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gger warning

본 소설은 체벌 요소, 폭력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W. 편백








자리 값도 안 낸 놈이 왜 의료 팀에 와 있냐며 4번에게 끌려 나간 3번은 장장 여섯 시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원래는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다. 밖에서 딱 10분만 숨어 있다 4번이 안 보는 틈에 들어오려고 했다. 그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굿 타이밍! 하며 의료실에 들어가려는 찰나 뒷덜미를 붙잡혔고,


["큰 거 마렵다고 기어 나간 놈이 왜 여기 있지?"]


귓가에 서늘하게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은 4번이 아니었다. 끼기긱,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을 땐 웃는 낯으로 나를 맞이하는 정보 팀장님이 서 계셨었다.


["하하... 벼, 변비가 와서, 관장하려고 의료팀에 잠-시,"

"너 화장실 안 들르던데?"]


^^?


지릴 뻔... 그 눈웃음은 다시 생각해도 소름 끼친다. 첩보팀 교육 시행 이후부터 내 기피 대상 1호는 정보 팀장님이었다. 무슨 지킬 앤 하이드도 아니고 말이야. 어떻게 하루 만에 이미지가 180도로 뒤 바뀔 수가 있어? 어쩐지 2번이 정보 팀장님 앞에서는 유독 순한 양이 된다 싶었더니. 걘 팀장님의 무시무시한 실체를 이미 알고 있어서 그랬던 거였다.


'에러를 잡을 때까지 나오지 말라'며 날 교육실에 가둔 팀장님은 현장 팀 요원을 감시자로 붙여 놓고 자긴 업무 보러 갔었다. 그래, 그거 잡는 데 여섯 시간이 걸린 거다. 눈알 빠지도록 화면을 들여다보며 정신 분열의 고비를 수 천 번은 넘겼던 거 같다. 볼살이 핼쑥해지고 나서야 부르게 된 팀장님은 단 5분 만에 검토를 마치고 새 샘플을 건넸다. 망연자실한 내 낯짝에 눈웃음을 치며, 최소 12시간은 꼴아야 하는 놈을.


༼;´༎ຶ ۝༎ຶ`༽ (나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냅다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졌다. 난 지금 과로 상태다, 이걸 끝낼 때 쯤 난 운명을 달리할 지도 모른다, 빌었으나 팀장님은 고개를 '으응, 그렇지 않아. 지금 보니 넌 팀원으로서의 에티튜드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있네? 창고 구경 갈래?'라며 받아쳤다. 정보 팀엔 아주 무서운 전설이 있다. 사무실 옆 다용도실은 절대 팀장님과 함께 들어가선 안 된다는. 저 곳은 진실의 방이니 들어가지 않도록 항상 진실 되게 살라는 그런 교훈을 담은 전설. 창고 구경 갈래? 는 흡사 10살 난 남자아이에게 돈가스 먹으러 갈래? 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라는 뜻이다.


좌절하며 팀장님의 바짓단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뒤 공손히 두 주먹을 허벅지 위로 올려 놓았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팀장님. 남혜성 요원이 오늘 퇴원입니다. 걔 다시 휴가 떠나고 제가 요원되면 한동안 못 보잖습니까. 가기 전에 꼭 보고 싶은데 딱 제발 1시간만..."]


우수의 찬 나의 눈빛과 굶주린 배를 어필하며 같이 밥만 먹고 오겠다고 간곡히 요청했고,


["후..."

"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좋아, 다녀와. 대신 1초라도 늦으면,"

"목을 치셔도 됩니다!!!"]


그렇게 겨우겨우 허락을 받아냈다. 귀하디 귀한 한 시간을 오직 남혜성을 위해 ㅡ실은 의료 팀 베드에서 쉬기 위해ㅡ 투자한다. 이 얼마나 의리 있는 사람이란 말인가. 생색 부릴 생각으로 의기양양하게 의료실에 입성하니 4번이 또 째려봤다. 그러나 내겐 '정보 팀장의 허락'이라는 치트 키가 있었고, 덕분에 입장 관문을 하이패스로 통과했다.



"개별아아, 나 왔어. 내가 너 배웅하려고 팀장님이랑 무슨 딜을,"



 뒤통수에 깍지를 댄 채 꿍얼대던 3번이 낯선 적막감에 하던 말을 멈췄다. 누군가 주재하고 있으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다. 3번은 2번이 일주일 내내 누워 있던 베드로 달려서 황급히 커튼을 걷어 젖혔다. 없다. 남혜성이 안 보인다. 사람 약 올리기라도 하듯 이부자리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어디 갔지? 설마 6시간! 그 잠깐 사이에 가버린 거야?


귀중품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두리번거리던 3번의 시야에 백팩이 보였다. 덜 닫힌 가방 사이로 의료 서적 한 권이 보인다. 백 퍼 남혜성 짐이다. 하아... 3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아직 완전히 떠난 건 아닌가 보다.


그나저나 저 가방, 저거 완전 비싼 건데. 무려 T사의 명품 백 팩을 이렇게 바닥에 막 둬도 되는 거야? 팀원 되더니 사치의 극을 달리는 구나? 부러워하는 대신 혀나 끌끌 차줬다.


가방은 그렇다 치고,



"...왜 그러고 있는 거야?"



넌 왜 그러고 있니?


자리를 비운 줄 알았던 남혜성을 찾았다. 들어올 땐 안 보이는 사각지대에서 머리를 콕 쳐 박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생명체라고는 하지만 별안간 저러고 있으니 꽤 무서웠다.



"왜, 왜 그래..."



공중 화장실 변기 뚜껑 열듯 혜성을 툭 건드린 3번이 짐짓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넋을 잃은 채 바닥만을 응시하는 남혜성은 마치 눈 뜨고 죽은 사람 같았다. 축 처진 어깨에서 피융피융 먹구름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어쩐지 범상치 않은 기운이 '나 우울해요.'라고 글씨를 써 보인다.



"아직 퇴원 안 된대?"



저 애가 저럴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나름 머리 굴려 한 질문에 개별은 초점 잃은 눈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게 아니야? 그럼 왜 그러고 있지? 더 혼란스러웠다. 아깐 퇴원할 생각에 들 떠 있었지 않았나? 날 떠나지 말라는 제 애처로운 부탁을 가뿐히 씹어버릴 만큼 소망 했던 일이 이루어졌는데 왜 이래?


갑자기 나랑 더 있고 싶어진 건가? 아님 Medi 팀장님한테 혼났나? 아니, 혼나도 얘가 그런 걸로 기죽을 애는 아닌데. 대체 뭐가,



"...있잖아,"

"어엉...!"



먼저 말문을 튼 개별에 3번은 놓칠 세라 서둘러 대답했다.



"...개 팀장이 지금 나한테 화가 났는데,"

"아..."



