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과의 영화 소모임으로 드디어 보게 된 쿠엔틴의 영화 <펄프 픽션,1994>. 명작의 분위기가 풍겨서 엄청 기대하고 봤다. 쿠엔틴 영화 중 기억이 나는 건 <킬 빌,2003>뿐이다. 영화는 액션물만 보는 엄마 옆에 앉아서 같이 봤었는데 영화적 장치가 엄청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영화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미적 표현을 향유하게 하는 연출과 장치가 많았다.

솔직히 세 번의 시도 끝에 다 본 영화다. 처음에는 대체 뭔 내용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흐름만 대충 이해하면서 봤고 결말에 가서야 이런 영화구나, 싶었다. 구성이 수미상관이라 그랬던 거라고 깨달았지만 여전히 줄거리를 명확하게 이해하긴 어려웠다. 아무래도 평소에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돼서 전체 줄거리 안에서 서사가 끊기지 않고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영화만 보다보니 중반까지도 조금 힘들었다. 감 말대로 인물의 전사를 한 챕터씩 보여주는 것 같다. 결국 영화를 다 본 후에야 각 인물들의 전사가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았다.

감독이 또라이인가, 천재인가 궁금해질 정도로 영화의 사건은 점점 어디로 튈 지 예상하지 못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상징이 담겨있었다. 특히 마셀러스가 부치에게 자존심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장면을 보면서 팩폭 당한 기분이었는데, 이 부분이 영화의 의미를 보여주기 시작하는 신호라고 느껴졌다. 장면이 펼쳐질 때마다 대사가 너무 많고 개소리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대사들이었다는 것을 영화를 다 본 후에야 깨달았다. 대사에서도 많은 상징이 녹아있었다. 솔직히 이 영화는 한 번 봐서는 모르겠고 한 번은 더 보면서 상징적 의미를 해석해나가는 재미를 느껴야 할 것 같은 영화인 듯. 

영화의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자 주제와도 맞닿아있는 점은 서로 그렇게 싸우고 죽이고 지랄발광인 상황에 계속 놓여지지만 어떻게든 상황을 좋게 해결해 가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점이다. 특히 쥴스의 말과 행동이 그 역할을 했고 부치가 강간 당하는 마셀러스를 구해주는 행동 등 서로가 만든 문제에서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는 방향과 전개가 무척 재밌었다. 이 지점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같았다. 이런 맥락에서 중간중간 등장하는 철학적인 대사 처리도 어이없는데 집중하게 되고 코믹한 장면도 많아서 재밌게 봤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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