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결국은, 결국은 나와 같았다.







창밖으로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성우의 눈을 덮는다. 평일과는 대비되는 여유로운 아침, 엄마의 기일이었다.

 

 

 

 

인간연고 03

냥연

 

 

 

 

 부엌을 향한 성우가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일 년 중 얼마 되지 않는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물이 끓는 포트를 바라보며 성우가 맞은편에 있는 냉장고에 몸을 기대었다. 등 언저리에 찬 기운이 맴돌자 기상후 갑작스레 찾아오는 어지러움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평소와 같은 주말이었다면 성우는 평일과 다름없이 바삐 옷을 입고 독서실을 향했을 것이었다. 눈 앞에서 끓여지는 물조차 여유롭게 보는 날은 아마 엄마의 기일날 밖에 없지 않을까 싶었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어제의 핀 꽃 덕분인지, 오늘은 기분이 이상한치만큼 괜찮았다.

 

머그잔에 든 커피를 티스푼으로 섞으며 성우가 쇼파에 몸을 사뿐히 얹어왔다. 티비를 켜자 어제 밤에 방영되었던 예능이 재방송되고 있었다. 성우는 커피를 한 모금 홀짝 들이켰다.

 가만히 앉아있자니 마음에 송골송골 물이 맺힌다.

  기분이 괜찮은 이유는 그저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 하나 덕분이었다. 결국은 오늘은 엄마의 기일 날이었고, 부산으로 향하는 차는 오후 1시에 출발할 것이었고, 그리고..

 

“...음.”

 

  그래봤자였다. 결국은 엄마의 기일이었고, 성우의 한 켠에는 아직 아물지 못한 상처가 눈시울처럼 붉었다. 

 아아. 아픔인지 모를 물기 젖은 앓은 소리가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시계는 12시를 막 넘어가던 참이었다. 여유롭게 버스에 오르려면 차차 준비해야하는 시간이었다. 성우는 일으키기 힘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억지로 몸을 세우는 바람에 쇼파가 쩍쩍 갈라진다. 빈 머그잔을 식탁에 대충 올려놓은 채 성우는 본격적으로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거울 앞에선 자신의 모습은 성우 스스로도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이맘때쯤, 봄이 막 다가오기 시작한다고 느껴질 때쯤에만 꺼내 입는 검은 정장이었다. 여전히 넥타이를 매는 솜씨가 서툴러 성우는 여러번 넥타이를 고쳐매야 했다. 단순히 끈을 잡아 올리는 교복 넥타이보다 훨씬 손질이 어려웠다. 

얇은 검정 넥타이를 정리한 성우가 젖은 머리를 얌전히 말렸다. 급한 날이 아니었고, 날이 날인만큼 성우의 손길은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려던 참에 방문 사이로 보이는 가방이 눈에 밟혔다. 잠깐의 갈등 끝에 성우는 신었던 한쪽 구두를 다시 벗고선 가방을 챙겼다. 오늘 갔다가 오늘 올 것이니, 밤쯤에는 도착할 예정이었다. 바로 집에 가기보단 독서실을 들리는 게 나을 것이었다. 갑작스레 무거워진 어깨 언저리가 시큰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어제만큼 날이 화창했다. 엄마가 좋아하겠다- 성우는 생각했다. 

 골목길을 옆으로 버스가 어제의 목련 꽃을 스쳐지나간다. 괜시리 기분이 다시 간질간질거려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여전히 마주하기 힘든 감정이다.

 

삐빅- “4500원입니다.”

 

 성우는 지갑에서 오천원을 꺼냈다. 고속버스를 타고가면 얼추 4시간이 걸렸다. 아침을 먹지 않아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산 요깃거리를 손에 들었다. 달랑달랑, 성우의 손끝에 검은 비닐봉지가 흔들렸다.

 

 주말이라지만 아직 겨울공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 시기의 터미널은 북적북적하지 않았다. 성수기에 비하면 훨씬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그럼에도 한가한 느낌은 아니었다. 비닐봉지를 뒤적이던 성우의 손이 소세지를 꺼내어왔다. 빨간 표시가 달린 포장지를 뜯어 한입을 베어물자 퍽퍽한 소세지가 입안 가득 채운다. 한손엔 검은 봉지를 달랑달랑 흔들며 부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올렸다. 아주 긴 하루가 시작되는, 평소보단 한박자 늦은 그런 시간이다.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국도를 달렸다. 성우는 넋을 잃은 사람마냥 창밖을 쳐다보았다. 멍하니 창밖을 보자니 귀가 심심한 듯 하여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 노래를 고르자 곧이어 노래가 흘러나왔다.

