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나재민은 이동혁을 좋아한다.

 왜냐고 물으면 정확하게 할 말은 없었다. 겨우 찾으라면 귀여워서? 귀엽다기보단 얄미운 쪽에 가깝지 않냐고 물으면 또 할 말은 없었다. 그냥 나재민도 이동혁을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 잘 몰랐다. 보면 자꾸 웃게되고 귀엽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게 만들었다. 자기 얘기를 잘 하지 않는 나재민과 반대로 솔직한 것도 그렇고 동그란 여러 곳들도 그렇고 그냥 아무튼간에 나재민은 이동혁을 좋아했다.



 1.

 도녀기 선물 주실 분 차례대로 줄 서주시길 바랍니다-. 잔뜩 혀를 접어가며 말하는 이동혁 주위로 애들이 몰려들었다. 나재민은 그 사이에서 두 발자국 멀어졌다. 저럴 땐 안 귀엽더라고. 나재민은 누굴 때리면서 즐거워하는 취미는 없었다.


 개씹인싸 이동혁은 존나 쳐맞고 존나 부유해졌다. 이동혁은 항상 돈만 있으면 다 행복하다고 했다. 나재민은 거기에 공감하는 편이 아니였지만 정말 이동혁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확실히 깨달았다. 이동혁이 매번 징징대며 사고 싶다고 했던 후드를 생일빵 때린다고 장난치다 넘어져 다친 눈가의 상처를 부비며 입었는데도 웃는 걸 보면 확실했다. 이거 이제노가 사줬다? 미쳤지. 존나 예쁘지. 이동혁은 만족한 듯 거울 앞에서 생 난리를 쳤다. 나재민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였다.


 "나 봐봐."


 고개를 돌리니 기껏 붙여준 밴드가 다 짓눌려 일그러져있다. 붙여줄 땐 아프다고 징징대더니 이젠 괜찮아? 나재민의 얼굴이 확 굳었다. 야 너 그런 표정 좀 짓지 마. 무서워. 내가 뭘. 거울 볼래?

 이동혁은 밴드를 다시 붙여주마자 또 다시 활짝 웃어보였다. 갈색 테이프에 주름이 졌다.


 "이따가 치킨 시킬, 아!"

 "조심 안 해?"


 아껴 입어야 한다며 망가지지 않게 벗는다고 난리를 치다가 이번엔 잘못 맞은 팔이 걸렸다. 아까 대걸레로 때리는 새끼까지 보고 나온 나재민은 한숨을 깊게 쉬었다. 생일빵이 재밌나. 이동혁은 나재민이 원래 생일빵 따위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서 선물을 달라는 말도 안 했다. 장난으로 사달라는 말은 줄곧 했어도 넌 왜 나 선물 안 줘? 라고는 안 물었다. 결국 넌 왜 나 안 때려? 같은 물음이라고 느꼈다. 물론 이동혁만.

 나재민은 옷 하나도 제대로 정리 못 하는 이동혁을 멀리 치우고는 '존나예쁜' 후드를 다시 곱게 접어 모셔뒀다. 그제야 좀 잠잠하다. 기분이 좋은 티가 나게 동그란 머리를 양옆으로 흔들며 치킨 뭐 시킬지 고민하는 모양새가 귀여웠다. 이동혁은 모든 게 티가 났다. 뭘 누르고 고개를 젓고는 다시 누르고 고민한다. 몸을 잔뜩 말고는 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뭐가 그렇게 심각해. 나재민은 그런 이동혁 앞에 툭 선물을 내밀었다.


 "뭐야?"

 "뭐겠어."


 포장도 안 되어있는 흰 박스를 모를리가 없지만 아까 황인준이 박스만 에어팟인 손편지를 던져줬어서 믿질 않았다. 너 에어팟 있는 거 자랑하냐?! 황인준은 비닐도 교묘하게 다시 쌌다. 아 아까 황인준한테 맞은 거 입금 받아야 되는데.


 "너 인준이랑 짰지."

 "뭘 짜. 너 에어팟 잃어버렸다고 내 꺼 빌려가서 일주일동안 안 줬잖아."

 "머야? 진짜?"


 이동혁이 뿌링클에 치즈볼을 두 개 시킬지 하나 시킬지 고민하던 걸 던지고 박스를 쥐었다. 헐 무거워. 미친. 나재민이 돈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맞지도 않았는데 제일 비싼 선물을 받으려니까 양심이 찔린다. 와 진짜 노구라? 치즈볼 두 개 시킬게 재민아. 사랑해.


 "더 귀엽게 말 해야지."

 "쟤미나 고마오!"


 이십만원쯤 되니까 기쁨보다는 감동이 밀려왔다. 나 진짜 잘 할게. 너한테 시비도 안 걸고 귀여울게. 다급하게 치킨을 주문하고 경건한 자세로 꿇어앉은 이동혁이 비닐을 조심스레 벗겼다. 와 진짜 어떡해. 와.

