다. 윤기와 쌍둥이가 입은 옷의 디자인과 똑같은, 그야말로 커플룩이었다.

“와…….”

호석이 나오자마자 윤기의 걸음이 멈추고 눈이 동그래지며 입이 벌어졌다.

“왜 그래요?”

호석은 의아해하며 유모차로 다가와 아기들의 얼굴을 확인했고, 윤기는 빙그레 웃으면서 호석의 등 뒤에서 허리를 두 팔에 안았다.

“새삼…… 우리 호비 너무 예뻐서.”

“가, 갑자기? 똑같은 옷인데?”

하반신과 상반신이 밀착하는 바람에 호석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래서 더 이쁜 듯. 내 아내, 내 사람이라는 느낌이 확 느껴진달까. 앞으로 밖에 나갈 땐 커플룩으로만 입자. 우리 꼬물들이랑 똑같이. 너무 좋다.”

윤기가 호석의 목덜미에 쪽, 소리 내며 키스하자 얼굴이 달아오르는 호석이었다.

“느, 늦겠어요. 빨리 가요.”

이러다가 침대에서 일을 치를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서둘러 윤기를 밀치고 도망치듯이 침실을 벗어났다.

“호바, 같이 가~”

윤기는 빨개진 호석의 목덜미를 보곤 싱글벙글 웃더니 유모차를 밀며 곧장 뒤따랐다.

오늘은 모처럼 한가로운 주말이었기에 두 사람, 아니 소공작 부부와 쌍둥이는 백화점에서 쇼핑하기로 했다.

사용인들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오니 운전기사가 SUV를 코앞에 주차하고 스마트 키를 윤기에게 공손하게 두 손으로 내밀었다.

윤기는 고맙다고 인사하곤 스마트키를 받았다. 뒷좌석의 카시트에 쌍둥이들을 차례차례 앉히며 안전벨트를 채웠다.

“잘 다녀오십시오. 소공작님, 작은 마님.”

운전기사가 유모차를 접어서 트렁크에 넣고 배웅했다.

윤기가 조수석을 열어주자 호석은 익숙하다는 듯이 조수석에 앉았다. 윤기가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와 앉고 옆자리를 확인했다. 호석은 안전밸트를 착용하는 것도 잊고 지민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윤기는 출발 전에 호석에게 몸을 기울여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예고도 없이 가까이 다가와 얼굴이 닿을락 말락 하자, 호석이 움찔하며 메시지를 보내는 손을 멈췄다.

“왜 그렇게 놀라?”

셀 수도 없이 살을 섞고 사랑을 나누고 아기까지 낳고 할 거 다한 부부 사이임에도, 여전히 제 행동에 호석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곤 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윤기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피식 웃었다. 

“가, 갑자기 훅 들어오니까 그러ㅂ…….”

맞닿은 입술에 호석이 눈을 꼭 감았다. 핸드폰을 쥔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윤기와 키스할 때마다 콩닥콩닥 심장이 뛰었다. 여전히 신혼인 것처럼 윤기의 모든 행동에 설레서 견딜 수가 없었다.

유리는 까맣게 선팅되어 있기에 밖에선 차량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윤기는 입술 틈을 벌려 혀로 호석의 치아를 훑으며 톡톡 두드렸지만, 호석은 꾹 다문 채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을 비롯해 전신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함뜨할라.’

윤기의 섹텐은 언제 터질지 예측 불가였다. 언제나 호석을 향한 사랑과 정력이 넘쳐흘렀기 때문이었다.

윤기가 고개를 틀며 쪽쪽 소리를 내고 야한 고양이처럼 호석의 입술을 핥으며 유혹해도 호석은 눈을 꼭 감고 완강하게 입술을 꾹 다물었다. 결국, 심통이 난 표정으로 입술을 뗄 수밖에 없는 윤기였다.

“호바, 나랑 키스 안 할 거야?”

그제야 눈을 뜬 호석이 시선을 피해 창밖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한다.

“쇼, 쇼핑 갔다 와서 해요. 사용인분들 계속 서 계시잖아요. 얼른 가요.”

사용인들은 차량이 떠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흐응~ 쇼핑 갔다 와서?”

“…….”

목소리에 느껴지는 음흉함에 호석이 움찔하며 윤기와 시선을 마주했다. 아무래도 또 제 무덤을 판 게 아닌가 싶었다. 

“호바, 무르기 없기다. 알지?”

