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거실을 비추는 카메라. 그러다 갑자기 움직이는 카메라에 잡힌 것은 4마리의 고양이였다. 고양이들은 꼬리를 바짝 치켜올리고 ‘야옹~’하고 이를 드러내며 몇 번 울어댔다.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먼저 침실에서 누군가 꿈틀거리며 일어났다. 부스스한 머리에 일어나는 건 성우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긴 다리를 훤히 내놓고 잠들어 있는 건 다니엘이였고. 


지금은 리얼리티와 다큐 그 중간즈음의 무언가를 촬영중이다.



muse 번외편 9

그들도 결국은 다를게 없다




-방송 출연을 꽤나 망설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강 : 아무래도 저야.. 이미 얼굴이 많이 알려진 사람이니까.. 저때문에 이 사람도 커밍아웃을 하게됐고.. 비록 알려졌지만, 어쨌든 성우형은 일반인이니까요.

옹 : 솔직히 악플이 무섭기도 했어요... 하하하.. 뭐 그래도 무시하면 되니까 전 괜찮은데.. 니엘이는 어쨌든 대중앞에 나서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게 걱정이었죠.

-결국 서로가 서로를 걱정한 것이다.

강 : 뭐 그런 셈이죠. 출연결정때문에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옹 : 서로 ‘나는 괜찮은데.. 너 괜찮겠어?’ 이걸 엄청 반복했던 것 같아요. 


잠에서 깬 성우는 다니엘을 지긋이 내려다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러곤 걷어찬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 조용히 일어나 핸드폰으로 자고있는 다니엘모습을 촬영했다. 찰칵! 소리에도 깊게 잠든 다니엘은 깨지않았고, 그 아래 자막은 ‘눈뜨자마자 덕질 시작’이라고 달렸다. 

성우는 사진을 찍은 후 거실로 나와 울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다가갔다.


“아궁~ 놀라쪄?”


소파에 성우가 앉자 그 발밑으로 고양이들이 모여든다. 그르릉거리는 고양이들을 한참 쓰다듬어 준 다음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기 위해 일어났다. 그 사이 루니는 안방 침대로 가선 다니엘의 배 위에 얌전히 올라가 식빵을 굽는다. ‘루니야~ 형아 자게 나와~ 큰형이랑 노올자~’하고 부르는 소리에도 미동도 없이 눈을 감는다. 성우는 쪼르르 안방으로 와서 그 모습을 보곤, 다시 폰을 들어 사진을 찍어댔다. 

일단 사진을 찍고 나선, 대충 양치와 세수를 마치곤 부엌으로 가서 토스트기에 식빵을 넣곤 버터와 잼, 커피까지 준비했다. 


-사진을 참 많이 찍는다

옹 : 아..(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웃는다) 많은 것을 기억에 남기고 싶은데.. 한계가 있으니까요. 사진을 많이 찍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침에 니엘이가 자고있는 모습이.. 하하 언제나 너무 귀여워서.. 제 폰에 자고있는 모습만 아마 수백장 되는 듯 해요. 

-다니엘씨가 뭐라고 하지 않나?

옹 : 가~끔.. 자기가 봤을때 너무 얼굴이 부었거나 엉망일때는 그만 찍으라고 하는데.. 그건 또 그거대로 귀여우니까.. 조용히 몰래 찍어놓고..


성우가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칠 때 쯤, 배를 긁으며 엉망인 머리를 하고 다니엘이 부엌으로 나왔다.


“자기야... 샐러드도 먹었나?”

“으응??”

“.....봐라봐라... 또 샐러드는 안묵지...”


다니엘은 겨우 반쯤 뜬 눈으로 성우를 보자마자 잔소리를 시작했다. 


“자꾸 빵만 먹고... 채소도 챙겨 먹어야지.”

“...아라써....”


다니엘은 틱틱거리는 목소리와는 낱개포장된 샐러드를 그릇에 옮겨 담고는, 냉장고에서 드레싱을 꺼내 잔뜩 뿌리고 성우의 앞에 포크와 함께 얌전히 놓아주었다. 


“드레싱 많이 뿌렸으니까 괜찮을거예요. 얼른 무라.”


입을 조금 삐죽거리며 포크를 들어 샐러드를 찍어 입에 넣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그런 성우의 맞은편에 앉아 샐러드를 먹는 성우를 쳐다보았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으로. 그 모습 아래로 ‘마치 아가새와 어미새같은 둘’이라는 자막이 떴다. 