단박에 납득했다. 작전 팀장님이 뿔 나셨다니 그것 만큼이나 위중한 사안은 없긴 하지. 내가 본 팀장님들 중에서 제일 까탈스럽고 성격 나쁘신 양반인데. 2급 때, 훈련장에서 내게 꺼지라며 정색하고 '내 팀원이었으면, 뒤졌어 넌.' 면박 줬던 일화는 아직도 가끔 꿈에 나온다. 그때 그 무서운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 내가 쟤 처지라고 상상해보니 온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쟤가 벽에 저렇게 대못처럼 박혀 있나 보다.



"맞기 싫어..."



3번이 눈동자를 찬찬히 움직여 벽에 머리를 쳐 박고 있는 혜성을 아래서부터 위로 훑었다. 퇴원이 곧 완치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개별인 여전히 왼팔과 왼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침대를 벗어나 걷는 폼 역시도 어정쩡하니 부자연스러웠다. 입원하기 전에 팀장님한테 거하게 맞았다고 했으니 아마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탓일 거다.


작전 팀장님이 그런 사정 봐줘 가며 개별일 대할 사람은 아니지. 으, 그 몸으로 팀장님한테 맞는다니.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난 정말 복 받은 거야. C 팀장님이 내 직속 상사니까... 악마 교관 같다고 속으로 씹은 건 취소.



"어떻게 해야 할까..."



왜 눈에 초점이 없나 했더니 마냥 낙담하고 있던 게 아니라 방법을 물색하느라 그랬나 보다. 은근히 눈에 독기가 어려 있는 걸 보니 이번 만큼은 절대 맞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였다.



"...애교라도 부려보는 건 어때?"



지금 뭐라 하셨나요, 휴먼?


이라는 표정이다. 정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혐오나 질색이라는 단어만으로는 한참 모자란 그런 얼굴이었다. 길가에서 똥 싸는 사람한테도 저런 낯은 안 지을 거다. 혜성이 마그네슘 부족한 인간처럼 눈 밑을 꿈틀대자 3번은 밀려오는 민망함에 괜스레 얼굴을 붉혔다.



"아니, 의외로 팀장님들 그런 거에 약해!"



병실 비었다고 아주 소리까지 버럭 질러 주었다. 우리 팀장님은 어? 인상을 구기다가도 내가 꼬리를 살짝 치면 그냥 넘어 가주시곤 한단 말이다. 그게 귀여워서 봐준다기 보다는 저 놈이랑 비슷한 표정으로 날 보며 체념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어쨌든 효과는 있다고. 잔뜩 흥분하며 '애교'의 긍정적 기능에 대해 열연 했다. 효과는 미미했다. 개별의 표정은 더 굳어졌으니까.



"정보 팀장님한테 뿌잉 뿌... 하 씨발. 그딴 걸 또 해 봤어?"

"ㅁ... 뭐? 미쳤어? 뿌잉 뿌잉?"

"애교 떨어 봤다며!"



환장하겠네. 얘는 애교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개 팀장 내 마음속에 저장! >_<' 졸지에 이딴 걸 시킨 또라이가 되어 버렸다. 이 뭣 같은 오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 설명해야 하나, 피로감에 3번이 얼굴을 주르륵 쓸어 내렸다. 얘가 이런 데에는 무지한인 것을 간과했다. 머리가 좋으면 뭐해, 사회성이 후달려 이런 위기에선 속절 없이 당하는데.


내가 불쌍한 중생 하나 구제해준다. 결의를 다진 3번은 개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자, 개별아... 잘 들어봐..."



비밀 정보 공유하듯 속삭인다. 남혜성은 '여기 둘 밖에 없는데.' 따위의 생각이나 했다.



"애교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작전 팀장님 앞에서 일 더 하기 일은 귀요미 하는 것을 상상했다면 애교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당장 내다 버리도록 해."



씨발, 작전 팀장 앞에서 일 더 하기 일은 귀요미라니. 듣기만 해도 구역질 나오는 예시에 혜성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물론 그런 걸 상상하긴 했다. 그래서 이렇게 기겁을 하는 거지. '애교'라는 것을 평생 유아 퇴행의 대표적 산물로 치부해온 저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본 3번은 '이거 쉽지 않은 여정이 되겠군.' 중얼거렸다.



"우리 개념 정리부터 다시 가자? 애교의 핵심은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는 거야. 공격력을 최소화하는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란 말이야. 여기까지 내 말 이해했어?"



어쩐지 킹 받는 말투지만 '전략'이라는 단어를 활용하여 맞춤형 교육을 시전 하니 혜성도 이 뚱딴지 같은 강연에 귀를 쫑긋 세웠다. 3번의 비장한 눈빛에 혜성도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무슨 괴상한 광경인지 모르겠다.



"도무지 손을 대지 못할 만큼 귀여워 보여야 하는 거야."



지랄. 도무지 손을 대지 못할 만큼 다쳐도 어떻게든 패는 양반인데. 애초에 난 귀엽지도 않을 뿐더러 그 양반은 새끼 고양이를 보고도 발길질 할 양반이란 말이다. 혜성의 눈이 다시 생기를 잃어 가자 3번이 '희망을 놓지 마!' 외치며 혜성을 흔들었다.



"원래 안 하던 사람이 하면 극대화 되는 거 알아 몰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

"상대가 개 팀장이잖아..."

"본디 사람은 칭찬에 약하단다. 비위 맞춘다고 생각하고,"

"칭찬할 게 있어야 하지."



팀장님을 칭찬할 게 없다니...? 지금 이 시각 만큼은 난 선생과 넌 제자라는 상황극에 잔뜩 몰입했던 3번이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우리 회사 최고의 인물인데. 남들은 입이 닳도록 그의 능력을 칭찬하고 그를 우상으로 여기는데 남혜성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폄하하니까. 그게 또 건방져 보이면 모르겠는데 쟤도 워낙 넘사벽 하이 레벨이라 납득은 된다. 재수 없게.


아무래도 팀장님의 능력적인 면모는 버리고 다른 걸 내세워야겠다...



"팀장님 잘 생기셨으니까..."

"돌았나,"



맞아, 얘도 잘 생겼지.


하아... 도대체 뭘 갖다 붙여야 할 지 모르겠다. 푸석푸석해진 면상을 나뭇가지 같은 손으로 마구 문질렀다.



"네가 평생을 너로 살아서 잘 모르나 본데, 팀장님 정도면 진짜 미남이야. 성격 빼고 비주얼만 딱 보면 영화배우 뺨치는데,"

"지랄, 진짜 영화배우 뺨을 친 거면 몰라."



정황 상 그게 더 현실성 있긴 한데...



"아, 맞기 싫다며! 지금 맞고 틀리고가 중요해?"



