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는 본편에서 소라가 유학을 떠난지 반년 정도 지난 후 입니다.



"기껏 시간내서 귀국했더니 일한다고 아무도 마중 안 나와주는것 좀 봐-"


한 학기를 끝내고 방학엔 잠시 일본으로 돌아와서 지내기 위해 귀국했으나 미리 연락했던 오빠들이 아무도 공항에 보이질 않았다. 그나마 도착하자마자 전화하라던 하기와라 오빠랑 마츠다 오빠 쪽이 나은 셈이었다.


"어쨌든 전화하라고 했으니까 해볼까- 어차피 마츠다 오빠랑 하기와라 오빠는 같이 있을테니까..."


난 폰을 꺼내들어 마츠다 오빠보다 몇 칸 더 위에 있는 하기와라 오빠의 번호를 눌러 통화를 시도했다. 일하는 중인걸 각오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신호가 끊기고 하기와라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오빠, 일하는 중 아니야?"

[일하고 있지.]

"뭐야. 그럼 통화하면 안 되지. 얼른 작업해."

[괜찮아. 스피커 폰인데다가 초반 작업은 다 끝나가고 있어.]

"방호복은? 많이 위험한 일이야?"

[안 입고 있고, 위험하긴 매번 위험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해체할 수 있어. 그리고 초반 작업 끝내면 여유롭게 할거야. 타이머만 끄면 시간은 무한이고-]

"이 오빠가 정말!! 큰일 날 소리 하지마!"


나도 모르게 다급하게 큰 소리를 질러버려서 공항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왠지 모르게 하기와라 오빠의 여유로운 태도가 조금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앞에서 시간이 무한이라니!


"당장 방호복도 입고..! 아니, 얼른 폭탄 해체 해! 여유롭게는 무슨- 그러다가 잘못되기라도하면..!"


조금의 불안이 말로 내뱉고 나니 점점 커져가서 나도 모르게 울먹이는 소리가 나왔다. 그에 하기와라 오빠는 당황한 목소리로 알았다며 걱정말라고 금방 해치우고 다시 연락하겠다며 날 달랜다. 그에 나는 달랠 시간에 빨리 끝내고 무사히 돌아와! 라고 소리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마츠다 오빠도 마찬가지 이려나...일 하는데 방해할 순 없으니까 일단 짐 좀 두고 와야겠네."


현장에서 뛰는 오빠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낀 탓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하지만 빨리 끝내고 오겠다고 약속했으니 별일은 없을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는 서둘러 고모부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소라짱! 어서와~"

"보고싶었어요-"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날 반갑게 맞아주는 고모와 포옹을 나눈 뒤 막 서재에서 나오는 고모부에게도 인사를 드렸다. 신이치와도 오랜만에 만나고 싶었지만 지금은 학교에 있을 시간이란다.


"소라짱, 점심 안 먹었지? 맛있는거 먹으러 갈래?"

"음- 그건 다음에요. 조금 있다가 오빠들 보러가야할 것 같아요."

"에~ 가족보다 그쪽이야?"

"사실 좀 느긋하게 만나려고 했는데 잔소리를 좀 해야할 것 같아서요."

"잔소리?"


고모가 의아한 얼굴로 물어오자 난 공항에서 있었던 일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고모부가 그 사건이라면 지금 뉴스에서 크게 방송하고 있는 거라며 마침 보고 있었다고 TV 화면을 가리킨다. 고층 빌딩에 설치되었다는 폭탄. 주민들은 피난을 하고 있는 상태며 폭탄 처리반 차량이 언뜻 비춰졌다.


"그러고 보니 그 때의 두 사람이 폭탄 처리반이라고 했던가?"

"네. 하기와라 오빠랑 마츠다 오빠요. 정말이지 위험하게 느긋하게 해체하겠다느니 뭐라느니 하는 바람에 불안해서 냅다 소리부터 질렀어요."

"뭐 그 친구가 해체 못한다고 한게 아니었다면 괜찮을 거란다. 폭탄은 총 두 군데로 남은 건 저곳 뿐이라고 하는 모양이니."

"그러길 바래...아,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이번엔 하기와라 오빠로 부터 걸려온 전화를 곧장 받았다. 그런데 상대는 하기와라 오빠가 아닌 마츠다 오빠였다.


[여- 당분간 하기 실컷 부려먹을 수 있을거야.]

"응? 갑자기 오빠 폰으로 전화해서 무슨 소리야?"

[네가 그랬다며? 빨리 해체하고 나오라고.]

"아, 응."

[실은 하기 녀석 그 말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저 세상 행이었어.]

"..뭐?! 설마 하기와라 오빠 잘못된거야? 그래서 오빠가 이 폰으로..!"


아까 공항에서 느꼈던 불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온몸이 덜덜 떨려서 폰을 떨어뜨릴새라 부숴질듯 손에 힘을 주었다. 내 반응에 고모와 고모부도 놀랐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붙잡아 주신다.


[아니아니- 걱정마. 녀석은 무사해. 애초에 네 덕분에 살았다고 말하고 있던 중이잖아.]

"놀랐잖아! 안 그래도 아까부터 불안해서..."

[일단 우리 일은 다 끝나서 경시청 근처에서 한 잔 하기로 했는데 얼굴 좀 보자-]

"경시청 앞에 있을테니까 데리러 와. 옆에서 잔뜩 쫄아 있을 하기와라 오빠한텐 잔소리 폭탄 맞을 준비하라 그러고."

[네네~ 넌 이제 죽었단다, 하기. (뭣?! 잠깐, 소-)]


마츠다 오빠의 약올리는 소리와 하기와라 오빠의 필사적인 목소리가 작게 들려오던 중 통화가 종료되었다. 아마 지금쯤 자기 일 아니라며 마츠다 오빠가 하기와라 오빠를 실컷 놀리고 있을거다.


"갈꺼니?"

"네. 잠시 다녀올게요. 잔소리 잔뜩 해주고 와야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죠."

"저녁 전엔 돌아오렴. 신이치가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단다."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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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스타트는 하기와라 편입니다. 자정 이후에 한 편 더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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