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정발 44권 및 완결편 스포있습니다.

※ 일부 대사는 번역기 돌린거라 의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에게 손자가 태어났다.

카게야마 토비오. 부모보다는 누나를 쏙 빼닮은 귀엽고 소중한 손자.

카게야마 카즈요는 그런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게다가 아직 뭣도 모르는 1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공에 관심을 보이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아이는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공을 갖고 놓았고, 걷기 시작한 후 부터, 9인 주부 배구 팀의 코치를 맡은 그를 따라 체육관을 오갔다. 그의 손자는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보다, 집에서 게임이나 만화를 시청하는 시간 보다 체육관이나 마당에서 공을 갖고 노는 시간이 많았다.



"체육관 좋아."



아이는 그렇게 말했다.



"헤에~ 어디가 좋아?"



그의 질문에 아이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색깔이랑 냄새."



다섯 살 아이의 대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는 아이가 계속 배구를 좋아해 주기를 바랐다.





손자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의 뒤를 따라 열심히 배구를 했다. 아직 어린 아이는 달리기를 할 때면 누나를 따라잡는 것이 힘들었고, 마당에서 토스를 주고받을 때면 공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한 손녀가 배구부를 관두자 배구를 위한 연습은 손자와 그의 단 둘만의 시간이 되었다. 두 사람의 시간은 똑같이 흐르는데, 손자는 무럭무럭 자라는 반면 그는 달리기를 하는 것조차 버거워졌다. 마당에서 토스를 주고받을 때면 늘 놓치던 아이가 이제는 제법 공을 잘 넘기기도 한다.



"토비오는 포지션은 어디가 하고 싶어?"



그의 질문에 손자가 드물게 생각에 잠겼다.



"…가장 많이 공을 만지는 거."



어쩌면 아이의 대답은 그가 예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게, 그의 손자는 공을 만질 때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짓지 않는가.





아이가 드디어 주니어 팀에 들어갔다. 팀은 레드 팔콘즈. 아이의 시합이 있을 때면 그는 모든 열일 젖히고 응원하러 찾아갔다. 확실히 그의 손자는 배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지 또래의 아이들 사이에서 그 실력이 확연히 두드러졌다. 그런데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후반에 아이가 서브를 약하게 넣는다.



"…시합이 빨리 끝날 것 같았어."



시합에 서브를 약하게 넣은 것에 이유를 묻자 아이는 생각도 못 했던 대답을 내놓았다.



"좀 더 많이 시합을 하고 싶었어."



이 작고 어린 아이에게 코트 위에 서고 싶은 욕망이 생겼나보다.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일부러 점수를 내어주다니. 그건 실례였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손자에게 커다란 비밀을 알려주듯 말했다.



"강해지면 저어얼-대로 눈앞에 더 강한 누군가가 나타나니까!"



그는 최대한 그의 손자가 편히 배구를 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줄 생각이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팀을 만날 수 있도록. 아이가 보다 더 강해질 수 있도록.



그러나 하늘은 그의 바람을 도와주지 않았다. 갈수록 악화하는 건강에 그는 체육관 보다는 병원으로 향하는 날이 많았다. 그럴 때면 그의 손자는 혼자서 로드워크를 하고, 혼자서 마당에서 토스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어울려줄 누나는 이제 막 시작된 사회생활에 바빴으니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손자의 곁에 있고 싶었다. 실력을 꽃피워 프로에 진출해서 배구를 하는 손자를 보고 싶었던 그의 간절한 마음은 하늘에 닿지 못 했다.



카게야마 토비오의 중학교 2학년의 어느 날. 그는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손자를 두고 먼저 떠나버리고 말았다.





* * * * *





카게야마 카즈요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 세상이 하얗다. 아니, 하얀 줄 알았는데 푹신푹신한 무언가가 가득했다. 구름 위에 있는 기분도 들었다.


…그런가. 여기가 죽은 후의 천국인가.