-옹성우씨가 식사하는 무척 사랑스럽게 쳐다보던데. 잔소리도 많이하고. 

강 : 성우가.. 입 안에 음식을 한가득 넣고 우물거리면서 먹거든요. 다람쥐처럼. 그게 너무..웃기고... 성우가 완전 초딩입맛이에요. 채소같은 거 잘 안먹고, 군것질 좋아하고. 아침엔 보통 토스트나 씨리얼을 먹는데.. 옆에서 뭐라고 안하면 채소를 안먹더라고요. 과일도 그렇고. 막상 챙겨주면 먹으면서.. 본인이 혼자 먹을 생각은 잘 안해서. 건강 생각해서 먹을 때 챙겨주는게 습관이 됐어요. 


성우가 아침먹은 것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려고 하자, 다니엘은 조용히 성우의 뒤에와서 어깨에 얼굴을 턱하니 걸쳐놓는다.


“설거지 하지 마라. 어차피 나도 밥 먹어야 하는데.”

“몇 개나 된다궁..”

“그니까.. 몇개나 된다고. 이따 내가 먹고 한번에 할게.”


둘은 그렇게 나란히 붙어서서 서로 자기가 설거지를 하네마네 하면서 웃었다. 결국 성우가 설거지를 했지만, 끝나는 동안 내내 다니엘은 그 뒤에서 수다를 떨다가, 뒷정리가 끝나자 손을 잡고 같이 욕실로 들어갔다. 촬영관계자도, 시청자들도 같이 들어가는 모습에 당혹감을 나타내는 자막이 떴다. 


-욕실에 손을 같이 잡고 들어가서... 당혹스러웠다. 

강 : 언제?(아침에 성우씨가 설거지를 끝내고..) 아.... 하하하하. 성우 치약 짜주고, 나도 세수하고... 도대체 뭘 상상하신 거예요? 

-아니 치약도 짜주나?

강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혼자할 수 있는 것도 내가 해주는 거니까요. 처음에는 성우도 뭘 그렇게하냐고 투덜거렸는데, 이젠 익숙하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그렇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두 나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들고 싶기도 했고. 


성우가 씻는 동안, 대충 세수를 마친 다니엘은 냉장고에서 샐러드를 꺼내고, 씨리얼과 우유를 꺼냈다. 성우에게는 접시에 옮겨담아줬던 것과 달리, 자기가 먹을 때는 그냥 일회용 그릇 그대로에 드레싱도 없이 젓가락으로 우적우적 먹기 시작했다. 후다닥 먹고는 빠른 손놀림으로 씨리얼 그릇을 씻고, 일회용용기를 재활용통에 넣고, 아이스커피까지 한잔 만들었다. 그 사이 깨끗하게 단장한 성우가 부엌으로 나타났다. 


“나 출근해.”

“오늘 마트가는 날인데.. 내 혼자 갈까요?”

“아.. 맞네. 12시 반에 나한테 알려줘. 그때까지만 하지 뭐. 급할 건 없으니까.”

“오늘도 일 열심히 하고!”


성우는 상체를 숙여 다니엘과 가벼운 뽀뽀를 하고는 서재로 향했다. 


-출근을 집안 서재로 한다.

옹 :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혼자 정했어요. 딱히 글쓰는 작업실을 만들지는 않는 대신, 출근하듯이 복장단정하게 갖춰서 서재로 가는 것. 정해진 시간도안 작업을 하는 것. 글을 쓰는게 일상이 되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런데 마트 가는 날이 따로 있나

강 : 보통은 일주일에 한번. 월요일이요. 점심시간 지날때쯤 사람들이 좀 없을 시간에 마트에가서 가능하면 일주일치 필요한 걸 사와요. 주로 우유나 과일, 뭐 그런 것들이죠. 반찬같은 것도 사고. 


성우가 서재로 가고, 다니엘은 잠시 고양이들과 놀며 휴식을 취했다. 장난감도 흔들어주고, 늘어지게 누워 아이들을 쓰다듬다가 ‘읏챠’하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돌돌이를 가져와 소파를 한번 훑어내리며 청소를 시작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빨래거리도 정리했다. 청소기도 한번 돌린 후 어느정도 정리가 되자, 거실 한켠에 서있던 런닝머신 위로 올라갔다. 천천히 시작해서 점점 그 속도를 올리기 사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뛰고 온몸이 땀 범벅이 된 후, 내려와서 시원하게 생수를 원샷했다. 그러다가 다시 매트를 깔고 스쿼트를 하고, 스트레칭까지 하며 마무리를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12시. 다니엘은 시계를 보며 샤워를 하러 들어가고, 후다닥 샤워를 마친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서재의 문을 노크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다니엘이 청소를 하거나 운동을 한다. 밖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이 되나?

