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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갈증 7

w.왼필








콧노래가 절로 터졌다. 출근길 걸음을 가볍게 보채던 용선이 과제에 찌든 학생들에게 해맑게 인사를 건넸다. 어기적거리는 시선들이 용선을 향해 작은 물음표를 그렸다. 상관없었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나 들어가기 싫던 건물의 입구가 반가울 정도로.



“어? 조교님!”



인파에 가까운 사람들 속에서 높게 솟은 손 하나가 용선의 시선을 붙들었다. 혜진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고 있는 과대표 학생이었다.



보도블록 위에 세워진 세 개의 스탠드 게시판. 무언가 행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잠에서 제대로 깨어나지도 못한 학생들이 설문 판에 코를 박고 눈알을 굴렸다. 용선의 고개가 천천히 기울어졌다. 저게 뭐길래 다들 저리 고민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싶어서.



“자, 조교님도 이거 하나 받으시고.”

“이게 뭔데?”

“그냥 보고 끌리는 곳에 붙이시면 돼요.”



손끝에 붙은 하트 모양의 스티커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빛을 내뿜었다. 그니까 이걸 어디에 붙이란 건데. 끌리는 건 또 뭐고.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한 용선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인파 속에 파묻힌 과대의 뒷모습을 눈으로 뒤따랐다. 아무래도 게시판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거치대에 부착된 출력물을 마주한 눈이 그 어느 때보다 가늘어졌다. 손등으로 눈가를 쓱쓱 문질러 봤지만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투표의 현장이었다.



당신의 이상형을 뽑아주세요! 픽미 픽미!



“하?”



고개를 좌우로 크게 저은 용선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참으로 남사스러운 제목이었다. 당신의 이상형?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투표를 공개적으로 한다고? 이게 다 인권침해라고. 용선은 게시판 앞에 몰려든 아이들을 힐끗대며 간질거리는 입술을 손등으로 꾹꾹 짓눌렀다. 차마 꼰대라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던 탓이었다.



검지 손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투표권은 아무래도 기권표로 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인권문제를 떠나 누군가에게 점수를 부여해야 한다는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세상이었다. 더군다나 외모순이라니.



하트 스티커를 왼쪽 손등에 부착한 용선이 과대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난 기권할게. 허무하게 내쳐진 투표권에 실망 가득한 눈빛이 돌아왔다. 용선은 사과의 의미를 대신한 미소를 입가에 가볍게 걸었다.



‘저런 거 보면 아직 애들은 애들이네.’



열정 넘치는 학생회의 기를 이어받은 용선이 흘러내린 가방을 붙들며 입구 계단에 첫 발을 내디뎠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임원들의 열정적인 목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당신의 이상형에 투표하세요! 



“자자. 여러분들 마음에 드는 얼굴에 투표하시면 됩니다. 재미로 하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아, 네네. 타과 분들 참여하셔도 됩니다. 스티커 드릴까요? 다섯 후보 중에서 고르시면 됩니다. 제일 끝에 있는 친구가 문별이 님이고, 네네. 그 옆에가 안혜진 님, 그리고 이 친구는 용선해 님이라고 지금 압도적으로….”



어렴풋이 들려온 과대의 끝말이 용선의 발목을 희미하게 붙들었다. 방금 누구, 라고? 영상이 되감기듯 걸음과 기억이 빠른 속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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