지옥에 떨어지지 않은 것에 안도하기도 잠시. 새하얀 옷을 입은 천사가 나타나 그를 어느 한쪽으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그 외에도 다른 이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는데, 다른 쪽에 있는 것들에 비해 인원수가 적었다.



"여기는 뭐 하는 줄입니까?"



궁금증에 묻자 천사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친절히 답해주었다.



생에 덕을 많이 쌓고 악을 저지르지 않은 선한 인간들의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곳입니다.



한 가지 소원!



단, 다시 되살아 나는 것은 불가능 하오니 그것만 염두에 두십시오.



차오르던 기대감이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한 가지 소원이라. 무엇을 빌까. 그는 제 차례가 오기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오자 그의 앞에 작은 거울이 나타났다.

거울에는 그의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손자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자신이 죽고 난 후의 상황인 것 같다.



그의 손자는 여전히 배구를 계속했다. 그런데 아이의 배구가 어딘가 이상하다. 세터로서 올린 손자의 토스는 막무가내이자 스파이커를 향한 배려심이 전혀 없었다. 배구를 그렇게나 좋아하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그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사이, 시간이 흘렀는지 거울이 손자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화면 속에 나타난 아이를 보는 순간, 그의 얼굴에는 아이를 향한 안타까움이 덮었다. 아무도 아이의 토스를 치지 않았다. 못 친 것이 아니라, 안 친 것. 완벽한 거부였다.



그는 거울 속의 손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돌아가 아이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싶었다. 아이가 바른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죽어버린 몸은 아이의 곁에 갈 수 없었고, 어떠한 조언도 해줄 수 없었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흐느끼는 울음이 가득한 곳에서 거울이 말을 걸어왔다.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아이가… 토비오가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아이에게 좋은 인연을 만들어 주세요. 그 아이가 상처 받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파트너를 만나게 해주세요."



그는 진심으로 바랐다.



제발 누군가가 저 아이를 붙잡아 주기를. 흔들리는 저 마음을 다잡고 바르게 이끌어 주기를.





* * * * *





"카게야마! 나 여기 있어!"

.

.

"중학교 때 일 따위 난 몰라! 내게는 어떤 토스는 고마운 토스야. 나는 어디로든 뛸 수 있어! 어떤 공도 칠 수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 토스를 가져와!"

.

.

"이번에는 틀림없이 '온다'고 느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멈추니까 소름이 돋던걸?! 역시 너는 대단해!"

.

.

"아무리 착한 척하려고 해도 네 본질은 왕이야. 이제 그만 단념해!! 신(新) '코트 위의 제왕' 탄생이다!!"





* * * * *





여름 바람이 불었다. 오늘은 날이 좋은지, 바람마저도 상쾌하다. 이탈리아 브이리그에서 활약 중인 카게야마는 오랜만에 일본으로 귀국했다. 일이 바쁜 누나에게서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퇴근을 한다는 말을 들은 카게야마는 집으로 향하기 전에 꽃집에 들렸다.


화사한 여름꽃을 한 다발 사든 그는 집이 아닌, 뒷산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올라 어느 한 묘 앞에 멈춘 카게야마는 그 앞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불어온 여름 바람에 꽃잎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흔들리는 꽃잎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꽃다발 옆에 가지런히 놓는다. 여름의 햇빛을 받아 빛나는 그것은 메달이었다.


카게야마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머릿결을 훑고 가는 바람은 마치, 할아버지가 그를 반기는 것만 같아 카게야마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저를 쓰다듬는 바람을 만끽하던 카게야마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의 할아버지에게 꼭 하고 싶었던 그 말.




"카즈요 군. 나 카즈요 군 덕분에 강해질 수 있었어. 그래서 더 강한 사람들과 시합을 할 수 있었어. 고마워. 나를 강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44권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히나타와 카라스노는 할아버지가 혼자 남은 카게야마에게 준 선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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