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교제.


그 날은 비오는 날이었다. 우산도 없이 현수는 편의점 앞에서 쪼그려 앉아있었고 교복 차림이었다. 명찰에는 ‘조현수’라는 이름 세 글자가 박혀있었고 잠시 비를 맞은 듯 머리끝은 젖어있었다. 현수는 웅덩이에 고인 빗물을 응시했다.


“안녕히 가세요.”


편의점 안의 알바생의 인사와 동시에 편의점 문이 딸랑, 하고 열렸다가 닫혔다. 현수의 시선 끝에 잘 닦인 구두가 닿았다. 고개를 들자 보인 건 중년의 남성. 손에 들린 것은 담배와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사탕이었다. 그리고 손에서 시선을 올려 쳐다본 손목에는 흔히 비싸다고들 하는 브랜드의 시계가 자리해있었다.


“안 춥니?”


현수는 고개를 들어 남자의 시선을 마주했다. 현수는 젖은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다가 입을 떼었다.


“…, 아저씨.”

“응?”

“아저씨 돈 많아요?”



(중략)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얼얼한 고통이 현수의 뺨에 자리했다. 한 번도 사랑하는 제 소년에게 손을 댄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금세 드러났다. 사랑과 집착 사이의 경계의 바닥이 드러났다.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소년은 제 볼을 매만지며 애정이 가득한 눈빛에서 남자를 혐오어린 시선으로 응시했다.


“아저씨.”

“현수야, 아저씨가 그러려던 게 아니라…”


현수는 그 뒤로 재호의 근처에 가지 않았다. 자신을 탐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모습과 그 모습이 고통으로 다가올 때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재호의 두려움은 현수의 공포로 전이되었고 그것은 순식간에 둘 사이의 괴리감을 만들어내었다.


“요즘 어디서 지낸다고 하니.”

“네, 형님. 병원에서 자고 계셨습니다. 아무래도 그 때 상처가 크셨나봅니다.”


[부재중 전화 34건, 받은 메시지 97건]


연락을 피한지 어느덧 일주일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실 재호 나름대로 수많은 노력을 해왔었다. 공포심으로 물들어있는 아이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가기도 해봤고, 또 친모를 만나러 가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돌아온 것은,


“현수가 더 이상 못 뵙겠다고 해서요…, 도와주신 건 감사하지만 안 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매몰찬 거절이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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