 케이스를 열자 손때 하나 묻지 않은 하얀색 케이스가 보였는데, 뿌연 테이프 사이에,

 영어도 같이 보였다.

 와. 에이. 설마.


 NANA♡


 미친놈이.

 와 진짜 미친놈인가? 이동혁이 이걸 기뻐해야 할 지 슬퍼해야 할 지 잠시 갈등하고 있는 사이에 나재민이 싱긋 웃으면서 정리를 해줬다.


 "잃어버려도 너껀지 모를까봐 새겼어. 동혁아."

 "와 정말 배려 넘쳐서 할 말을 잃었어. 재민아."


 화내면 가져갈까봐 손에 꼭 쥐고 케이스를 만져봤는데도 안 지워진다. 진짜 또라이새끼... 내껀데 왜 너 이름을 새겨. 라고 물으면 내가 준 거니까. 할 나재민에 억지로 웃는 대답밖엔 할 수 없어서 안면에 경련이 일어날 듯 미소를 유지했다. 나나야 (미친놈아) 지금 케이스 주문하면 내일 올까?



 2.

 로켓배송이라는 곳에서 시킨 케이스는 오다가 블랙홀에 갇혔는지 움직이질 않았다. 첫 날엔 숨긴다고 쉬는시간에 노래도 안 들었는데 삼 일 째 되니까 힘들어서 포기했다. 나나 하트 에어팟을 볼 때 마다 나재민은 뿌듯한 듯 바라봤다. 황인준은 나재민의 또라이력에 감탄했고 이제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동혁은 에어팟의 가격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잘생긴 재민이의 생일선물이라고 설명했다. 표정이 좀 애매했다. 저건 기뻐하는 거야 슬퍼하는 거야? 몰라 난 줘도 안 가진다. 쟤도 똑같아. 어떻게 저걸 들고 다니지?


 "근데 동혁아 너 또 잃어버릴 거 같은데."

 "말이 씨가 된다 제노야. 조심하자."


 그렇게 말이 씨가 됐다.

 언제 잃어버렸는데. 몰라 분명히 주머니에 넣어놨는데 없어졌어. 나재민은 알아? 나 받은지 일주일도 안 됐다 인준아. 축하해 너의 우정도 에어팟이랑 같이 사라질 듯. 제노야...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너 잘못도 있으니까 같이 찾아. 이동혁은 쉬는 시간마다 학교를 뒤졌다. 나재민이 쉬는 시간만 되면 튀어나가는 이동혁을 잡으면 장염이라고 구라까고 뛰어다녔다. 하필이면 이동수업이 오전에 몰려있던 날이라 갈 데가 많았다. 체육관 이제노가 갔을 때 없다고 했는데. 아, 음악실 책상서랍에 두고 왔나. 아까 몰래 한 쪽만 끼고 손으로 가렸다가 쫄려서 그만뒀었다. 아 그 때 주머니에 안 넣고 밑에 둔 거 같은데. 음악실에서 우르르 내려오는 후배들에게 제발 가져가지 말아달라고 속으로 기도했다. 진짜 여기도 없으면 그냥 누가 가져간 거다. 황인준이 학생부에 분실물 들어오면 바로 말해주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말이 없는 거 보면 들어온 것도 없다는 말인데. 이동혁이 초조한 듯 입술을 물며 책상 아래로 고개를 내리려는데, 위에 옅은 낙서자국이 보였다.


 나나가 나재민이야? 잘생긴 선배.

 ㅇㅇ

 ㅇㅋ 이따 같이 가


 순간 좆됐음을 감지했다. 아니 미친 나재민이 나나인 건 어떻게 아는 거야. 얘들아 걔 아니야. 잠만 기다려봐. 잠깐 우사인볼트에 빙의한 이동혁은 계단을 세 칸씩 뛰어내려가다 발목을 삐끗했다. 아오... 존나 아프네. 위에서 그랬으면 구를 뻔 했다. 휴. 이게 무슨 시트콤도 아니고. 꽤 큰 소리가 나서 시선이 몰렸는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황인준은 고개를 젓고 모르는 사람인듯 아는 척도 안 했다. 친구 포기할게요.


 "저기 선배. 혹시 나재민선배 반 어딘지 아세요?"

 "재민이? 여기."

 "감사합니다."


 나재민이 후배랑 무슨 교류가 있길래. 아 그냥 잘생긴 걸로 가끔 찾아오는 애들이 있긴 했다. 쟤네는 나재민이 잘생기기만 한 또라이라는 걸 알까. 한숨을 내쉬던 황인준의 표정이 굳었다. 아 잠깐만. 손에 들고있는 거 에어팟 같은데. 얘들아, 하고 부르려던 순간에 우사인볼트에 빙의한 건 걔네들인지 나재민 손에 에어팟이 쥐어진다. 응 걍 털렸어 동혁아.


