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초에 포스타입에 게재한 연성으로, 소장본 마왕이야기 회지에 첫 번째로 실린 단편입니다. 소장본에 실린 교정/퇴고가 끝난 버전으로 재업로드합니다. 소장본 표지디자인 타르프님(tarf_design)

*캐릭터 사망 요소가 없음




김독자는 죽지 않았다.


김독자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김독자 컴퍼니의 모든 사람도 죽지 않았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김독자가 항상 해내고 싶었지만 절대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던 바로 그 일이었다. 김독자는 죽지 않았다. 멸살법 내에서 몇 번이고 죽고 죽어야 했을 유중혁도, 이현성도 이지혜도 죽지 않았다. 완전히 등장인물화가 진행되어 버린 유상아도, 한수영도 죽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경탄을 일으킬 만했다. 또한, 김독자 컴퍼니의 인물들이 서로 협력하며 시나리오를 깨나가면서, 원래는 더 많이 죽어 나갔어야 할 서울의, 한반도의, 세상의 사람들이 광명을 찾았고, 덜 죽었고, 더 살았다. 그 모든 결과는 김독자 컴퍼니와 그 중심에 서 있던 김독자의 계획과, 희생과, 행동과, 구원을 통해 이루어진 일이었다.

김독자는 행복했다.

다만, 그 행복을 모두와 같이 누릴 수는 없었다.

[모든 시나리오가 종료되었습니다. 유료화가 종료됩니다.]

거짓말같이 떠오르는 메시지를 받고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진 그때였다. 잠시 침묵이 감돌다가, 정적이 더할 나위 없이 부풀어 올라 빵 터지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 어떤 성좌들의 눈길이나 메세지도 느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곁에 그 어떤 관찰자도 없다는 놀라운 감각! 실로 오랜만에 느껴본 그 반가운 외로움에 정희원이 감격에 겨워 울기 시작했고, 이현성이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축하를 표했다. 이제 끝이야? 이제 정말 끝이야? 말도 안 돼…! 환희에 가득 찬 외침들이 허공을 가득 메웠다. 유중혁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그때까지 탁 참고 있던 숨을 내쉬고는,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어 준 길잡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유중혁은 그때에서야 알았다.


시나리오가 끝나자마자 김독자가 거짓말같이 사라져버렸음을.




<■자가 죽었다>




김독자는 죽지 않았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김독자는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부상을 입었고, 심지어 때론 죽기까지 했지만 결국 그 죽음에서 살아 돌아왔다. 그러니까 결과론적으로만 놓고 본다면 그는 죽지 않은 셈이었다. 그리고 또한 시나리오가 다 끝난 이후에도 그랬다. 김독자는 전혀 죽지 않았다.

그는, 지하철 한구석에서 졸다가 문득 일어났다.

김독자는 휘청 떨어진 고개가 옆자리에 앉은 사람 어깨에 부딪혀서야 일어난 참이었다. 김독자는 순간 물속에서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는 둣한 느낌에 헉, 소리를 냈다. 옆자리에 앉아서는 몇 번이고 김독자의 머리에 몸을 부딪친 것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심기가 불편한 듯 큼큼, 하고 헛기침을 했으나 김독자에게는 사과할 정신이 없었다. 김독자는 혼이 빠져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심한 듯 지하철에서 흔들리는 사람들. 약속한 듯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각자의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얼굴들. 때마침 울리는 지하철의 방송. '다음 역은… 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이 역은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이 넓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독자는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다, 꿈이었던가? 설마. 무슨 억지로 완결 내진 허망한 소설도 아니고 그 모든 일이 다 꿈이었다고? 나의? 지하철 안에서 꾼? 그 수많은 시나리오와 수많은 일이 멸살법 엔딩을 기다리다 잠든 나의 꿈?

김독자는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구원의 마왕으로서 격을 방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양손을 내려다보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희멀겋고 얇은 손목뿐이다. 확연히, 변했다. 자신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멸살법 속 그 서울-어쩌면 꿈일지도 모르는 그 세계에서, 코인을 투자하여 체력을 어마어마하게 올린 마왕의 손목과 지금 김독자의 손목은 너무나도 달랐다. 확연히 알아볼 만큼 줄어든 팔다리의 크기와 그 안에 느껴지는 근육들의 질량……. 정말로 모든 일이 없었다는 듯, 그 모든 시간이 현실에서 사라지자마자 김독자는 줄어든 자기 자신의 육체를 마주해야만 했다. 독자는 혼이 빠진 채로 한참을 자신의 손목과 다리만 내려다보며 허망하게 있었다.

옆자리의 중년 남자가 일어서서 역에서 내렸다. 앞에 서 있던 젊은 여자도 내렸다. 교복을 입고 서 있던 한 무더기의 학생들이 열차 안으로 탑승했다. 김독자는 그 모든 광경을 허망하게 지켜보았으나, 시선 어디에도 자신이 아는 풍경은 조각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차라리 시나리오가 다시 시작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김독자는 지하철 허공을 계속 훑어보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메세지 창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날 김독자는, 불광행 열차의 맨 끝 불광역까지 가서야 내릴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내린 것도 아니었다. 그는 열차의 불이 다 꺼지고 지하철 기사가 내리라고 방송할 때까지도 내리지 않다가, 결국 역무원의 손에 붙잡혀 밖으로 부축받다시피 끌려 나왔다. 사람들이 김독자를 흘끔거렸다. 평범한 직장인 행색을 하고서는 역의 구석에서 넋 놓은 듯 주저앉아 있는 사람.

저기, 괜찮으세요?