 

Yellow submarine♬ Yellow submarine♪

We all live in a Yellow submarine♬

 

귓가로 들리는 노래에 성우가 입모양으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란 잠수함, 노란 잠수함. 우리는 모두 노란 잠수함에서 살아요.

다소 잔잔하면서도 흥겨운 노래였다. 처음 들었을땐 심심한 곡이라고 느껴지면서도, 어느순간 익숙해지면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곤 하는 노래였다.

 

-엄만 이 노래가 왜 좋은거야?

-글쎄.. 아마 니 아빠가 나한테 처음 불러준 곡이어서?

-...그게 뭐야. 토나와.

 

 성우가 막 중학생이 되고나서의 기억이었다. 그 가물가물한 어느날의 기억을 떠올리자니 이 노래를 좋아하던 엄마의 마음을 알 듯도 하다. 노란 잠수함은 살며시 들어와 입가에 자꾸 맴돌게 하는 그런 노래였다. 차를 운전하며 노래를 따라부르던 엄마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그려졌다. 성우는 엄마가 이런 기분이었을지 생각해본다.

문득 든 옛 생각들의 성우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새었다. 기분이 나빠서 나오는 웃음일리 없었으나 그다지 좋아서 나는 웃음도 아니었다. 그렇게 아빠를 좋아했으면서.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일밖에 모르던 아빠가 가끔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엄마는 요리를 하다가도 국자를 들고 아빠를 반겼고 빨래를 개다가도 수건을 들고 아빠에게 뛰어 반겼다. 성우가 어렸을 적이나,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들은 매 순간이 한결같았다.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먼저 가버리기나 하고..”

 

또다시 성우의 눈시울이 붉게 차오른다. 고갤 들어 눈물을 삼켰다. 투정 아닌 투정이었다. 원망하기엔 너무 소중한 순간들이었던, 돌아오지 않을 순간에 대한 투정. 그 쯤 이었다.

성우는 눈을 감고 몸을 뒤로 기대었다.

 

We all live in a Yellow submarine♬

 

눈 앞에서 어릴적부터 들었던 상상 속 노란 잠수함이 아른거렸다. 그 안에 있는 엄마와 저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웃고, 싸우고, 같이 떠들던 수다까지, 더 깊은 상상에 빠지기 전 성우는 잠에 들었다.

 

 

 

 

 





엄마는 부산에서 태어났다고 했었다. 살아온 일생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지냈지만 출생지는 부산이었고, 늘 고향에 다시금 가보고 싶단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엄마는 하늘로 올라간 뒤에서야 하얀 뼛가루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저 멀리, 조금 걸어가면 있는 바다에서 시작된 바다향이 성우의 코끝을 찔러온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엄마를 모셔드리고 싶었으나, 사정상 그러지 못했다는 점은 성우에게 늘 아쉬움이 남는 점이다. 그래도 바다냄새가 흘러오는 곳이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곤했다.

터미널에서 마을 버스를 타면 작지 않은 골목길 언저리에 엄마가 있는 납골당이 있었다. 큰 시내가 아니라 번쩍번쩍 하진 않았지만 그만큼 건물도 듬성듬성 있어서 탁 트인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부산의 한 작은 도시라지만, 도시의 답답함은 없는 그런 곳이었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성우가 가장 높은 층의 숫자를 손으로 꾹 눌렀다. 위잉- 부드러운 소음을 내며 오르는 엘레베이터에서 몸을 내리자 한쪽 벽이 통유리로 시야가 트인 공간이 보였다. 한쪽 벽이 전부 유리로 되어있는 공간인 만큼 저 멀리로 조그맣게 바다가 보인다. 성우는 오른편으로 위치한 창가에 손가락을 쭉 쓸어내려보았다. 파도가 치는 연안을 응시하다 고개를 돌려 엄마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익숙한 사진과, 익숙한 유골함이 뿌옇게 보였다. 성우의 심장이 찌르르 울린다.

 

“..아.”