 "음악실에서 찾았는데 선배꺼 맞죠?"

 "고마워. 찾고 있었는데."


 나재민이 웃자마자 덜컹이며 걸어오던 이동혁이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와. 진짜 시트콤인가.



 3.

 나재민의 선견지명은 인정해야했다. 결국 잃어버리지는 않았으니까. 근데 이동혁이 보건실 침대에 전세낸 걸 보면 다행은 아닌 것 같았다. 이동혁은 나재민이 말 없이 손에 쥐어준 나나 하트 에어팟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미안해서 눈물날 거 같아 재민아. 울어 그럼. 존나 미안...


 "계속 누워있게?"

 "아니. 가야지."

 "잡아."

 "야 뭐 이정도도 못, 악!"


 어떤 멍청이가 다친 다리를 먼저 딛고 일어나. 침대라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머리까지 깨질 뻔 했다. 의지없이 다시 아까 누워있던 자세가 된 이동혁을 보고 나재민이 잘 꺼내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나 한심해? 어, 좀. 인정. 머슥하게 웃는 이동혁이 미안해하는 게 느껴졌다. 잡아. 이번에는 군말없이 손을 꽉 잡고는 일어난다. 뒤에 가방을 메고 어깨엔 이동혁 크로스백까지 얹은 나재민은 이동혁 팔까지 제 어깨에 얹었다. 진짜 이건 에어팟 잃어버린 것보다 더 미안하다. 아니 그건 아닌가.


 "...가방 줘."


 불쌍한 눈으로 손을 내미는 이동혁에게 나재민은 겨우 지갑이랑 갈아입을 옷 하나 들어있는 깃털같은 이동혁 가방대신 공부 좀 한다고 책을 세 권이나 넣은 자기 가방을 건넸다. 이동혁은 이정도야 뭐, 하는 표정을 짓다가 받아들자마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꼈는데 애써 다시 웃어보였다. 다 봤어 동혁아. 나재민이 부축해주지 않으면 이대로 집에 기어가야 할 것 같아서 억지 웃음을 얼굴에 박았다.


 "애들은 어디갔어?"

 "보충."

 "아 맞다."


 그게 고삼이 할 질문이였냐 동혁아. 내가 고삼이여야 알지. 넌 뭔데. 열아홉.


 "야 그냥 택시탈래?"

 "돈 있어?"

 "아니. 너한테 빌리려고 했지."

 "지갑 안 가져왔는데."


 돈이 있으면 뭐하냐 재민아. 가지고 다녀야지. 나 돈 없어. 왜. 너 에어팟 사주느라. 야 미안하다고... 돈이 없다는 말이 구란 걸 아는데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미안해서 자꾸 눈치를 보게 됐다. 아 나 또 잃어버린 건 아니겠지. 이동혁이 남은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하필이면 반대쪽 주머니에 넣었는지 잡히는 게 없었다. 이동혁이 나재민을 멈춰세웠다.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잠만 재민아."

 "왜."


 나재민의 어깨에서 손을 내린 이동혁이 바로 주머니를 찾았다. 에어팟은 못 찾았다. 와. 나 설마 또 잃어버린 거야? 와. 주머니 깊숙한 곳에 빠져서 못 찾는 걸까봐 두 손을 모두 주머니 속으로 처박았는데도 아무것도 없다. 와. 뭐냐. 나 진짜 매직핸드 뭐 그런 거야? 그 모양새가 웃겨서, 남들이 보면 욕이라도 할 거 같아서, 나재민이 두 손을 잡아 빼준다. 밖에서는 이러지 말자.


 "재민아 나 무릎도 나가야 될 거 같다."

 "집에 좀 가면 안 될까."

 "진짜 존나 미안해... 내가 그냥 알바해서 다시 너 이름 박을게. 대가리부터 박을까?"

 "뭘 박아. 아,"


 나재민이 이동혁 크로스백을 열고 들이민다. 이거? 큰 가방안에 지갑과 바람막이, 에어팟 하나가 자유롭게 엉켜있었다. 고맙다 무릎 지켜줘서. 존나 쪽팔려 아오.



 4.

 하필이면 무슨 머피의 법칙 이동혁편 틀어주는 것도 아니고 엘리베이터 점검이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불행은 이동혁네 집이 구 층이라는 거다. 같은 아파트 나재민은 사 층에 살았는데 하필 이동혁은 구 층이다. 재민아 잠깐 집을 바꾸는 게 빠를 거 같지 않아? 널 버리고 가는 게 제일 빠르지 않을까. 난 우리의 우정을 믿어.


 "어제 누가 믿음은 저버리라고 있는 거라더라고."