누군가가 물었지만, 김독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괜찮냐고? 괜찮아야 했다. 시나리오를 다 깨고 자신은 되돌아왔다. 그러니 당연히 괜찮은 결말 아닌가. 그러나 김독자는 선뜻 괜찮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몇 시간을 그렇게 허공만 보다가, 김독자는 겨우 막차 시간이 다 되어서야 다시 반대 방향의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집이었다. 도어락 번호에 확신이 없었지만 마치 어제도 입력했다는 듯 손이 먼저 나서서 키패드를 눌렀다. 집에 들어온 김독자는 뒤늦게 허기짐을 느끼고 찬장에 있는 라면 하나를 끓였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손안에서 탁 깨져 뭉그러지는 달걀 껍질,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러나오는 흰자와 노른자의 감촉에 그제야 좀 제정신이 들었다. 라면은 몇 젓가락 뜨지도 못하고 그저 배만 겨우 채웠다. 그대로 모든 면발과 국물이 개수대로 퍼부어졌다. 냄비를 적당히 닦은 후, 찬물을 한 잔 따라 마신 김독자는 핸드폰을 켰다.

그럼, 멸살법은 어떻게 되었지?

작가한테 받은 메일은 온데간데없었다. 혹시나 해서 쌓인 스팸 메일함도 뒤지고, 휴지통도 다 열어보았으나 마찬가지였다. 깨끗한 공백처럼 누군가가 김독자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강하고, 고통스럽고, 아름답고, 치열했던 한 단면을 도려내어 버렸다. 그사이 우묵하게 파인 빈자리가 김독자의 가슴을 내리눌렀다. 연재 플랫폼으로 들어가 보니 최신화가 나와 있었다.


[멸망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완)]


김독자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혹은 보고 싶지 않았던 완결편이었다. 조회 수는 0. 항상 김독자가 최신화를 보기 직전에 보던 바로 그 숫자였다.

김독자는 떨리는 손으로 최신화를 클릭했다.

[...그렇게 유중혁의 활약으로 시나리오는 끝났다. 돔이 씌워진 지역들은 큰 피해를 겪었지만, 성좌들과 도깨비들이 사라지고, 시나리오가 사라진 빈 공간에서 사람들은 다시 망가진 문명을 복구하고 재건해갔다. 비록 많은 이가 죽었고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김독자는 완결편을 읽고 또 읽었다. 밤이 새도록, 눈이 빨개지도록 끊임없이 읽었다. 그러나 그 모든 이야기와 사람들은 그렇게나 간결한 문장 속에 갇혀서 종장을 맞이하였고, 참으로 하찮은 자음과 모음 사이에서 멸살법의 세계는 영원히 압축되었다.


다음 날 김독자는 퀭한 얼굴로 회사에 출근했다. 아무도 김독자의 피곤함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군가가 김독자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도 세상은 별 문제 없이 잘만 돌아갔고, 김독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만한 일도 없었다. 굳이 김독자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프린터는 종이를 복사했고 전화기는 따르릉 울리며 소식을 전했다. 하루아침에 전쟁의 왕에서 평화로운 빈민으로 전락해버린 남자는, 마치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무엇을 되찾듯 일을 했다. 처음 배우는 것 같은 모양새였지만 그날 실적은 누구보다 훌륭했다. 주변을 지나가던 다른 부서의 상사가 김독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을 건넬 정도였다. 그날 퇴근길에 김독자는 조금 울었다. 집에 와서 세수하기도 전에 그는 또다시 멸살법의 완결편을 보았다.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완결편의 글자들은 얄밉게도 그 자리에 붙박여서 여전히 ㄱ의 얼굴을 하고 ㄴ의 몸으로 ㄷ의 자리에 남아있었다. 유중혁 역시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하염없이 모니터를 바라보던 김독자는 새벽이 되어서야 미련을 버리고 거기서 시선을 뗄 수 있었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문득 책상 위에 놓인 작은 거울을 보았다. 참으로 볼품없는 얼굴이었다. 시시한, 그냥 이게 전부인, 스물 여덟 살의 회사원 김독자.

화장실에 갔다. 서늘한 물로 얼굴을 씻어내고, 거울 속 형편없이 붉게 달아오른 제 얼굴을 보며 김독자는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원초적인 질문은 또 간단하게 일축되었다.

나는 김독자고, 여기는 현실이다.


여기는 현실이다.


회사에 다니며 언제 잘릴지 모를 날을 걱정하는 회사원 김독자고, 여기는 멸살법과 관계없는 그 모든 사람만이 존재하는 현실이다.

너무나도 허탈해서 웃음이 나왔다. 다행히도 서울은 멸망하지 않았고, 다행히도 시나리오는 시작하지 않았고, 다행히도 김독자는…평범하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유중혁도 다시는 제 곁에서 살아 숨 쉬지 않고 책 속에 남아있을 것이며, 그 모든 등장인물 역시…….



잠깐. 등장인물?


순간 김독자의 머릿속에 오늘 아침 출근하여 일한 회사의 정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수많은 사람과 일들, 평소처럼 분주히 돌아다니는 사람들, 복사기, 전화기, 정수기, 정수기 근처에 흘러내린 물들, 엘리베이터, 계단, 다른 층에서 내려오고 올라온 사람들, 탕비실의 커피, 쉬면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뒤통수를 누가 망치로 내리친 것만 같았다. 김독자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얼굴 위에서 아직 닦이지 않은 물기가 차갑게 식어갔지만, 지금의 마음보다 더 서늘하지 않을 터였다.

그 수많은 사람 사이에, 정작 제일 먼저 보여야 할 사람들이 없었다.



오늘 김독자는 단 한 번도 한명오와 유상아를 본 적이 없었다.







...아저씨 어디 갔어요?

