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이 있어서 스핀오프를 유료 공개합니다. 당시 소장본에 수록됐던 후기도 함께입니다. 감사합니다. 



야간비행 스핀오프


영원한 여름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태형은 뉴스를 틀어둔 채로 허리를 굽히고 가게 바닥 구석구석을 쓸었다. 먼지는 별로 없다. 어젯밤 마감 때도 아주 오래 청소를 했고 그저께도 그랬으니까. 낡았지만 나름대로 가게는 깨끗했다. 빳빳한 빗자루가 바닥을 쓸면서 석석 소리가 났다. 이 소리를 듣는 게 태형에게는 습관, 혹은 기도와도 같았다. 신도 믿지 않고 종교 활동을 해보지도 않았고 생일 때도 뭘 바라본 적 없지만. 그저 오늘도 아무 일이 없거나 좋은 일이 한 가지라도 있거나 새로운 일이 있기를 바라면서. 셋 중에 하나라도 이뤄지면 그 날은 충분히 좋은 날이었다.

청소를 하고나면 다음 일과는 가게 뒤편의 밥그릇에 생선 대가리나 가시를 발라낸 내장 같은 것들을 채우는 것이다. 밤사이에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있다. 태형이 작은 밥그릇을 채우는 동안 길고양이 두어 마리가 다가왔다. 고양이가 까슬한 혀로 태형의 손가락을 핥았다. 작은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태형은 꺼무죽죽한 하늘을 올려봤다. 비가 그칠 기미는 없었다.

가게로 돌아오니 아까 전에 닦았던 입구에 빗물이 흥건했다. 태형은 마른 걸레로 다시 입구를 닦고 문을 닫았다. 유리문에 빗줄기가 부딪혔다. 어제까지만 해도 화창한 주말일 거라더니 일기예보에서는 늦은 밤까지 머물다 갈 비구름이라고 했다. 제습기를 돌리는데도 공기가 축축했다. 장마철도 지났는데… 이 도시에 나고 자라서 스물여덟이 되었지만 여름 날씨는 아직도 낯설고 짐작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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