윤기는 호석의 붉어진 얼굴과 목덜미, 귓불, 대답에 만족했는지 씩 웃으며 바로 앉으며 자신도 안전밸트를 착용했다. 스마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부드럽게 출발했다.

“아, 진짜……. 형, 엉큼해. 변태.”

또 당했어. 얄미워.

윤기는 왼손으로 핸들을, 오른손으론 호석의 왼손을 꼭 잡으며 동굴 입을 보이며 웃었다. 호석에게 어떤 말을 들어도 싱글벙글했다.

쌍둥이들은 뒷좌석에서 엄마 아빠의 꽁냥꽁냥한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기저귀에 볼일을 보거나 배가 고프거나 잠이 오지 않는 한 칭얼거리지도 않고 무척이나 얌전했다.

윤기는 백미러로 흘끔흘끔 뒷좌석에 앉은 쌍둥이를 보았다. 희망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윤호가 시야에 들어왔다.

“윤호가 희망일 너무 좋아하는데? 떨어질 생각을 안 해. 손을 계속 붙잡고 있어.”

윤기의 말에 호석도 뒤를 돌아보았다. 윤호가 여봐란듯이 희망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게 너무 귀여웠다.

“형아 껌딱지야. 아빠, 엄마, 빠빠, 까까, 혀아. 다섯 단어나 할 줄 안다니 대단한 거 같아.”

“희망이보다 말을 더 잘해서 깜짝 놀랐어.”

“그래봤자 아기지만.”

윤호가 몇 분 차이로 동생이 되었지만, 희망보다 말을 더 빨리, 잘했다. 희망이 아직 아빠, 엄마, 밥만 말한다면 윤호는 과자, 형아까지 무려 다섯 개나 할 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희망을 무척이나 챙기며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잠을 자든, 외출하든, 어디 있든, 어떤 상황이든 항상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손을 놓으면 그 즉시 울상이 되었다.

‘얼굴뿐 아니라 성격도 날 닮은 듯.’

호석바라기인 저를 닮은 듯한 둘째의 모습에 어쩐지 뿌듯함을 느끼는 윤기였다.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구경하는 평범한 쇼핑이라고 생각했던 호석은 제가 사는 세상이 다른 세상임을, 제가 결혼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최고 기업인 송월그룹의 후계자이자 소공작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백화점에 도착하자 발레 파킹부터 시작하여 은밀한 곳에 숨겨진 VVIP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편하게 올라가더니 퍼스널 쇼퍼들이 대기 중인 VVIP 라운지의 퍼스널 쇼퍼룸으로 들어왔다. 출입문에 공작가의 전용 공간임을 알려주듯이 ‘송월그룹’ 이름 넉 자가 새겨진 황금 명패가 달려 있었다.

호석은 처음 본 호화로운 서비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친인 최 여사가 사돈인 임 여사와 절친이 되어 백화점 나들이 자주 갔었고, VVIP 라운지 이용 후기를 익히 들어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경험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의 데이트는 호석의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실현하는 것이었다. 첫 연애인지라 버킷 리스트가 엄청나게 많았지만, 그중에 백화점 VVIP 라운지 나들이나 쇼핑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호석의 쇼핑은 백화점이 아닌 대형마트를 애용했으니까. 백화점은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자 자식 옷은 제가 입는 것보다 더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부모 마음이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백화점에 왔는데, 설마 VVIP 쇼퍼룸으로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호석이었다.

32평 정도의 너른 쇼퍼룸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가구, 오브제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윤기가 미리 연락한 덕에 한쪽에는 아기용품들이, 맞은편에는 성인 사이즈의 명품 옷들이 즐비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소파 앞에 놓인 테이블에는 디저트 가게에 온 것처럼 음료와 먹기 좋은 예쁜 스위츠들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가득 차려져 있었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소공작을 위한 것이었다.

호석의 시선은 옷보다 테이블 위의 달콤한 스위츠들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걸 눈치채지 못할 윤기가 아니었다.

“호바, 일단 배 좀 채우고 쇼핑할까?”

“그럴까요!?”

그 말을 너무나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호석이었고, 윤기는 쿡쿡 웃으며 호석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유모차를 끌고 와 옆에 세워 두었다.

“엄마가 배가 불러야 기분 좋아서 우리 귀여운 꼬물이들 옷 예쁜 거 골라주지 않겠어?”

“배, 안 불러도 예쁜 거 골라줄 거거든요?”

“하하. 추천하는 거는 이거. 몽블랑 쇼트 케이크. 밤 크림이 올려져 있는데 맛있어.”