환희에 떨던 사람들을 깨운 것은 신유승의 한 마디였다. 유중혁은 그때까지도 굳어진 얼굴로 김독자가 있었던 자리만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차마 입이 열리지 않았다. 유중혁은 습관처럼 한낮의 밀회를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사라진 세상에서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성좌, 구원의 마왕이 하늘에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제 밤하늘의 그 수많은 별은 그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어떤 행성들, 항성들, 혹은 그와 비슷한 다른 것들이 붕괴하고 반사하며 내뿜는 말 그대로 빛일 뿐이었다. 그 사이에는 어떤 성좌도 존재하지 않았고, 어떤 의식체도 존재할 리가 없었다.

한순간 사람들에게 질이 다른 또 한 번의 침묵이 머물다 갔다. 한수영은 어색하게, 이 새끼 이젠 도망갈 시나리오도 없으면서 또 어디로 사라졌어, 하고 중얼거렸고, 유상아는 설마, 아니겠죠. 하고 중얼거렸지만, 말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불안한 기색은 지울 수 없었다. 이길영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실 공통적으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종료되고 성좌들이 사라졌을 때, 성좌였던 김독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의문들이 모두의 마음속에 스쳐 지나갔다. 불길한 상상이 스멀스멀 새어 나오던 바로 그 순간, 유중혁이 단호하게 불안을 잘라냈다.

…김독자가 또 어디로 갔군.

김독자가 살아 있다는 것을 분명한 전제로 깔고 하는 말이었다. 몇 초의 머뭇거림은 있었지만 이내 일행들은 그 말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이수경 씨 보러 갔을지?, 아 정말, 이럴 때만큼은 같이 시나리오 깬 사람들이랑 악수라도 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 같은 말들이 몇 번을 오갔고, 다소의 찜찜함을 묻어둔 채 그들은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 김독자는 살아 있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김독자를 찾기로 했다.



혹시 모른다. 아파서 두 사람이 동시에 연차를 쓴다든가, 두 사람이 우연히 외근을 나갔다든가. 아니면 한 명이 연차를 쓰고 한 명이 출장을 갔을 수도 있다. 조금 희박한 확률이긴 했지만, 한명오와 유상아 두 사람 정도가 회사를 나오지 않았을 당위는 무궁무진했다. 그러나, 출근하자마자 헐레벌떡 달려간 그들은 자리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책상도, 의자도 컴퓨터도 존재하지 않았다. 멀쩡히 있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었으니, 그 옆자리의 사람에게 저, 혹시 유상아씨 못 보셨어요? 한명오 부장님 어디 가셨나요?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대체 그 사람이 누구냐는 다른 질문 뿐이었다. 누군가는 미친 사람을 보듯 김독자를 보았다. 다른 회사에서 온 사람을 찾는 것인지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클라이언트나 얼마 전에 그만둔 사무직 알바생의 이름이냐고 되묻기도 한다. 불길한 예상은 오차 없이 아귀가 들어맞았다. 모두가 점심을 먹으러 나간 틈을 타 몰래 켠 웹소설 연재 플랫폼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한수영의 작품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루를 꼬박 그렇게, 더는 없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으며 보내고 나서야 김독자는, 확신했다.

돌아온 현실에는 한명오와 유상아와 한수영이 없었다. 그리고 김독자는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등장인물화가 끝난 사람들이었다.


그날 김독자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미친 사람처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았다. 중간에 내릴 역을 몇 번이나 놓쳐서 다시 갈아타야만 했으나 종내에는 결국 내릴 역을 신경 쓸 여유가 없어 그냥 택시를 잡았다. 택시 안에서도 김독자는 계속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김독자는, 3천 편이 넘는 멸살법을 1화부터 다시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한 편 한 편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으면서, 유상아나 한명오, 한수영 비슷한, 아니 사실은 비슷하지도 않은 단어만 나오기만 해도 몸을 움찔거렸다. 사흘째 계속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시야가 가물거리고 글자들이 낱낱이 흩어져 보였으나 멈출 수가 없었다. 겨우 새벽이 될 때까지 120편 정도를 읽은 김독자는 새벽쯤 되어서는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가물가물한 눈으로 핸드폰의 충전선을 연결하고는 전화를 했다. 아프다는 말로 그날 하루 병가를 낸 김독자는 피곤한 눈을 억지로 문질러가며 계속해서 멸살법을 읽고 또 읽었다. 한편으론 코인으로 강화한 예전의 몸이었다면 이 정도로도 피곤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계속해서 스크롤을 기계적으로 내리던 김독자가 처음으로 한명오라는 단어를 발견해 낸 것은 오후쯤이나 되어서였다.

[...마왕 아스모데우스의 권속으로는, 한명오가 있었다.]

김독자는 자기 인생에 있어 한명오라는 세 글자가 그렇게 반가울 수 있을지는 처음 알았다. 눈을 씻고 두 번 세 번을 쳐다봐도 쓰여진 글자는 정확히, 한명오라는 단어였다. 히읗부터 오 까지 뚜렷했다. 김독자의 기억이 왜곡된 것이 아니라면 원작의 멸살법에서 절대 존재한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한명오는 마치 자기가 원래부터 멸살법 세계의 자연스러운 등장인물이라는 듯이 그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가 언제 이 세계의 시나리오에 들어왔는지, 어디서 어떤 일을 하여 결국에는 아스모데우스의 권속이 되었는지는 제대로 설명되어있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엑스트라나 조연마냥, 길가에 떨어진 낙엽 하나 설명하고 말듯 위화감 없는 하나의 등장인물이 거기에 언급되곤 자연스럽게 존재를 감춘다. 김독자는 몇 번이고 그 편에서 위아래로 스크롤을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렇게 화면을 움직여봐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다음, 유상아를 발견한 것은 저녁쯤 되어서였다. 멸살법이 성운 올림포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였다. 강력한 화신이지만 과도한 힘에 무너져내린 유상아의 이야기 역시 짤막하게 지나가듯 쓰여 있었다. 직후에 한수영의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쯤 되어서야 김독자는 머리가 어지러움을 느꼈다. 목 뒤에서 시고 뜨겁고 따끔하게 신물이 올라왔다. 텅 빈 배가 고프다 못해 염증이라도 난 것인지 깊은 통증으로 조여왔고, 시뻘겋게 부어오른 눈은 뜨겁고 마르다 못해 따끔거렸다. 김독자는 마른 눈으로 냉장고를 훑었다. 그래도 먹어야 죽지 않고, 쓰러지지 않고 멸살법을 볼 수 있다는, 오로지 이 기이한 독서를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의무감만으로 손을 움직여 짜장면 하나를 시킬 수 있었다. 배달원은 초인종을 댓 번이나 누르고서야 나온 김독자를 짜증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았으나, 이내 그 얼굴이 초췌함을 보고는 한숨을 한 번 푹 쉬곤 입을 다물었다.