내가 왜 네 놈 살길 같이 물색해주면서 이런 거 하나하나까지 설득해줘야 해? 그냥 하면 되잖아! 별안간 억울해져서 논리고 뭐고 다 갖다 버렸다. 기어코 짜증을 내니 그제야 남혜성은 쓴 약 먹은 듯 찌푸렸던 주름을 펼쳤다. 삔또 상해서 '나 안 해' 돌아서니 두 손으로 제 손목을 붙잡고 미안하다며 사과한다. 3번은 혜성을 찌릿, 째려보면서도 못 이기는 척 발바닥을 땅에 붙였다.



"따라 해 봐. 사랑하는 팀장님, 오늘따라 잘 생겼,"

"나 맞으러 갈게. 안녕. 잘 있어."



...버려졌다.






-






이야... 이걸 일주일 만에 다 썼다고? 요근래 의료팀 복사실에 A4용지가 거덜 나고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게 다 얘가 털어간 거였구나. 책상 위에 놓인 종이만 네 뭉텅이였다. 영문 버전, 한글 버전. 둘로 나누어진 이 빡지들을 그대로 실로 엮어 출판사에 투고하면 꽤 짭짤한 수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밥 먹고 이것만 했어?"



끄덕. 윤기 나는 머리칼이 폴짝였다. 퇴원하라고 승인도 안 했는데 벌써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패기 있게 들이닥쳤을 때부터 짐작은 했다만. 구석구석 나노 단위로 트집 잡을 거린 없었다. 누가 S 제자 아니랄까 봐. 교육생 때부터 과제에 훈련에 교육에 치여 살던 놈이라 그런지 이런 빡지에도 단련이 돼 있었나 보다. 내 근처에 오래 붙여둘 심산으로 시킨 일을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낸 혜성이 대단한 한편으론 애석하기도 했다.



"너 퇴원하면 S랑 같이 살아야 하는데, 가려고?"



섭섭함에 S를 거론했더니 남혜성 표정이 침울해졌다. 무안해진 기분에 큼, 헛기침 하며 혜성의 팔이나 매만졌다. 누가 해 놓은 것인지 붕대가 낙서로 뒤 덮여 있었다. 이거 나 고딩 때나 하던 짓인데. '낫지 마 나 외로워 ㅠㅠ', 'ㄱ-' '개별이 빙신 ㅋㅋ' 뭐 이런. 성인이라는 것들이 아직도 애 티는 못 벗었네. 할 거 다 해 놓고 부끄럽긴 한 듯 얼굴을 붉히는 놈이 어쩐지 귀여워 픽 웃어준 뒤 붕대 다시 감아줄게, 라며 다정한 투로 말했다.


얇딱한 팔 아래로 부목을 대고 새 붕대를 돌돌 말았다. 여전히 팔이 자줏빛이었지만 잘 회복되고 있다. 8차선 도로를 달렸다지? C에게 GPS 추적 보고를 듣고 아주 고혈압으로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S는 아나 몰라. 알면 또 가만히 안 있을 텐데. 이걸 말해, 말아.


["남혜성을 넣는 데에 혈안이시네요. 또 제가 알면 안 되는 사유라도 있나 봅니다?"

"뭘, 새삼스럽게."]


이젠 남혜성 하면 S로 사고가 자연스레 흘러간다. 회의실에서의 일이 문득 떠올랐다. 얘 하나 알파 팀에서 빼겠다고 언성 높였던 S를 생각하면 먹은 것도 없는 속이 더부룩해졌다. '또 제가 알면 안 되는' S가 무엇에 자극을 받았는지 제대로 간파할 수 있었던 대사였다.


["그게 뭔지 안 알려주면 저도 협조 못 합니다. 그래도 남혜성을 넣어야겠으면 넣어 보십쇼. 더 이상 제가 작전 팀 업무에 손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당신이 나를 죽이건, 살리건 간에."]


S가 궁금해하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 아이가 Exi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ND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Exi의 실 창시자인 윤 팀장님의 아들. 동시에 ND의 실 창시자인 남 팀장님의 아들인 남혜성을 ND로 부른 이유는 보호의 목적에 더 가까웠다. C가 어린 남혜성을 찾았을 당시, 남혜성의 행보가 결코 정상적이지 않았으니까.


일반적인 성공의 루트로 걷는 아이가 아니었다. 어떤 일생을 살아온 것인지 반사회적으로 성장한 윤 팀장의 아들은 수입을 거둘 수 있다면 범법 따윈 쉽게 저지를 수 있을 만큼 배포가 넘쳤다. 열 다섯에 보호소를 탈출하고 집도 절도 없던 학교 밖 청소년 별이는 땡전 한 푼도 없었을 거다. 허드렛일 하더라도 열여섯 중딩을 받아주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뛰어들었으나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애를 이용해 먹는 모난 어른들은 넘치게 많았다. 돈 내놓으라 행패 부리면 멱살 잡혀 얻어 맞기 일쑤였을 테고 경찰에게 잡히면 다시 시설에 돌아가야 하니 신고도 못했겠지. 방황하던 아이는 빠르게 돈 버는 방법을 모색했고 그게 바로 깽 값이었다. C가 뒷동네 놈들을 몇 붙잡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잃을 게 많은 인간을 하나 잡아 협박한 개별인 돈을 뜯어 내자마자 컴퓨터를 구입했다. 그 바닥에서 몸 굴리지 않고 돈 벌 방법이 없다는 걸 진작 깨닫고 기술을 익히기로 마음을 튼 거겠지. 이는 C가 남혜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선택이었다. 해킹. 빠른 기간에 블랙 해커로 입지를 다진 남혜성은 활동 범위를 넓혔고, 머지 않아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익명의 존재에서 음지에서 불법 조직들의 청부를 받는 고급 해커가 되었다.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현금으로, 이중의 이중의 이중 보안까지 거쳐 돈을 수령했다더라. 그 과정에서 본인을 위협한다 싶으면 과감히 거래를 취소했다. 그럼에도 벌이는 매우 좋았을 거라지.


그런 아이가 미래 어떤 결말을 맞이할 지는 명확했다. 거대 조직에서 노릴 만한 인재이니 그리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손해 입힌 조직에게 잘못 걸려서 목숨 내어주거나.


그래서 ND로 데려온 것이다. 선하다고 내세울 수 있는 거라곤 의리 밖에 없는 ND가 고위직 팀장 둘이서 낳은 애를 어떻게 버리겠는가. 처음엔 Exi 홍보 팀장으로 변모한 우리 요원을 보내 스카우트하려 했다. 블랙 조직인 ND의 실체를 먼저 까며 납치하기엔 쟤가 워낙 지능형이다 보니 위험 부담이 컸다. 그러면 뭐해, 저 놈은 스카우트 거절했고 Exi 보안까지 다 털어서 골탕 먹였잖아. 남극 사건은 아직도 팀장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곤 한다. 보통 또라이가 아니라고...


그래서 반쯤 포기하고 뒤에서 감시나 했는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이 녀석의 해커 활동이 멎었다. 그리고 얼마 뒤, Exi에 직접 지원 했다. 자세한 사연은 모르지만,


["제가 ND에 들어온 건...,"

"어차피 일찍 마감할 인생 내 삶의 미제라도 풀어보려고 한 거였습니다."]


