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없음.

※ 현대물 설정.

※ 커플요소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

※ 제목 수정



"우치하씨?"

그들의 두 번째 만남은 기이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사무실을 가득 채운 피비린내의 철향이 코를 찌르고 다소 덩치가 있는 사내들의 걸걸한 웃음소리와 고함소리따위가 고막을 울렸다. 어두운 방안에 유일하게 빛이 들어오는 문을 등진채로 그 가운데 서있는, 이전에 봤던 것과는 사뭇 나른 분위기를 풍기며 서있는 그는 낯설게만 보여 혹여 다른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추측이 빗나갔다고 말해주기라도 하듯 그의 허스키한 음성이 제 이름을 호명했다.

"왜 여기에─, 아니 그것보다 다친데는 없냐니깐?"
"아…."

순간 다가오는 그의 발걸음 소리에 사스케는 스스로 꼴사납다고 생각할 정도로 몸을 작게 움찔거렸다. 긴장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두려움때문인걸까.
그 움직임에 이쪽을 향해 걸어오던 나루토의 발걸음이 무언가에 막힌듯 끼익, 하고 멈췄다. 작게 아, 하는 탄성 소리를 내뱉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 사스케가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맞췄을 때에는 어쩐지 그는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상처를 받은 듯한, 어째서?
그런 의문에 답은 나오지 않은채 나루토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거리를 더 이상 좁히지 않고 살짝 발을 물러나게 하고는 처음봤을 때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설 수 있겠습니까?"

물리적 거리뿐만 아닌, 또 다른 거리가 생긴 듯한 존칭에 다소 어색함이 느껴졌다. 주저앉아있는 사스케가 일어나지 않는건지 못하는건지 확인하려는 듯 시선은 이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눈은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사스케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켜세웠다. 움직이는 데에도 지장이 없고 아까 얻어맞은 뺨이 욱씬거리지만 참을만 했다. 거동에 불편함이 없는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루토는 길을 열어주듯 등지고 있던 문쪽으로 몸을 돌렸고, 사스케가 그의 몇걸음 뒤에 서서 그의 발걸음을 쫓았다.

"뭐야, 그 형씨는?"

전등이 환하게 켜져있는 사무실쪽으로 나오자 나루토와 같은 검은 정장을 입었지만 외모나 분위기, 체격따위가 험악한 남자들이 모여있었다. 바닥에는 여럿 남자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소파나 바닥따위를 더럽힌채로 뒹굴고 있었다. 문득 안쪽에 제 뺨을 후려쳤던 남자 역시 쓰러져있는 것이 보였다.

"싯, 싯, 다가오지 말라니깐요."

짐승을 내쫓듯 사스케에게 관심을 보이는 험악한 인상의 남자에게 나루토가 손을 휘저으며 다가오지 말라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말투로 보아하니 서로 적대하는 태도는 없었으나 이내 건방진 소리를 한다며 나루토는 남자에게 머리를 쥐어박혔다. 아프다며 맞은 뒤통수를 부여잡고 꽥꽥 소리지르는 나루토를 마치 개가 짖는것을 보는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남자는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작은 소동에 주변에서 담배를 피면서 잡담을 하던 이들이 구경거리라도 보듯이 이쪽으로 향해오기 시작했다.

"오. 뭐냐, 나루토. 또 사고라도 친거야?"
"그런거 아니라니깐요! 아, 정말! 우치하씨, 얼른 나가죠!"
"우치하?"

모여드는 남자들에게서 보호하려는 듯이 나루토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몸으로 가로막고는 이내 거리도 잊은채로 그의 손목을 잡아채고 사무실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이내 나루토의 입에서 언급된 이름에 방금전 나루토의 머리를 쥐어박은 남자가 그 이름을 곱씹었다.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이름이라는 반응에 사스케는 오히려 의문스러웠다. 나루토 외에는 전부 초대면인 남자들 뿐이었고 다소 독특한 성이긴 했으나 알려질만큼 유명한 이름은 아니었다.