김독자는 짜장면도 먹는 둥 마는 둥이었다. 한 젓가락 먹은 후에는 세 편을 보았다. 단무지 한 입을 입에 밀어 넣고서는 두 편을 더 보았다. 나머지 불어터진 면은 반 넘게 버렸다. 김독자는 도저히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점차 한명오와 유상아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 비중은 조연급까지 오지도 않았지만, 종종 그들은 유중혁과 마주치기도 했고, 이야기도 했다. 당연히도 멸살법 원작에 존재하지 않던 내용이었다.

김독자는 '목록으로 돌아가기'를 눌러 목록을 보았다. 정말 죽어라고 읽었지만, 아직도 김독자가 읽은 화수는 채 350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내일은 토요일, 김독자에게는 이제 이틀의 주말이 있었지만 그 안에 3천 편을 다 읽을 자신은 없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미뤄두고서 회사에 나가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회사에는 큰 병이 걸렸다고 둘러대기라도 해야겠다고 김독자는 결심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렇게 이틀, 사흘, 나흘이 더 지나갔다. 머리가 어지럽고 띵하고, 입술이 바싹 마르고 부르텄지만 멈출 수 없었다.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저릿저릿한 손발을 주무르고 눈에 계속 안약을 넣어가며 김독자는 멸살법을 읽고 또 읽었다. 멸살법의 모든 부분이 어딘가 변화해 있었다. 원작에 없었던, 등장인물화 된 한수영이 거기 있었고, 유상아와 한명오도 거기 있었다. 그리고 원래는 존재하면 안 될 정희원이나 이길영이 보였다. 신유승도 거기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사이사이에 위화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인과관계의 앞뒤를 누군가 잘라낸 것처럼, 존재해야 할 중간과정이 생략된 것처럼 느껴지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 일의 순서는 계속해서 툭툭 끊겼다. 마치 어떤 장면들만을 의도적으로 편집해내어 올린 것 같은, 허리가 베어내진 구성들이었다. 그 활자의 뒤엉킴 속에서 김독자는 읽고 또 읽어 겨우 마지막 편에 도달했다. 3149. 유중혁이 거의 마지막이다 싶은 거대 시나리오를 깨는 부분이었다. 그리고는 그다음, 완결편.

다음 편 보기를 클릭하여 들어간 김독자는 무성의하게 글 맨 처음의 공백에서 스크롤을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계속해서 똑같던 제목이 조금 거슬리는 게 있었다. 다시 화면이 올라가며 제목이 보였다. 김독자의 눈이 커졌다.


[멸망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완) (수정)]


김독자는 이미 피곤하여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그 제목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집중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지문 한 줄 한 줄을 읽는 시간이 한없이 길게 느껴졌지만, 마음이 앞서 또 바뀐 내용을 놓칠세라 눈이 아래로 갔다가 다시 위로 되돌아가길 반복했다. 한때 김독자 컴퍼니에 속했던 이들이, 김독자 컴퍼니라는 이름만 없이 모두 거기 모여 있었다.

[...그렇게 유중혁의 활약으로 시나리오는 끝났다. 돔이 씌워진 지역들은 많은 피해를 겪었지만, 성좌들과 도깨비들이 사라지고, 시나리오가 사라진 빈 공간에서 사람들은 다시 망가진 문명을 복구하고 재건해갔다. 비록 많은 이가 죽었고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다.]

[ ...아저씨 어디 갔어요?

환희에 떨던 사람들을 깨운 것은 신유승의 한 마디였다. 유중혁은 그때까지도 굳어진 얼굴로 ■■■가 있던 자리만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차마 입이 열리지 않았다. 유중혁은 습관처럼 한낮의 밀회를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사라진 세상에서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성좌, 구원의 마왕이 하늘에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제 밤하늘의 그 수많은 별은 그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어떤 행성들, 항성들, 혹은 그와 비슷한 다른 것들이 붕괴하고 반사하며 내뿜는 말 그대로 빛일 뿐이었다. 그사이에는 어떤 성좌도 존재하지 않았고, 어떤 의식체도 존재할 리가 없었다.

한순간 사람들에게 또 다른 침묵이 머물다 갔다. 한수영은 어색하게, 이 새끼 이젠 도망갈 시나리오도 없으면서 또 어디로 사라졌어, 하고 중얼거렸고, 유상아는 설마, 아니겠죠. 하고 중얼거렸지만 말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불안한 기색은 지울 수 없었다. 이길영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실 공통적으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종료되고 성좌들이 사라졌을 때, 성좌였던 ■■■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의문들이 모두의 마음속에 스쳐 지나갔다. 불길한 상상이 스멀스멀 새어 나오던 바로 그 순간 유중혁이 단호하게 불안을 잘라냈다.