윤기는 커다란 손과 대비되는 작은 케이크를 들어 호석의 입가에 내밀었다.

호석은 퍼스널 쇼퍼들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다가 윤기의 웃는 얼굴에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한입 베어먹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밤 맛에 호석의 눈이 동그래졌다.

“맛있지?”

“네!”

윤기가 웃으면서 호석이 베어먹고 남은 부분을 먹고는, 새로운 케이크를 집어 호석의 입에 내밀었다.

“레몬 케이크도 상큼하다? 안 먹으면 후회해.”

그 말에 호석은 자동으로 입을 벌려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먹었다.

“그치?”

호석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오물오물 씹으면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윤기가 입 동굴을 만들며 웃고는 쌍둥이들의 볼을 톡톡 만지며 말을 걸었다.

“얘들아, 엄마가 맛있는 거 먹어서 기분 좋은가 봐. 예쁜 거 많이 골라줄 테니까 기다려, 알겠지?”

호석을 향한 윤기의 다정한 웃음과 쌍둥이를 대하는 상냥한 미소에 앞에서 대기하던 퍼스널 쇼퍼들이 충격을 받은 것처럼 굳었다. 그들은 너무나 놀라고 있었다.

준연예인이나 다름없는 송월그룹의 소공작이 입덧하고 웃을 정도로 아내 사랑이 지극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절대 웃지 않는 얼음 같은 소공작이 웃는 날이 제2의 창립기념일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로 언론이나 매체에서 보인 윤기는 무표정의 냉미남 그 자체였다.

공작가의 퍼스널 쇼퍼로 꽤 긴 시간을 일해왔음에도 윤기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아내와 아들들을 향해 무장 해제되어 무해하게 웃는 그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윤기의 웃음은 그야말로 레어 중의 레어였으며, 이 귀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수 없는 게 너무너무 아쉬울 정도였다.

“까, 까~”

엄마 아빠가 맛있게 먹는 게 부러웠는지 빈손을 흔들며 과자를 달라고 말하는 윤호였다.

“윤호도 먹고 싶은가 봐요. 조금 줄까?”

“안 돼, 꼬물이들이 먹기엔 너무 달아. 아기 과자 챙겨왔으니 그거 주면 돼.”

윤기는 육아 만렙처럼 유모차에 달린 가방을 열었다. 잠깐 외출하더라도 쌍둥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야무지게 챙긴 윤기였다.

가방에서 윤호의 최애 과자인 유기농 아기 과자 떡뻥을 꺼내서 지퍼를 열어 과자 하나를 집어 윤호의 입에 하나 넣어주었다. 그러나 윤호는 자그마한 빈손으로 제 입에 든 과자를 쥐고는 몸을 돌려 옆에 있는 희망의 입에 갖다 댔다.

“까까.”

그러자 희망은 방싯 웃으면서 입을 벌려 과자를 먹었다. 희망을 알뜰히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마치 형 같았다. 쇼퍼들은 그 장면을 보며 기특하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렇게 형아가 좋아? 형아는 이따가 줄 거였는데.”

윤기는 떡뻥 하나를 또 꺼내 윤호 입에 내밀었고 윤호는 또 손으로 받아 제 입에 넣었다. 스스로 할 줄 아는 건 야무지게 스스로 하는, 전혀 아기답지 않은 아기였다.

네 사람 모두 만족할 만한 디저트 시간을 보내곤 본격적으로 아기용품을 고르기 시작했다.

“형, 이거 너무 귀엽지 않아요?”

호석이 눈을 반짝이며 찬찬히 살펴보다가 맘에 드는 작은 신발을 골라 윤기에게 보여주면,

“호바, 네가 더 귀여워.”

이렇게 쉬지도 않고 사랑꾼 면모를 아낌없이 드러내니 호석의 얼굴은 화끈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대기 중이던 퍼스널 쇼퍼가 윤기의 낯선 면모에 아닌 듯하며 자꾸 놀라니 호석의 부끄러움은 한층 더해졌다.

“윤호에겐 호랑이 신발이 잘 어울리는데?”

“희망이에겐 다람쥐 어때요?”

“너무 좋은데? 호바.”

아기들에게 귀여운 신발을 대보곤 서로 마주 보며 웃는 두 사람이었다. 희망은 엄마 아빠가 자신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좋아서 꺄꺄 소리 내 웃었고, 윤호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떡하지? 뭘 고르지? 사슴도 어울리고, 다람쥐도 어울리고.”

