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소설
* 영화 <스타트렉> AOS 스팍커크 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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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엉킨 목걸이를 푸는 방법




오랜만에 찾아온 휴일이었다.
커크는 다음 목적지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긴 점을 감안하여 항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휴양 행성에 삼일간 머물렀다 가기로 결정했다. 크루들은 간만의 휴식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커크는 그런 모습을 보며 뿌듯한 함장미소를 지었다.


이 휴양 행성은 근방 은하에 널리 알려진 이름만큼이나 훌륭했고, 대부분의 크루들은 꿀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체콥은 쉬는 와중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자랑을 했으며, 술루와 맥코이는 비치체어에 앉아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낮게 킬킬거렸다. 우후라와 몇몇 여성 크루는 최첨단 시설이 가득한 살롱에서 환상적인 케어를 받으며 행복에 겨운 탄성을 질렀다. 스코티를 비롯한 엔지니어 팀은 리플리케이터가 아닌 싱싱한 재료를 이용하여 직접 음식을 만드는 유명 맛집을 발견하여 배가 터질 정도로 즐거운 식사를 했다.



_____

꿈같던 사흘이 훌쩍 지나갔다. 크루들은 아쉬운 표정을 한 채 하나둘 함선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편 스팍은 일찍부터 함교로 올라와 대기중이었다. 대부분의 크루들이 휴양 행성에 만족하는 것과 달리 스팍은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해 함선에서 명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그는 앞으로의 오랜 비행을 위해 이것저것을 점검하고 있었고, 겸사겸사 인원체크도 했다.


어느새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엔터프라이즈호는 다시금 북적거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함선 내에 정작 중요한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스팍, 함장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술루가 조타석에 앉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체콥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본인도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스팍도 커크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이제 곧 밤이었다. 날이 밝는대로 다음 목적지로 출발할 것이다.
그런데 함선에 함장이 없다니.


"... 제가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스팍이 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들고 크루들에게 말했다. 크루들은 알겠다며 스팍에게 수고하라고 인사를 했다. 맥코이는 함선을 나서는 스팍을 보며 걱정스럽다는 듯 한 마디 덧붙였다.


"스팍! 짐 잘 데리고 와!"


함선을 나서는 스팍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커크는 이따금씩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함선에 돌아오지 않곤 했다. 스팍은 커크가 있을만한 곳을 머리속으로 빠르게 헤아린 뒤 망설임없이 걸어나갔다.
 깔끔하게 정돈된 스팍의 까만 머리칼을 부드럽게 불어온 바람이 흩뜨러트렸다. 그리고 그 위로 작은 눈송이가 내려 앉았다.


"눈이 오는군..."


스팍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 하얀 눈송이가 비치었다. 어느새 하얀 스팍의 귀 끝이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눈발은 조금씩 짙어지고 있었다. 스팍은 얼른 커크를 찾아 함선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_____

스팍의 예상이 놀랍도록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머리에 쌓인 눈을 털어내며 정면에 보이는 주점의 문을 열었을 때, 스팍은 자신이 찾던 인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커크가 보였던 것이다. 어두운 바 안에서 숱 많은 더티 블론드는 마치 빛을 발하는 것처럼 한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기다란 아일랜드 탁자 앞에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술에 많이 취한 모양인지 몸이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탁자에 가슴을 대고서는, 거의 누워있는 수준으로 몸을 기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스팍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커크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깨웠다. 커크는 뭐라고 작게 웅얼거리더니 소리가 나는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역시 많이 취한 듯 볼이 붉어져 있었다. 그는 어렵사리 눈을 뜨고는 흐릿한 눈빛으로 스팍을 쳐다보았다. 새파란 눈동자 안에 스팍의 형상이 일렁였다. 커크는 반가운 기색을 띠고는 실없이 웃어 보였다.


"와, 우리 부함장님 오셨네. 일부러 나 데리러 온 거야?"


답을 알면서도 저렇게 물어보는 건 커크의 버릇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챙겨줄 때면 커크는 그 점을 부각시키려는 듯 재차 확인하곤 했다. 어딘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커크는 애정결핍적인 면이 있었다. 커크는 스팍의 출현에 기쁜 듯 했지만 일어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스팍이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말없이 커크의 옆자리에 앉았다.


