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활력소는 단연코 '바이오 크린콜'이 되시겠다. 월요일과 화요일을 넷플릭스, 유튜브에 절여져 보낸 뒤 불안감과 오염된 기분이 들어서 수요일엔 디톡스를 시도했다. 유튜브 보지 않기. 유튜브를 안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아침 저녁 루틴과 요리, 청소에 전부 유튜브가 필요하다는 건 약간 멈칫하는 지점이지만, 새로고침하며 아무 영상이나 끝없이 보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거다. 바이오 크린콜 1L를 두 병 사서 스프레이에 옮긴 뒤 온갖 것을 소독했다. 다음 날은 당근으로 스프레이 밀대를 구했는데, 당근 가기 전에 정전기 청소포로 먼지를 닦고, 청소기를 돌리고, 버스 타고 역삼동에 다녀와서 (영 기분 나쁜 동네였다.) 걸치고 간 모든 걸 크린콜로 소독하고 밀대 통에 크린콜을 부어 몇 발자국 되지 않는 바닥을 박박 닦았다. 그다음 날도. 인덕션도 닦고, 사과도 닦고, 오후 햇볕에 비추어 쏴아 분사되는 75% 알코올에 희열을 느끼며 바닥을 또 닦았다. 거의 바닥에 떨어진 걸 주워 먹어도 그릇에 담은 음식과 별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 청소하며 00년대 케이팝을 흥얼대다가 용액이 호흡기에 들어갔는지 목이 칼칼해서 (설마 코로나는 아니겠지 대체 어디서 옮는단 말임) 공기청정기를 꺼내 돌리며 월요일엔 새 헤파필터를 주문해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온 집구석을 박박 불편한 마음도 박박… 불안 때문에 다른 강박을 만들어낸 건 아닌가 싶지만 하루 치 칼로리 소모가 대부분 이 크린콜 덕분인 건 사실이다.


몇 년 전에 농번기 랩이라고 유행한 개그가 있었는데,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개밥 줘 소밥 줘 할머니 밥 차려드려 깨밭에 가서 깨털어 비 오면 고추 걷어 해 떨어지면 자빠져 자... 대충 그런 일상을 살고 있다. 어떤 측면에선 좋은 하루. 삶을 지속시키기만 해도 충분한 거라면 말이다. 일어나고,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거의 일정하다. 한 끼는 사과, 빵, 계란, 커피를, 다른 한 끼는 밥이나 면을 돌아가며 먹는다. 매 끼 맛있고 즐겁다. 이번 주엔 딱히 먹고 싶은 배달 음식이 없었지만 하루 쯤 조리를 쉬어도 괜찮지 싶어 마라탕을 시켜 먹었다. 낮 동안엔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영화들을 몰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저녁에 씻고 난 뒤에는 <모든 부정적인 에너지를 제거>란 제목의 티벳 싱잉볼 영상을 틀어놓고 기록을 하며 하루종일 시청각 자극에 찌든 뇌를 좀 진정시킨 뒤 침대에 누웠다. 층간소음에 짜증나고 늘 험하고 극적인 꿈을 꾸느라 잠을 잘 자는 건 아니지만 뇌 클렌징 시간 덕분인지 한 시간 정도 일찍 잠들긴 했다. 

그러니까 낮 시간에 일을 하고 돈을 벌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갓생이라 할 수 있겠다. (뭘 배운다면 진정 갓생이겠지만… 그나마 배우고 싶은 걸 망설이는 건 오미크론 때문이다.) 직장인 때 이런 주말을 보냈으면 아주 뿌듯해할 하루. 몇 년 전의 내가 유튜브며 팟캐스트에서 주워 듣고 깜짝 놀라 좀좀따리 모은 '씨드 머니' 덕분에 이렇게 히키코모리라기엔 정갈하고 (수입원 없는) 백수치고는 부지런히 돈을 쓰고 (건물주나 재벌 3세) 백수에 비하면 안빈낙도하는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뭐 나쁘진 않아… 틀린 게 아니란 것도 안다. 이런저런 '좋은' 말을 듣거나 읽는다고 해도 결국 납득하는 건 내 몫이다. 나는 지금 농경 사회를 살지도 농번기 맞은 농부가 아닌데…


- 22.02.19. 토요일

*이 일기를 글친구들과 돌려보면서 농번기 랩을 나만 아직도 웃겨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난 평생 웃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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