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부자였다.

쥐구멍으로 들어와 살고 있던

나의 굽은 허리

가난한 이를 돕지 않아 상자를 이고 살았다.

소매에 젖은 겨울이 축축하다

발끝이 얼어도

나는 자리를 옮긴다.

비키세요. 

굽은 허리가 움직인다.

고함

난로가 따스하다.


모자에 적어둔 격언이

쥐구멍에 들어온 뒤

착잡한 얼굴과 근심의 만찬 속

내가 계산하는 것들이

음악처럼 둥글고

작은 목소리로

뭉친다.

엉성한 모습

빈틈 투성이의 모습으로 누워 

천장을 보면

달리기를 했을 때 

그만 넘어질 것을 걱정하던

정수리가 낮은 아이를 떠올린다.


고함

약을 삼키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소리들이 듣기 싫어

귀를 막은 행위

고함

자리 잡은 버릇

2020.03 한국미소문학 등단 / 입시, 입사 지원 자기소개서 첨삭 문의는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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