옹 : 솔직히..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혼자 오래 살다보니 저만의 루틴이란게 있는데 그게 망가지니까요. 누군가 집에 있다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그런데 그렇다고 다니엘보고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나 혼자 사는 집도 아니고, 다니엘도 나름 자신의 생활을 하는건데. 그래서 이어폰을 끼기 시작했어요. 

강 : 눈치 많이 봤죠. 괜찮다고 하는데.. 작업 속도는 더디다고 하고. 그렇다고 청소안할 수도 없고. 그런데 ‘너는 너 하고싶은 거 해. 우리집이잖아’라고 답하더라고요. 서로 익숙해져야하는 거라고. 우리집.. 그 말에.. 뭐랄까.. 짠하다 해야하나.. 실감나고. 그랬죠. 


둘은 냉장고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필요한 것을 메모했다. 과일은 가서 그냥 먹고싶은 거 사고.. 파 없어.. 아.. 세제 다 썼어. 꼭 섬유유연제랑 같이 떨어지더라... 키친타올 지금 쓰는게 마지막 아냐? 그치? 한참 얘기를 하며 차로 향했다. 다니엘이 운전석에 앉았다. 


“처음 만날 땐 면허증도 없었는데. 기억나? 내가 미국에서 너 인앤아웃 데려간거.”

“그때 내가 자기 만난다고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르지?”

“맞나~”


성우가 어설픈 부산사투리를 따라하자 둘은 킥킥 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차얘기가 나왔다. 


“자기 면허증 첨따고 2주만에 다짜고짜 차사겠다고 해가지고. 그것도 스포츠카로.”

“남자의 로망이구만.. 자기땜에 결국 포기하고.”

“그때 안산게 다행이지. 거기에 무슨 초보가 스포츠카를.. 돈이 얼만데.”

“지금 차도 비싸거든!”

“이건 나랑 반띵 했잖아. 그 전에 있던 차 팔고.”

“쳇”


둘은 마트에 도착해서 익숙하게 장을 보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익숙하다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고, 드문드문 그들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성우와 다니엘은 별 신경쓰지 않았다. 둘은 과일코너에서 한참 얘기를 하며 이것저것 카트에 담았고, 세제도 용량과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며 구매했다. ‘낮에 오면 시식이 별로 없다니까..’하며 아쉬워하는 것을 보면 개구쟁이들같기도 했다. 둘은 맥주와 안주거리도 빠짐없이 카트에 담고 계산과 포인트까지 적립 한 후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옮겨 담았다. 그리곤 가벼운 건 성우가, 무거운 건 다니엘이 들고 차로 향했다. 


“가는 길에 화실에 내려줄까?”

“어.. 그럴까?”

“그럼 내려주고, 나는 집에 갔다가 정리하고..”

“연습은?”

“그러고 연습하러 가면 돼.”

“오케!”


-돈 관리는 어떻게 하나?

강 : 기본적으론 각자 관리해요. 생활비는 따로 통장에 넣어두고. 이사 올때 가전이나 가구 같은 것은 그때 상황봐서 서로서로 하나씩 마련했어요. 그전에 쓰던 걸 그대로 가져온 것도 있고. 성우형이나 저나 그렇게 막 돈을 쓰진 않아서. 그외에 경조사나 큰 물건 살때는 서로 얘기해서 결정해요. 

옹 : 저는 딱 활동하는게 정해져있어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되게 한정되어있고. 꾸미는 것도 유행을 타지 않는 옷들이 대부분이고. 근데 다니엘은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쉬하고 악세서리같은 것도 좋아해요. 일단 나가면 무조건 집중을 받으니까.. 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그건 직업적 특성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거 외에 막 쓰는 건 없어요, 다니엘은. 알뜰해요. 

-스포츠카를 사려했었는데, 성우씨가 말렸다는데? 

강 : 그땐 그게 너무 멋있어보여서. 그런데 성우형이 말려서 결국 중고차 하나사서 운전 익숙해질때까지 타고, 제대한 후에 바꿨죠.

