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이 눈을 떳을 때는 이미 새벽녁 동이 터오르고 있었다.


제롬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화려한 아라곤 황실의 상징인 백합수가 곱게 넣인 비단 침구였다.


푹신한 감촉의 침대의 편안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제롬의 머리속에 안느의 얼굴이 떠올랐다.


제롬은 몸을 번쩍 일으켜 마차창에 달린 커튼을 활짝 제꼈다.


드넓은 푸른 평야가 보이고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선 첨탑으로 이뤄진 거대한 성이 보였다.


아젱쿠르 성이었다.


제롬의 기척을 듣고 하얗게 머리가 샌  어의가 제롬의 마차 창가로 다가 왔다.


"폐하.일어나셨습니까?

지금 막 아젱쿠르 성에 도착했습니다."


"줄리앙은? 우리 안느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려 노력하며 제롬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공 전하께서는 지금 적들과 대치중입니다.

지금 최전선에 계셔서 폐하의 도착을 미처 알리지 못했습니다."


제롬은 늙은 의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차문을 열고 나왔다.


"폐...폐하..아직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너무 각혈도 심하고 기력도 떨어져 쓰러지십니다.

줄리앙 대공께서 꼼짝도 하지말고 마차안에서만 기다리시라..."


제롬은 의사에게 대꾸도 없이 옆에 서있던 호위기사의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호위기사가 놀라 제롬을 저지하려 했으나, 제롬의 손이 더 빨랐다.



"자. 이제 검은 됐고, 갑옷을 가져 오너라.

말도!"


"폐하! 안됩니다."

어위가 두 손을 저으며 소리 쳤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폐하.

대공 전하의 명에 따라 완력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호위기사가 인상을 구기며 제롬의 곁으로 다가 왔다.


제롬의 두 눈에서 하얀 불꽃이 튀었다.


어느새 검날이 제롬의 목에 가있었다.


호위기사가 다가오다가 그 자리서 멈칫했다.



" 나를 막는다면 스스로 자결하겠다.

어서 힘센 말과 제일 작은 사이즈의 갑옷을 가져오너라.

빨리!"


*********


탈리야의 오른팔 하람은 지난 5일간 새로이 등장한 '검의 늑대'의 신출귀몰한 출현에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다 .


아젱쿠르성을 거의 함락 직전이었지만,별안간 천둥벌거숭이같은 야생늑대 한마리가 나타나 일을 모두 망쳐버렸다.


그의 잔학한 야성은 식인을 하기로 유명한 두려움을 모르는 륜 전사들마져 공포에 떨게 했다.


그는 인간으로서의 자비와 눈물이 결여된 피에 굶주린 맹수였다.


적들을 살려두는 법도 없었고 승리를 위해 부하들은 물론, 성안의 민간인들의 희생도 신경쓰지 않았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잔인하고도 야비한 방법도 서슴치 않고 택했다.


그에게는 '승리'를 바칠 소중한 연인이 있었기에.



그가 목숨바쳐 사랑한 제롬은 자신의 첫번째 기사이자 연인이었던 군터 아르헨의 이 어두운 면을 감히 상상도 못했다.


자신의 연인과 연인의 가족 앞에게만은 한없이 자상하고 부드러웠던 군터는 사랑하는 주군 제롬에게 절대로 그의 '진짜 얼굴'울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그는 그랬다.


자신의 사랑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 군터 아르한은 살인귀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야생늑대의 본능은 교활하다고 칭찬할 정도로 교묘히 짜내었던 탈리야의 수많은 함정과 계략을 용캐도 다 피해갔다.


전략에 뛰어났던 붉은 군대의 수장 칼 자이거와 달리 군터에게 지략이라고는 없었다.



이 검은 늑대는 타고난 맹수의 본능으로 적들의 함정을 냄새로 알아챘고, 공기중에 흐르는 기운만으로 상대편의 계략을 읽고 위기를 모면했다.


타고난 짐승의 후각과 시력은 인간의 지혜를 늘 넘어섰다.


워낙 식인과 인신공양까지하며 미신을 숭상하는 풍속이 있었던 륜족에게 군터는 재앙의 신이 되어 있었다.


검은 늑대가 사람이 아니고 신이라는 소문까지 일파만파 퍼지며 륜제국군은 거의 전의를 상실했고, 일부 륜족의 소수민족은 군터 아르한을 신으로 숭상하기까지 했다.