 게임이 뭐라고. 내기가 뭐라고. 뽀글이 하나 안 사겠다고 배신때린 이동혁이 남긴 명언이였다. 누가 그런 말을 해? 진짜 걔랑 놀지 마. 아니다 놀아. 너도 똑같은 사람 되면 안 되잖아. 그럼 안 노는 게 맞지. 비록 그런 친구라도 넓은 아량을 베풀어서 놀아주는 너가 좋아 재민아.

 못 말린다는 듯 허탈하게 웃은 나재민이 가방을 내려 이동혁 목에 걸어주곤 허리를 숙였다. 업혀. 사실 사층이라고 해도 만만치가 않은 계단이였다. 아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못해도 이동혁 몸무게 정도는 될 텐데 하나 올라갈 때 마다 멈추는 이동혁을 기다려주는 것보다 이게 더 나은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이동혁은 양심이 남아있는지 아까 급식 두 그릇 먹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곤 나재민 목에 팔을 감았다. 괜히 맞붙는 게 긴장됐다. 왜? 이유는 모르겠고 존나 떨렸다. 미안해서 그런가. 불편하게 힘을 주고 있는 이동혁이 굳은 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무겁진 않았다. 가방도 메고 있는데 이정도밖에 안 나가면 좀 이상한 건데. 이동혁이 먹는 걸로만 따졌으면 올라타자마자 나재민이 무너져내렸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가볍네."

 "너 무슨 코끼리라도 생각했냐."

 "그런가."


 그으런가? 올라가니까 무거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생각의 자유는 보장받아야지. 오늘따라 고분고분한 이동혁에 또 웃음이 나온다. 아무말이나 막 하면서 넘기는 게 나재민이 풀어지는 포인트였다. 그냥 좀 귀여우니까.

 생각보다 간단하게 도착한 집 앞에 이동혁이 안전하게 내린다. 집에 아무도 없어? 어. 당연하게 대답하는 나재민이 간단하게 도어락을 열었다. 누가 비밀번호를 네 자리로 해. 아빠가 하신 건데. 심플 이즈 베스트를 확실히 아시는 분이시네.


 "배 안 고파? 뭐 먹을래?"

 "뭐?"

 "떡볶이."

 "먹을래."


 돈 없다면서. 이동혁은 그래 나재민이 돈이 없을리가 없지 하며 침대 위에 편히 자세를 잡았는데 나재민은 방 밖을 나가버렸다. 재민아 안 시켜? 크게 소리지르는 이동혁에 나재민이 주방에서 대답했다. 만들어먹을 건데? 와 진짜 쟤 돈 없나...?

 이동혁은 급하게 카뱅을 켜고 잔고를 확인했다가 급하게 나왔다. 미안해서 사주려고 했는데 그정도조차 허락되지 않는 잔고였다. 닥치고 있어야지. 근데 나재민 요리도 할 줄 알았나. 맛있길 바래야 되는데 맛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떡볶이를 생각하자마자 울리는 꼬르륵 소리에 금세 생각을 바꾸긴 했지만.

 이십일세기엔 그냥 만들고 싶은 요리 앞에 백종원만 붙이면 레시피가 나왔다. 백종원 떡볶이 만드는 법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포스트를 진지하게 읽으며 양념을 만드는데 이동혁이 걱정되는 듯 어기적 어기적 기어나와선 나재민 하는 걸 바라봤다. 너 요리도 해? 가끔. 집에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서 매번 밥을 배달음식으로 때우는 게 싫었다. 장 보는 것도 재밌고 나름 먹을만한 요리가 나오면 뿌듯하기도 해서 취미 아닌 취미가 됐다. 누구한테 해준 적은 없지만.


 "친구 아-"


 각맞춰서 어묵을 써는 나재민 앞으로 입을 벌린다. 빨리 아-. 아무것도 안 한 어묵을 재촉하는 통에 냉장고에 있는 스트링치즈 하나를 돌려서 손에 쥐어줬다. 비싼 거 먹네 나재민. 초딩도 아니고 쭉 늘리는데에 집중하며 먹느라 조용해진다. 손을 빨리했다. 나 하나 더 먹어도 댕? 다 됐으니까 기다려. 치즈 떡볶이 어때? 두 번째 칸에 있어. 몇 개 꺼낼까? 먹고 싶은 만큼.

 그렇다고 다섯 개나 손에 쥐고 보여준다. 떡볶이를 먹겠다는 거야 치즈를 먹겠다는 거야. 나재민은 세 개만 받아서 완성된 떡볶이에 찢어올리고 하나는 다시 전자레인지에 돌려줬다. 솔직히 진심 맛있다. 이동혁이 하나 더 즐겁게 먹는 동안 떡볶이도 앞에 밀어줬다. 치즈가 잔뜩 들어간 부분으로 떠준 나재민은 자연스럽게 콜라까지 따라서 옆에 뒀다.


 "헐 좀 진짜 같네."

 "그럼 가짜야?"

 "먹기 전에는 모르는 거야."

 "먹어봐."