옹 : 어릴 땐 다 그렇죠. 뭐. 하하. 다니엘이 제대 후에 새로 샀다는 그 차는 주로 다니엘이 외출할 때 사용하고, 장보러갈때 사용한 차는 제가 이전에 타던 차를 중고로 판 돈하고 서로 돈 합쳐서 공용으로 쓰고 있어요. 공용이라고 해도 거의 제가 사용하고 있지만.


다니엘은 집이 아닌 성우의 화실로 차를 돌렸다. 성우는 차에서 내리면서, 다니엘에게 운전 조심하라, 연습하기 전에 몸 잘풀고 해라 등등의 얘기를 꺼낸 후 다정한 키스와 함께 내렸다. 다니엘은 집으로 돌아와 척척 정리를 하고 다시 차키를 들고 연습실로 향했다. 

화실과 연습실에서의 성우와 다니엘은 여느 작가와 가수 같았다. 본인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에너지 가득했다. 그런 후 다니엘 매니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다니엘과 일을 한지 얼마나 되었나? 연예인으로서의 다니엘과 일상생활에서의 다니엘은 어떤가?

매 : 다니엘이 전소속사에 있을때부터 같이 일을 하고, 소속사를 옮길 때 같이 옮기게 되었어요. 횟수로는 4년..정도 같이 일했습니다. 다니엘은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에요. 자신이 뭘하든 최선을 다할 줄 아는 사람이고, 주변 사람 잘 챙기고.

-둘의 관계를 알고 있었나? 알게 되었을때 거부감은?

매 : 처음 같이 일을 할때 저에게 말해주더라고요. 자기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성우씨라는 걸. 그 점에 만약 거부감이 든다면 미리 말해달라고. 서로 힘들어하며 얼굴 붉히며 일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며. 제가 거부한다고 해도 불이익은 없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자기 싫다는 사람한테까지 신경써주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그런 사람이라면.. 같이 일을 한다고해도 힘들진 않을꺼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매니저 생활을 지금까지 해오면서 다니엘만큼 자기 커리어에 확신과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드물었어요. 정말 열심히해요.  

-다니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보인다.

매 : 다니엘은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진실되게 사람을 대해요. 회사하고 문제 생겼을 때.. 그 전에 저에게 먼저 얘길 하더라고요. 지금 상황이 이렇고, 나는 이럴 생각이다. 형도 마음의 준비를 해달라. 미안하다. 자기 편에 유리한 증언이나 이런 걸 바라는게 아니라 정말 저라는 사람을 걱정해서. 같이 일하면서 다니엘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고 있었는데.. 그때 제가 딱히 어떤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도 다니엘은 저를 걱정하더라고요. 그 후에 이런 저런 일때문에 저는 회사를 그만 뒀어요. 그런데 어느날 통장에 입금이 되더라고요. 다니엘 이름으로. 뭐냐고 물으니까 그냥 그동안 같이 일해준거 보너스라고 생각하라고. 사실, 막막한 건 맞았거든요. 퇴직금이나 이런 거 못받고 나와서. 월급도 밀려있었고. 그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월급처럼 넣어줬어요. 새로 자리 잡을때까지 걱정하지말라고. 오히려 적어서 미안하다고.. 그래서 그때.. 좀 울었어요. 그렇게 일자리 알아보는데, 어느날 전화와선 자기 좀 만나서 어디가자더니.. 지금 소속사랑 계약했어요. 소속사랑 계약 조건 중 하나가 저를 포함하는 거더라구요. 다니엘은 그런 사람이에요. 말보다 행동으로 주변인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 


-다니엘과 몇 년동안 일했나?

안무가 : 알게 된지는 꽤 오래됐죠. 거진 7~8년? 다니엘이 한참 아이돌로 활동할때부터 알고 지냈어요. 안무가와 가수사이에서 편한 형 동생으로 지내게 되었어요. 지금도 종종 만나고 있고요. 

-다니엘은 어떤 사람인가?

안 : 좋은 사람. 그냥 그 단어로 표현할 수 있어요. 좋은 사람이에요. 안무가 입장에서 보면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해낼 줄 아는 뛰어난 춤꾼이고, 친한 형의 입장으로 본다면 형한테 애교도 부릴 줄 알고, 눈치껏 할말 할줄 알고, 그러면서 의지가 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건 얼마나 되었나?