"아─,  생각났다. 저번에 니가 말했던 물장사하는 옆집 형씨인가."
"아아─!! 쉿, 쉿!"
"물장사?"

나루토가 뒤늦게 당황해하며 남자의 말을 막으려했지만 이미 남자가 기억났다는 듯이 사스케에 대해 말한 후였다. 다만 그것은 사스케와는 전혀 연관없는 엉뚱한 이야기였다. 반응을 보아하니 나루토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어째서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는 전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런 의문점을 해소하기도 전에 어딘가에서 "문서를 찾았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남자들이 하나둘 떠나가려는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철수하자. 나루토, 호스트형씨랑 그만 노닥거리고 빨리 챙겨서 나와."
"말 안해도 그럴거라니깐요!"

남자들은 골리는 듯이 짖궂은 농담을 던져대자 나루토가 빼액하는 반응이 영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면서 사라져갔다. 어느샌가 남자들이 전부 빠져나가 사무실에는 둘만 남은것처럼 정적이 찾아왔다. 갑자기 어색해진 나루토가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고는 이내 활짝 열려있는 문쪽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갈 수단은 있으신가요?"
"아니, 이대로 끌려와서…."
"바래다드릴게요. 발밑 조심해서 따라오세요."

발밑에는 알 수 없는 서류들이 흩어져있었고 핏자국이 가득하였기에 조심하지 않으면 발이 미끄러질것만 같았다. 최대한 피를 밟지 않게 사스케가 발걸음을 옮기면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만큼 있던 사무실을 드디어 빠져나갈 수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동안 나루토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장선채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재회했던 그 순간 이래로 나루토는 한 번도 사스케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다.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는걸까.
물론 그가 생각하기에 그런 곳에서 재회하게 된다면 대다수의 인간이 두려움에 떨것이라 예상할 것이고 그에 이상할건 없었다.
다만 사스케가 그 때 몸을 떨었던 이유는 두려움이 어느정도 작용을 했지만 결코 나루토 자체가 두려웠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에게서 풍겨나오는 희미한 혈향과 전에 봤던 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마치 그가 아닌 것같은 두려움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오해라고 말하기에도 뭐한 이 상황에 왜 자신이 이런걸로 고민하고 있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사스케가 자조하는 와중에 나루토의 발걸음이 멈췄다. 건물과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 주차된 검은색 승용차의 헤드라이트가 반짝였다.

"집으로 바래다드리면 될까요?"
"…부탁해."

운전석에 올라타고 시동이 걸린 자동차의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갔다. 어쩐지 어색함이 감도는 분위기에 나루토는 괜히 운전에 집중하려했고 사스케는 그런 나루토의 옆모습을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 틀림없이 서양인이라 생각되던 그는 의외로 우리땅에서 자라나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본적이 없다며 웃어보였다. 20대라는 나이에 맞지않게 꽤나 순박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에 어느정도 호감이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길지 않은 짧은 만남동안에 인사를 마치고 일이 바쁘다보니 전혀 마주치지도 못하며 거진 세달이라는 시간만에 이렇게 재회하게 될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질문해도 괜찮을까."
"아, 네."
"우즈마키씨, 그쪽 사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 않을터였다.
사스케의 질문에 나루토는 의외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킨채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뭐, 완전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제대로 된 회사라니깐. 그, 회사 사람들이 좀 난폭할 뿐이라…."
"그런가."

조금 머뭇머뭇하며 대답하는 나루토에 사스케는 더 캐묻지 않고 그대로 수긍했다.
업계에서 일하다보면 커다란 회사는 무릇 그쪽 업계와 연관되어 있는것이 당연시되었기에 뚜렷한 경계가 없다고 할 정도였다. 뭐든지 자세하게 파고들면 피를 보는법이었다. 사스케는 이 이상으로 나루토의 선을 넘어가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이내 가장 신경쓰이는 주제를 물었다.