C가 들려줬던 그 녹취록에서 유추할 수 있었다. 남혜성과 S가 사무실에서 몸 싸움까지 벌였던 그날, 그 아이가 직접 한 말이었다. 일찍 마감할 인생, 내 삶의 미제라고 풀어보려고 왔다고. 얘도 알고 있던 거다, 제 방식대로 연명해봤자 오래 살진 못할 거라는 것을. 그래서 뒷동네에서 주름 잡던 일을 그만두고 지 삶의 미제, 부모에 대한 미스테리를 풀려고 국내 최대 IT 기업인 Exi로 들어온 게다. Exi보다 더 적격한 곳이 범법도 시도하는 ND라 판단했을 테고.


보호의 다음 목적은 윤 팀장의 복귀이다. 날이 갈 수록 폐망의 길로 걸어가려는 Exi를 일으키기 위해서. 인재들만 등용된다 한들 윗대가리가 멍청하다면 그 기업은 잘 될 수 없다. 애초에 투자를 개 같이 하고, 있는 돈을 횡령해서 제 이익 채우기에 바쁜데 어찌 기업이 부흥하겠는가. Exi는 워낙 적이 많은 기업이기 때문에 책잡힐 일도 많다. 윤 팀장이 떠난 이레로 계속 하락세인 판국에 윗놈들은 제 배 불리기 바쁘니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현재는 ND가 멱살 잡아 끌어 올린다고 해도 과분하지 않았다. Exi의 회장 자리를 대신 꿰찰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유능하고 천재적인 사업가, 윤 팀장. Exi라는 포털 사이트를 개발한 장본인인 윤 팀장이 절실히 필요했다.


제 자식을 죽을 만큼 그리워하던 윤 팀장의 아이를 우리가 데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되면, 필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여기 남혜성이 있다고 소문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Exi의 회장, 그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남혜성이 위험해진다. 회장은 Exi가 아닌 회장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는 조직을 하나 더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살아 있다면 그녀를 찾아야 했으며, 그녀가 죽었다면 남혜성을 키워야 했다. 보스가 작전 팀에 남혜성을 넣은 이유는 다방면에서 그쪽이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작전 팀에 소속되면 모든 인원을 통솔하는 동시에 전략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휘 해야 하는 데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야 하기 때문에 Exi의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향상 시키기에 좋았다. 또한 작전 팀은 스파이가 가장 많이 차출 되는 곳이기 때문에 산업 스파이가 되어 타 기업의 동태를 살피고 비전있는 기술을 창안할 견문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


XG, 그 미지의 조직에서 윤 팀장의 향기가 난다. 그렇다면 더더욱이 남혜성을 첩보 팀, 그중에서도 알파 팀으로 내세워야 했다. XG가 윤 팀장이 소속된 인 곳인 게 확실해지면, 그때 남혜성을 투입해야 해. 윤 팀장을 다시 ND로 데려올 유일한 방법이다. 만일 XG에 윤 팀장이 소속되어 있지 않다면, 안 보내면 그만이잖은가.



"팀장님,"

"응?"



잔잔히 울리는 미성의 목소리에 Medi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주사 맞는 사람처럼 한 팔만 띡 내밀고 있던 혜성이 저를 똘망똘망 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윤 팀장 생각 중에 저 아이의 눈을 보니 기분이 영 묘했다. 얼굴에 흉터 하나 없는 아인데 오른쪽 눈에 화상 자국이 보이는 기분이다.



"지금 ND에서 첩보 팀 구하고 있다던데,"



쥐고 있던 의료용 테이프를 그만 놓쳐 버렸다. 바퀴처럼 바닥을 구르는 그것을 남혜성이 발 끝으로 툭 건드려 멈춰 세우곤 주워 건넸다. 그렇게 놀랄 만한 일도 아닌데, 왜 손에 힘이 빠진 건지 모르겠다. 얘가 내 속을 읽고 있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지 뭐야. Medi가 멋쩍게 받으며 큼큼, 가래 뽑듯 기침했다.



"왜?"

"들어가고 싶습니다."



Medi의 표정이 희미해졌다. 안면 근육에 힘줄이 다 끊긴 듯이 툭, 펼쳐졌다. 무슨 타이밍이 이런 건지. S가 그렇게 회의실을 나가고 보스가 널 넣을지 말지 다시 숙고 해보기로 했다. S에게 보스의 계획을, 네 출생의 비밀을 알릴지 말지도.



"S는 널 첩보팀에 보낼 생각이 없어."

"아... 그 팀장님은 왜,"



무슨 대장정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저렇게 철없이 투덜댄다. 보스가 왜 널 보내려 하는지, S가 왜 넌 안 된다고 하는지 알면 마냥 S를 원망하지도 못할 텐데. 정작 당사자도 영문을 모르는데 3자끼리 보내네 마네, 참 잘하는 짓이다.


그래도 알려줄 수는 없었다. 어미를 찾을 수 있을 거란 헛된 희망 심어줬다가 수틀리면 이 아이의 부모를 지켜주지 못한 채 또 상처 주는 꼴이 된다. 게다가 얜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에 괜히 알려줬다가 이상한 음모를 꾀하면 ND만 위험하다.


머리가 어찌나 아픈지 눈썹 뼈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둥근 테의 안경을 벗고 미간을 꾹꾹 눌렀다.



"근데, 하아... 들어가야 해."

"...예?"

"네가 알파 팀에 들어가야 한다고."



알파팀은 또 뭔가. 첩보 팀의 명칭인 건가? 뭐가 어떻게 되는 거지. 들어가고 싶어서 물어봤는데 개 팀장은 보낼 생각이 없다 그러고 Medi 팀장님은 내가 들어가야 한다고 하고. 이 사태에서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어쩐지 첩보 요원의 임무가, 꽤 막중할 거라는 직관이 들었다.



"보스께서 알아서 하실 거니까, 얘기 나올 때까진 그냥 가만히 있어. S한텐 괜히 말 꺼내지 말고."






*






["우리 혜성이 종종 연락해."]


어색하게 배긴 분위기를 살갑게 풀어준 뒤 날 보냈다. 아직 의미심장한 마음이 완전히 스미든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캐지 않기로 했다. 나대려고 해도 방도가 없다. Medi 팀장님은 개 팀장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고 했고 기다리면 보스가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까. 급한 성미를 억눌러 일단 기다려 보는 것으로 결론 지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길, 복도가 늪지대처럼 질펀 질펀한 기분이다. 발걸음이 도무지 안 떨어지는 게 여간 무서운 게 아닌가 보다. 귀 밝은 개 팀장이 발소리만 듣고 벌컥 사무실 문을 열어제낄라, 인기척 줄여 도둑처럼 걸어 겨우겨우 앞에 도착했다. 그러고도 한참이나 문을 못 두드렸다.