안 : 군대 가기 얼마 전에 알았어요. 처음엔 워낙 스캔들이 안나서 정말 어디 문제 있는 거 아닌가..하고. 하하하... 저희들끼리 그냥 웃으면서 농담으로 그랬거든요. 근데 어느날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얘길해서.. 자기는 만약 다신 자기 안본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얘기하면서. 근데 뭐랄까.. 그냥.. 아... 이러고 말았던 거 같아요. 어디 이상있는 건 아니구나.. 이런? 하하하. 그냥 그런 걸로 다시 안보고 살기에 다니엘이라는 사람이 너무 아까웠던 거 같아요. 그 후에 성우형이랑도 같이 봤는데.. 아우.. 진짜 그런 닭살커플이 없어요. 근데 그게 이상하게 보일법도 한데 이쁘게 보이더라고요.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는게 부럽기도 하고요.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다니엘은 연습을 마치고 다시 화실로 가서 성우를 픽업해왔다. ‘그냥 내가 알아서 간다니까..’하면서 차에 오르는 성우의 얼굴을 이미 미소가 그득했다. 그리고 운전하는 내내 둘은 한손을 꼭 잡고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집으로 돌아와선 옷을 갈아입고, 그들을 반기는 고양이들을 부둥켜안고 뒹굴거리다 다니엘이 저녁준비를 위해 부엌으로 향하자 그 뒤를 따라 성우도 발걸음을 옮겼다. 다니엘이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기 위해 분주했다. 그 뒤에서 눈치껏 밑반찬을 꺼내고 수저를 놓는건 성우였다. 한참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다니엘은 성우를 쓱 돌아보곤, 방으로 들어가 조끼를 들고 와서 성우앞에 내밀었다.


“춥다, 입어요.”

“응~”


성우는 군소리 없이 조끼를 껴입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종일 다니엘은 성우에게 조끼나 숄, 담요같은 것을 꾸준히 챙겼다. 


-성우씨에게 겉옷을 챙기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강 : 성우가 크게 사고 난 적 있어요. 그때 어깨와 손목, 여러군데가 다쳤고. 그때 다쳤던 곳들이 추워지면 조금씩 저리거나 불편한 느낌이 든다고 해서... 핫팩이나 조끼, 담요 같은 걸 챙기기 시작했어요. 


둘은 밥을 먹으면서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대화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 건지 웃으면서. 다니엘이 밥을 차렸으니, 설거지는 성우의 몫이였다. 다니엘은 식기세척기에 넣으라며 성우에게 말했는데, 성우가 굳이 자신이 손으로 하겠다고 우기자 ‘와 사줘도 쓰질 않노?’라며 투덜거렸다. 


둘은 식사 후에 여느 가족처럼 티비를 보고 웃기도 하고, 조용히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취침시간이 되자, 둘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잘자라는 굿나잇키스를 하고 한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그들의 영상이 끝나고 다니엘 어머니와의 인터뷰가 나왔다. 


-처음 다니엘씨가 어머니께 성우씨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기분이 어떠셨나?

어머니 : 솔직히요? 억장이 무너졌지요. 내 새끼가.. 왜 굳이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아들이 그럴까.. 원망도 들었고. 

-다니엘씨 말로는 어릴 적 부터 사랑에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쳤다고 하셨다는데.

어머니 : 그랬지요. 그건 맞습니다. 지금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막상 그게 내 일이 되었을 때는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울었지... 어디에 속시원히 털어놓지도 못하겠고.. 정신 차리고는 성우책도 찾아보고, 인터넷 사이트 같은 곳도 들어가서 보고 그랬지요. 

-성우씨 소개 받기 전과 후로 달라진 것이 있나?

어머니 : 처음에 소개받을 때, 투비원 마지막 콘서트날 소개 받았거든요. 그때만 해도.. 진짜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가나보자.. 하는 맘도 있었지... 사랑이란게 천년만년 가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헤어질 수도 있을테니 일단 지켜보자.. 그랬지요. 그전에는 여자를 만난 걸 아니까. 한번 방황일 수도 있다.. 싶기도 하고. 근데 하루만에 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어머니 : 그때 니엘이 혼자 살던 집을 성우가 꾸며놨는데... 진짜 신경을 많이 썼더라고요. 어머니 유품까지.. 내가 온다고 갖다놨다더라고. 유품이란게.. 누구 좋다고 선뜻 주고 그러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그때 알았지.. 가볍지 않구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둘은 서로 더 먼 미래까지 보고있구나. 그카고 누가 내 새끼 그렇게 이뻐해주는데, 아껴주는데 안고맙겠습니까? 그래서 그 순간 그냥 야도 내 아들이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소속사와 소송을 벌일때 어떠셨나?