...■■■가 또 어디로 갔군.

■■■가 살아 있다는 것을 분명한 전제로 깔고 하는 말이었다. 몇 초의 머뭇거림은 있었지만 이내 일행들은 그 말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이수경 씨 보러 갔을지?, 아 정말, 이럴 때만큼은 같이 시나리오 깬 사람들이랑 악수라도 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 같은 말들이 몇 번을 오갔고, 다소의 찜찜함을 묻어둔 채 그들은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 ■■■는 살아 있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를 찾기로 했다.]

......?

김독자는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그들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





김독자는 그렇게 멸살법을 다시 한번 완독했다. 그러나 하루를 기다리고 이틀을 기다려도 완결 이후의 다른 편수는 올라오지 않았다. 완결편은 그렇게, 자신이 본 그대로 믿어지지 않는 내용으로 차 있었다. 비록 글자는 깨지고 부서져서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김독자 없는 김독자 컴퍼니의 사람들이 이야기한 내용은, 의심할 여지 없이 자신에 관한 내용이었다. 김독자는 심한 혼란을 느꼈다. 그때까지 앞뒤가 안 맞는 이상하게 생략된 전개들이 다 자신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아귀가 들어맞긴 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무슨 연유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다시 한번 너무나 당연했던 질문을 되새기며 김독자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기억 속에서 작가와 연락을 주고받은 연락처는 메세지를 전송할 수 없도록 막혀 있었고, 댓글 창 역시 막혀 있었다. 김독자가 tls123에게 자신의 어떤 의사를 표명하고 질문을 던질 기회가 송두리째 사라진 셈이었다. 멸살법의 모든 편수가 댓글이 막혀 있었다. 김독자는 너무나 답답해서 기어이 멸살법이 연재된 사이트 운영진에게 문의 전화까지 했지만, 작가의 연락처는 개인정보이므로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너무나도 기묘한 일이었으나 그렇게 완결편은 수정된 상태에서 멈췄고, 비록 김독자를 찾는다는 이야기까지는 했으나 여전히 유중혁을 비롯한 일행들은 그 이야기 속에서 끝나 있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김독자의 현실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중국집 배달원은 그릇을 돌려달라고 찾아왔고, 전기 요금 고지서가 우체통에 날아와 꽂혔다. 주말이 지나고 아프다고 둘러댄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이 지나자 회사에서는 병가에 대한 명확한 증명과 함께 다시 출근할 것을 요구했다. 어떻게 보면 잘리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부랴부랴 김독자는 근처의 아무 병원이나 가서 몸살 기운이 있다고 둘러대고 진단서를 받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병원에서도 회사에서도, 잠도 못 자고 퍽이나 지쳐있는 몰골에 의심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김독자는 며칠간의 강행군으로 인해 이미 어느 정도 몸이 상한 상태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병가를 낸 진실성이 겉모양새로 증명되어버렸으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다만 그동안 처리하지 못해 밀린 일이나, 김독자를 대신해 일을 처리해준 사람들이 은근슬쩍 던져오는 눈길에 새로 받은 일들은 상당히 과했다. 안 그래도 잠도 자지 못하고 멸살법 신경에 주의가 돌아가 있던 김독자로서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일을 처리하는 속도는 한없이 느렸지만 가만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김독자는 거의 늦은 밤까지 일하다가 뒤늦게 퇴근했다. 소설 속에서의 일이 어땠든 김독자는 월급을 받아야 했고, 잘릴 수 없었다.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를 끼쳤으니 야근수당 신청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며칠을 그렇게 밀린 일만 처리하며 정신없이 보냈다. 그래도 출근을 하니 사람들이 움직이는 시간에 맞춰 구내식당에 가서 밥은 먹게 되었다. 계속 반복되는 일상적인 사이클에 억지로 몸을 욱여넣으니 현실이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하며 잘도 돌아갔다. 김독자는 점차 다시 자신이 원래 있던 그 사소하고 평범한 자리에 익숙해졌고, 어제 했던 서류 정리를 오늘도 하고 오늘 한 복사와 스캔을 내일도 한다. 아주 예전에 한 일이 아니라 정말 어제도 그제도 한 일로서 그것들이 다시 되돌아왔다. 일상이 무섭도록 익숙해지며 멸살법에 착 붙었던 김독자는 현실에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들어 갔다. 사로잡혀 있던, 구원의 마왕이나 성마대전 같은 생각들이 시나브로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그 사이를 비집은 엑셀이나 한글 문서가 슬그머니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파일들, 서류와 워드와 컴퓨터 스크린이 머릿속에 채 풍경화로 붙박이기 전에, 다시 주말이 돌아왔다.

주말이 되어 다시금 할 일이 없어지자 김독자는 쌓인 쓰레기통을 비우고 밀린 대청소를 했다. 동네 마트에 나가서 장을 보고, 썩어가던 식재료를 몇 개 버려 공간을 비운 냉장고를 채웠다.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나니 집은 다시 조금 사람 사는 것 같이 보였다. 일주일 동안 내버려 두어 퀴퀴하게 곰팡내 나던 부분까지 싹 물에 불리고 세제로 닦아 밀어내버린 김독자는, 그제야 머뭇머뭇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여전히 멸살법은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사흘 만이었다.


김독자는 여전히 그대로인 편수와 목록의 제목을 보며 안도인지 실망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또다시 삼천 편을 정주행한다면 다른 점이 나올지도 모르겠으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가능했지만 지금 현실에서의 김독자를 완전히 망쳐버릴 셈이 아니라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또 보고 싶고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김독자는 홀린 듯이 또다시 완결편을 클릭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모든 글자가 다 똑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독자는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시나리오가 완전히 클리어되고, 해피 엔딩, 유료화 종료. 기뻐하는 사람들. 그 일련의 묘사는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김독자를 너무나 놀라게 한, 가장 신경이 쓰였던 그 부분에 당도해서야 김독자는 깨달았다.