 

한숨과 같은 탄식이 입 안에서 튀어나왔다. 매번 엄마를 마주하는 이 순간은 성우에게 버거운 순간들이었다. 성우가 조심스레 손을 올렸다. 파르르 떨리는 손이 네모난 유리창에 닿는다. 유리벽으로 막힌 엄마의 유골함과 저의 모습이, 현실의 성우와 그의 엄마처럼 마음을 갈라놓는다. 

매년 매순간이 버틸 순 있어도 이겨내기엔 버거운 아픔이었다. 익숙한만큼 또다시 마주하는 이 아픔이 두려운 것이 당연했다. 첫 주사를 맞을 때는 아픔의 척도를 알지 못하지만 주사가 아프단 것을 알고나서부턴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이었다.

유골함에 붙혀진 저와 엄마, 그리고 옆에 무표정으로 서있는 아빠의 사진. 성우는 막혀진 유리창 위로 사진에 손을 얹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겪은 사람이라면 알 것이었다. 그저 반사적으로 마음을 덮쳐오는 슬픔에 눈가가 또다시 젖어왔다. 오늘만해도 여러번. 눈물은 나오지 못한 채 성우의 눈 속에 갇혀 삭혀졌다.

 

“..엄마.”

 

나 왔어요. 보고 싶었지.


차마 뒷말을 입밖으로 꺼낼 순 없었다. 잔뜩 물기어린 성우의 목소리가 더 나오다간 눈물이 터질 것 같이 위태로웠다. 성우가 사진엔 여전히 손을 댄채 시선을 급하게 돌렸다. 꾹꾹, 올라오는 모든 감정을 목 아래로 밀어 넣는다.

저 멀리 창 너머로 자그마한 파도가 쳤다.

 

누군가는 시간이 약이라 했다. 엄마의 상을 치를 때 기억나지 않는 엄마의 지인이 해주고 가셨던 말이었다.

 

-어휴.. 저리 이른 나이에 가버려선.. 지 아들은 어쩌고..

-..그러게요.. 그래도 아들내미가 지 엄마 닮아서 야무져서 잘할거에요.

-..그래도 엄마 없이 큰 애들은 다 티가 나는 법이잖니.

-성우가 애인가요 뭐..

 

엄마의 사진 옆에서 서있으며 들은 말들은 전부 성우를 겉으로는 성우를 걱정해오는 척 오지랖을 잔뜩 부리는 말들로 가득했다. 그 시간엔 가슴이 저 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에 귀로 들어오는 모든것이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의 말은 자신이 올곧게 크지 못할 것이란 확신들로 가득 차있었다.

장례식장부터 사진 속에서 해사하게 웃고 있는 엄마는 걱정 하나 없어보인다.

우리 엄마는, 날 그렇게 키우지 않았는데악바리가 생긴 것은 그때부터였다. 성우는 자신이 엄마가 없다는 것을 티내지 말아야하는 강한 압박 속에서 더 독해지고 세상을 향해 벽을 쌓아왔다.

 

그러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시간은 그저 상처를 덮을 뿐 근본적인 상처의 치료제가 되진 못한다.


성우가 돌렸던 고개를 다시 유골함에 마주했다. 새하얀 유골함 위로 써져있는 한자 세글자를 입으로 읽어본다. 올라가지 않는 입 꼬리를 어렵게 올려가며 성우의 양쪽 볼은 파르르 위태롭게 떨려왔다.


엄마 나 잘하고 있어.

 

차마 입 밖으로 뱉어지지 못한 말들이 성우의 입가에서 맴돌았다. 성우가 손목에 차있는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시간이 많이 없었다. 이젠 가야했다. 

성우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이 지긋지긋한 아픔의 감정을, 그러나 피할수도 없고 피하고 싶지도 않은 이 아픔을 다시 1년간은 잊으며 살아야했다. 성우가 가만히 유골함에 손을 댄 채 감정을 정리하고자 심호흡을 반복했다. 꼬인 실처럼 잔뜩 엉킨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내년엔, 이것저것 많이 준비해서 올게요.”

 

“..올해는, 아무것도 준비 못해서 미안해.”