에이, 그래도 나 방금 퇴원했으니까. 좀 뭐라 하다 말겠지. 긍정 회로 돌려 겨우 팔을 가동했다.


똑똑, 똑


긴장감 어린 침을 꿀꺽 삼키고 대답을 기다렸는데 30초가 넘도록 새어 나오는 소리가 없었다. 재차 문을 두드려봐도 똑같았다. 허락 안 받았으니 먼저 들어가면 안 되겠지? 언제 오냐고 전화라도 해봐야 하나? 어떤 행동을 지시해야 할지 열심히 짱구 굴릴 때 쯤, 멀찍이서 구두 뚜벅대는 소리가 들렸다. 보폭 넓은 소리, 개 팀장 발소리였다.



"......"



아니나 다를까, 멀리서 날 발견한 개 팀장이 주머니에 손을 꽂으며 삐딱하게 섰다. 흡사 맞짱 뜨기 직전의 기 싸움 같달까? 내가 가야 하는지 그쪽에서 올 생각인지 모르겠어서 축축한 손이나 허벅지에 문질렀다. 장거리에서 진득한 시선을 주고받다 팀장님이 먼저 발을 옮겼다. 점점 가까워진다. 원근감이 이런 거구나. 멀리서 볼 때 커 보였던 팀장님은 가까이 다가오니 더 커졌다. 얼굴 위로 짙은 그림자가 그을리자, 혜성은 일단 어금니부터 꽉 깨물었다.


어쩐지 개 팀장 심기가 안 좋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주일간의 반성을 거쳤다면 응당, 객기 부리지 않는 쪽이 목숨 보전하기엔 현명했다. 오늘은 눈 안 부랴리고 얌전히 굴 생각이었다.



"...잘못했습니다."



숙일 거면 팍 숙이자. 고개 떨구는 걸로는 모자랄 것 같아 허리까지 푹 숙이고 승무원처럼 인사했다. 눈 몇 번 굴리다가 슬그머니 개 팀장 표정을 확인했다. 역광이라 그런가, 삽으로 판 듯 푹 들어간 개 팀장의 눈두덩이가 오늘따라 더 짙어 보였다. 고개는 빳빳이 쳐든 채 눈알만 아래로 굴려 날 응시하니 위압감이 상당했다. 파르르 떨리는 손 끝을 진정하려 주먹을 쥐었다, 폈다. 왜 말이 없어. 그만 쳐다보고 말이라도 좀 해 봐... 마른침을 꿀꺽 삼켜가며 눈치를 살폈다. 이 인간이 말을 아낄 땐 좋았던 기억이 없었던 지라. 조용한 걸 못 견디는 스타일도 아닌데 불편했다. 호랑이 앞에 선 토끼 마냥 꼼짝 없이 공포에 떨게 된 바람에 안절부절못하겠는 건 덤이었다. 하 씨,


이제 그만 팰 거면 패고 말 거면 말아주면 안 되나요?


라는 심정이 역력히 드러나는 상판이다.


[- '별이 퇴원 했어.']


22기를 교육하던 중이었다. 회의 이후로 온종일 심기가 불편 했던 탓일까, 제 눈치를 보던 22기를 먹잇감 삼아 분풀이 중이었다. 눈깔 굴리지 말고 하던 거나 하라고. 또 잔뜩 풀이 죽어 대답하는 모습에 눈살을 구기며 쌍욕을 하려던 찰나, Medi에게서 전화가 온 거다. 남혜성이 퇴원 했다고, 지금 네 사무실로 갔을 거란다.


좋지도 싫지도 않았다. 걔 못 보던 일주일 동안 솔직히, 전 만큼 공허하진 않았다. 치료 잘 받고 있으려나, 하는 걱정도 따위도 안 들었다. 내가 애를 그 모양으로 만든 거나 다름 없는데도 이상하게 예전과는 다른 불편함이었다. 남혜성이 나와 치고받느라 입원할 때마다 밤 잘 설쳤던 이유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불안과 분노는 덤이었다. 내 말은 더럽게 안 듣는 남혜성에 대한 분노,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를 거란 불안, 그래서 더 꽉 붙들려다 파국을 초래한 것에 대한 자책감.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별로 힘들지 않았다. 단지 뭐가 얹힌 듯 답답할 뿐이었다. 동시에 꽤, 지치기도 했다. 이 빌어먹을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혀서. 노력해도 성과가 보이지 않아서. 그게 내가 노력한다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설마 얘한테 정이라도 다 떨어졌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그건 아닌 거 같다. 지금, 막상 얼굴 마주하고 있는 당장만 해도 마음 한 켠 풍족해지는 기분이 드니까. 하기사, 저 놈 하나 끌어안겠답시고 회의장에서 그렇게 핏대 세웠는데 정 떨어지긴 무슨. 교육 중이던 22기를 버리고 바로 남혜성한테로 온 것만 해도 그 가설은 기각이다.


저 놈이 입원한 데에 8할은 내 과실이었기에 만나면 또 인상 쓰고 아니꼬운 티를 팍팍 낼 줄 알았다. 당신 때문에 내가 아팠던 건데 왜 적반하장이냐며 개 눈깔을 하고 날 노려볼 거란 예상과는 달리 바짝 숙인다. 마침 실랑이 할 힘이 없었는데, 잘 된 건가. 내 눈치를 살살 보느라 쌍꺼풀이 패였다 사라졌다, 풍성한 속눈썹이 부채질하듯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참 볼만 했다. 며칠 새 10년은 늙은 나와는 달리 때깔 참 좋아졌다.


생기가 피어 있는 면상에서 조금 더 시선을 내리면 붕대를 덕지덕지 쳐 발라 놓은 팔이 보였다. 금 갔다고 했던가. ND 들어오고 뼈를 몇 군데나 조각 내는 건지 모르겠네. 보고 있자니 참, 한숨 밖에 안 나온다.


근데 말이야, 난 저 팔을 때린 적이 없단 말이지?


내 집에서 약 발라줄 때부터 의문이었다. 이 팔과 다리다 어쩌다 다쳤는지 말이다.



"Medi가 그러더라? 너 교통사고 났었다고."



Medi가 전화로 알려주기 전까지. 무슨 바람이 든 건지 남혜성 히스토리를, 묻지도 않았는데 그쪽에서 먼저 알려줬다. 고자질 하는 주제에 애 때리지 말라며 굳이 덧붙여 가며. 교통사고가 나셨다. 씨발, 듣자마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틈만 나면 자기한테 신경 쓰지 말아라 시위해서 굳이 안 파헤쳤더니 그런 대참사가 있었을 줄이야.



"아.... 그,"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에 남혜성 혈색이 쭉 빠졌다. 하얗게 질렸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알 것 같다. 이렇게 기겁인 걸 보니 그 일은 또 나한테 숨기려고 했나 봐? 순간 기분이 확 잡쳤다.