"내가 호스트라는 건 무슨 이야기?"
"엥? 아니냐니깐?"
"아냐."

의외로 나루토쪽에서 의문을 품고 되묻는 것에 사스케는 무언가 오해를 사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당황한듯 어색한 존댓말까지 잊어버리고 독특한 말버릇으로 되묻는 모양새가 정말로 호스트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단호하게 잘라 말하는 사스케에 나루토가 궁시렁거리며 아저씨가 어쩌고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아, 저 그게…. 그 회사 사람한테 매일 오후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는 것같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틀림없이 그쪽일거라고…."

오해의 소지를 주구절절 늘어놓는 나루토에 사스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래도 아까전에 봤던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제 이름을 알고있는 것도 분명 물장사가 어쩌고 하는걸 보니 그가 그 원인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하고 있어서 말하지만 엄연히 평범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중이야."
"그, 그런거냐니깐…. 뭔가 오해해서 죄송합니다아…."
"피차일반이니까."

그 피바다의 가운데 서있던 그는 누가보더라도 조폭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기에 서로서로 없는셈 치기로 했다. 질문이 끝나고 침묵이 찾아오고 신호에 걸린 차량이 부드럽게 멈춰섰다. 빨간 불이 반짝이는 동안 나루토는 무언가 할말이 있는 듯 슬적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저, 왜 거기에 있었냐니깐."

호스트라면 연관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평범한 회사원을 일부러 납치하고 감금하고 있었다하면 필시 이유가 있었을 터였다. 혹여나 곤란한 질문을 물은게 아닐까 눈치를 보는 나루토와는 달리 사스케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해왔다.

"의견거절을 냈더니 고치라고 협박했었거든."
"의견거절?"

다만 시원스럽게 말하는 사스케와는 달리 나루토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말을 꺼내왔다. 무슨 의견을 거절했다는걸까. 나루토가 되묻자 사스케는 별 대소롭지 않게 말을 덧붙였다.

"장부 감사에 대한거다. 적정하다는 판정을 받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볼테니까 종종 협박해오는 경우가 있어."
"우치하씨, 회계사?"
"그래."

의외의 직업이다, 라고 나루토는 속으로 생각했다.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는 했지만 딱히 직업에 대해서 언급한건 아니었기에 평범한 사무원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기사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해도 어울리는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따지자면 원래 오해하고 있던 호스트쪽이 훨씬 어울릴정도로 그는 빼어난 외형이었기에 나루토는 조용히 입을 다문채로 바뀐 신호를 발견하고 엑셀을 밟았다.

얼마 달리지 않아 모습을 보인 익숙한 오피스텔의 주차장에 차가 멈춰섰다. 배기음을 내던 차가 조용해지고 사스케가 안전벨트를 풀고는 작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도와줘서 고마워."
"아니. 별 것 아니라니깐. 그것보다 번호 알려주지 않을래?"

나루토가 제 핸드폰을 내밀었다. 뜬금없다고는 생각하면서도 알려주지 않을 이유는 없었기에 사스케는 발신화면에 제 핸드폰번호를 입력하고 나루토에게 돌려주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신호음이 연결되었지만 물론 제 핸드폰은 집에 있었기에 받을 수 없었다. 두세번정도 신호음을 울리고 나루토가 종료버튼을 눌렀다.

"나중에 곤란한 일 있으면 전화하라니깐."
"…그래. 고마워."

종종 협박당한다는 소리가 마음에 걸렸는지 나루토는 다시 한 번 당부를 해왔다. 사스케가 꼭 그러겠다는 말을 하고나서야 그는 첫만남의 그 미소를 보여주며 다시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떠나가는 차의 뒷 모습을 보며 문득 핸드폰에 남아있을 부재중 전화를 떠올렸다. 첫만남 때 소개받았던 그의 이름을 곱씹었다.

"우즈마키 나루토."






프롤로그라 뒷내용도 생각하고 있지만 쓸지는 미지수...


꽃비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