 

엄마가 고등학생때는 절대로, 무리하지 말랬으니까. 나 엄마랑 약속한 대로 하고 있어. 대신 내년엔, 꼭 대학 합격증이랑 엄마 줄 것들, 그동안 못한 만큼 잔뜩 가져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성우가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거나 그러진 않았다. 사실은 얼른 이 감정의 늪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심장이 아파서 찢어질 것 같을 때가 되서야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엄마가 있는 곳을 빠른 발걸음으로 벗어나는 성우의 발걸음이 외면적이다. 한발짝 한발짝, 점점 걸음을 빨리한다.

 

“...아.”

 

아아.. 아.


그리고 서둘렀던 걸음은 삽시간에 못에 박힌 듯 멈춰선다. 


아아, 세상은 이럴 수 없다.



성우의 얼굴이 절망에 가까운 탄식과 함께 일그러졌다.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맞은편에 있던 사람도 적잖이 놀랐는지 똑같이 걸음을 늦춰왔다. 눈 앞에 있는 익숙한 인형의 모습에 성우는 가슴을 부여잡는다. 이럴 수는 없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건데. 

주변의 모든 소음이 가라앉았다. 모든게 먹혀들어가는 공간 속에서 성우는 여전히 가슴을 부여잡은 채 서있다. 일어날 일은 아무리 일어나고, 너와 나의 모든 공간속에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순간들이 매번 닥친다 해도, 그렇다고 해도..

이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신의 장난이다.

머지 않은 거리에서, 하지만 조금이라도 한눈 팔면 멀어질 것같은 거리에 저와 같은 복장을 한 다니엘이 서 있었다. 귓가가 잔뜩 먹먹해져왔다. 충격을 잔뜩 먹은 뇌가 일을 하지 않는다. 

이게 말이 되는걸까, 이게 정말로 말이 되는걸까. 성우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다니엘이 왜 그곳에 있는지, 왜 자신의 눈앞에 있는지 궁금하지 않다. 그저 자신이 너무나 약해져있을 땐 항상 네가 내 눈 앞에 있었다. 그 이유면 충분하다. 그 한가지만으로,

 

“아..아으윽.”

 

성우가 다니엘에게 달려가 안기기엔 충분한 이유였다. 마음이 저 아래 보이는 바다까지 떨어져버린 순간에, 너는 이렇게 마법같게도 등장한다. 

오열스러운 울음이 성우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지금껏 쌓아왔던 모든 눌러앉아있던 감정들이 익숙치 않게 입 밖으로 샌다. 아,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참고 참았던 감정의 잠금장치가 풀려온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도, 너를 보고 있자면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안긴 품 사이로 코끝에서 다니엘의 향이 풍겼다. 생소하면서도 푸근한 그 향기에 얼굴을 묻었다. 그게 위로가 되고, 다니엘의 체향 하나만으로 모든 감정이 훌훌 털어져 나왔다. 

 

“너는 왜.. 왜 너는, 맨날 이러냐..?”

“...”

“...너는 어떻게 나한테 매번 이래.. 어떻게..”


어떻게.

성우의 원망어린 목소리가 다니엘의 귓가에 울렸다. 하지만 그뿐이다. 성우는 다니엘을 내치지도 밀어내지도 않았다. 그 모든 대치와 대립의 순간들이 어제부로 아스라져간다. 

원망에 대해선 대답 대신 성우의 등으로 커다란 손이 얹혀왔다. 그 품이 무너져 내릴 만큼 좋다. 서툰 그 손길이, 녹아내릴 만큼 따듯하다.

 

너는 나보다 날 잘 알았다.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약한 순간을 나보다도 잘 알고선 마법처럼 눈 앞에 등장하는 너였다. 그러니 너가 여기 이곳에 어떠한 이유로 있던 상관없었다. 다니엘에게 안긴 그 순간부턴 성우의 응어리같은 감정들이 녹아내리기에 충분했다. 다니엘에게 느낀 수많은 불편하고 앓아온 감정들은 전부 부질없었다.


이 순간에, 정말 말이 안되게도, 너가 내 앞에 있는데 그런게 뭐가 중요한데. 


성우의 다리가 파들파들 떨려왔다. 

