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마법은 일반적인 마법보다 훨씬 강하고 위험한 힘을 자랑한다. 고금을 불문하고 힘이란 그 자체로 사람을 매혹시키기 마련이라, 어둠의 마법에 미친 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그것을 연구하는 측도 어느 정도는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호그와트의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는 특이한 사람이 많았다. 당연히 학생들 사이에선 평판이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극단적으로 갈리곤 했는데, 해리는 그중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 학생들과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젊은 교수여서이기도 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이론보다 실습을 중시하는 실용적인 수업 스타일 때문이었다. 어차피 어른스러운 척 해봐야 다들 고만고만한 나이대의 아이들이라 배운 마법을 마음껏 써보는 것은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 물론 시키지도 않은 자율학습이라도 하는 것 마냥 배운, 혹은 아직 배우지도 않은 마법을 열성적으로 시험해보고 다니는 제임스나 시리우스 같은 악동들의 경우는 좀 달랐지만, 그렇지 않은 보통의 학생들은 해리의 수업시간을 대단히 즐거워했다.

  “그럼 어디, 파킨슨하고 그린그래스가 앞으로 나와 볼래?”

  프로테고의 응용의 두 번째 주제는 융합이었다. 복수의 마법사가 동시에 프로테고를 펼쳐 보다 견고한 하나의 방어막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반사마법인 프로테고끼리 부딪치면 서로 튕겨나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일단 해보자며 슬리데린의 단짝 두 사람을 앞으로 불러냈다.

  “이건 서로간의 호흡이 중요해. 비눗방울이 붙었다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상상하면서 주문을 외우는 거야. 그리고 상대와 호흡을 맞추면서 천천히 마주 대는 거지. 알겠니?”

  둘은 내키지는 않지만 해보라니 해본다는 듯한 태도로 나란히 섰다. 해리의 상세한 지시를 들으며 둘은 거의 동시에 프로테고 마법을 펼쳤다. 이 정도는 어렵지 않다는 듯 두 사람 주위에 각각 반투명한 구형의 막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확장시킨 막이 서로 맞닿는 순간 융합되기는커녕 둘은 서로 반대쪽으로 크게 튕겨나갔다.

  “아레스토 모멘텀!”

  해리가 재빠르게 부유마법을 건 덕분에 두 사람은 둥실둥실 깃털처럼 느리게 떨어졌다. 그러나 공중에서 불안하게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퍽 우스꽝스러워서 교실 여기저기에서 키득거리고 웃음이 터졌다. 해리도 웃음을 꾹 참으며 두 사람을 안전하게 내려주었다.

  “이거 되는 거 맞아요? 튕겨나잖아요.”

  졸지에 웃음거리가 된 것이 못내 불만스러웠는지 그린그래스가 투덜거렸다. 파킨슨도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였는지 항의하는 듯한 부루퉁한 표정으로 해리를 보았다.

  “호흡이 중요하다니까. 비눗방울의 느낌을 기억해. 순간적으로 밀고 당기는 거야, 상대방의 마법이 깨지지 않을 정도로 힘조절 하면서.”

  그러더니 해리는 피식 웃었다.

  “어렵긴 하지. 이게 혈연간이면 특별한 제어 없이도 수월하게 융합이 되거든. 근데 남남 간에는 아무래도 마법의 파동 자체가 다르니까. 그래서 서로 호흡이 잘 맞는 친구를 시범조로 불러낸 건데, 생각보다 별로 그렇지 않았던가 보네.”

  해리의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둘은 다시 한 번 해보겠다며 씩씩거렸다. 다른 것보다도 그리핀도르 앞에서 그런 꼴을 보였다는 게 못내 분한 모양이었다. 해리는 기꺼이 자리를 내주었고, 두 사람은 오기어린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고는 이번에도 거의 동시에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또 한 번 사이좋게 양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다시금 웃음이 새어나왔다.

  “둘 다 수고했어. 슬리데린에 2점 추가다. 아직 배우는 단계니까, 단번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거야. 우선 각자 충분히 떨어져 서서, 프로테고를 최대한 작고 약하게 펼치는 것부터 연습해보자.”
  “왜요?”
  “글쎄, 왜일까?”