"마스터, 여기 한 잔만 더 주세요. 강~한 걸로."


커크는 스팍에게 어리광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그의 눈치를 보면서도 일부러 호기롭게 한 잔을 더 시켰다. 마치 자신을 말려달라는 듯 스팍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면서 말이다.
스팍은 하는 수 없이,


"제임스, 그만 마셔야 합니다. 이미 많이 취한 상태입니다."


라고 커크를 말려보았다.
그러나 커크는 원하는 걸 얻었다는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한 번 짓고는, 기어코 마스터로부터 잔을 건네 받았다.
조금만 더 마시고 싶어, 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스팍. 오늘... 파이크 함장님이 돌아가신 날인 거... 알고 있어?"


커크가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스팍에게 묻는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붉어진 그의 얼굴에 잘 어울렸다.
스팍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해마다 오늘만 되면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 않습니까."


스팍의 막힘없는 대답에 커크는 멋쩍은지 입술을 삐죽거리고는, 오늘은 그냥 마시고 싶어서 마신 거야 라고 변명했다. 그리고는 우울한 낯빛으로 다시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있잖아... 그냥... 자꾸 소중한 것들을 다 잃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제 나한테 소중한 것이나 사람들은 하나도 남지 않았어... 다 떠났어."


커크는 왠지 약해진 표정이었다.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조금만 흔들어도 금방 눈물을 흘릴 것만 같다. 스팍은 커크의 말을 듣고는 어딘가 불편해진 듯 했다. 커크는 그런 스팍의 표정을 알아차렸고 약간 기가 죽었다. 분명 본인을 한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게 틀림 없었다.
커크는 갑자기 짜증이 나서 스팍에게 볼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자, 봐."


커크는 주머니를 거칠게 뒤지더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스팍이 펼쳐진 커크의 손을 쳐다보았다. 잔뜩 뒤엉킨 목걸이 하나가 얹어져 있었다.


"엄청나게 엉켰지? 이건 풀 수 없어... 장난 아니게 꼬여버렸거든."


커크는 엉킨 목걸이를 주물거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 스팍은 검은 눈동자를 커크에게 고정한 채 잠자코 들을 뿐이다.


"이런 목걸이를 보면 말이지. 스팍... 너는 모르겠지만! 목걸이는 자주 엉키거든...? 나랑 비슷한 것 같단 말야... 이미 꼬일대로 꼬여서... 엉킬대로 엉켜버린 거라구..."


커크는 밀려드는 쓸쓸한 기분을 억지로 삼키며 밝은 목소리를 내려 애를 썼다.


"처음에... 살짝 엉켜있을 때... 풀었으면 좋았을 걸. 귀찮아서 주머니에 넣고 내버려뒀더니... 그 속에서 더 엉켜버렸어,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지금은... 풀어버리기엔 너무 늦은 거지..."


커크는 어딘지 씁쓸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스팍이 본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건지에 대해서는 이미 관심이 없어보였다. 자기 좋을대로 혼잣말을 하며 술을 홀짝이는 모습이었다. 스팍은 그런 커크를 메마른 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볼 뿐이다.


"음, 그래! 이제 가야지... 엔티가 나를 기다리고 있잖아. 그치, 스팍?"


커크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모양인지, 입꼬리를 올려 특유의 애교 있는 표정으로 스팍에게 한번 웃어주고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팍이 그런 커크를 부축하려고 얼른 옆으로 이동했지만 커크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혼자서 왼쪽으로 걸어나갔다. 하는 수 없이 스팍은 술값을 계산하고는 천천히 커크의 뒤를 쫒았다.


커크는 휘청거리는 발로도 용케 넘어지지 않고 문 앞까지 갔다.
그리고는 나가는 문 옆에 붙어있는 쓰레기통에, 주머니에서 꺼낸 목걸이를 휙 던져버렸다.


"결국엔 이렇게 버려진다구... 너무 엉켜서 풀기 힘드니까."