다니엘이 말없이 성우를 조심스레 품에서 떼어냈다. 그 두 손길이 퍽 다정해서 숨이 막혀온다. 무심코 마주잡힌 두 손이 온기로 가득했다. 다니엘이 부서질 것 같은 성우의 팔을 조심스럽게 끌어 근처에 있는 의자에 성우를 앉혀왔다. 그 순간에도 성우는 다니엘의 손이 생명줄이라도 되는 듯 놓지 못했다. 자신의 손을 붙잡은 성우의 손이 힘없이 떨렸다. 가녀린 그 팔뚝에 다니엘의 마음이 시큰거린다. 한대 툭 치면 아스라져 사라질 듯한 그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다니엘은 성우의 손을 자신의 다른 한 손으로 덮어주었다. 덮힌 손을 말 없이 쳐다보는 성우의 자그마한 머리통이 미세하게 떨렸다.

 

“잠만 여서 기다리라.”

“...”

“..내 아빠한테 인사만 하고 온다.”

 

금방 오께. 다니엘의 목소리가 잠겨 갈라졌다. 그 속에 숨겨진 물기를 성우는 놓치지 않는다.

성우는 다니엘이 들어간 구역으로 시선을 좇았다. 넓직한 등이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울음을 참는 듯 크게 들썩인다. 그 모습이 저를 많이 닮아있다. 결국은 저와 같은, 잔뜩 축 젖어보이는 어깨를 가진, 너는 나와 같은 사람일뿐이었다.

 

-미안타.

 

학원에서 자신에게 건내온 어이없던 그 한마디를 성우는 오해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상대를 두드려 놓고, 상대가 반응하면 막상 다니엘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그게 성우를 복잡하게 만들고 잔뜩 혼란스럽게 해놓았지만, 너는 나에게 문을 두드리고 도망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문 앞에서 성우 자신이 나오기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너는 미안할 수 밖에 없었을거다. 나란 사람의 울타리를 전부 부시고 들어섰다간, 내가 어떻게 될 줄을, 다니엘 너는 나 스스로보다 잘 알았으니까.

너가 나에게 할 수 있는 건 고작 울타리 앞에서 기다리는 것 뿐이었으니.

나에게 다가온 것 자체로부터 느껴야 했을 너의 미안함에,

모든 것을 앞서 보았던 너의 지혜에,

미워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 더 미운 너에게.


나는 기꺼이 박수를 선사한다.






망설이며 고개를 돌리는 다니엘과 눈이 마주친다. 벌게진 성우의 눈가가 따끔거렸지만 그럼에도 누구도 서로의 눈길을 피하지 않는다. 성우는 그 시선의 교환으로부터 한가지 사실을 더 깨닫는다.


넌 이미 알고 있었다. 나에겐 결국 너란 사람이 필요한걸, 다니엘 넌 스스로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깨달음이 마음으로 도달하는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사실로부터 다시 한번 다른 의미로서의 눈물이 새어나온다. 

성우의 볼 언저리로 눈물 한줄기가 또르르 흘러내렸다. 퉁하니 부은 눈가가 벌겋다. 언제 가까이 왔는지 다니엘은 성우를 내려다보며 조심스레 손을 들어 한줄기의 눈물을 훔친다. 그 손이 또 너무 다정해서, 성우는 고개를 숙였다.

 

“고마 우라..”

“...”

“..내도 오늘은 다 못 받아줄 거 같으니까,”

 

그러니까, 성우야..


다니엘의 낮은 목소리가 아까보다도 잔뜩 젖어있었다. 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는 다니엘에 성우는 고개를 들 수 없다. 이 사무치는 미안함 안에서 너에게 어찌 얼굴을 보일 수 있을까. 추락해서 정말로 이제는 다시 나오지 못할 것 같은 순간에 저를 붙잡아주는 눈 앞의 이 사람에게.

끝끝내 다니엘은 울지 않는다.




We all live in a Yellow submarine ♬

Yellow submarine ♪


노란잠수함.  엄마가 아빠에게 가졌던 노란 잠수함의 의미를 다니엘을 보며 알 듯도 했다.

결국은 잘난 다니엘도, 못난 저도,

세상이란 잠수함 안에서 보여지는 모습일뿐, 물 밖에서 바라보지 않는 이상 진심이란건 보이지 않는 법이었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겉 모습이 다를지언정, 같은 아픔과 같은 상처를 지닌 채.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것을 숨기는 다니엘. 너도 결국은, 결국은 나와 같았다.

 

 

 

 

 

 

 

 

 

 

 



“밥이나 묵고 가까?”