“고민할 게 뭐 있어. 둘 다 사면 되지.”

‘와…… 플렉스…….’

블랙 카드를 꺼내는 윤기의 뒤로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윤기는 다른 것들도 쭉 훑어보더니 상큼하게 웃었다.

“그냥, 여기 있는 거 다 사자. 고르기 힘들어.”

“네!? 아니, 무슨 쇼핑을 그렇게 해요!”

유일하게 놀란 사람은 호석뿐이었다.

“응? 이제까지 그렇게 했는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무덤덤하게 말하는 윤기의 반응에 호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낭비예요, 낭비! 게다가 애기들 지금부터 쑥쑥 클 텐데 이 옷들 다 입어보지도 못하고 버릴 게 뻔해요.”

“쩝.”

“쩝은 무슨 쩝이에요.”

“호바, 이러려고 나 돈 버는 거야.”

“필요 있는 걸 사라구요. 이거랑 이거면 될 거 같아요.”

호석은 단호했다.

윤기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특유의 냉한 무표정으로 퍼스널 쇼퍼를 바라보았고, 눈치 빠른 그는 재빠르게 호석이 고른 것을 가져가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갈까요?”

“호바, 아직 하나 남았어.”

“네? 또 뭐가요?”

“네 옷.”

“네? 난 옷 필요 없는데?”

“아니, 호비 넌 필요해.”

답정너였다. 윤기는 호석의 손을 잡고 맞은편으로 갔다.

“서……설마, 이게 다!?”

호석이 놀란 얼굴로 윤기를 바라보았고, 윤기는 싱긋 웃었다.

틀림없이 오늘 쇼핑의 목적은 아기용품 구매인데, 가을 외출복과 신발을 몇 개 고른 후엔 기다렸다는 듯이 호석의 옷을 고르기 시작한 윤기였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쇼핑이 되고 말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호바, 이거 어때? 너한테 딱인 거 같아. 호바, 저건 어때? 저것도 잘 어울릴 거 같다. 입어볼래? 탈의실은 저기야.”

윤기는 호석에게 입히고 싶은 옷을 가져와서 그의 몸에 대보며 권했다.

“형, 즈발 그믄 흐르그여.”

호석은 어금니를 꽉 물고 윤기의 귓가에 속삭이며 말렸다.

하지만 사랑꾼 소공작 민윤기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고, 윤기는 인형 옷 갈아입히기라도 하듯이 수십 벌의 옷을 호석에게 입혀 봄으로써 사심을 가득 채웠다. 

다음 날 공작가 별채로 호석의 명품 옷이 가득 배달되었다. 드레스룸을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너무 즐거운 쇼핑이었어. 호바, 우리 꼬물이들 크면 또 가자? 알겠지?”

윤기는 새 명품으로 가득 채워진 호석의 휘황찬란한 전용 드레스룸을 보고 잔뜩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뿌듯해했다.

“하아…… 또 내 옷만 잔뜩 사려고요?”

호석이 찌릿 윤기를 흘겨보았다. 윤기는 입 동굴을 만들며 웃더니 호석의 등 뒤로 와 서서 양팔로 허리를 꼭 끌어안고는 볼에 쪽, 가볍게 키스했다.

“사랑해, 호바.”

“으으…… 저리 가요.”

말로만 거부할 뿐,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 얌전히 윤기 품에 안겨 있는 호석이었다.









17. 아기용품이랑 신발 같이 사러가는 슈호비... 소공작답게 도도하지 못하고 아내바보 아기바보 모습 드러내는 윤기-> 그거보면서 다음에 아기 더 크면 아기 옷 같이 쇼핑하러 오자고 하는 호석이 -> 나중에 아기 커서 옷사러왔는데 아기옷 산다더니 호석이 옷을 더 많이 사주는 윤기 보고싶어요!!!!  라는 의견과

25. 따스한 봄날 꽃구경 나들이 가는 가족들 모습을 얼른 보기를 유모차 두대 끌고서 ㅋ 을 살짝 변형하여 반영하였습니다. 둘이 아기용품 사러 가는 거 상상만해도 너무 설레고 둑흔거리네요>_< 여기서도 공처가 애처가 모습 뿜뿜하는 소공작이라니ㅠㅠ 조쿤요ㅠㅠ

욕심이 많아 분량 조절을 실패하는 바람에 두 편 올리는 연참을 하게 되었습니다.ㅎㅎㅎ 다음 편으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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