[ ...아저씨 어디 갔어요?

환희에 떨던 사람들을 깨운 것은 신유승의 한 마디였다. 유중혁은 그때까지도 굳어진 얼굴로 ■■■가 있던 자리만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차마 입이 열리지 않았다. 유중혁은 습관처럼 한낮의 밀회를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사라진 세상에서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성좌, 구원의 마왕이 하늘에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제 밤하늘의 그 수많은 별은 그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어떤 행성들, 항성들, 혹은 그와 비슷한 다른 것들이 붕괴하고 반사하며 내뿜는 말 그대로 빛일 뿐이었다. 그사이에는 어떤 성좌도 존재하지 않았고, 어떤 의식체도 존재할 리가 없었다.

한순간 사람들에게 또 다른 침묵이 머물다 갔다. 한수영은 어색하게, 이 새끼 이젠 도망갈 시나리오도 없으면서 또 어디로 사라졌어, 하고 중얼거렸고, 유상아는 설마, 아니겠죠. 하고 중얼거렸지만 말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불안한 기색은 지울 수 없었다. 이길영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실 공통적으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종료되고 성좌들이 사라졌을 때, 성좌였던 ■■■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의문들이 모두의 마음속에 스쳐 지나갔다. 불길한 상상이 스멀스멀 새어 나오던 바로 그 순간 유중혁이 단호하게 불안을 잘라냈다.

...■■■가 또 어디로 갔군.

■■■가 살아 있다는 것을 분명한 전제로 깔고 하는 말이었다. 몇 초의 머뭇거림은 있었지만 이내 일행들은 그 말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 이수경 씨 보러 갔을지?, 아 정말, 이럴 때만큼은 같이 시나리오 깬 사람들이랑 악수라도 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 같은 말들이 몇 번을 오갔고, 다소의 찜찜함을 묻어둔 채 그들은 암묵적인 합의를 했다. ■■■는 살아 있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를 찾기로 했다.

우선, 그들은 ■■■를 알고 지냈던 사람들부터 하나하나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시나리오 종료 이후 ■■■를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스크롤의 크기가 달라져 있었다.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이전에도 여러 번 ■■■가 비슷한 일을 했었던 걸 생각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었다. 그들은 ■■■가 갈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분명히 없었던 문장들이 늘어나 있는 것을 보며 김독자는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지나치게 두근거려서 숨을 제대로 쉬기도 힘들었다. 김독자가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김독자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텍스트 속에 갇혀서 멈췄다. 아니, 멈춘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움직임은 비단 그들의 세계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김독자가 보는 멸살법 완결편의 이야기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그들은 김독자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찾았고, 대화했으며, 김독자가 갈 만한 장소를 하나하나 뒤졌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는 보이지 않았다. 한낮의 밀회 시스템이라도 있었다면 유중혁은 누구보다 빠르게 ■■■를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유중혁이라도 평범한 인간으로서 보이지 않는 한 인간을 찾아내기란 무리였다. 망가져 버린 문명의 재건 속도는 아주 느렸고, ■■■를 추적하거나 수소문하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통신 전산 시스템의 복구는 한없이 지체되었다. 유중혁은 그렇게 사흘을 허비했다.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몸이 고단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어두웠다.]


이야기는 거기서 끊겨 있었다.





충격과 별개로 아침은 공평하게 찾아왔다. 김독자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일부러 스마트폰을 바라보지 않고 출근했다. 억지로 힘을 들여서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현실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김독자는 왜 자신만이 멸살법 안의 세계에 남지 않았는지 되짚어나갔다. 자신이 멸살법의 세계에서 존재했었음은 분명했다. 현재 연재된 멸살법 안의 이야기에서 생략된 몇몇 시나리오들과 장면들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활동하여 클리어한 부분들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살린, 원래 존재하지도 않던 정희원이나 이길영 같은 등장인물 역시 이야기에 들어가 있었고, 한수영이나 유상아, 한명오 역시 존재했다. 분명히 그들은 현실 속의 사람이었다. 분명 멸살법의 세계가 시작되기 전부터 자신과 함께 회사에 다니고, 말을 하고, 상호작용을 했다. 그러면 왜 그들은 시나리오가 끝난 지금도 멸살법 안에 남아있고 자신은 그렇지 않은가?

답은 간단했다. 등장인물화. 그래. 등장인물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수영도 유상아도 한명오도 결국 종내에는 등장인물이 되었다. 독자는 그들의 특성창을 어렵잖게 읽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김독자는 끝까지 등장인물이 되지 않았다. 시나리오 종료 때까지 김독자에겐 제 4의 벽이 존재했고, '무사히' 등장인물이 되지 않았고, 그리고 이렇게 무사히…김독자는 허겁지겁 내리는 사람들에 밀리듯 휩쓸리듯 열차에서 내렸다. 이제 계단을 올라가서 회사 건물로 걸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무사히, 늘 그래왔듯이……. 아니, 아니야. 무사하다는 단어는 안정감과 평화로움, 만족감을 동반해야 할 터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건물 정문으로 들어가서, 사람들 사이에 낑겨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구석 모서리에서 차가운 벽에 머리를 기댄 채 김독자는 눈을 감았다. 무사히. 아무 탈 없이 편안하게, 라는 뜻. 그러니까 편안하게. 편안하냐고? 아니.

전혀 괜찮지 않았다. 

