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이요?“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13번 구역은 작전을 계획하고 있는 거다. 우리 둘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또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막아 준 헤이미치에게 큰 빚을 졌다.


 ”두 분을 원래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대략적인 계획은 알려드리겠습니다.“


 ”왜 전체적인 계획은 안 알려주는 거죠?“


 ”전체 계획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13번 구역에만 있습니다. 그 외 현장 요원들은 자기가 수행할 부분만 알고 있죠. 유출을 막기 위한 하나의 전략입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잭이 다시 말을 잇는다.


 ”비밀 작전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적어야 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고요.“


 그는 헤이미치를 노려본다.


 ”그러게 내가 하는 말은 한두 번 의심해봐야지. 자네 전임자는 그렇게 하더만.“


 ”말하시는 전임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다시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군요.“


 ”패디건을 몰라요? 검은 머리에 회색 눈을 가진, 광부로 위장한 사람이었는데요.“


 내가 듣기에도 이런 설명으로는 누군지 모를 수밖에 없다. 검은 머리에 회색 눈인 광부들은 12번 구역에 넘쳐 나니까.



 역시 잭은 고개를 젓는다.


 ”근데 왜 다시는 그럴 일이 없다고 하죠? 이제 12번 구역과 13번 구역을 오가며 작전을 수행하는 게 아니었나요?“


 ”이렇게 되었으니 솔직히 밝히자면, 그럴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 덕분에 큰 실책을 저질렀으니, 저는 다시는 12번 구역에 투입되지 못할 겁니다.“


 ”아저씨가 방금 이 분 직업을 잃게 하셨네요.“


 내가 말하자, 헤이미치는 어깨만 으쓱일 뿐이다.


 ”이제 작전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곧 거리에 사람들이 나올 텐데.“


 피타는 시계를 쳐다보고 있다. 벌써 3시다. 학교가 끝나고 아이들이 거리에 뛰쳐나올 시간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묻고 싶은 건 못 물어볼 것 같다.


 ”13번 구역은 이번 헝거 게임 경기장을 무너뜨릴 계획입니다.“


 ”네?“


 원작에서는 성공한 작전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우승자들이 아닌 추첨된 사람들이 들어갈 텐데 어쩌려는지 모르겠다.




 잭은 멘토들이 큰 역할을 맡는다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 조공인들에게 작전에 참여하라고 설득하는 역할인가? 솔직히 어떻게 경기장을 무너뜨릴 건지 짐작도 못하겠다. 역장이 안에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밖에서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하는데.


 ”나중에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연락이 갈 겁니다.“


 ”만약 안 하겠다고 하면요?“


 피타가 묻는다.


 ”그러면 캐피톨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게 되겠죠. 탈출할 기회도 없이.“


 잭은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나간다.



 탈출할 기회도 없이? 13번 구역으로 가게 해준다는 걸까? 하지만 원작에서 그곳에 간 우승자들은 4명이었다. 나중에 작전을 시행해 빼낸 우승자까지 합하면 7명, 간신히 살아남은 에노바리아까지 합하면 8명이다.



 그 외에 13번 구역으로 가지 못한 우승자들은 캐피톨에게 죽거나 13번 구역에게 죽었다. 2번 구역을 지휘하던 우승자 라임이 있긴 하지만 그건 흔한 사례는 아닌 것 같고. 결국 그 사람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지는 못했다. 이번에도 13번 구역이 우승자를 많이 탈출시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작전에 참여하게 하려는 발언일까.



 헤이미치는 개수대에 물을 틀어 부엌을 시끄럽게 만든다. 우리는 그의 지시에 따라 개수대에 모인다. 나는 몸의 체중을 개수대에 실어 다친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한다.


 ”그래서 이렇게 된 거다. 작년까지는 나도 13번 구역과 접촉한 적이 없다는 건 알아 두고.“


 헤이미치가 소리를 낮춰 말한다.


 ”그동안 13번 구역에 대해 눈곱만큼도 말하지 않으신 거 말이죠? 잘하셨어요.“


 내가 말한다.


 ”아니, 우승자 투어 때 그림 판매 제안 말이다. 네가 실수하지 않게 지도하라는 명령이 있긴 했지만 그건 늘 하는 거고.“


 ”그럼 아저씨는 알고 있던 거네요. 너는 진짜 몰랐어?“


 피타가 말한다.


 ”응.“


 그 제안이 뭘 뜻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물론 13번 구역이 말해줘서 안 건 아니다.


 ”플루타르크도 이 작전에 끼어 있는 거죠?“


 피타가 한숨을 내쉰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해봐라. 그러면 답이 나오지.“


 ”최고 게임운영자와 미지의 구역과 함께하는 비밀 작전이라니, 참 스릴 넘치네요.“


 피타가 빈정거린다.


 ”그래서, 여긴 왜 왔냐?“


 헤이미치가 묻는다.