 간도 안 보는 것 같던데. 나재민은 먼저 먹지 않고 이동혁을 기다렸다. 아 나재민 표정 보고 먹어보려고 했는데. 이동혁은 결국 못 이기고 소스를 벽에 덜어낸 치즈를 돌돌 만 떡 하나를 집어 입에 집어넣었다. 이건 맛 없을 수가 없지.


 "치즈 더 돌려줘?"

 "아니? 맛있는데?"


 그게 떡볶이를 먹은 거야 치즈를 먹은 거야 동혁아? 아직도 의심하는 이동혁이 웃기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했다. 그리고 저런 표정을 지을 떄면 꼭 놀리고 싶었다.


 "아까 설탕인줄 알고 소금 넣었는데."

 "어?"


 그렇게 먹으니까 모르지. 구란지 진짠지 모를 표정으로 얘기해놓곤 한 입 떠서 먹는다. 뭐야 진짜야? 궁금한 걸 못 참는 이동혁이 치즈를 치우고 조심스럽게 떡 하나를 입에 넣었다. 반대편 손에는 응급조치인지 콜라를 꽉 쥔 채로.


 "뭐해 동혁아."

 "헐 뭐야 맛있는데?"

 "그러니까 컵 좀 내려놔."


 아. 미안. 너무 티나게 도전하는 느낌으로 먹었나. 아니 근데 너가 구라쳤잖아.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다시 입에 한가득 채운다. 예상보다 더 맛있어서 이동혁은 치즈를 내려두곤 떡볶이에 집중했다. 너 대학 떨어지면 떡볶이집 차려라. 내가 단골손님 해줄게. 되도 않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이동혁식 칭찬이였다. 

 

 "근데 넌 왜 치즈 안 먹어?"

 "나 치즈 안 좋아해."


 이동혁이 다섯 개 넣자고 우겼으면 치즈 폭탄이 될 뻔한 떡볶이를 내려다보다 갑자기 또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세 개만 넣어도 넘쳐서 이미 빨간 부분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야 그럼 말을 하던지... 안 좋아하는데 치즈는 왜 그렇게 많아... 치즈를 걷어내고 푸는 나재민은 상관 없다는 듯 굴었다.


 "너가 좋아하잖아."


 무슨 떡볶이에 치즈 넣은 걸로 그런 대사를 쳐 재민아. 이동혁이 어젯밤 봤던 클리셰 범벅 하이틴 영화를 떠올리곤 켁켁댔다. 매운 떡볶이가 걸려서 확 열이 올랐다. 너무 기침해서 심장아파.



 5.

 정말 잊어버릴 때 쯤에야, 택배가 왔다. 처음엔 시킨 것도 없는데 뭔 택배지 싶었다. 종이 위에 적힌 에어팟케이스 여섯 글자는 이동혁을 설레게 하지 못했다. 이동혁이 에어팟만 사면 간지나게 꾸며버리겠다며 주문했던 빨간색 케이스가 왔는데, 이젠 정이라도 들었는지 깔끔하게 새겨진 걸 가리고 싶지가 않아서 겨우 택배상자만 열고 케이스 자체 포장은 뜯어보지도 않았다. 예쁘지 않은 건 아닌데, 그냥 별로 반갑지 않은 손님 같은 기분이였다. 환불하면 배송비 또 붙겠지. 그럼 그걸로 치즈볼도 못 사먹겠네.



 6.

 간간히 나재민한테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일학년 여자애를 자꾸 나재민이 챙겨준다는 소문.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하면, 그 여자애가 이학년 남자애랑 사귀고 있었다는 거다. 그걸 삼학년 나재민이 비집고 들어가서 어쩌고. 어디서 와전됐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남자애를 보고 나재민이 웃고 갔다던가 하는 얘기도 덧붙었다. 뭔 개소리야. 막장 청춘 드라마찍냐? 이동혁은 어이없어서 진짜냐고 묻는 애들이 올 때 마다 진심으로 빡쳐했다. 얼마나 소문이 이상하게 났으면 나중엔 나재민이 그 여자애 손목을 잡고 끌고 갔다는 얘기가 들려서 황인준 입에서까지 욕이 나왔다. 거기에 놀란 이동혁이 딸꾹질을 해서 금방 원래의 황인준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무튼 존나 나재민네 반 분위기는 싸했다. 차라리 나재민을 조금이라도 아는 애들이면 모르겠지만 얼굴로만 유명하지 말도 잘 안 하고 후배랑 친하게 연락하고 지내는 편이 아니라 자꾸 소문이 불었다.

 나재민은 나서서 부정을 하지 않았다. 이동혁은 별 반응을 하지 않는 나재민을 볼 때 마다 억울해서는 자기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는데 그럴 때면 나재민은 진짜도 아닌데 뭐. 하고 넘겼다. 진짜가 아니니까 억울한 거잖아!!! 아니라고 할 때 믿을 거였으면 소문이 이렇게 안 퍼졌겠지. 진짜 개 짜증나 너...