즉흥적으로 던져진 다니엘의 말이었다. 성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침울한 분위기를 다소 사그라들게하는 가벼운 질문이었다. 성우는 그런 다니엘의 의도를 굳이 망치고 싶지 않았다.

 

다니엘이 잘 안다는 횟집으로 향했다. 평소 회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성우였지만, 그저 알겠다고 대답한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아 설명할 수 없다.

해가 어물쩍 어물쩍 저무려는 낌새를 보였다. 성우는 시계를 보지 않았지만, 이미 버스가 출발할 시간은 넘었단 걸 알고 있었다.

 

“바다 예쁘네.”

 

글쎄, 걱정은 크게 되지 않았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바다가 예뻤고, 자신의 옆엔 고개를 끄덕이는 다니엘이 있었다. 흘러가는 불행과 불운 속에서 지금만큼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

 




 


 

“아이고 우리 니엘이 왔나.”


다니엘이 아는 집이라더니, 정확히는 다니엘이 사장님과 아는 집이었나보다. 다니엘이 들어서자 사장님께서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내왔다.

 

“마, 이게 얼마만이고. 니 잘 지냈나. 니 어매는 잘 지내나.”

“하이고 이모, 하나씩 물어보이소.”

“반가워서 그러제 반가워서.”

 

성우가 한발짝 떨어져서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는 다니엘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보았던 다니엘의 웃음. 언제였을까. 학교에서 아이들과 운동할 때? 교실에서 아이들과 떠드는 모습? 아니다. 그런게 아니었다.

 

“내 어매는 이모가 더 잘 알지 않슴니까?”

“하이고야, 니 어매가 좀 차갑드나. 같은 부산 살면서 연락한번이 없다.”

“내도 엄마랑 딱히 연락 안한다.”

 

다니엘의 표정이 묘하게 가라앉았다. 문득, 스쳐가는 어제의 다니엘의 모습이 보였다. 목련나무 아래서, 저를 바라보던 그 슬픈 웃음이 지금 눈앞에 있는 다니엘에게 겹쳐보였다. 사장님과 다니엘의 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다니엘이 참된 웃음을 보이는 모습만으로, 다니엘이 사장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성우는 알 수 있었다.

 

“근디.. 야는 누고?”

“아, 서울 가서 만난 친구다.”

“아따, 우리 다니엘 서울 사람 다 됬구마잉.”

“뭔 소리고.”

 

다니엘이 성우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 묘하게 다니엘의 손이 떨렸다. 충동적으로 성우의 손을 잡은 다니엘이 스스로 당혹스러워했다. 일단 잡았으니 뭐라도 해야했다. 갑작스러운 촉감에 흠칫하는 성우를 끌고 창가자리에 앉혔다. 다소 급해보이는 그 손길을 성우는 곧이 곧대로 함구한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바다가 속이 트이게 시원했다. 성우는 그보다도 더 넓은 다니엘을 쳐다본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바다를 보는 다니엘은 생각이 많아 보였다.

 

“우리 이모다.”

“...”

“엄마 동생.”

 

의도치 않게 이모와 간만의 대화를 나누면서 이것저것 말하고 나니, 옆에서 성우가 잠자코 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알지 못할 부끄러움과 무안함이 그제서야 다니엘을 덮쳤더랬다. 나란 사람이 부끄러운게 아니고, 성우에게 자신의 또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직은 다니엘에게도 익숙치 않은 일이었다.

 

“어머니는?”

“어?”

“어머니도 부산에 사신다며. 안 뵙고 가도 괜찮아?”

 

성우의 물음에 다니엘은 말을 고르는 듯 성우를 쳐다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순차적이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주고 받고가 확실하게 이루어지는 대화였다. 다니엘이 결국 하려던 말을 말고 바다로 시선을 돌린다. 성우는 시선을 마주하지 않는 다니엘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길지 않은 침묵이 흘렀다.

 

“엄마랑 연락 안한다.”

 

왜라고 물으려다 성우는 말았다. 왜인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다니엘만의 사정이 있을것이었고 아직은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것이었다. 다니엘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런건 본디 본인이 말하기 전까진 먼저 묻지 않아주는게 예의니까.

 

“나랑 똑같네.”

“뭐가.”

“나도 아빠랑 연락 안해.”

 

그 대신 성우는 ‘왜’냐고 묻지 않는 이유를 답한다.