  해리가 교실 안을 둘러보자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갔다. 각 기숙사가 자랑하는 모범생들이 똘똘하게 눈을 빛내며 해리를 보고 있었다. 해리는 조금 설레는 기분으로 릴리를 지목했다.

  “세밀하게 힘을 조절하는 것을 연습하기 위해서, 그리고 정식으로 융합을 연습할 때 튕겨나가는 폭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래, 너희들이 한 번에 그렇게 폭죽처럼 튕겨나가면 그 결과는 다들 상상이 되지? 그리고 원래 힘을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게 어렵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거야. 좋은 대답이야, 에반스. 그리핀도르에 1점 추가.”

  릴리가 생긋 웃었다. 해리는 살짝 마주 웃어주고는 손을 저어 학생들을 서로 떨어져서 서게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프로테고 정도는 어렵지 않게 펼칠 수 있었으나, 위력을 줄이는 데에는 애를 먹고 있었다. 한껏 투명해진 막을 유지하지 못하고 픽픽 터뜨리는 학생이 속출하는 사이에서 제임스는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을 시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시리우스를 톡톡 쳐서 손가락 두 개를 맞닿게 했다가 튕겨나듯 한 손가락으로 포물선을 그리니 시리우스가 알만하다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임스가 잡은 타깃은 ‘우연히도’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스네이프였다. 그의 프로테고가 남들보다 확연히 투명해질 만큼 얇아지다가 아슬아슬하게 터지는 것을 보고 제임스는 내심 놀라면서도 주의 깊게 타이밍을 쟀다. 자칫 저 쪽과 힘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마법을 써서 반탄력이 생기기도 전에 스네이프의 마법이 소멸되는 시시한 결과는 제임스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시각, 해리 역시 스네이프를 주목하고 있었다. 사실 해리는 수업 중에 스네이프에게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스네이프는 가장 섬세하게 마법을 다루는 학생 중 하나였고, 또래의 누구보다도 어둠의 마법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방어술이란 무릇 방어하는 대상에 대한 상세한 지식과 이해를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네이프는 어둠의 마법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도 역시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 깊은 대화를 나눠보진 못했지만 진지한 수업태도 하나만 보더라도 해리는 스네이프가 어떻게 그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약하게 줄인 힘을 유지하는 것이 다소 어려운 듯 지팡이를 늘어뜨리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스네이프에게 가까이 가서 해리는 짤막한 조언을 해주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스네이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셋, 둘, 하나, 지금! 스네이프의 지팡이가 휘둘러지는 것과 동시에 제임스의 것도 같이 움직였다. ‘우연히’ 가까운 곳에서 펼쳐진 두 개의 프로테고는 순간 이상한 낌새를 느낀 스네이프가 미처 힘을 뺄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맞닿았다. 구형의 막이 둘 다 크게 찌그러들었다. 그러나 제임스와 시리우스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스네이프가 볼썽사납게 튕겨져 나가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반투명한 두 개의 막은 한계까지 서로를 밀어내다가 어느 순간 흔들리더니 단번에 서로를 끌어들여 하나로 겹쳐졌다. 뿌옇고 밋밋하기만 하던 표면에 물결모양의 무늬가 아로새겨졌다. 픽 픽, 다른 학생의 프로테고가 터지는 소리가 몇 번 났을 뿐 교실 안은 놀랍도록 조용해졌다. 심지어 해리조차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하나의 막 안에 있는 제임스와 스네이프를 쳐다보았다.

  둘 중 누구도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것이나, 이 경우는 둘 다 마법의 컨트롤이 능숙한 것이 원인이었다. 순간적인 힘의 겨루기에서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밀고 당겨 흔들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것은 서로의 마법을 엇나가게 밀어내는 효과를 가져왔겠지만, 공교롭게도 정확하게 타이밍을 재서 부딪친 프로테고는 하나로 융합하는 성질이 있다. 양쪽 기숙사의 대표적인 앙숙이 멋지게 겹쳐진 하나의 반구체 안에서 멍하니 서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장면은 차마 말을 잊게 만드는 희극의 한 장면이었다. 결국 리무스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해리도 형용할 수 없는 기분으로 크게 웃어버렸다.

  “잘했어, 포터, 스네이프! 다들 잘 봤니? 이게 바로 프로테고의 융합이야.”

