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 한해를 되돌아보게 되네요. 목표했던 것 중의 얼마를 이루었나, 하고요.

저는 올해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모임을 만들고, 들어가고, 기획하고. 크고 작은 실수도 하면서. 도망치기보다는 부딪혀야 함을 배워서 걷기 시작했어요.

오래도록 부끄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저는 사회 경험이 부족해요. 대인관계도 그닥이고요. 좌절한 채로 그대로 엎어져 한참을 도망쳐 살았거든요. 아직도 조금은요. 음... 아니 많이 인가? 그래서 지금의 스스로가 놀라우면서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요. 더 나은 사람이 되야겠다, 마음먹으면서도 스스로가 범하는 잘못에 뒤늦게 놀라기도 하고요.

그래도 올해의 가장 큰 수확은 감정과 일상을 분리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게 잘 안되었거든요.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음에도 감정에 매몰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많았어요. 이 말이 잘 이해가 안 될지도 몰라요. 일종의 병증이니까요. 꽤 자주, 하루 종일 누군가가 한 좋지 않은 이야기만을 끝없이 머릿속에서 재생시키며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사람이었다는 소리예요. 그런데 무엇이 이걸 바꾼 걸까?


내가 한 것 1. 올해의 저는 글쓰기를 시작했지요. 글쓰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저는 요즘 감정을 토해내는 글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그렇게 쏟아낸 감정을 분석하며 글을 다듬고 보면 막혀있던 숨이 다시 쉬어지더라고요.

2. 가계부와 다이어리를 쓴 것은 3년 전부터인데, 2년 동안 모은 돈보다 큰돈을 올해 모은 것 같아요. 주식도 좀 더 본격적으로 투자했고요. 어느정도 결실을 보기도 하고 잃어도 보면서요. 당장 집에서 내쫓겨도 길바닥에 나앉지는 않을 돈이 손에 잡히니까 마음이 달라지는 것 있죠. 신기하게도, 통장 잔고가 는 게 마음의 경도를 높여줬어요. 웬만한 일에는 정말 콧방귀도 안 끼게 됩니다. 남들이 보면 그다지 큰돈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요.

3. 습관 관리에 관한 책을 정말 많이 봤어요. 읽은 책 중에 기억나는 건 『미라클 모닝』『아주 작은 습관의 힘』『디지털 미니멀리즘』 정도네요. 노력해도 1달을 못 넘기고 습관화가 안 되어서 괴로웠는데, 웬걸. 완벽하지 않다 뿐이지 루틴이 생겼어요.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게 미칠 것 같아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날이 꼭 한 번씩 있어야 했는데(그게 남이 보기에 귀여운 반항이든 게으름이든 미친 짓이든 간에요). 잠을 안 자고 안 먹고 아무것도 안 하며 자신을 학대하는 그런 날이요. 가끔은 울기도 하는 그런 날이요. 그런 날이 줄더니 없어졌어요.



내년의 나는 올해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의 목표를 적어요. 이건 만다라트 차트에요. 한눈에 파악하기 좋아요. 약간 마인드맵도 닮았어요.


새해의 표어는 "말보다 행동으로". 영화『서프라제트』에서 듣고 뇌리에 깊게 남은 말이에요. 틈만 나면 입 안에 가두어 계속 되뇌고 있는 말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입만 번지르르한 사람, 여전히 부끄러운 사람이지 않은가. 솔직히 올해는 얼굴이 시뻘게질 만큼 부끄러운 순간이 좀 많이 있었거든요. 최근에도요. 그러니 새해에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굿모닝 굿나잇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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