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하는 거야?"

나는 포와 나 사이 좁은 틈에 다리를 접어 끼워 넣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포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포는 저 멀리 나동그라졌다. 

"포 너 미친 거지?"

일단 소리부터 질렀다. 그 때,  터마에서 여신님이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견녀 너 미친 거지?" 

아...그 때와 같은 상황이구나. 다른 점은 이번에 덮친 건 내가 아니라 포였다. 내가 당했다. 여신님도 이런 기분이셨구나. 많이 놀라셨겠다.


포는 걷어차여져 많이 아픈 듯했다. 배를 두 손으로 잡고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한참동안 그러고 있는 게 이상해서 포에게 다가갔다.

"포, 왜 그래? 많이 아파?"

포는 아무 말도 않고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포, 괜찮은 거야?"

"시리, 나 창피해...모른 척하고 그냥 가."


나는 포가 하라는 대로 포를 두고 그냥 갔다. 여신님이 나에게 했던 것처럼 포에게 벌을 줄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도 착한 내 동생 포니까. 잠깐 정신이 나갔던 거지. 나도 그랬어 포. 다 이해해. 



"시리우스, 방금 그거 뭐야?"

"앗, 타야님."

타야님은 히아님 소속 요정님이다. 속옷 빨아 주다 알게 됐는데 지금은 꽤 친해 졌다.


"저 붉은 머리... 이름이 뭐지? 그리고 방금 뭐한 거야? 다 봤어."

"보셨어요? 그게... 포가 갑자기..."

"덮쳤지? 쟤 이름이 포야?"

"네. 포브스인데 포라고 불러요."

"붉은 머리 포 ... 근데 너네 자매들은 키가 다 크네. 우리 요정들은 너네 어깨에도 안 닿아. 호위님프님들보다도 너네들이 더 커."

"잘 모르겠어요. 변신한지 얼마 안 돼서..."


"근데 너 옷 어디서 났어? 너 예전하고 많이 달라 보여. 진짜 예쁘다. 옷 만져 봐도 돼?"

"네. 여신님이 주신 거예요."

타야님은 옷 여기저기를 만지셨다.

"진짜 부드럽다. 여신님이 이런 것도 주시고 부러워."


"네. 고마우신 분이세요...아... 근데 ... 타야님 ... 거긴 옷이 아닌데..."

타야님은 처음엔 옷을 만지시다가 나의 어깨, 팔, 여기저기를 더듬고 있었다. 

"앗. 부드러워서 옷인줄 알았어. 미안."


"시리우스, 네펠라이님이 널 찾으셔. 빨리 가 봐."

타야님의 수상한 터치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네프님 소속 요정 에르님이 오셨다. 에르님은 어제 우리 자매에게 숙소를 안내해 주신 분이다. 나는 만족한 표정의 타야님을 뒤로 한 채 서둘러 네프님이 계신 곳으로 달려갔다. 


"네프님, 찾으셨어요?"

"시리우스, 여신님께서 목욕 시중을 허락하셨다지?"

"네! 오늘부터 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노여움을 거두셨다니 다행이야. 또 그런 실수를 하면 안 돼. 알지?"

"그럼요! 이제 알아요."

"새 옷 입었구나? 예쁘다. 숙소는 마음에 드니?"

"네! 너무 좋아요."


"어려운 일 있으면 얘기하렴. 그리고... 히알레 알지?"

"네."

"히알레가 너한테 짜증내도 이해해. 여신님이 널 예뻐하시니까 질투하는 거야. 나쁜 님프는 아냐."

"네. 전 괜찮아요."

"그럼 오늘 저녁 여신님 목욕 시간에 보자."

네프님이 이렇게 마음 써 주시니 좋았다. 여신님도 네프님 반만 신경 써 주셨으면. 어쨌든 오늘은 뭔가 일이 술술 잘 풀린다. 럭키 데이.



여신님 신전으로 가서 빨랫감을 모아 강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데 타야님이 또 오셨다.

"속옷 맡기실 거면 여기 두세요."

"시리우스, 이거 받아."

타야님이 내미시는 손에는 작은 병이 있었다. 

"이게 뭔데요?'

"너 그렇게 빨래 많이 하면 손 거칠어져. 이거 발라. 효과 좋아."

"앗. 감사합니다."

나는 타야님이 주시는 병을 얼른 받았다. 역시 오늘은 럭키 데이!


"이제 너한테서 개냄새 더 이상 안 나는 거 같아."

"많이 났었나요?"

"응. 근데 지금은 향기가 나. 여신님에게서 나는 향기하고 비슷해."

나에게서 여신님의 향기가 난다니 기뻤다. 


"근데... 너 여신님 좋아하는 거지?"

"네. 그래서 빨래하는 것도 좋아요. 좀 이따가 목욕 시중도 들러 가요. 터마 금지 풀어 주셨어요."

"그래... 나중에 또 봐."

그렇게 타야님이 가셨다. 


여신님의 옷 빨래를 다 하고 신전에 갔다. 여신님을 보기 위해. 무릎 위에 올라가면 또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 주실까? 생각만 해도 설렜다. 매일매일이 오늘 같으면 좋겠다. 


여기는 순결과 처녀의 여신이신 아르테미스 님이 다스리는 행복한 포레이아야.


GL 레즈 백합 로맨스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첫 소설은 엘.컴플렉스이고, 사랑에 서툴고 관계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연재 중 갑자기 새 소설이 떠올라 아르테미스의 견녀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연재소설과 단편소설을 꾸준히 올릴 예정입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은유신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