"무려 8차선 도로에 뛰어들었던데."



좆 됐다, 망했다.


혜성은 지금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Medi 팀장님, 그런 사람이었나요? 내가 마블링 괴물도 군 말 없이 다 물리쳤는데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죠? 기억 안 나는 척 하는 걸 봐주시길래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더니 그걸 뒤에서 캐내서 개 팀장한테 말할 줄이야. 나보고 맞아서 오지 말라고 할 땐 언제고 개 팀장한테 날 때릴 빌미를 주고 그러냐고요. 배신감 작렬이다.



"내가 넌 고급 인력이니까 목숨 관리 잘 하라고 했을 텐데 기어이 도로의 무법자가 되시고,"


뚜벅,


"무슨 일 있으면 즉각 보고 하랬는데 열이 40도가 넘어갈 동안 문자 한 통을 안 하시고,"


뚜벅,


"정신 차렸으면 나한테 전화 한 통이라도 해줘야 예의 아닌가? 퇴원 때까지 코빼기도 안 보이시고,"


뚜벅,


"너 내가 방 깨끗이 쓰라고 했는데 방도 아주 엉망이더라?"


뚜벅.



죄목을 하나씩 읊을 때마다 성큼성큼 다가온 개 팀장에 뒷걸음 치다 그만 문에 어깨를 박고 말았다. 무슨 강시가 다가오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숨을 죽이게 됐다. 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개 팀장 표정이 여간 살벌한 게 아니다. 구석까지 밀어 넣고 나서는 얼굴을 코 앞까지 들이밀었다. 조금만 휘청여도 입술 박을 거리에서 날 저렇게 노려보니 눈알에 핏줄이 몇 개인지도 셀 수 있을 것 같았다. 귀신보다 무섭다. 혜성이 고개를 뒤로 젖혀 최대한의 거리를 두었다. 그래봤자 개 팀장이 따라붙었지만.


항복하는 짐승 마냥 두 손을 들어 팀장님의 가슴팍을 아주 살...짝만 밀어냈다. 세게 밀치면 암매장 당할까 봐. 근데 택도 없다. 아주 살짝 힘을 가한다고 해서 밀릴 사람이 아닐 뿐더러 물러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냥 내 얼굴 가리는 척 저 살인자 같은 눈만 좀 가렸다. 사타구니가 저려와서 못 보겠다.



"그게, 정리만 안 된 거지, 먼지는 한 톨도 없을...,"

"가서 먼지 한 톨이라도 나오면 달밤에 먼지 나게 맞는다?"



숙연. 달밤에 먼지 나게 맞고 싶진 않아서 입을 다물었다.



"악...!"



혜성이 붕대 감은 팔로 가드를 올렸다. 얘는 내가 팔만 올리면 이렇게 기겁이다. 단지 난 얘 머리통을 잡고 문 쪽으로 돌릴 생각이었는데. S는 어쩐지 빈정 상하는 이 녀석의 방어에 환멸 어린 한숨을 내쉬곤 혜성의 옆구리 쪽에 달린 손잡이나 당겨 밀었다. 문짝에 체중을 싣고 있던 남혜성이 무게 중심을 잃고 휘청이자, S가 참 성가시게 한다는 얼굴로 혜성을 붙들었다.



"......"



보통은 이럴 때 어깨나 허리를 감싸는데 개 팀장은 멱살을 잡는다. 이걸 고마워 해야 할지 고까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옷깃을 놓아주며 들어가라는 듯 사무실 안을 턱짓 하자 혜성은 쇄골 부근을 문지르며 안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날 먼저 들여보내고 뒤따라온 개 팀장은 곧 저를 지나쳐 본인의 데스크에 기대어 섰다. 퇴근 시간 아닌가? 짐 싸고 차 키 가지고 오셔야지 왜 거기 서죠? 어쩐지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 구도, 너무 익숙하다. 개 팀장한테 처맞기 전에 항상 이 포지션이었다. 개 팀장은 데스크에 걸터앉아있고 난 쭈뼛쭈뼛 그 앞에 서 있는 폼 말이다.


까딱, 까딱. 검지 손가락을 말았다 피며 이리 오라 지시하는 태에 개별이 입술을 씹었다. 설마, 아무리 일주일이 지났다고 해도 마지막으로 본 날에 때려 놓고 또 매타작을 할까... 아니, 그래도 하면 어떡하지? 지금 내가 저 인간 사정거리 안으로 가면 올가미에 발 넣는 거나 다름 없는데.



"안 와?"

"...저, 때리실 겁니까?"



너부리 앞 포로리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맞을 게 뻔한데 가까이 오라던 포식자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내가 분홍 다람쥐 새끼한테 공감하는 날이 다 온다. 여섯 살 즈음, 보육원 티비로 그 애니메이션을 봤을 땐 너부리한테 몰입되어 포로리한테 약 올랐던 거 같은데.



"안 오면 맞는다."



넙죽. 맞기 싫다는 걸 온 몸으로 표현하듯 냅다 대령했다. 안 가면 맞는다는데 어떡해. 맞기 싫으면 가야지. 반깁스 한 다리를 절뚝절뚝 움직여 개 팀장 앞에 섰다. 제 팔을 당겨 허벅지 사이까지 들여놓는다. 그리고 난데없이 내 상의를 들췄다. 뭐 하는 짓이냐 뒤늦게 막아 세웠지만 어림도 없었다.



"아 왜, 이러십니까!"



배꼽 오픈하고 등짝까지. 앞뒤 돌려가며 무슨 수감자 신체검사하듯이 훑던 개 팀장은 이번엔 바지를 내릴 셈인지 허릿단을 붙들었다.



팍,

"아,"



나도 모르게 반깁스 한 팔로 팀장님 손목을 가격해버렸다. 부목 때문인지 꽤 효과가 좋았다. 공중에 손을 날린 개 팀장이 작은 탄성을 냈다. 본인 손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는 이윽고 도끼눈을 뜨고 날 쳐다 봤다.



"아니 바지는...!!"

"씨발, 알몸에 오물까지 다 봤는데 이제 와서 낯 가리냐?



문득 난 기억도 안 나는 흑역사가 스쳐 지나갔다. 볼 끝이 찌릿찌릿하니 얼굴이 확 달아오른 게 몸소 느껴졌다. 치부를 들킨 기분에 그만 입술을 꽉 깨물어 버렸다. 마음 같아선 입술이 아니라 혀를 씹고 싶었다. 쪽팔려, 썅.



"내려."

"아, 왜,"

"그럼 맞든가."


찰카닥,

"예?"



아니, 안 때린다며. 그걸, 왜 풀어? 개 팀장이 벨트 버클을 풀어 죽 잡아 당기더니 익숙한 손길로 반 접고 손바닥에 한 바퀴 감았다. 순간 온 몸의 털이 바짝 섰다. 예방 접종 앞둔 2살 배기가 주사 보고 PTSD 느끼는 기분과 같다. 개 팀장 손에 벨트가 들려 있으면 보자 마자 울고 싶어진다. 뒤늦게 도망치려 내뺐지만 이미 단단히 붙잡힌 상태였다. 팔을 빼내려 힘을 주니 악력을 과감히 싣는다. 벗어나긴 무슨, 그냥 피만 안 통하게 됐다.



