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보다 3일 먼저 죽어 버려서 할 일이 많아
그제는 맑았고 어제는 거실에 무지개를 엎질렀고
오늘은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질 전망입니다
닦기 귀찮아서 네가 입었던 옷으로 덮어 놨어
소매끼리 묶어서 길게 만들었던 옷
일단은 미뤘던 빨래부터 처리해야지
새벽부터 틀어 놓은 영화에선 오늘 비가 온대
3일 전은 7월 13일 7월 13일은 나이스 데이
3개월 정도 빠르게 찾아 온 할로윈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잘 보지도 못하는 슬래셔 영화만 골랐는데
세제함이 비었다는 말에 담배를 비벼 끄고
필터를 탈탈 털어 모은 네 얼굴을 건조기에 부었어
3시간 동안 혼자서 돌아가게 냅둬야지
머리카락 인조 속눈썹 손톱 거스러미 휴지 조각
그게 무늬가 되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비 온다 비 온다 투투룻투투
무지개는 왜 이렇게 닦기가 어려운 거야
네 장례식 날 울었던 사람들은 아직도 모르겠고
울지도 않았던 사람들은 낙원에서 오느라 늦었대
그래서 물어봤어 하늘님이에요하느님이에요하나님이에요?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다시는 안 돌아오더라
소매끼리 묶어서 길게 만든 옷은 왜 이렇게 축축한 거야
무지개는 왜 이렇게 닦기가 어려운 거야
띵 소리를 내는 건 내 머리
띵띵 소리를 내는 건 전자레인지
띵띵띵 소리를 내는 건 너만 쓰던 토스터
야 네가 준 집들이 선물이 제일 별로였어
툭하면 붓는 눈꺼풀을 어느 세월에 입어서
어둑어둑하게 칠해 놓고 어딜 가라는 거니
아예 하얀 빵 한 쪽이랑 아예 까만 빵 한 쪽
그것밖에 만들 줄 몰랐지 우리 셋 다
딩디딩동 댕동딩동 이건 뭐더라
내가 널 금붕어처럼 건져낸 밤이 냉장고를 열었나
약 하나 씹을 때마다 네 표정 조각이 툭 툭
그렇다고 영영 웃을 것 같지는 않던데 딩동댕
이번엔 뭘 엎질렀길래 바닥이 뜨겁고 따끔해
아 네가 다 돌아갔나 봐
퉁퉁 불어서 흐물흐물해진 너는 구멍을 막고
아저씨 불러서 호스 새로 단 지 얼마나 됐다고
떡하니 막아서 맘대로 울지도 못 하게 하네
검지로 박박 긁어낸 너를 뭉쳤다가 쫙 펴서
바짝 말려야겠다 둘둘 말아 놓은 빨래랑 같이
그제는 맑았고 어제는 혼자 춤을 췄고
오늘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날
보기 싫은 청개구리로 접어서 수조에 담을게
먹이 주는 날을 일주일에 3일이나 까먹을게
햇빛 부스러기에 네가 재채기를 하든 객객 울든
나는 3일 동안 돌볼 만한 세상이나 만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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