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히나로 이런 거 보고 싶다. 죽은 자와 산 자 그리고 떠나지 못하는 자와 남은 자의 삶. 오이카와의 영혼이 히나타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떠돌고, 히나타는 오이카와 영혼을 보면서 살아가는 거. 동거를 한지 어느덧 4년이 넘어가고, 슬슬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려고 집을 알아보던 중이었음. 그 사이에 오이카와가 사고로 생을 달리한 거지. 그 충격으로 발인이 끝난 다음에 히나타가 겨우 깨어나게 됨. 하루 아침에 연인을 잃은 히나타한테 혼자 잘 지낼 수 있겠냐고, 다들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데 히나타는 고개를 갸웃함. 오이카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 옆에 있었으니까. 제 옆에 있다는 걸 말하지 않은 건 오이카와가 원하는 표정이 아니어서. 히나타는 이 상황이 탐탁지 않은 게, 왜 멀쩡한 오이카와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지 모르겠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옆을 지키고 있는데 왜 그렇지?라고 생각함.


그리고 그 날을 기점으로 서서히 자각하기 시작하는 히나타가 보고 싶다. 예전 같았으면 우유 하나를 사러 가도 같이 가겠다고 따라나서던 오이카와였는데, 요즘에는 혼자서 다니는 시간이 많음. 누군가가 치운 것처럼 집안 가득했던 오이카와 물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었던 거지. 가장 중요한 건, 오이카와가 지금 이 집을 기억해두려는 것처럼 혼자서 부지런히 돌아다님. 히나타가 잠을 잘 때도 오이카와는 소파에 멍-하니 앉아서 베란다 너머를 바라봄.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처럼.




"오이카와 상, 안 자요?"




이렇게 물어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거지. 쳐다보기는 하는데, 그냥 말없이 싱긋 웃기만 함. 히나타에게 너라도 자란 것처럼 잠시 곁으로 왔다가 가버리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기분이 든 히나타가 간만에 연락 온 스가와라랑 이야기를 하는 거지. 요즘 오이카와 상이 대답없이 웃기만 한다고. 그 말에 신나게 이야기하던 스가와라가 말을 멈춤. 그리고 재차 물었음. 오이카와가 보이냐고. 재촉하는 물음에 그럼 보이지 안 보이냐고 말하자마자 스가와라가 어디가지말고 집에 붙어있으라는 말을 끝낸 뒤 전화를 끊어버림.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집으로 찾아온 거지. 여기까지 어쩐 일이냐고 묻는 히나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찾듯 뒤지기 시작함. 히나타는 멍하니 서서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오이카와를 향해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그냥 웃어버림. 욕실까지 들어갔다 나온 스가와라가 그 말을 듣고, 히나타 어깨를 붙들면서 묻는 거지. 너 지금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냐고. 그래서 당연한 걸 왜 묻냐고, 당연히 오이카와 아니겠냐는 말에 스가와라가 히나타를 와락 끌어안음.


오이카와가 보고 있는 앞에서 이러는게 곤란해서 벗어나려고 해도, 놓아주지를 않는 스가와라임. 어깨너머로 오이카와가 보면서 아련하게 쳐다보고 있는 걸 확인하고 필사적으로 벗어나려는데 그 때 이러는 거지. 그 멍청한 자식이 언제까지 네 곁에서 맴돌려는 걸까,라고. 스가와라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어리둥절한데, 이상하게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거. 아이처럼 목 놓아 울기 시작하는 히나타를 꽉 안아주면서 스가와라가 말을 이음. 살아있을 때에도 네 걱정하느라 쩔쩔매더니 세상 뜰 때도 맘편히 못 가는 오이카와가 불쌍하지 않냐고. 네가 놓아줘야 오이카와도 맘편히 갈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하지만 히나타는 두 귀를 막고 듣지 않으려고 함. 이제야 히나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안개가 걷어지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된 거지.


스가와라가 돌아간 뒤, 소파에 멍하니 앉아서 생각을 함.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될 리가 없지만 그래도 해보려고 하는 히나타임. 끼니를 챙겨먹는 것도 잊고 캄캄한 밤이 될 때까지 미동없이 앉아있다가 느껴지는 온기에 고개를 돌림. 그리고 자기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오이카와를 보는 거지. 손을 들어서 오이카와를 만져보려고 하던 찰나, 덜컥 겁이 남. 근래 들어서 오이카와랑 스킨십을 한 적이 없었기에. 그냥 정신없이 살다보니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정도로 살아가고 있었던 거. 마음을 가다듬고 손을 대던 히나타의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으면. 만져지지않고 통과를 해버리는 탓에 쥐어보지도 못하게 된 거지. 고개를 푹 숙이고 엉엉 우는데 그 때 머리에 닿는 감촉이 느껴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자 오이카와가 쓰다듬어 주는게 확실하게 보이고 느껴지니까, 그나마 안도를 하게 된 히나타임.


무튼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둘임. 평소에는 잘 부리지도 않던 응석을 부리는 히나타가 요즘엔 재잘재잘 잘 떠들고, 조금이라도 더 곁에 있고 싶어서 떨어지지 않는 거지. 오이카와가 이 생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인지한 지, 한 달이 되는 그 날 히나타가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다.




"이제 그만 오이카와 상이 가야할 곳으로 가봐도 좋아요."




놀란 표정의 오이카와가 히나타를 빤히 보는데, 그 눈이 미치도록 다정하고 걱정이 가득 담겨있어서 눈물을 꾹 참으며 말을 잇는 거지.




"나중에 꿈에나 한 번씩 나와줘요. 잘 지내고 있을 테니까. 진짜 그거면 되니까."




그리고 그 말을 한 밤에 오이카와가 히나타의 곁을 떠났으면 좋겠다. 곤히 잠든 것을 한참동안 지켜보다 사라지는 거지. 다음 날 눈을 뜬 히나타는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하며 탈진하기 직전까지 울어버리지만, 보내버린 건 자신이니까 한동안 힘들어하다 훌훌 털고 일어서는 걸로. 하지만 맘 속에 맺힌 응어리는 평생토록 풀리지 않겠지.


마지막 결말로 뭐 이런 것도 생각해봤는데. 오이카와가 떠나기 전에 함께 했던 기억이나 흔적들을 모조리 없애고 가는 거. 히나타에게 오이카와란 카게야마의 선배 정도로만 기억할 수 있도록. 주변에선 두 사람의 관계를 기억하겠지만, 히나타만큼은 오이카와랑 있었던 추억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말끔히 지우고 가줬으면 좋겠다.


무튼 이런 찌통이 느껴지는 오이히나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ㅠㅠ




소뇨 / 히나른 연성&썰 / 트위터 @sogno__

sogno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