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별똥별이다.”


모닥불을 피고 한가로이 간식 먹던 중 민규의 목소리에 다들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쏟은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많았던 별들 중 몇 개가 우리에게 인사하듯 다가오려고 했다. 별똥별을 본 동생들은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셋이서 나란히 앉아 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웃음 소리를 들은 형호는 그만 하고 이리 와서 장단을 맞춰 주라는 눈치를 줬다. 별똥별들이 마저 떨어지기 전에 나도 다급히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별님이 기도 들어주시겠지?”

“민규는 무슨 소원 빌었는데?”

“앗,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냐?”

“흐음 형은 궁금한데 우리 민규가 무슨 소원 빌었는지~ 우림이도 궁금하대!”


유독 첫째와 막내의 얼굴에 약한 민규에게 초롱 거리는 눈빛으로 같이 바라보니 민규가 어쩔 줄 몰라하면서 형호를 바라봤다. 물론 형호는 어깨를 으쓱대며 모르는 채 해 결국 민규가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냥… 별거 아니구…. 우리 형제가 이제 안 떨어지고 계속 다 같이 이렇게 살았으면 해서….”

“민규는 형이랑 같은 소원 빌었네. 우리 통했다.”

“정말?”

“형호도 같은 소원이겠지?”

“말해 뭐하나요….”

“히히…. 형들이랑 똑같다니 진짜 좋다.”

“앗, 우림이 잠들었다. 민규야, 형호야. 우리도 이제 자자.”


갑작스러운 도망에 다들 지쳤는지 눈을 감고 바로 잠드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나고 자랐던 고아원은 이제 잿더미가 되어 더 이상 지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돌아갈 곳도 나아갈 곳도 없는 신세지만, 이렇게 같은 순간의 행복이 즐거웠다. 해가 뜨지 않았으면 했다. 영원히 포근하고 평화로운 숲의 밤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 잠든 동생들에게 챙겨 온 담요들을 더 덮어 준 뒤 어두운 숲 속을 달빛과 함께 걸었다.

지금은 사라진 우리의 고아원 원장은 떠도는 고아들을 모아 고아원을 만들었다. 형식상은 어린아이들을 위함이었고 숨겨진 뜻은 인신매매였다. 고아원에서 처음 만난 우리 넷은 피도 섞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가족 같았다. 이곳에서 서로 떨어지지 않고 조용히 숨을 죽이며 어른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형호가 팔리는 것이 결정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기억나는 건 울고 있는 형호와 피 묻은 내 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원장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형호가 내 팔을 붙잡았다.


“형님, 도망가요 우리.”

“어디로?”

“어디든, 이곳 말고 더 먼 곳으로.”


그렇게 우리는 살았던 고아원을 스스로 불태우고 도망쳤다. 멀리, 더 멀리, 누구도 우리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그러다 도착 한 곳이 이 숲이었다. 눈을 감고 숲의 향기와 별의 소리를 들었다. 어떤 별은 내게 말했다. ‘어떡할 거야?’, ‘너 때문이야’, ‘아이들은 죽고 말 거야.’ 하지만 다른 별도 말했다. ‘새로운 곳으로 가자.’, ‘이젠 떨어지지 않을 거야.’, ‘행복한 미래가 있을 거야.’

마음속은 별들의 속삭임에 소란스러웠다. 별들에게 파묻혀 걷다 보니 아이들 옆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이들의 곁으로 가니 별들은 더 이상 속삭이지 않았다.


조용히 새근 대는 소리만 들리는 숲이 되었다. 평화로웠다. 그렇게 나도 아이들 옆에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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