 "너까지 나 싫어하면 그건 좀 억울할 거 같은데."

 "와나 진짜... 장난 칠 때냐 지금?"

 "장난 아니야 동혁아."


 나재민이 이렇게 진심인 표정을 지을 때면 이동혁은 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웃어넘겨서 분위기를 되돌리는 게 맞는 건데, 나재민 앞에선 이동혁의 레파토리가 하나도 적용되지가 않았다. 웃기게도 남들은 다 나재민이 이동혁을 맞춰준다고 했지만 나재민한테 자기도 모르게 끌려가는 게 이동혁이였다.



 7.

 결국 이동혁은 사고를 쳤다. 나재민이 너한테도 뭐 사다바치고 그러냐? 걔 남자도 꼬신다며. 그 말에 개빡돌아서 이동혁이 선빵을 쳤다. 체격 차이가 좀 나서 바로 얻어맞았지만 개의치 않고 다시 한 대를 치다가 교무실로 연행됐다. 원래라면 한 대는 더 때렸다고 속으로 이겼다고 생각하면서 좋아해야 되는 게 맞는데, 아직도 그 새끼가 짓껄이던 말이 생각나서 기분이 좆같았다. 이동혁이 교무실에서 무릎을 꿇고 반성문을 쓰는 동안 자꾸 바지 주머니에서 걸리는 에어팟이 감정에 불을 붙였다.

 교내봉사 20시간. 이동혁은 선빵을 갈긴 걸 후회하지 않았다. 의리를 지키기 위해 주먹을 희생했다고 진술한 이동혁 덕에 그 새끼는 두 배를 받았지만 알 바는 아니다. 언젠가 축제 때 소품으로 썼는지 이제노가 주워다준 밀짚모자를 쓰고 이동혁은 성실하게 잡초를 뽑았다. 한여름이 아니라 다행인 건지 여름에 걸쳐있는 날씨라 짜증을 내야 하는 건지 고민하려다가 포기했다. 나재민이 점점 익어가는 이동혁의 목 뒤로 음료수캔을 들이밀었기 때문이였다.


 "아 시발, 아니... 뭐야?"


 싸웠다고만 했지 자세한 얘기는 안 했어서 이동혁 눈이 커진다. 종례 끝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더니 편의점을 다녀왔는지 나재민은 손에 하얀 봉다리를 들고 흔들었다.


 "빠삐코?"

 "사왔어?"

 "어."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나재민에 장갑을 내팽겨치곤 까준 빠삐코를 받아들었다. 어차피 시간제라 잡초 다 뽑아도 집에 못 가니까 괜찮다고 이동혁이 그늘이 덮인 벤치로 뛰어갔다. 그 말이랑 안 맞게도 열심히 했는지 이동혁의 흰 양말엔 흙이 묻어서 더러워져있었다.

 처음에는 그러지 말지. 하고 이야기하려고 왔는데, 이동혁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그럴 수가 없었다. 차가운 거 먹으니까 살 것 같다며 진짜 여름 오는 것 같다고 얘기히는 이동혁 다리가 흙장난하는 아이처럼 왔다갔다 흔들렸다. 


 "넌 안 더워?"

 "동혁아."

 "엉?"

 "난 너만 아닌 거 알면 돼."


 뜬금없는 말이였어도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서 움직이던 다리가 멈춘다. 나만. 다른 애들도 아니고 나만. 그 말이 나재민이 꼭 이동혁만 특별취급을 하는 것 같아서 다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동혁 손에 쥐어진 아이스크림은 반쯤 녹아서 손에 힘이 들어가자 밖으로 흘러내렸다.


 "쌤 오신다 동혁아."


 어, 어어. 야 니가 그러고 있으면 더 혼나잖아 멍청아. 아 그런가.



 8.

 시간제라고 분명히 얘기를 했는데도 잔디를 다 조져놓은 이동혁을 보고 학주가 혀를 찼다. 요령없는 새끼... 가라. 요령이 없는 게 아니라 손이 네 개였다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은 채 이동혁은 최대한 예의바른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았다. 나재민이 정문 옆 나무에 숨어있어서 이동혁은 경보라도 하는 듯한 걸음으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저 새끼 뭐야 홍길동이여?

 점심도 거르고 빈 속에 빠삐코 하나를 때려넣었더니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꼬르륵 소리가 났다. 빠삐코가 소화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뭘 좀 넣어달라는 소리 같기도 했는데 그걸 알기도 전에 이동혁 입에 피자빵이 물려졌다. 모야? 너 배고프면 아무거나 주워먹잖아. 야 먼 개소리야. 너 저번에 이제노가 운동장에 떨군 햄버거 먹는다며. 아니 흙도 아니고 인공잔디잖아. 먹을 수 있었는데 너가 버려서 결국 못 먹었다며 열심히 오물오물 입을 움직인다. 그래서 내가 새로 사줬잖아. 그래서 너가 좋다고.