 

“그래서 나도 니 맘 알아.”

 

닥친 상황은 다를지언정 세상이 둘에게 행해진 방침은 같았다. 거기서 오는 감정의 교집합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다니엘이 자신의 앞에 있는 성우를 쳐다보았다. 성우의 눈동자에서 확신이 느껴졌다. 그게 너의 따뜻함이었다.

서로가 마주한다. 첫 만남 때의 거짓 다니엘과 차가운 성우의 모습으로가 아닌, 진짜 다니엘과 성우가 마주한다. 두 눈 사이로 수많은 이야기들이 말 없이 스쳐지나간다. 의지, 진실됨, 그리고 약간의 부끄러움.다니엘은 이럴 때가 아니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간 존재해야만 하는 순간이다. 다니엘은 입술을 깨물다가 말을 이었다. 괜찮았다. 지금이 좋았고, 앞에는 성우가 있었다. 그거면 된거였다.

 

“아빠가, 작년에 돌아가싰다.”

 

성우가 다니엘의 표정을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살폈다. 분명 성우에게 말하고 있지만 다니엘에겐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마주하는 순간일 터였다. 그 행위가 얼마나 버거운지도, 혼자선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자신이 있어야만 한다는 걸 성우는 알았다. 잠자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그래서였다.

 

“내는 아빠한테 자랐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일하느라 거의 보지도 몬했다."


다니엘은 식탁위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유리잔을 응시했다. 여전히 그 곳에 시선을 둔채 다니엘은 말을 이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남사시러버도, 우리 집이 부족한거 하나 없이 지내온 집안이다. 엄마가 부산에서 하는 사업이 그때나 지금이나 잘되가, 봐라 지금도 아들내미랑 연락 하나 안하고 지낸다.“


다니엘의 낮은 목소리가 식당을 가득 채웠다. 죽집에 가면 나올듯한 노래가 저 멀리 천장에 달린 스피커로부터 흘러나왔다. 성우는 그 속에서 고뇌가 담겨있는 다니엘의 목소리를 최대한 담고자 노력했다. 이 순간이, 이 분위기가, 지금 다니엘의 모습이 정확히 어떤건지 규명할 수 없음에도 중요한 순간임을 성우는 알고 있었다.

 

“원래는, 내 대학 서울로 붙으면, 그때 서울로 올라갈라켔거든. 내는 슴살에 서울에서 혼자 살고, 아빠는 엄마 밥 챙겨줘야 한다꼬, 지는 부산에 있을라켔다. 엄마가 진짜 일밖에 모르는 아줌마라, 안챙겨주면 일하느라 먹지도 않는다”

 

어디선가 본 이야기,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 아니 성우에게 정확히는 어디선가 경험한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아빠가 갑작스레 작년에 돌아가신기라. 내는 엄마 목소리 고등학교 와가 그날 첨 들었다. 서울로 가라고. 돈은 매달 보내줄테니까, 지 일하는데 귀찮게 하지말라고. 그래서 1년 먼저 자취하는기다.”

 

다니엘이 이내 무안한 감정에 쌓여 고개를 숙였다. 성우의 시선이 정수리로 느껴진다. 

성우는 별말이 없었다. 그저 이야기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여줄 뿐이었다. 다니엘은 그런 성우가 고마웠다. 별게 아닌걸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모르는 척, 별게 아닌 것처럼 굴어야 다니엘도 무너지지 않는단걸 성우도 알고 있는 듯 했다.

얼마나, 참는게 버거웠을까. 성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자그마치 3년이 넘는 시간동안 회복하지 못해 오늘처럼 눈가를 적시는게 일상인 성우였다. 같은 일을 겪는 다니엘이, 고작해야 한해도 아직 다가지 않았는데.

내가 안겼음에도, 저를 위해 울지 않아준 다니엘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제멋대로 무너지고 제멋대로 다니엘을 대한 성우임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그곳에서 자리를 지켜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 머리 속을 가득 채웠던 상식 밖의 행동을 다니엘은 다시금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금의 성우는 안다. 다니엘도 저와 같은 사람이다.

 그게 제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라도.

 

“고마워.”

“...”

“고마워, 다니엘.”

 

이제는 하나의 마법일 뿐이다.