하나도 편안하질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베이터는 층층이 도착하며 신호음을 냈다.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면서 공간이 트이고 공기가 맑아졌다. 김독자는 천천히 눈을 뜨곤 참 낯선 회사 복도를 바라보았다. 김독자가 가야만 할 곳이었다.

아니, 아니었다. 김독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는 <김독자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었다.>

<…….>

<그날, 김독자는 다 쓴 보고서를 잘못 덮어씌워 반나절 동안 일한 것을 죄다 수포로 되돌렸다. 정수기에서 물병에 물을 받다가 정신을 빼놓고 가만히 있어, 물이 줄줄줄 흘러넘쳐 옆 부서 사람에게 놀람과 걱정을 사기도 했다. 클라이언트한테 보내야 할 메일을 파일은 쏙 빼놓고 메일만 보내서 엄청난 꾸중을 듣기도 했다. 걸려온 전화 몇 개를 멍하니 놓쳐서 몇 번이고 당겨 받은 정규직 직원이 성을 냈다. 하루가 엉망진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예전에도 회사에 다니면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그렇게 즐겁거나 생기 있게, 완벽하게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이제는 도가 지나쳤다. 며칠 아프더니만 완전히 혼을 쏙 빼놓은 것 같은데요, 독자씨. 파티션 너머에서 누군가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이틀 정도를 보내고 나자 부장이 불렀다. 자신을 부른 부장은 한명오가 아닌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매우 잘 안다는 듯 익숙하게 하대하며 언성을 높이는 그는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이 굴었다. 쏟아지는 고함과 분노 속에서 김독자는 문득, 참으로 허기진 감정을 느꼈다. 믿을 수 없지만 한명오 부장이 그리웠다. 유상아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한수영이 뭐 하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김독자는 끝없는 외로움을 느끼며 속절없이 그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고는 하지는 말아야 할 생각을 했다.

여기가 아닌데.>



여기가 아닌데.



<그날 김독자는 우울하게 집에 돌아왔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 집 근처의 카페에 들러 핫초코 한 잔을 테이크아웃 했지만, 입안으로 넘어가는 초코의 묵직한 맛은 그저 깔깔하고 쓰게만 느껴졌다. 단맛은 단 하나도 느낄 수가 없었다. 김독자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컴퓨터를 켰다.

예기치 못한 문제로 인터넷 창이 종료되었습니다.

[세션 복원] 버튼 하나만 누르자 멸살법이 연재되는 플랫폼은 간단하고 빠르게도 떴다. 여전히 멸살법은 완결되어 있었고, 완결편은 그대로 (수정)이라는 꼬리를 달고 올라와 있었다. 조회수는, 여전히 1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러나 그 어디에도 ■■■는 보이지 않았다. 한낮의 밀회 시스템이라도 있었다면 유중혁은 누구보다 빠르게 ■■■를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유중혁이라도 평범한 인간으로서 보이지 않는 한 인간을 찾아내기란 무리였다. 망가져 버린 문명의 재건 속도는 아주 느렸고, ■■■를 추적하거나 수소문하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통신 전산 시스템의 복구는 한없이 지체되었다. 유중혁은 그렇게 사흘을 허비했다.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몸이 고단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어두웠다.

며칠 내내 헤매던 유중혁은 나타나지 않는 ■■■에게 절망했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에게는 당장에 시나리오가 종료된 것보다 ■■■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해 보였다.



<스크롤이 줄어들어 있었다.>



유중혁은 차라리 시나리오가 종료되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했다. ■■■를 보고 싶었다. ■■■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었다. 아니, 생사만으론 부족하다. ■■■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의 머리카락을, ■■■가 흰 코트를 입고 해사하게 웃으며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핏기없는 하얀 얼굴을 찾아내어 붙잡아서 어디라도 가둬두고 싶었다. 지난번 그때처럼 수면제라도 먹이고 묶어두고 싶었다. 아니, 아니다. ■■■가 돌아오면 그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괘씸함과 분노가 점차 죄책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가 나타나 주기라도 한다면 유중혁은 무릎이라도 꿇고 잘못을 빌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잘못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랬다. 제발 여기에 남아있어 주기를, 제발 어디로 사라지지 말기를, 제발 이 세계에 그대로 존재해주기를 빌고 싶었다. 유중혁은 끝없이 생각했다. 끝없이 떠오르는 그 수많은 생각과 의지들이 점점이 핏물처럼 굳어지며 유중혁의 마음속을 헤집고 있었다. 제발, ■■■. 나는 너를…너를 다시 잃어버리면…….

<중혁아, 김독자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저번에 본 것보다 완결편의 뒷부분 분량은 훨씬 늘어나 있었다. 스크롤을 넘기고 넘겨도 그것은 모두 다 동료들이 자신을 찾는 내용뿐이었다. 그중에 반절 이상은, 유중혁의 절규로 가득 차 있었다. 김독자를 잃어버린 유중혁의 절실함이, 절망이, 절규가, 그 모든 것이 뒤엉킨 독백이 화면 전체를 시꺼멓게 메웠다. 홀린 듯이 김독자는 컴퓨터 모니터로 손을 뻗었다. 손이 덜덜덜 떨리며 액정을 긁어내렸다.>

도대체 어디에 있나, ■■■.

<나 여기 있어.>

도대체 어디에.