어머니 : 기자회견 전날에 부산에 와서 내 앞에 무릎꿇고 얘기하대요. ‘어무이, 지금 상황이 이렇습니다. 안밝히고 살려고 했는데.. 더는 못참겠습니다’하고. 자식이 그 얘기 하는데 어느 부모가 말리겠습니까? 우리 아들이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다고 개새끼, 소새끼 소리 들어가면서 일을 해야하는지.. 누구보다 착실하게 살았고, 열심히 하는 아한테, 그런 협박을..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고, 심장은 바닥으로 수십번 떨어지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니엘이고 성우고 다 불쌍해가지고.. 한참을 울었다 아입니까. 그리고 말했지요. ‘내는 괜찮다. 니 하고싶은데로 해라’. 기자회견 후에 솔직히 주변 시선이 신경안쓰였다면 거짓말이고. 그치만 그것보다 내 자식들이 맘 편히 사는게 더 중요하지요. 

-지금 관계는 어떤가?

어머니 : 뭐.. 다른 집 부모자식이랑 똑같지요. 성우가 이쁜짓도 잘하고, 애교도 많고. 사랑받고 자란 애라는게 티가 나요. 자기 일은 딱 부러지게 잘하고, 내한테는 딸같이 굴고. 엄마 음식 맛있어요, 어디 뭐 먹으러 갔는데 엄마 생각나서 사왔어요, 좋은데 봐놨으니 드라이브 가요, 쇼핑하러 가요.. 그칸다니까. 하하하. 니엘이가 군대갔을때도 혼자 내려와서 자고가고. 가랑 둘이 해외여행도 가봤다 아입니까. 알려지고 나선... 그때 제 주변에 있어줬던 사람들.. 어머니 옆에서 힘되주셔서 고맙다고.. 성우가 내 친구들이랑 여행도 보내줬다니까. 가가 그런 아인거라. 내한테 그카는데 니엘이한테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런 아를 우예 미워합니까? 가는 내 아들입니다. 누가 뭐라캐도, 가들은 둘도 없는 짝입니다. 


어머니의 인터뷰가 끝나고 둘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커밍아웃을 안할 수도 있었을텐데?

강 : 물론 안하고 그냥 소속사와 타협을 할 수도 있었어요. 재계약을 할 수도 있었고, 아예 다 그만두고 해외를 갈 수도 있었어요. 실제로 캐나다로 갈까 싶어서 알아보기도 했고. 선택은 여러가지였어요. 그렇지만 굳이 했던 건... 제가 죄를 지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했고.. 사실 그때 많이 불안했어요. (어떤점이?) 이런 말은 처음인데... 소속사의 협박에 굴복했던 그 모습에 실망할 거 같고.. 언제까지나 친한 형동생으로 보이는 것에 지쳐갈 거 같고. 그래서 결국 날 떠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달까..

옹 : 난 너만 있으면 괜찮았는데.. 그리고 떠나려면 군대 갔을 때 헤어졌겠지. 

강 :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랬어요. 내가 그때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그때 그런식으로 밝히진 않았을텐데..

-커밍아웃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옹 : 저는 사실 크게 달라진게 없어요. 아... 알아보는 사람이 좀 늘었고.. 뭐하면 실시간 검색어에 가끔 오르고.. 악플이 좀 달리고.. 뭐 그정도? 저는 괜찮아요. 저는.. 

강 : 솔직히.. 커리어적인 부분에서 제약이 생겼죠. 하지만 예전만큼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해도, 지금 제가 먹고 살만큼은 벌고 있고. 앨범이 미뤄지거나 캐스팅에 밀려도.. 언제나 준비하고 있으면 저에게 기회가 돌아오겠죠. 지금보다 아무 미래도 보이지 않던 그때 연습생 시절이 더 힘들었어요. 그땐 혼자였는데 지금은 같이 있어줄 사람도 있으니 괜찮아요. 뭐.. 좋은 쪽으로는 같이 다닐때 손잡을 수 있고.. 뭐 그런거죠.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싶은 말은?

옹 : 나에게 너는... 음... 이뤄줄 수 없는 꿈을 이루게 해준 사람이고, 그래서 영원히 함께 하고싶은 사람이야. 같이 한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픈. 사랑해.

강 :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고,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해줘서 고마워요. 내가 많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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