"아, 팀장님...! 안 때린다고,"

"안 오면 맞는다고 했지. 오면 안 때린다고 했어, 내가?"



와, 사기꾼. 교묘하게 말 돌려서 유인하다니. 알아채지 못한 내가 멍청했다. 오늘 여럿한테 뒤통수 맞는다.



"아아, 팀장님, 저 아직 온 몸이 다 파랗습니다. 나비 족도 아닌데,"

"그럼 벗으라고."

"......"



골라. 쪽팔릴래, 맞을래.


둘 다 존나 싫은데요? 찬 물에 얼어 뒤질래 뜨거운 물에 데여 뒤질래, 묻는 것 같았다. 진퇴양난이다. 이도 저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와중에도 개 팀장은 눈을 번뜩 뜨며 저를 보고 있었다. 빨리 안 해? 짜증 묻은 말투로 채근한다. 아, 어떡해 진짜.


샥,


등골이 서늘해지는 사운드와 함께 개 팀장의 팔이 높이 올라갔다. 때린다!!! 저 인간 나 또 때리려고 팔 들었다!!! 공습경보 씨발, 공습경보!!!



"아!!! 잠시만!!!"

"아 씨발,"



내 귀. 거리가 하도 가까워 숨소리도 다 들리는 마당에 사력을 다해 고함친 개별이 새끼 때문에 고막이 나가떨어지는 줄 알았다. 어지간히 맞기 싫었나, 그럼 벗든가. 그것도 싫다고 부목으로 내 팔 후려친 걸 생각하니 괜시리 손목이 시렸다. 뭔 애가 이런지 모르겠다. 일주일 동안 냉전 기간을 가져도 기가 안 죽는다. 고작 문 앞에서 내 눈치 조금 살피던 게 다다. 딴 놈들은 지은 죄가 없어도 내가 지나가면 홍해 갈라지듯 길 비키고 눈 까는데 말이다. 아마 얜 나라는 사람 자체가 겁나기 보단 나한테 맞는 것만 겁나는 놈 같다. 어이가 없네.



"할 말이, 할 말이 있습니다."



초음파 공격에 대 성공을 거둔 남혜성은 제 소리에 저도 놀란 듯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오른손에 들린 남혜성 손목을 꽉 죄며 악력을 가했더니 몸을 비틀며 '아아,' 소리를 낸다. 이 새끼가 어디서 개수작이야. 보기가 벗기, 맞기인데 뭔 할 말 타령.



"죽을래?"

"아, 손, 손, 아 진짜, 할 말 있습니다!"


짜악-!

"아...!"



여전히 회복 진행 중인 볼기짝을 휘감는 가죽 결에 개별이 까치 발을 번쩍 들었다 내렸다. 순식간에 피부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결박 당하지 않은 손을 끌어와 화재 진압에 나섰다. 와, 씹.



"소리 안 낮춰? 또 사무실 끌려가서 맞아볼래?"



끄응, 소리 지르게 만들지를 말든가. 목숨을 위협 받는 중인데 꽥 소리는 내고 죽어야 덜 억울할 거 아닌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죽도 못 쓰고 잡혀 있는 상태에서 개겼다간 정말 또 사무실에서의 악몽이 재연될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휴가에서 복귀하면 바로 거기가 내 일터인데, 절대 안 돼.



"할 말 뭐."



빨래 하듯 둔부를 문지르던 손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더뎌졌다. S는 앉아있고 개별은 서 있음에도 여전히 S가 개별을 내려다보는 구도였다. 무슨 말을 하려기에 뜸을 들일까. 눈을 내리 깐 채 입안 살이나 씹고 있는 혜성에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벨트로 옆구리 부근을 툭 쳤다. 경기 일으키듯 움찔 거리던 녀석은 '하 씨...', 머리를 휘저으며 곤혹을 표했다.



"너 씨발 안 맞으려고 막 던졌지?"

"아, 그런 거 아닙니다."

"말해, 3초 준다. 3, 2,"

"아, 할게요...! 하겠습니다."



'빨리.' 채근하듯 턱을 까딱였다. 눈에 힘을 주고 나를 노려보던 남혜성은 이윽고 고개를 푹 숙이며 입을 달싹였다.



"팀장님..., ...습니다."



뭐라는 거야. 아까까지 소리 빽빽 질러 대던 놈이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꿍얼대는 것도 모자라 알아듣지도 못하게 발음까지 마구 뭉갰다.



"뭐, 새끼야? 말 제대로 안 해?"

"아, 팀장님 잘 생겼다고요!!!"



잘 생겼다고요!

잘 생겼다고요! 


넓은 공간에 메아리치듯 혜성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S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혜성을 바라봤다. 화를 낸 건지 고백을 한 건지 분간도 안 되는 애매모호한 방성을 내지른 개별은 더 당황한 얼굴이었다. 목부터 귀 끝까지 단숨에 붉어진다.


["아니, 의외로 팀장님들 그런 거에 약해!"]

3번 씨발, 너만 믿고 지른 건데 이게 뭔데. 가만 안 둬. 네 놈이 나한테 정보 팀장님 욕한 거 다 찌를 거야.


이게 이렇게 쪽팔린 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바지를 내릴 걸 그랬다. 날 죽일 듯이 노려봐도 한사코 피한 적 없던 눈을, 도무지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손목을 조이던 힘이 느슨해진 게 느껴졌다. 걍 빼고 줄행랑이라도 칠까?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만약 튄다 해도 그다음이 문제였다. 휴가 기간 동안 이 인간 집에서 살아야 하니 어차피 다시 대면해야 했다. 물론 지금 이 적막이 내 얼굴을 터트릴 것만 같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젠 나도 모르겠다.



"딱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됩니까?"



고개를 번쩍 들고 눈으로 빛을 쏘아 보냈다. 사죄와 앞으로의 약속 그리고 부탁 + 간절한 눈빛. 개 팀장 표정이 여간 황당해 보이는 게 아니다. 이러고도 날 때리면 이 인간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거야.



"...허."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개 팀장의 반응을 기다렸다. 한참 후에야 들린 건 어이없다는 듯한 헛웃음이었다.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며 바람 빠지듯 허, 허, 하며.


스륵,


움찔. 안면에 웃음기를 싹 지운 개 팀장이 절 노려본다. 꿀꺽, 침으로 목을 축이며 경직된 몸에 긴장을 풀려 애를 썼다. 아씨, 어쩐지 불길한데. 저랬다가 갑자기 훼까닥 눈 돌리면서 '이 간신배 같은 놈'하고 때리는 거 아니야? 다 큰 사내 놈이 역겹게 뭐 하는 짓이냐며 뺨을 친다 거나 바닥에다 내동댕이쳐 짓밟으면 어떡하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예?"



