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알피스의 이야기>


 “프-프리스크에 대한 이야기요? 어…. 하하, 음, 벌써 안본 지도 십 년이 지났네요. 제가 프리스크를 처음 봤을 때, 정말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그러니까 프리스크는… 솔직히 말해서, 냥냥고양이 보다 더 멋졌어요. 냥냥고양이가 우정을 전하는 메시지도, 십 년 전 프리스크의 비해선 그냥 평범할 뿐이었어요. 프리스크는 모든 괴물과 친구가 되었었지요. 저는 프리스크의 모험에 일부가 되고 싶어 했어요. 프리스크가 퍼즐을 푸는 것도 도와줬고, 코어 동력원을 해체하기도 했었어요. 더, 덕분에 언다인과도 잘됐고요. 결계 밖을 나오고 나서 제가 좋아하는 애, 애니를 프리스크와 보려고 했어요. 피규어도 함께 사고, 극장판도 보러 가고…. 그런데 프리스크는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여왕님께 들었는데, 갈 곳이 있다고 했대요. …무슨 사정이 있는 거겠지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전 아직도 프리스크가 보고 싶어요. 함께 애니를 보기로 약속했으니, 언젠가 꼭 돌아올 거예요. 그 때가 되면, 음. 먼저 메타톤의 방송을 봐야겠네요. 메타톤이 지금 세계 스타인 걸 모, 모를 수도 있잖아요?”




 <토리엘의 이야기>


 “프리스크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달라고요…? 죄송해요. 그 아이에 대해 이젠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돌아가 주세요.”




 <언다인의 이야기>


 “뭐? 프리스크에 대해 알고 싶다고? 어…그래. 그거 참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군. 사실 아직도 난 잘 모르겠어. 아, 넌 인간이라 지하세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잘 모르지? 설명해주자면… 잠깐. 내가 왜 설명해 줘야 하는 건데? 집어 치워! 그냥 네가 알아서 들어! 보아하니 성인인 것 같은데, 학교 다닐 때 지하세계에 대해서 배웠을 거 아냐. 뭐? 지하세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만은 금물이야! 허흠, 본론으로 돌아와서, 난 아직도 그 녀석이 왜 괴물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다녔는지 모르겠어. 그 녀석은 지하세계에 떨어져서 모든 괴물들과 친구가 됐어. 단순히 착해서 그랬던 걸까? 그 녀석이 십년 전에 갑자기 사라지지만 않았으면 파피루스와 최고의 콤비가 됐을 거야. 둘 다 얼빠지도록 착했거든. 사회에 내놓으면 사기 많이 당했을걸. 근데 너 파피루스가 누군지는 알아? 안다고? 하긴, 지상에 올라오면서 걘 인간친구를 많이 사귀었었지. 근데 넌 누구길래 다짜고짜 찾아와서 프리스크에 대해 묻는 건데? …알 필요 없다고? 느아아아 이 인간 놈이!!”




 2일차


 <토리엘의 이야기>


 “왜 또 찾아오신 거죠? 전 할 말이 없어요. 돌아가 주세요.”




 <파피루스의 이야기>


 “뭐? 인간! 친구가 되고 싶다고!? 녜헤헥! 그렇다면 이 위-대하신 파피루스님이 기꺼이 두 팔 벌려 널 친구로 받아주지! 뭐? 그게 아니라고? …프리스크에 대해서? 인간, 너 프리스크에 대해 아는 거라도 있어? 십년 전에, 결계가 열리자마자 프리스크가 감쪽같이 사라졌어. 난 처음에 숨바꼭질을 하는 건 줄 알았지. 아직까지 숨어있는 건가? 음, 프리스크는 내가 사귄 인간 친구들 중에서 제일 최고였어. 내 스파게티를 그렇게나 맛있게 먹어준 건 처음이었다고! … 가끔은, 프리스크가 돌아와서 스파게티를 다시 먹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아. …사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 이십 년이고 삼십 년이고 기다릴 테니까! 혹시라도 메시지 남길까봐 번호도 안 바꿨어!”


 “여기서 뭐해?”


 “샌즈! 프리스크에 대해 묻는 인간이 나타났어!”


 “내 생각엔 여자 강도인 것 같은데.”


 “아냐! 비록 검은 모자를 눌러 쓰고 검은 마스크를 끼고 검은 잠바에 검은 바지 그리고 검은 신발을 신긴 했지만 강도는 절대 아냐! 파피루스님의 직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파피, 남을 너무 쉽게 믿으면 또 저번 꼴이 나고 말 걸.”