 "맛있어?"

 "웅."


 이동혁한테는 빵이 한교시정도 버틸 수 있는 간식같은 거여서 겨우 모퉁이를 하나 지났는데도 사라져있었다. 이온음료를 따서 건네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마신다. 나재민은 내내 기분이 좋지 않다가도 이동혁이 이러고 있을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져서 또 활짝 웃어보였다. 이동혁이 마주하면 멈추게 되는 웃음이였다.


 "나 탔어?"


 봐달라며 고개를 숙이곤 뒷목을 내미는데 예상대로 빨갛게 익어있다. 아퍼. 아까 급하게 썬크림을 발라주긴 했는데 따갑다고 째려보는 통에 군데군데만 나아졌지 전체적으로는 다 탔다. 빨갛네. 하쒸 황인준이 놀릴정도야? 집 가서 얼음 대면 괜찮을 거 같은데.


 "내일부터 더 덥다던데."

 

 아픈지 자꾸 손부채질을 하길래 나재민은 이동혁 목에 다친 애를 대하듯 호호 바람을 불어선 식혔다. 야 머야 간지러. 선풍기 줘 봐. 뒷목에 대주니 좀 괜찮아지는 것 같다고 웃는다. 꼬박 이주동안이나 이러고 있을 텐데도.


 "고마워."

 "뭐가?"


 정말 모른다는 듯 묻는다. 이동혁은 가끔 그랬다. 의리빼면 시체라고. -물론 내기 걸 땐 배신 빼면 시체긴 한데.- 자주 이렇게 나서서 대신 화내고 사고치고 당연하다는 듯 굴었다. 가끔 나재민에게 이동혁은 신기할만큼 순수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걸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다 고맙다고. 믿어주는 것도 화내주는 것도 그리고,


 "에어팟 케이스 안 끼는 거?"

 "머, 뭐 뭐라고?"

 "고맙다고."

 "너 어캐 알았어???"


 장난삼아 던진 건데 또 파드득 놀란다. 케이스 있으면서도 안 껴서 고맙다는 얘기가 아니라, 단순히 말 그대로의 의미였는데 혼자 찔려서 물어보는 게 귀엽다. 사실 나재민은 이동혁 집 갔다가 책상위에 전시하듯 올려져있는 케이스를 보긴 했지만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동혁이 너무 급하게 뒤로 숨기는 걸 봐서 모른 척 해주려고 했는데.


 "왜 안 끼고 다녀?"

 "아. 아니 그냥 그게 너가 사준 거잖아? 그래서 좀 다른 애들한테도 너가 사줬다는 걸 알려주기도 해야되고 근데 마침 너인 거 새겨져있기도 하고 이게 사실 케이스 안 끼는 게 또 간지거든-."


 에어팟은 케이스라며 장바구니에 열 개씩 담아두고 골라달라며 일주일동안 설문조사를 했던 게 불과 이 주 전이다. 나름 최선의 답이라고 생각했는지 나재민 눈치를 살핀다. 나재민이 원하는 답은 아니였다. 믿지도 않았고. 그래도 반응은 해준다. 그래? 눈치가 빠른 이동혁은 나재민이 믿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나올 답이 없어서 나재민의 말만 기다렸다. 배터리가 없는지 아까 꺼진 선풍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상하게 차도 안 다녀서 짧은 적막이 길게만 느껴졌다. 나재민은 이동혁을 뚫어지게 처다보고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근데 동혁아 나는.


 "너 좋아해서 새긴 건데."

 그렇구나, 가 아니라. 뭐?


 "야 미친 갑자기?"

 아 나도 너 좋아하지. 우리 존나 베프 아니냐.


 아... 시발. 바꿔말했다. 차분하게 넘기려고 했는데 속마음이 툭 튀어나왔다. 그냥도 아니고 존나 진심으로 튀어나왔다. 나재민은 그런 반응에도 장난치듯 웃지 않았다. 와 나 더위 먹었나? 왜 이래? 차라리 나재민이 웃으면 따라서 웃고는 다시 생각해둔 대사로 마무리 지으려 했는데 그러지도 않는다. 이동혁은 그 잠시동안 나재민과 멀어진 후 혼자 밥 먹는 상상을 하다가 속으로 절망했다. 이번엔 진짜 속으로 했다.


 "갑자기는 아니고."