커크는 축쳐진 얼굴로 중얼거리고는 저벅저벅 밖으로 걸어나갔다.
밖의 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조금씩 내리던 눈은 어느새 진눈깨비로 바뀌어 커크의 머리를 적셨다. 스팍은 열린 문 틈으로 비틀거리며 혼자서 걸어가는 커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에 잠긴 듯 한동안 멈춰서 있었다.



_____

그렇게 밤이 지나고, 드디어 다음 목적지를 향해 엔터프라이즈 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크는 지난 밤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밝은 표정이었다. 오직 스팍만이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듯, 미간을 조금 찌푸린 채로 커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함장님, 잠깐 보시죠."


커크가 어느 정도 한가해졌을 때, 스팍이 커크에게 시간을 내줄 것을 요구했다. 커크는 흔쾌히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상의할 일이 있냐고 물었다. 스팍은 고개를 저으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잠시 뒤에 말씀드리겠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이윽고 비어있는 작은 회의실에 들어온 둘은  마주 보고 서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커크가 스팍에게 얼른 이야기하라고 눈짓을 했다. 스팍은 한걸음 더 커크에게 다가간 뒤 시선을 맞췄다. 스팍의 긴 속눈썹 아래 검은 눈동자가 커크를 비추고 있었다. 커크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만 눈을 보고 있자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꼈다.


"짐... 이거 받으세요."


스팍의 새하얀 손에 커크의 목걸이가 들려있었다. 분명 어제 주점의 쓰레기통에 던지고 간 것과 같은 모양이다.
게다가 말끔하게 풀려 있는...


"어... 이건..."


커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스팍을 바라본다. 그에 반해 스팍은 언제나와 같은 무심한 표정이다.


"어떻게 된 거야? 똑같은 걸 사온 거야?"


커크가 조금 높아진 목소리로 스팍에게 물었다. 반은 놀라고 반은 흥분해서 커크의 눈이 더욱 파랗게 반짝였다.


"아닙니다. 어제 그 목걸이입니다. 제가 풀어보았습니다."

"아... 안 그래도 됐었는데.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푸느라 고생했겠네..."


커크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스팍을 보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쁜 마음에 배꼽 근처가 간질간질해졌다. 스팍에게 고맙기도 하고, 약간은 감동도 받았다.
그런 커크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팍은 기계처럼 건조하게 대답했다.


"제가 장신구를 자주 착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눈썰미까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목걸이는 평소에 짐이 가장 많이 착용하고 다니는 물건입니다. 즉 가장 아끼는 장신구라고 추측됩니다. 중요한 것이 아닐 리 없습니다."


스팍의 말에 커크는 정곡을 찔린 듯 볼을 붉혔다. 스팍의 말이 맞았다. 커크는 그 목걸이를 무척이나 아끼고 있었다. 어제는 왠지 멜랑꼴리한 기분에, 그리고 엄청나 취기에 못 이겨 목걸이를 던져버렸지만. 함선이 떠오르고 나서야 괜한 객기를 부렸구나 하고 후회를 했다. 이미 늦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고... 고마워. 스팍."


커크는 저 무표정한 벌칸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왠지 목걸이를 되찾은 것보다, 정체모를 무언가가 본인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더듬거리며 거듭 고마움을 표시하는 커크에게, 스팍은 살짝 고개를 숙여 커크에게 다시 눈을 맞추며 말했다.


"짐."

"응..."


스팍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걱정이 된 커크는 말미를 늘이며 느릿느릿 대답했다. 스팍은 여전히 깊은 흑색 눈동자로 커크를 응시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심하게 엉킨 목걸이라 해도 풀 수 있습니다."


예상 외의 대답에 커크는 또 한번 눈을 크게 뜨고 스팍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생각이 나질 않아 입만 살짝 벌린 채로 멈춰버렸다. 커크가 말이 없자 스팍은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엉킨 목걸이를  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불안정하게 허공에 띄운 채로 풀면 어디가 어딘지 헷갈려서 결국에는 더 엉켜버리게 됩니다. 따라서 안정감 있는 곳에 목걸이를 내려놓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풀어야 합니다."