 “그, 그건, 정말 택배기사인 줄 알았어! 도둑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그래, 그래, 근‘본’ 없는 주장은….”


 “형!”


 “알았어, 파피. 나도 이 인간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그래, 이 위-대하신 파피루스님은 이만 퇴장하지! 스파게티 맛 나는 대화들 나누라고! 녜헤헤!”


 “미안, 내 동생이 원래 저래. …이미 알고 있었지? 아니라고? 뭐, 무슨 대답이든 상관없지만.”



 <샌즈의 이야기>


 “그래, 아까 내 동생과는 무슨 얘기를 나눴어? 뭐? 프리스크에 대해 물어봤다고? 헤헤, 그건 네가 제일 잘 알지 않을까? 아님 말고. 사실 요새 들어서 프리스크의 이름도 잊고 있었어. 그리고 눈이 너처럼 생겼다는 것도. 너무 황급히 모자로 가리지마. 너 진짜 연기 못하는구나. …프리스크는 어떤 사람이었냐고? 글쎄, 기억이 잘 안 나네. 그냥 괴물 안 죽인 것 밖에 기억 안 나. 걔랑 나랑은 친구도 아니었어. 친구였다면 결계가 열리고 나서 그렇게 도망치듯 사라지진 않았겠지. 여러 저러 짜증나는 녀석이야. 그래, 이것도 기억나네. 그릴비에서 내 동생 어떻냐고 물었더니 뭐라고 하는 줄 알아? 구리대. 케찹도 안 먹고. 네가 생각해도 친구하기 싫은 녀석이지? …어이, 심각해지지마. 농담일 뿐이었다고. 연락 끊기고 나서 어떻게 사는 지 궁금했어. 연락 한 번 안 해서 섭섭하기도 했고. 지금쯤 키가 너랑 똑같겠지? 너 몇 센티야? 백육십일 이라고? 그래, 걘 지금 백육십일 일 거야. …갑자기 연락 끊긴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나보지 뭐. 굳이 알려 하고 싶진 않아. 뭐? 프리스크가 우릴 정말 보고 싶어 했을 거라고? 이봐, 십 년 만에 나타나서 그게 할 소리냐고 전해줘. 정말 보고 싶었으면 손에 방귀쿠션 끼고 악수를 먼저 했어야지. …왜 그렇게 봐? 혹시 방귀쿠션이 없어? 헤, 됐어. 이제 얘기는 끝난 것 같으니 돌아가. 아 참, 십 년이면 충분히 기다려준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더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라고, 꼬맹이. 아, 이제 꼬맹이가 아니군. 음… 키 큰 꼬맹이.”




 3일차


 <메타톤의 이야기>


 “오우! 자기는 누구시죠? 인기스타인 저의 전화번호는 제 지인과 매니저만 알고 있을 텐데요! 뭐라구요? 프리스크에 대한 이야기요? 프리스크는 제 최고의 관객이었죠! 같이 지하세계에서 공연도 했… 지금 가야한다고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 죄송해요. 다음 스케쥴 때문에 지금 바쁘거든요! 이만 전화를 끊어야겠어요. 누군진 모르겠지만 프리스크를 안다면 자기는 중요한 사람이겠죠. 나중에 다시 전화 걸어줘요, 달링!”



 <아스고어의 이야기>


 “정원 가꾸는 실력이 대단하다고? 허허, 고맙소. 이게 거의 내 반 직업이오. 음? 차라도 한 잔 하자고? 붙임성 좋은 친구구려. 여기 마당으로 들어와 테이블에 앉으시구려.”


 “말 편히 놓으라고? 허허, 알겠네. 여기 홍차를 내왔으니 들게. 요즘 날이 정말 좋아. 꽃들은 피어나고 새들은 노래하고…. 캐치볼 하기 딱 좋은 날씨지. 요새는 힘이 빠져서 캐치볼을 못한다네. 늙어가는 것이겠지…. 십 년 전이 생각나는군. 괴물들이 지하세계에 갇혀있을 때, 자네를 꼭 닮은 아이가 떨어졌었다네. 음? 왜 얼굴을 그렇게 가리나? 아무튼 그 인간의 이름은 프리스크였네. 프리스크가 의지를 가져서, 우리 괴물들은 모두 지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지. 그러나 결계가 열리고 나서 얼마가지 않아 그 아이는 사라졌다네.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소식을 들을 수 없었어.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금방 사라질 줄 알았다면, 그 전에 더 잘해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곤 하네. 나는 그 아이의 영혼을 가져가려고 했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내게 자비를 베풀었었다네. 정말 …존경받을 만한 아이였네. 나는 그 아이에게 준 것이 없었는데…. 흠, 이야기가 너무 샜군. 자네 이야기를 좀 해주겠나?”