  제임스와 스네이프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휘둘러 막을 소멸시켰다. 그 와중에도 불쾌하다는 듯 서로를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는 두 사람을 보며 해리는 거의 눈물이 날 정도로 웃고는 탁월한 시범에 대한 보답으로 각각에게 5점씩을 선사했다. 모처럼 수업시간에 점수를 벌었음에도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투덜거리며 돌아선 제임스는 리무스와 시리우스도 해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웃고 있는 것을 보고 배신당한 것 같은 표정으로 친구들을 보았다.

  “스니벨루스랑 언제 그렇게 사이가 좋아진 거야, 제임스?”
  “시끄러.”
  “난 네가 시리우스랑 할 줄 알았지 뭐야. 그런데 스네이프라니! 대단한데?”
  “아 그만해!”

  친구들의 농담에 제임스는 머리를 쥐어뜯을 듯이 괴로워했다. 장난에 실패하는 것은 언제든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번처럼 최악인 경우는 없었다고 생각하며 제임스는 원망스럽게 시리우스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시리우스는 ‘내가 뭘?’ 하는 듯이 당당하게 마주 쳐다보았고, 제임스는 결국 원망의 화살을 빌어먹을 스니벨루스와 애초에 원인을 제공한 해리에게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리우스와 리무스는 억울해하는 제임스의 뒤에서 계속 스니벨루스와 호흡이 잘 맞아서 좋겠다느니 하며 놀려댔다.



  제임스와 시리우스, 피터의 수업이 끝났을 때도 리무스는 아직 수업이 남아있는 날이 많았다. 3학년 때부터 추가로 선택해서 혼자 듣는 과목이 점차 늘어나던 리무스는 5학년부터는 아예 공부에 모든 시간을 쏟기로 작정했는지 무척 빡빡하게 시간표를 짜 놓았다. 덕분에 산더미처럼 쏟아지는 과제에 치여 리무스는 통금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곤 했다. 그에 비해 필수과목 외에는 관심이 가는 한두 개만 추가로 선택해서 듣고 있는 제임스, 시리우스와 그들보다는 많지만 리무스보다는 적게 듣는 피터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남았고, 덕분에 어떻게 리무스의 눈을 피해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다행이었다. 그 시간에 그들은 여전히 리무스에게 비밀로 한 채 애니마구스 마법을 연습할 수 있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금지구역의 빈 방에서 셋은 연습을 거듭했다.

  애니마구스 마법이란 결국 자신 안의 또 다른 본능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걸을 때나 숨 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일이 계산하고 하는 사람이 없듯이 애니마구스도 손발이 먼저 변하고 꼬리가 돋아나고 하는 식으로 순서에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 어린 아기들이 수천 번 수만 번 주저앉으면서도 한번 일어서는 방법을 알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발바닥에 힘을 주어 바닥을 밀어내며 무릎을 펴고 균형을 잡고 허리를 세운다 하는 식으로 의식하지 않아도 벌떡 일어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 애니마구스 마법이었다. 그것을 날 때부터 할 수 있는 변신마법사처럼 애니마기도 익숙해지면 지팡이 없이도 변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은 지팡이를 잡고 하는 쪽이 한결 집중에 도움이 되었다.



  몇 번째인지 이제 세기도 어려운 연습을 가지던 10월의 어느 날, 셋 중 가장 먼저 시리우스가 해냈다. 잡힐 듯 말 듯한 변신 감각의 실마리를 좇아 눈을 감고 집중하던 시리우스는 한순간 오감이 쭉 확장되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자신이 애니마구스 마법을 성공했음을 알았다. 두발로 땅을 딛고 있던 몸이 자연스럽게 숙여졌다. 순식간에 몸의 형태가 변하는 낯선 통증이 기분 좋게 신경을 자극했다. 확연히 낮아진 자세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몸이 가벼웠다. 실제로 가벼워진 것이 아니라 운동능력이 늘어난 탓이라는 걸 그 때는 미처 몰랐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시리우스가 눈을 떴을 때, 사람일 때와는 전혀 다른 낮은 시야 가운데에 제임스가 보였다. 친구의 성공에 놀라고 감탄한 나머지 입을 딱 벌린 제임스와 눈이 마주쳤을 때, 시리우스는 무의식적으로 가볍게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으와아, 시리우스!”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시리우스에게 깔려 뒤로 넘어지면서도 그를 꼭 끌어안으며 제임스가 숨 막히는 소리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숨길 수 없는 감탄과 흥분이 섞여 있는 제임스의 목소리에 시리우스는 간질간질하게 차오르던 성취감이 순식간에 배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제임스는 자기가 해낸 것만큼이나 흥분해서 연신 감탄하며 시리우스를 여기저기 만져보았다. 시리우스와 얼굴을 마주한 채 머리부터 시작해서 쫑긋한 귀를 신기한 듯 쓰다듬던 제임스가 흔히 개에게 하듯이 목과 턱을 간질이는 바람에 시리우스가 반사적으로 꼬리를 흔들자 제임스는 결국 폭소를 터뜨렸다.