<나 여기 있어, 유중혁…….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던 김독자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눈물이 번지면서 화면에 있는 글자들이 조금 희부옇게 번져 보았지만 더이상 그 글자들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양손을 뻗어 모니터 끝을 붙잡고 한참을 끅끅거리던 김독자는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그리고는, 조금 변한 듯한 화면을 마주했다.>


유중혁은 차라리 시나리오가 종료되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했다. ■■■를 보고 싶었다. ■■■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었다. 아니, 생사만으론 부족하다. ■독■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의 머리카락을, ■■■가 흰 코트를 입고 해사하게 웃으며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핏기없는 하얀 얼굴을 찾아내어 붙잡아서 어디라도 가둬두고 싶었다. 지난번 그때처럼 수면제라도 먹이고 묶어두고 싶었다. 아니, 아니다. 김■■가 돌아오면 그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괘씸함과 분노가 점차 죄책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가 나타나 주기라도 한다면 유중혁은 무릎이라도 꿇고 잘못을 빌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잘못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랬다. 제발 여기에 남아있어 주기를, 제발 어디로 사라지지 말기를, 제발 이 세계에 그대로 존재해주기를 빌고 싶었다. 유중혁은 끝없이 생각했다. 끝없이 떠오르는 그 수많은 생각과 의지들이 점점이 핏물처럼 굳어지며 유중혁의 마음속을 헤집고 있었다. 제발, ■■자.

도대체 어디에 있나, 김■자.


<김독자는 눈을 크게 떴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회사에 간 김독자는 온종일 한 가지 생각만 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지만 어떻게? 멸살법 속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김독자를 찾고 있었지만, 김독자는 그들에게 답하거나 그들 앞에 나타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김독자는 그것이 너무나도 비참했다. 그는 여전히 여기 현실 속에 있는데, 멸살법 속의 그가 사랑하는 등장인물들은, 그가 사랑하는 유중혁은 여전히 완결편 속에 갇혀 있었다. 계속해서 수정에 수정을 반복해가며 끝만 한없이 늘어나는 완결편은 마치 무슨 저항 같았다. 끝나가는 이야기 끝에 도달한 그들이, 이대로 끝내지 말라고, 이대로 김독자 없이 우리의 이야기를 끝낼 수 없다고 계속 팔을 뻗어 휘젓고 발버둥질 쳐서 한 글자 한 글자씩 더 늘려만 가는 흔적이었다. 그 처절한 모습을 김독자는 도저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완결편에 갇힌…….

잠깐. 김독자는 생각했다.>

<그들을 갇혔다고 볼 수 있는가.>

<그들이 있는 세계를 나도 사랑하며, 이 세계가 그들이 있는 곳보다 못한데.>

<그날 김독자는 회사에 사표를 내었다. 누구도 말리지 않는 계약직의 급작스러운 행동이었다. 낯선 얼굴의, 한명오가 아닌 부장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이어 귀찮다는 듯 서류를 받아 대충 서랍 속에 집어넣곤 손을 휘휘 휘저었다. 그만 가 보라는 뜻이었다.>

<김독자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그가 써본 글이라고는 대학 과제로 내는 보고서나, 회사에서 기안한 문서 몇 개, 프레젠테이션의 개요 같은 것들이었다. 멸살법의 수많은 이야기를 읽어가면서도 그는 이야기를 써볼 생각을 도무지 해본 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멸살법에서 주어진 이야기만으로도 김독자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이 만족스러웠고 그 이야기들에 행복했다.

그러나 멸살법이 끝나버린 지금, 김독자는 그 이야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김독자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천천히 떨리는 마음으로 플랫폼을 열었다. 글쓰기 버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 앞에는 잊혀진 사람이 다시 나타났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입력하면서 간신히 한 페이지가량을 다 채운 김독자는 심호흡을 했다. 완료 버튼을 누르자 팝업창이 하나 떴다.>



제목을 입력하세요.



<김독자는 천천히, 반신반의하면서도, 자신이 써야만 할 제목을 써 내려갔다.>


[멸망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2 - 프롤로그]


<김독자는 가만히 앉아 숨을 골랐다. 한참 폐 속으로 방 안의 미지근한 공기가 밀려 들어오고, 다시 빠져나갔다. 김독자는 천천히 완료 버튼을 눌렀다. 로딩 화면이 뜨더니, 그렇게…….>

<천천히,>

<컴퓨터 화면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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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김■자는 사라졌다. 세상의 그 어디에서도 그의 행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완전한 증발……. 제일 먼저 김독■의 행방불명을 발견한 것은 집주인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날이 써늘해졌는데 김독자가 머물던 집 위아래 집에서 너무 춥다는 항변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기네 집은 난방을 잘 트는데 위쪽 집에서 한기가 흘려내려 온다는 것이었다. 집주인은 마스터키를 갖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텅 빈 집을 맞닥뜨렸다. 집안에는 생활감이 전혀 없었고 인기척 역시 없었다. 쓰레기통에는 날파리가 가득했고 온갖 장소에서 쿰쿰한 냄새가 났다. 도대체 며칠 몇 주 동안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는지 냉장고 안에 썩은 식재료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곧이어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지만 ■■자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사람들은 ■독■가 사라졌다는 것도 몰랐다 아니, '■■■'가 사라졌다는 걸 몰랐다. 처음에는 실종 신고를 하려던 집주인은 그 집에 누가 살았느냐고 묻는 경찰의 질문에 쉬이 대답하지를 못했다. 세입자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기억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리던 집주인은, 결국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회사에서도 ■■■의 자리를 보던 사람들이, 왜 몇 달째 사람도 없는 저 자리에 저렇게 책상을 놔두냐고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 사라졌다.>


하지만,


김독자는 죽지 않았다.



그 어느 날 그렇게 텍스트의 세계 속에서 죽지 않은 김독자는 살아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는 소리를 질렀고 화를 내기도 했고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잘 돌아왔다며 격려를 했다.

그 어느 날 그렇게, 김독자는 죽지 않고 살아서 그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왔고, <■■讀者는 죽었다.>




그리하여 모두는 제자리를 되찾아갔다.

결국 어디에 한눈을 팔아도 글쓰기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문의는 side_n_tab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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