내가 너를 알고 너가 나를 알아 간다는건, 서로에게 더욱 의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불가항력적으로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멈출 순 없었다. 멈추려다간 서로가 서로를 다치게 할 것임이 분명했다. 돌아가는 톱니바퀴 속, 장애물이 있다면 두 바퀴가 다치지 않게 치워야 할 때였다. 다니엘은 한차례 자신의 장애물을 멋있게 치워주었다. 성우는 그것만으로 다니엘에게 고마웠다.

 

 

 

 

 

 

 

 

해가 어둑어둑 해지고 저 바다 넘어로 불빛 한두개가 보였다. 등진 가게의 불빛들이 잔잔히 밤바다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그 누구도 먼저 집에 언제 가고 어떻게 가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다. 별로 필요가 없었다. 성우 옆엔 다니엘이, 다니엘 옆엔 성우가 있었다. 서로가 각자를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순간엔, 그런 사사로운 것들은 필요가 없었다.

모래사장에 들어서고 해안가를 걸었다. 바다의 모습은 크게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바다향기는 낮보다 훨씬 강했다. 보이지 않는 만큼 파도 소리 또한 더욱 크게 들려왔다. 사박사박 두쌍의 발자국이 둘의 뒷 배경으로 남겨졌다.

 

다니엘이 어느 지점에서 모래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같이 있던 성우도 별 말없이 다니엘 옆에 앉았다.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왔다. 움직일땐 몰랐는데 앉으니까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다니엘이 몸을 떠는 성우를 쳐다보았다.

 

“춥나.”

“..조금.”

 

다니엘이 자신의 정장 마이를 벗어 성우에게 건냈다. 성우도 딱히 마다하지 않고 받아 등에 걸쳤다. 새하얀 와이셔츠와 함께 다니엘의 넓은 등이 보였다. 등뒤로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에 다니엘의 와이셔츠가 여러색으로 물들었다.

 

“안추워?”

“어.”

 

예의상 물었지만, 다니엘이 추워보인다면 성우는 다시 옷을 되돌려 주려 했다. 거짓말은 아닌지 다니엘은 딱히 추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성우도 어느정도 안심하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닷바람이 세게 불었지만 그래서 몸은 추울지언정 가슴은 시원했다.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우야되든, 내는 니만 있음 된다.”

 

성우는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겪어보는 낯선 감각에, 저를 덮쳐오는 다니엘이란 사람은, 피할 수 없었고 필연적인 존재였다. 그걸 분명히 알면서도, 몇 년만에 찾아온 이 방문객은 이런식으로 시도때도 없이 문을 두드린다는 것이었다. 그 감정이 아직까진 낯설었다. 다니엘의 말에 절박함이 숨겨져 있어서 더욱 그랬다.

다니엘은 한 순간도 성우의 담장과 벽을 부시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성우의 담장 너머로 벽 안쪽으로, 성우와 다니엘만이 볼 수 있도록 꽃 한송이를 피우고자 했을 뿐이었다.

 

“다니엘.”

“...”

“..손 잡을까?”

 

꽃 한송이에 물을 주는 법을 이렇게 조금씩 다니엘로부터 알아가는 것이었다. 다니엘이 손을 내밀자 성우가 손을 잡았다.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맞잡은 그 순간에 닥쳐오는 심장의 떨림, 귀를 가득채우는 파도소리, 속으로부터 차오르는 그 무언가를 맞이하는 순간엔, 정확히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성우의 손이 조금씩 떨렸다. 다니엘이 고개를 돌려 성우를 쳐다보았다. 눈을 꼭 감은 채 얼굴마저 조금씩 떨려오는 성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그럴만 했다. 온몸을 요동치는 이 감정을, 다니엘도 간신히 버티고 있기에, 저의 옆에서 벅차오르는 감정에 휘둘리는 성우의 모습을, 다니엘은 이해할 수 있었다.

성우야. 내는 니가 간절하다.

알고 있잖아, 관두기엔 이미 늦은거.

 

다니엘이 성우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

너가 날 필요로 하고 내가 널 필요로한다.

 

그러니까. 그거면 된거였다.







그날은 너의 가방이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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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발행 18.04.08 / 00:31 Am

재발행 18.07.04 / 02:40 Am


♬ The Beatles - Yellow Subma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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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나이만큼, 조금은 빨랐던. 너와 나의 감정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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