  “야 너 진짜 개 같다!”
  “…….”

  시리우스는 그제야 자신이 개로 변신했음을 알았다. 거울이 없어 자기 모습을 확인할 수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는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애매한 말투로 들렸기에 시리우스는 불만스럽게 목을 울렸다. 제임스는 크게 웃으면서 다정하게 시리우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하지, 멍멍아, 그 외에도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쏟아내던 제임스는 급기야 흥분으로 고조된 말투로 ‘손!’ 하면서 시리우스 앞에 자기 손을 내밀기까지 했다. 물론 시리우스는 사뿐히 무시해주었지만, 그 반응이 더 재미있었는지 제임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계속되는 바보짓에 도저히 장단을 맞춰줄 수가 없어서, 결국 시리우스는 다시 사람으로 변해서 자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제임스를 발로 뻥 걷어차 주었다.

  “사람을 개 취급하기냐.”
  “개잖아.”

  딱히 반박할 수가 없어서 대신 시리우스는 제임스에게 거울을 소환해보라고 말했고 제임스는 즉시 커다란 전신거울을 방 한쪽에 불러냈다. 그 앞에서 다시 개로 변하는데 성공한 시리우스는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검은 개였다. 내심 원하던 대로 충분히 크고 세 보이는 모습에 시리우스는 흡족해하며 이쪽저쪽을 비춰보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친구들의 시선을 느끼고 시리우스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제임스가 짓궂게 물었다.

  “개 같지?”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시리우스는 대신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애니마구스 별거 아니네.”
  “…….”

  발로 차이고서도 실실 웃던 제임스가 그 말에 딱 멈추고 불만스럽게 시리우스를 쳐다보았다. 될 듯 말 듯, 한 끝 차이로 답을 알듯 말 듯한 감질나는 상황만큼 답답한 것도 없다. 제임스가 느끼고 있던 그 기분을 조금 전까지 똑같이 느끼고 있었음에도 시리우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 정도쯤이야 간단하지 않냐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태도로 휙 변신을 해보였다. 아직까지는 지팡이 없이는 집중이 좀 힘들었지만 여러 번 하다보면 지팡이 없이도 가능할 것이다. 홀린 듯 쳐다보는 피터의 시선 앞에서 서너 번 더 개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개로 변신하는 시리우스를 이번에는 제임스가 발로 찼다.

  “잘난 척하지 말고 좀 힌트를 달란 말이야!”
  “척이라니. 잘난 거 맞잖아.”
  “…… 잘났지. 우리 잘나신 시리우스 블랙.”

  사족처럼 따라붙은 블랙이라는 말에 시리우스가 준수한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임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애꿎은 지팡이만 노려볼 따름이었다. 막상 한 사람이 성공한 걸 보니 제임스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급해지는 모양이다. 제임스가 저만큼 초조함을 드러내는 것은 흔한 구경거리가 아니어서 시리우스는 피식 웃으면서 구경하듯 제임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변변한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집요하게 달라붙는 시선에 결국 제임스는 너 좀 나가있으라고 시리우스를 밀어냈다. 물론 제임스도 그 순간의 느낌을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게 설명하기 쉬웠으면 책에 그렇게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게 서술해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는 건 아는 거고 얄미운 건 얄미운 거였다. 결국 시리우스는 다시 개로 변해서 제임스와 피터 앞에서 뽐내듯 한번 짖어주고는 당당하게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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