 아니라고? 갑자기가 아니라는 건 좀 됐다는 말인데. 이동혁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해서 눈알만 데굴데굴 굴렸다. 언젠가 했던 말이 있었다. 나재민은 누구 사귀면 어떻게 할까. 황인준은 똑같을 거라고 했다. 가끔은 지가 나재민 여친같기도 하다고. 남들이 들으면 뭔 개소린가 싶겠지만 이동혁도 공감했다. 나재민의 다정은 공평했다. 누구에게나 같았다. 그리고 그래서, 이동혁은 눈치채지 못했다. 나재민이 이동혁을 챙겨주는 빈도수가 늘어난 건, 단순히 고삼이 되고 둘이 붙어있는 시간이 늘어나서라고 생각했고, 유독 이동혁이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걸 맞춰주는 것도 돈도 많고 시간도 많고 사랑도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그게 익숙해져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 원래 눈치 빠른데.

 그리고 또 이상한 건, 나재민이 좋아한다는 말을 했는데도, 싫지가 않다는 거다. 나재민을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가끔 생각해봤다. 잘생겼는데 다정하고 눈치도 빠르니까. 근데, 그래도, 이거랑은 별개 아니야? 근데 싫지가 않았다. 그냥 저번에 나재민이 업고 집에 데려다줬을 때처럼, 토할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 묘하고, 두근대고, 덥고, 무섭다. 근데 이게 꼭, 드라마에서 봤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때 남주가 여주 집 찾아갔을 때, 이런 표정 지었던 거 같은데. 아, 나 나재민 좋아하나...?


 "너 불편하라고 한 말 아니니까 그냥 똑같이 대해."

 "좀 조용히 해 봐 재민아."


 나 아직 정리 안 됐으니까 잠만 기다려.

 딱 봐도 복잡해보이는 얼굴에 나재민이 웃어버린다. 이동혁이 저러고 있는 게 자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기분 좋게해서 안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이동혁은 시간이 좀 걸릴 듯 보였다. 별 거 아닌 척 했지만 사실 나재민도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동혁은 생각을 정리하느라 바닥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줄까?"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다는 듯 묻는다. 이동혁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채로 고개를 들고 나재민의 눈을 마주쳤다. 갑작스러운 고백 이후로 처음이였다. 나재민은 이동혁이 약한 눈으로 꼭 이동혁을 온전히 담았다. 다른 건 하나도 보지 않고 꼭 이동혁에게만 향한 눈빛이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려는 듯 바라봤다. 그리고 그게, 신기할 만큼 이동혁에게 해답을 줬다.


 "야 나도."


 질문과 맞지 않는 대답이다. 나재민은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뭐가?"


 장난을 치는 것 같으면서도, 한참 전의 질문에 대한 답이라 이동혁은 따질 수도 없었다. 근데 점점 올라가는 입꼬리가, 아마도 전자가 확실해보였다. 근데 그냥 나재민이 원하는 대로 대답했다.


 "아니 나도 너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 말에 나재민이 기다렸다는 듯 이동혁을 꽉 껴안았다. 야, 아직 존나 밝아. 괜찮아. 이상할 만큼 아무도 없는 게 꼭 지금을 위해 짜여진 것처럼 보였다.


 "근데 동혁아, 같은 건 뭐야."

 "야 너 일부러 그러지."


 응. 듣고 싶어서.

 순순히 인정하는 나재민에 할 말이 없어진다. 이동혁은, 새삼 나재민이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데에 묘한 미시감을 느꼈다. 같은 말인데 방향성이 다른 말이라 그랬다. 나재민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예쁘게도 웃어보였다. 말 안 할 거야? 아니 야. 재밌냐? 응. 같은 건 뭐야. 나 안 좋아해?


 "아 좋아한다고!"

 "나도."


 나재민은 이동혁을 좋아한다.

 이동혁은 나재민을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한다.




이쯤되면 제목이 나나 하트 에어팟 아니냐고요?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있어보이고 싶어서 안 했어요 ㅎㅋ

짝사랑하는 영앤리치 나재민과 자기가 짝사랑 하는 줄도 모르는 귀여운 이동혁 보고 싶어서 우다다다다 써버렸는데 로맨스인지 청게인지 코미디인지 모를 글이 되어버린 거에요 (._.


아 넣고 싶었는데 못 넣은 티엠아 한 개

이동혁은 작년 여름에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계곡에서 잠깐 잠을 자다 뒷목만 새카맣게 칠한 전적이 있었음. 이동혁 방학동안 안 씻어서 저래. 처음엔 애들도 장난인 걸 알았는데 황인준이 찐으로 피하는 바람에 믿는 애들이 생겨서 결국 뒷목에만 톤업 썬크림을 바르고 다녔음.


7942는 아마 이런 가벼운 시리즈물일 거 같고 나오는 애들은 다 같은 애들인데 -같은 캐해- 내용이 이어지지는 않아요ㅎㅅㅎ

궁금하시거나 이해 안 되시거나 오타가 있다면 언제든 남겨주세요 맞검따위 돌리지 않는 쿨함은 아니고 그냥 제가 일부러 틀리게 쓰는 게 많아서 잘 안 돌려가지구,,,, 그래도 너무 오바다 싶은 건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https://peing.net/sevspn7rjtvbih0


아래는 콘티이니 결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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