 ”저희가 훈련시키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서요. 괜찮을지 궁금해서 왔어요.“


 ”시선을 끌만큼 크게 하지 않는다면 상관없겠지. 훈련을 미리 시키는 구역도 있는 판에.“


 공식적으로 조공인들은 훈련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프로 구역도 훈련을 하는데 우리라고 안 되겠는가? 나는 헤이미치에게 일단 계획을 적어 놓은 종이를 건넨다.


 ”다행이긴 한데요. 스레드가 모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면 어떡하죠?“


 내 생각이긴 하지만 우리의 모임을 스레드가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땐 어떡하지?


 ”너희가 이제까지 줄곧 해온 게 뭐지?“


 ”촬영이요. 하지만 캐피톨에서 촬영을 나온 게 아니면 소용없을 것 같은데요.“


 피타가 말한다.


 ”캐피톨에서 우승자들이 직접 비디오를 찍길 원한다고 해라. 가족과 친구들과 다양한 놀이를 하는 모습을 방송하길 원한다고. 그러면 넘어가겠지.“


 ”좋은 생각이네요. 오늘 아저씨를 찾아와서 다행이에요.“


 ”나중에 도움이나 줘라.“


 헤이미치는 어색하게 말한다. 그가 감사를 들어본 건 먼 옛날의 일일 것이다. 그는 나에게 다시 종이를 돌려준다.


 ”떠나려면 한 명씩 가는 게 좋겠죠?“


 피타가 묻는다. 헤이미치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윽고 그는 개수대에서 멀찍이 떨어져 큰 소리로 말한다.


 ”전 먼저 나갈게요. 빵집에 일손을 보태야 해서. 이제 술 냄새는 그만 맡고 싶네요.“


 ”역시 저놈은 눈치가 빨라. 큰소리로 해도 될 이야기를 구분하다니.“


 그러고 보니 작전 요원들이 왜 이리 편하게 이야기했을까. 내 집에서도, 헤이미치의 집에서도 그랬다.


 ”아저씨 집에는 도청장치가 없어요?“


 ”당연히 있지.“


 ”그럼 아까 전에 편하게 이야기했던 건 뭐예요?“


 ”들어오기 전에 뭔가를 작동시키더라고. 물어봤더니 그들이 머물고 있을 때는 안전하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도꼭지를 잠근다.


 ”아저씨 술 좀 작작 마셔야겠어요. 이렇게 많이 토하시잖아요. 개수대가 가까이 있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헤이즐만 고생했겠죠.“


 헤이미치는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큰 소리로 트름을 하며 바닥에 눕는다. 나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석탄 찌거기 더미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는다. 거기는 사람이 없어서 곰곰이 생각하기 좋다. 염소 아저씨가 점심 때마다 염소를 끌고 와서 숲만큼의 비밀을 보장해주진 않지만.




 훈련 계획은 순조롭게 시행되기 시작한다. 헤이미치는 훈련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다른 구역에서 어떤 우승자들이 멘토를 맡는지, 그들의 계획 스타일은 어떤지에 대해 피타와 나에게 가르쳐준다. 생각도 못했는데, 피타는 에피에게 전화를 걸어 예전 헝거 게임 테이프를 받았다. 지금 멘토를 맡거나 맡을 가능성이 있는 우승자들의 싸움 스타일과 전략을 분석하기 위해서이다.



 훈련은 전투 기술, 맨손 싸움, 체력 키우기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거기에다 나무 오르기와 식용 식물 구분하기가 추가된다. 물론 캣니스의 도움을 받아서이다.


 ”프로 조공인처럼 행동하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만약 추첨된다면 무력하게 당하는 건 더 싫거든.“


 캣니스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게다가 헤이미치를 못 믿겠어. 작년 말고는 항상 술만 마시고 있었잖아. 솔직히 두 사람에게 헤이미치가 친절했다고 해서, 나한테까지 친절하리라는 보장은 없는데, 뭐.“


 ”그가 친절해지는 데 피타가 큰 역할을 했어. 못 미더우면 피타에게 헤이미치를 맡겨 봐. 그럼 더 친절해질걸.“


 캣니스가 피식 웃는다.



 프림은 훈련 대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그 아이는 근육통을 줄이는 방식으로 훈련을 돕기로 한다.


 ”난 그런 거 잘 못해.“


 프림은 캣니스가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러보라고 하자 손사래를 친다.


 ”나는 내가 잘 하는 걸 하기로 마음 먹었어. 치료하기. 헝거 게임에 조공인으로 뽑히더라도 그거는 쓸모 있다고 평가받을걸.“


 ”프림... 그 애들이 어떻게 행동할 줄 알고.“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들을 치료해주는 사람을 죽이진 않을 거야. 난 피타 방식을 따르기로 결정했어.“


 프림은 작년에 피타가 프로 조공인들과 동맹을 맺고 그들을 속인 것에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다행인 건 프림이 캐피톨에 가더라도 혼자 가진 않을 거라는 점이다.



 델리는 자신에게 제안이 온 것에 대해 기뻐한다.