 <토리엘의 이야기>


 “……. 아스고어가 왜 갑자기 홍차를 내와달라고 했는지 이제 알겠네요. 그렇게 프리스크에 대해 알고 싶나요? 알겠어요. 일단 들어와요.”


 “사실 당신을 보고 꽤 놀랐어요. 프리스크와 눈이 굉장히 닮았었거든요. 그런데 그 마스크랑 모자는 왜 쓰신 거죠? 아… 대답하기 곤란하면 안하셔도 돼요. 그래서… 프리스크에 대해 뭘 알고 싶은 거죠? …‘프리스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고요? 그렇게 묻는 걸 보니 프리스크가 십 년 전에 사라졌다는 얘기는 알겠군요. 저는 프리스크가, 저와 같이 살지 않고 달리 갈 곳이 있다고 했을 때도 상관하지 않았어요. 프리스크가 저희를 보러 몇 번은 올 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요. …모습을 비추지 않아서 화가 난 게 아녜요. 저는 아이가 무슨 사고를 당한 걸까 걱정하고 있었어요. 수소문을 해도 작정하고 찾아봐도 없었어요. 저는… 자괴감이 들었어요. 아이가 사고를 당한 게 확신하다고 느껴졌을 때, ‘그 때 아이를 붙잡았다면’ 하고 생각했어요.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보고싶네요…. 프리스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죠? 전 아이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어요. 프리스크는 제게… 미안한 존재예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잘 가르치고 그리고…? 괜찮아요? 제 이야기가 그렇게 슬펐나요?”




 4일차


 <플라위의 이야기>


 “어… 뭐, 그래, 못 알아볼 뻔 했어, 프리스크. 몇 년이 흐른 거야? …십 년이라고? 와, 정말 오래됐네. 그래서, 그 십 년 동안 네가 말하던 그 속죄는 끝낸 거야? 야, 근데 네가 뭐라 그랬더라? 네 잘못을 뉘우치고 사라지겠다고 했던가…. 잠깐! 그런 표정 짓지 마. 나라고 십 년 전 일을 생생히 기억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다시 말해봐. 어. 어. 그래. 그러니까, ‘내가 한 짓에 대한 속죄를 마치고 다시 돌아오겠다.’ 라고 했었다고? 아, 그래. 꽤 오래 걸렸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난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 네 친구들은 너에게 몇 번이나 죽었는지 기억도 못 할 텐데, 안 그래? 그리고, 내가 이런 말 할 자격 없는 건 알지만, 너 혼자 속죄하고 반성해봤자 네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모르겠다. 그래도 난 네가 옳은 선택을 한 거라 생각해. 네가 ‘그 때’ 내 말을 듣고도 한 번 더 그 길을 걸었다면 그건 의지가 아니라 고집이겠지. 잠깐만, 그 때 내가 뭐라 그랬었지? 뭔가 멋진 말을 했었는데. 아무튼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심심할 일은 없겠네. 여기 지하로 자주 놀러와. 내가 널 기다리고 있을 테니. 여기 노란꽃들은 그 여왕이 가끔 들러서 돌보고 있어. 덕분에 지금도 피어있지. 처음엔 여왕 눈 피해 숨어있었는데, 점차 이야기도 하게 됐어. 아, 쓸데없는 이야기였네. 이제 네 친구들한테 가 봐. 보고 싶었을 거 아냐. …엥? 이미 만나고 왔다고? 뭐야, 내가 마지막이었던 거야? 참 나. 네가 프리스크라는 건 말했지? 뭐? 왜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온 거야? 빨리 가. ‘프리스크’로서 달려가라고. 널 기다리고 있을 친절들에게.”




 마지막


 <프리스크의 이야기>



 이로써 내 여정은 완전히 끝난 듯하다. 아주 길고 고통스러웠던 여정이었다. 나는 내가 환영받을 자격이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나의 속죄는 이걸로 충분한 것 같다. 이젠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서 그들을 만나야겠지. 어떻게 반응할까? 모르겠다. 적어도 난… 아주 행복하게 웃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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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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