이게 통한다고?


["아니, 의외로 팀장님들 그런 거에 약해!"]

미친, 그 말이 사실이었다니. 말도 안 돼. 그 철옹성 같은 개 팀장까지 칭찬에 와르르 무너져 내릴 줄이야. 앞으로 개 팀장 눈깔 돌아갈 때마다 잘 생겼다고 꼬리 쳐야겠다.



"안 다칠게요. 안 아플 게요. 무슨 일 있으면 팀장님한테 꼭 말하겠습니다."



안 때릴 거 같으니 아주 신나셨네. 개꿀 기회 놓칠 새라 우르르 말을 쏟아 내는 개별에 기가 찼다. 이 얌체 같은 놈이 나한테 좋은 소리 한 게 처음이라 그런가.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까먹을 만큼 기분이 들떴다. 그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간에. 예쁘게 생긴 놈이 나보고 잘 생겼다는데 씨발. 어떤 놈이 기분 안 좋냐고. 하마터면 이 새끼 앞에서 함박웃음 지을 뻔했으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만 했다. 난 지금 얘를 혼내는 중이다, 혼내는 중이다. 스스로 최면을 걸며 가까스로 표정을 굳혔다. 별의별 방법으로 사람 애먹인다. 이 새낀.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그래 놓고 사기 친 적이 한 두 번이냐?"



거짓말 치지 말라고, 나 속이려고 들지 말라고. 3급 때부터 입이 닳도록 지랄하고 매가 닳도록 때려 팼는데도 항상 그랬잖아, 넌. 다치지 말라는 내 말에 몸 조심한 적이 있었냐고. 미국에선 딴 놈들이랑 싸우고 섬에선 칼빵 맞고. ND 밖에서도 추격전 벌이느라 차에 쳐 박은 놈인데,



"...이제 사기도 안 치겠습니다."



그 말을 내가 어떻게 믿냐?



"입바른 소리."

"진짭니다. Medi 팀장님한테도 많이 혼났습니다. 그리고 반성도 했습니다. 팀장님 말대로 제가 혼자 해결하려다 폐 끼친 거니까..."



넌 일주일 전의 그 사건만 놓고 말하고 있지만, 난 아니다. 아프고 말고, 아플 때 말하고 말고를 떠나서 앞으로 마주할 모든 일을 대처할 때 나를 속이는 선택지 만큼은 배제되길, 네 놈이 목숨을 거는 일 만큼은 최소화 되길 바란다. 매 사건의 공통 지점, 그 부분만 해소하면 앞으로 벌어질 무수한 일들에서 내가 손 놓고 지켜봐야만 하는 일은 줄어든다. 이 부분을 자세히 파고들어 이 놈에게 이야기 한다면, 더 확실한 약속을 받아낼 수 있겠지.


다만 내가 걸리는 것은 그다음이다. 이 놈이 내게 믿음을 준다 해도, 알파 팀에 보낼 수는 없다. 최태윤 그 작자라면 어떻게든 남혜성을 알파 팀에 넣을 거다. 걜 투입할 수 밖에 없도록 일을 조작하든, 나 몰래 얘를 쓰든 간에 말이다.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내게 본인의 계획을 알려서라도. 넣겠다 하면 기필코 넣을 인간이었다.



"거래 하자."

"...예?"



적어도, 그 희박한 가능성이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이 놈이 나 몰래 알파 팀 활동을 하는 일 만큼은 없어야 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알파 팀에 안 들어가겠다고 맹세해."



알파 팀에 들어가지 마. 이 놈이 알파 팀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계약이라도 따낼 셈이었다. 그게 뭐냐 물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가지 말라고 할 생각이었다. 넌 작전 팀의 후예니까.



"......"



근데, 대답이 없다. 질문도 없다. 알파 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리가 없는데. 첩보 요원을 몇 선발해 육성 중이긴 하지만 아직 알파 팀에 대한 소식은 간부들 밖에 모른다. 허면 알파 팀이 뭔지 물어라도 봐야 마땅한데. 



"너,"



토끼 눈을 뜨고 어버버 거린다는 건,



"뭐 들었구나?"



필시 무언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편백입니다. 대충 보름 만일까요? 보고 싶었습니다. 예. 수능도 지나고 이제 완전히 2022년이 저물어 가네요. 막 달까지 사흘 남았다니. 12월은 대학생, 직장인 분들에겐 또 바쁜 시기이지요. 저도 준비하고 있는 일들이 많아 12월은 정신 없이 지나갈 것 같네요. 지금도 정말 정신 없는 거 같습니다. 가끔 포스타입 들어와서 여러분 댓글 보다 글 쓰고 하는 게 제 유일한 낙이네요.

3번이 혜성이에게 애교 강좌 해주는 거 참... 힘들었습니다. 애교는 어떻게 부리는 건가요? 초록창에 쳐봤다가 ~했쪄. 이라 대답하라는 포스팅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개별이가... S한테... "팀장님 화났쪄?" 하는 거 상상했다가 손 발 오그라들어서 쭈꾸미가 될 뻔 했네요. 그치만 꽤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다시 망할 조짐이 보인다. 잘 풀리는가 했더니 다시 난관이네요. 같이 살게 된 마당에 알파 팀 가지고 또 씨름 할 거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요. 싸우다 40일 휴가 다 지나가겠다!

혜성이의 과거 이야기가 조금 나왔네요. 여전히 과거 회상 편에 대한 고민이 많네요. 워낙 인물이 많고 사건이 많은 데다 기간의 범위도 어림 잡아 20년? 그동안의 일을 쓰기엔 너무 길어서 때문에 회상 편을 시작하면 단편적인 수준에서 안 끝날 것 같아요. 대대대 장편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 편에 같이 올리는 건 안 그래도 느린 연재 텀에 완결이 한 10년 뒤로 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일 회상 편을 올린다면 본편에서 언급한 사건만 단편처럼 올리는 수준이 될 것 같아요. 관련 공지는 조만간 게시하도록 하겠습니다.

C한테 굴려지는 3번과 깨알 4번 너무 귀엽지 않나요? 얘네 이야기도 쓰고 싶은데 일 벌리고 회수 못 할까 봐 일단 주인공 라인에게만 집중하는 중입니다. 얘넨... 단편과 외전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Q&A이벤트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이벤트 공지에 에스크 주소가 표기되어 있으니 다양한 질문 부탁드립니다! 또한, 저번 이벤트 당첨자 분들 중에서 불매 운동에 동참 중이라 상품을 이용하지 못하는 분이 계시다면 교환해드릴 테니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주말 저녁이네요. 한 주 마무리까지 즐겁길 바랄게요. 오늘도 감사드리며, 항상 사랑합니다!

트위터: @PB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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