"그치만..."


커크가 뭐라고 변명을 하려 하자, 스팍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커크가 입을 삐쭉거리며 앙 다물자, 진지한 말투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짐. 당신에게는 아직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

"...짐에게 나는 어떤 존재 입니까?"


거짓없는, 깊은 밤하늘 같은 눈동자가 자신을 흔들림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커크는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목 언저리가 훅 달아올랐다. 스팍은 깜박거리는 커크의 눈을 잠깐 동안 말없이 바라보고는,


"저는 우리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 예로 짐은... 내게 하나 뿐인 존재입니다."


스팍은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  
커크의 말을 듣고 나서 그는 자신의 마음 한 켠이 불편해졌음을 깨달았다. 본인에게 커크가 그렇듯, 당연히 커크 또한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인식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커크는 소중한 사람이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커크에게 있어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닌 걸까. 벌칸인 나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그렇지만 왠지 커크의 말은 상처가 된 것 같았다.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스팍은 커크가 주점 밖으로 나서는 것을 보고서도 그 자리에 한참 서있었다.
그리고는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목걸이를 찾아 들었다.
엉킨 것은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다.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 더욱이 그것이 소중한 것이라면,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스팍은 엉킨 목걸이를 자신의 방으로 조심스레 들고 와서는, 참을성 있게 오랜 시간을 들여 풀어내었다.
한 땀 한 땀,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나도 그래. 스팍. 나한테 중요해 너는. 고마워, 정말로..."


커크가 붉어진 볼을 하곤 쑥스러운 듯 머뭇거리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제서야 스팍은 만족스럽다는 듯 한쪽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가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조금 기울여서 가벼운 목례를 한 후,


"그럼... 함교에서 뵙죠, 짐."


하고는 휙 돌아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단정한 머리 만큼이나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_____

커크는 회의실에 홀로 남아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스팍의 말은 언제나 명확했지만 어딘가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소중한 사람?
중요한 존재?
분명 스팍은 친구라는 의미로 말했던 거겠지만, 커크는 아까부터 두근거리는 가슴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난감했다. 살짝 벅찬 기분마저 들어서 그는 가슴 한 가운데를 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이런 기분은... 위험한데..."


커크는 이 달콤하고도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감정을 곱씹으며, 스팍이 돌려준 목걸이를 다시 살펴보았다.
이 목걸이가 다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스팍은 제 말대로 꽤 눈썰미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배려심도.


스팍이 목걸이에 열을 올렸던 건, 단순히 그게 짐의 애용품이라거나 심하게 엉켜있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커크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언제라도 자포자기하고 싶은, 모든 걸 망쳐버릴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을,
스팍은 눈치채고 있었다. 커크는 왠지 가슴에서 찡한 울림이 느껴져 공연히 코를 두어번 훌쩍였다.



_____


"그렇지만 아무래도... 스팍한테 이 목걸이를 아끼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겠는 걸... 고바야시마루 테스트 해킹 기념으로 신이 나서 샀던 거라고... 어떻게 말하겠어?"


그 테스트로 여러가지 고초를 겪긴 했지만, 커크에게는 스타플릿과 관련된... 일종의 상징과도 같은 추억이었다.
스팍과 나름 강한 인상을 서로 주고받은 사건이기도 했다. 죽고 못살 원수가 되는가 싶었는데, 지금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시간은 참으로 신비한 힘을 가진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관계가 될까?
스팍과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며 커크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살풋이 짓고는, 가벼운 발걸음을 한 채 브릿지로 향했다.


 


END




____


클리셰라면 클리셰라할 수 있는...
어딘가 정서적인 부분의 결함을 호소하는 커크와
그걸 보완해주는 스팍의 모습이 보고 싶었습니다...
쓰면서 다음 장면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헤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윙크..먼산..


* 적으면서 들었던 노래

연인 _ 김연우

https://www.youtube.com/watch?v=hnSm5IZNHhs


글쓰기 연습하는 이너테일 입니다. 영화, 드라마, 만화 커플링 BL소설을 주로 적고 있습니다. 그림도 가끔 그려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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