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지 마세요."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던 나에게 엉엉 우는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어찌나 많이 울었는지 눈 주변은 발갛게 부르텄고, 양 볼의 광대뼈를 타고 눈물 자국이 선명했으며, 목소리가 쉬어 쩍쩍 갈라졌다. 그 남자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찌나 간절해 보이던지 그냥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고 지나쳐 갈 수가 없었다. 닭똥 같은 눈물 자국이 와이셔츠 위로 뚝뚝 떨어졌다. 옷소매로 코 밑을 닦아내며 그는 끝도 없이 훌쩍거렸다. 계속 우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조차도 기분이 나빠지려 했다. 그래서 난 가방에서 휴지를 찾아 그에게 건넸다. 남자는 감사하다고 고개 숙여 인사하더니 휴지를 넓게 펼쳐 얼굴 전체를 쓱 닦아냈다.

"웃지 마세요!"

내가 소스라치게 놀란 것은 그 이후였다. 방금까지 우는 얼굴이었던 남자가 해맑은 미소를 띤 얼굴의 남자로 변해있었다.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는 내 손을 붙잡고 그는 숨이 넘어갈 듯 깔깔 웃으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얼마나 크게 웃던지 금니를 덮은 안쪽 어금니가 선명히 보였고, 딸꾹질하듯 불안하게 숨을 쉬었으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간지럼을 타듯 몸을 이리저리 꼬는 그의 모습은 발작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남자가 기괴하게 입술을 늘인 탓에 입꼬리가 찢어져 피가 흘렀다.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미친 듯이 저어대며 웃지 말라고 강요하는 모습이 너무나 공포스러워 나는 도망치고 말았다. 내가 도망치려는 것을 눈치챈 남자는 아까 내가 건넨 휴지로 스스로 얼굴을 닦아냈다.

"화내지 마세요!!"

나는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발목을 붙잡혔다. 순식간에 내 몸을 붙잡아 끌어당긴 남자는 성난 황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잔뜩 화가 나 목에 핏발을 세우고 제 분을 못 이기겠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얼굴이 새빨갰고, 거칠게 숨을 훅훅 댔으며, 온갖 상스러운 욕들을 내뱉었다. 분노하는 건 자기면서 그는 나를 보고 자꾸만 화를 내지 말라고 고함을 쳤다. 나는 남자에게서 저항하려다 그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 그는 머리를 맞고 휘청대는 나를 으스러질 정도로 안았다. 내가 숨을 못 쉬어 캑캑대도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겁에 질려 신음했다. 잘못했다고, 놓아달라고 울었다. 그러다 내 눈에 남자의 주머니에 꽂힌 휴지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손을 뻗어 남자의 얼굴에 휴지를 붙였다. 그러자 갑자기 남자의 힘이 사그라들었다.

"겁... 겁먹지 마세요."

중심을 잃고 땅바닥으로 쓰러진 내 위로 같이 엎어진 남자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쭈뼛거렸다. 조금 전 괴물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영락없는 어린아이의 태도가 되어버린 남자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켜 나에게서 멀어졌다. 내가 뒤통수를 문지르며 몸을 일으키자 그는 화들짝 놀라더니 온몸을 떨며 겁먹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다. 남자는 내게 조금 손대는 것도 두려워하는 모양인지 그저 날 바라보고만 있었다. 남자의 창백해진 얼굴빛, 움츠러든 어깨, 찌푸린 미간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벌벌 떠는 그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얼굴에 휴지를 문질렀다.

"……." 

남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 어떤 표정도 없이 완전히 백지가 되어버린 남자를 난 꼭 껴안았다. 이 사랑스러운 사람을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나는 그 남자의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사람, 내 남자친구였지. 한숨을 뱉은 내가 옷깃으로 다시금 얼굴을 문질러주자 아무것도 없던 얼굴 위에 평범한 표정이 생겨났다. 남자는 진이 다 빠졌다는 듯 힘없이 나에게 기대 안겨 중얼거렸다.

"사랑하지 마세요… 사랑하지 마세요… 사랑하지 마세요……."


안녕하세요 ENFJ 지옥의 연성러입니다! 다양한 글을 읽고, 많은 분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작가를 꿈꾸고 있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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