 ”다프네, 고마워! 난 무기를 한번 다뤄 보고 싶었거든. 헝거 게임에서 너나 피타가 무기 휘두르는 게 멋져 보여서.“


 사실 무기 휘두르는 게 멋진 게 아니라는 걸 말하려다 그만둔다. 그 아이는 운동에 익숙하지 않지만, 가르쳐 주는 내용을 충실히 따라하려고 노력한다. 델리는 가끔 동생을 데려와 구경을 시킨다.


 ”부모님께서 모두 바쁘셔서 데려왔어.“


 델리의 동생인 월터는 우리가 훈련하는 모습을 가만히 구경하다가 피어니가 음식 만드는 것을 돕거나 프림이 찜질팩을 만드는 것을 돕는다. 발목을 다친 나는 카메라를 들고(캐피톨에서 구입했다) 그들을 찍는 척한다. 때로는 녹화 버튼을 눌러 그들을 찍는다.




 체력 훈련을 끝낸 이후, 무기 실습으로 넘어간다. 무기는 이미 있던 무기를 활용하기로 한다. 오후 3시 이전에는 울타리가 켜지지 않으므로, 누군가가 잽싸게 넘어가서 가져오기로 한다. 마침 깁스를 푼 내가 자원하지만, 그건 묵살되고 캣니스가 가져오기로 한다.



 매번 있는 탄광 체험학습 날, 늘 그런대로 캣니스가 아프다며 결석하고 숲에 들어가서 무기를 가져오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평화유지군은 12번 구역이 아니라 다른 데에 신경 쓰고 있으니까. 캣니스는 간단하게 성공한다. 그다음 날, 훈련에 칼과 활도 추가된다.



 ”넌 정말 다른 구역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생각해?“


 게일이 묻는다.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덫을 만들고 있다. 나는 그에게 덫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달라고 부탁했고, 게일은 쉬는 날을 우리에게 헌납했다. 요즘은 게일도 훈련에 조금씩 참여하긴 한다. 적극적으로는 아니지만. 게일은 훈련을 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레드가 잠잠한 걸 보면. 저번 주에는 다시 호브가 열렸잖아.“


 물론 대놓고는 열리지 않지만, 호브가 암암리에 다시 열렸다. 그리고 평화유지군들은 그걸 모른 척하고 있고.


 ”12번 구역에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할 어떤 일이 있는 게 분명해. 여기에서 떠난 평화유지군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도 그렇고, 감시 수준이 크레이 때처럼 돌아간 것도 그렇고,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야.“


 게일이 긍정적으로 말한다. 나는 철사를 비틀어 고정한다.


 ”스레드도 12번 구역을 떠나면 좋겠는데.“


 나는 엉뚱한 말을 한다. 보니와 트윌에 대해서 게일에게 말해주고 싶지만 뭔가가 내 입을 틀어막는다. 그걸 말하면 게일이 탄광에서 무슨 일을 시작할지 두렵다. 그리고 캐피톨은 반란 주동자와 관련 인물을 헝거 게임 조공인으로 충분히 만들고도 남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 정말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게일이 대답하며 마지막 덫을 마무리한다.


 ”어쨌든, 오늘도 와 줘서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기본적인 덫만 가르칠 수 있었을걸. 이 네 개 말이야.“


 나는 조잡하게 만들어진 네 개의 덫을 가리켜 보인다. 게일이 웃는다.


 ”내 쉬는 시간을 바친 보람이 있길 바라.“


 ”훈련에 기여한 사람 목록을 뽑는다면 네 이름이 가장 위에 있을 거야. 프림도 네가 설득해줬잖아.“


 게일은 프림이 태도를 조금이나마 바꾸게 설득했다. 네가 위기에 처했을 때 빠져나와야 할 기술은 익혀야 하지 않느냐면서. 그래서 프림은 칼 쥐는 방법과 휘두르는 방법이라도 배울 수 있었다. 


 ”캣니스와 네가 말하는 방식을 바꿨더라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눈을 흘기자, 게일은 만들어놓은 덫을 정리하자며 자루를 끌어당긴다. 무릎을 굽히고 덫을 정리하고 있자니 목걸이에 매달린 반지가 튀어나온다.


 ”그거, 요즘 항상 하고 있네.“


 게일이 반지를 만지작거린다. 반지가 튀어나올 때면 늘 그러듯이.


 ”행운의 상징이라서 그래.“


 ”그 행운을 만들어낸 건 너야. 그래서 네 반지가 행운의 상징이 되었고.“


 반지가 있는 손가락을 매만지던 손이 내 손을 감싼다. 나는 달콤한 순간을 최대한 누리기로 결심한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3권 모킹제이에서 나온 라임이라는 인물이 있었죠. 이 분도 우승자인데, 반란군의 편에 서서 자신의 구역인 2번 구역의 돌파를 지휘한 등장인물입니다. 나중에 살아남은 우승자를 모아서, 새로운 헝거 게임을 실시할지 여부를 투표할 때 그 자리에 없었죠. 이 때문에 죽었다는 추측이 많아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지 못했다'는 서술을 넣었습니다. (참고: https://thehungergames.fandom.com/wiki/L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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