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는 믿었다. 제아무리 악으로 악을 제압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안티히어로라고 해도 민간인을 납치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베라의 이야기는 그녀의 믿음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아니, 안티히어로가 뭐야. ‘과격한 아이들’이라는 말이 꼭 안티히어로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없었다. 정통파 히어로 중에서도 막 나가는 사람은 꼭 있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미끼라니? 내가 미끼라니? 이비의 머릿속에서 오래된 밈이 ‘내가 미끼라니!’하고 돌림노래를 불렀다. 넋이 나간 그녀를 보다 못한 베라가 눈앞에서 딱딱 손가락을 튕겼다. “헙!”하고 정신을 차린 이비는 어쩌면 좋냐는 눈으로 소장과 베라를 번갈아 봤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말아요. 어디까지나 소수 의견일 뿐이고, 대다수는 반대하는 계획이니까. 하지만 그 아이들이 언제 내 눈을 피해 사고를 칠지도 모르니 주의하는 게 좋을 거예요.”

“네, 네에. 감사합니다.”

“자, 이게 내가 찾아온 첫 번째 이유.”

 

거기서 말을 끊은 베라는 다리 아플 텐데 앉아서 얘기하자며 자기가 먼저 소파에 앉았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1인석 소파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고의 히어로가 아니면 대체 누가 상등석에 앉겠는가? 소장과 이비는 가타부타 말없이 길쭉한 소파에 앉았다. 베라는 소장이 미리 준비해뒀던 차로 입술을 축이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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