하람은 그와 일주일 가까이 크고 작은 격렬한 전투를 수십차례 겪으며, 그도 모르게 점점 검은 늑대를 존경하게 됐다.


그것은 하람이 존경하고 경배하는 전쟁의 신, 주군 탈리야에 대한 경외심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하아.검은 늑대가 이정도로라면.

그의 주인 에드워드5세는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하람은 검은 늑대의 머리 뒤에 저 높은 왕좌에 앉아 있을 위대한 젊은 왕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리아 대륙의 전설적인 영웅 에드워드4세의 아들이라 들었다.


용은 용새끼를 낳고, 사자는 사자새끼를 낳는 법이다.


2미터에 육박하는 바위같은 인상의 잿빛털을 휘날리는 검은 늑대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마주하며, 이 신과 같은 사내의 주인이야말로 진정 전쟁의 신이리라 여겼다.


저 잔학무도한 검은 늑대를 애완견처럼 귀여워하며 수백만명의 끔찍한 학살에도 눈하나 깜짝 안할 그 위대한 왕은 그의 검은 늑대보다도 훨씬 크고 강할 것이다.


이제 겨우 스무살이라 들었으니, 사실 전쟁터에서는 한창 무력을 꽃피울 나이였다.


하람은 미지의 왕, 에드워드5세에 대한 환상적인 신화를 저 스스로 머리속에 써내려 가고 있었다.




그리고 하람은 그의 소원대로 검은 늑대의 주인, 전쟁의 신 에드워드5세를 지금 막 맞닥뜨렸다.


에드워드5세의 첫 인상은 하람이 상상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190cm를 이미 넘어선 거대한 키와 체격.


크지는 않지만 섬세하고 가는 근육으로 단단히 다져진 아름다운 근육이 그의 온몸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의도를 알수없는 신비한 연푸른 눈동자.


피처럼 붉은 긴 머리칼.


전신에서는 붉고 강한 오러가 일렁이며 드넓은 평야의 대기중에 숨막힐듯한 무거운 중압감으로 100만대군의 머리을 누르고 있었다.



'아.저것이 진정 그 말로만 듣던 최강자의 힘이로구나.'


검은 늑대를 넘어선 최상위 포식자를 만나 륜제국군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신화를 믿고 숭상하는 륜족에겐 또다른 사신(死神)의 등장이었다.


하람이 에드워드5세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자는 새로 아젱쿠르 전투에 참가하게 된 줄리앙 대공이었다.


이제 갓 스무살이나 되었을까?


아직도 파릇 파릇한 새싹같은 앳티가 살짝 뵈어있는 청년왕의 얼굴에는 이질적으로 잔인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미친 광인처럼 그는 키득거리며 수십만의 륜족병사에게 홀로 둘러쌓였음에도 질풍노도처럼 적들의 목을 날리며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수하들조차 한번 머리가 돌면 아군이고 적군이고 막대사탕 뽑아대듯 장난처럼 사람머리를 가지고 노는 그의 주군의 취미를 잘알고 있어 멀찍히서 말위에 올라 구경만 하고 있었다.


아라곤 황실의 잔인하고도 변태적인 성정의 유전자는 최상위 소드 마스터로 각성한 줄리앙에게 전쟁터에서 악귀가 될수 있는 찬란하고도 강한 날개를 달아주었다.



검은 늑대는 줄리앙의 출현에 매우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군터의 연적이기도 한 줄리앙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곧 그의 사랑 제롬이 이 피비린내나는 추억한 현장에 도착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컬 자이거와 붉은 군대는 무려 30만의 지원군에 환호했다



하지만 군터는 마냥 웃고 있을 수 없었다.


실은, 그는 에드워드5세가 지원군을 끌고 군터와 아젱쿠르에서 합류하기로 했을 때, 그가 지원군을 얻는 데 실패하기를 내심 기대했다.


사방에 피가 튀고 목이 반쯤 잘리거나 허리가 토막난 시체가 즐비한 이 참혹하고 더러운 현장에 한없이 고결하고 깨끗한 자신의 아름다운 연인이 이 자리에 없기를 속으로 기원했다.


이 추악한 현장에, 그리고 군터 자신의 잔인하고 더러운 모습을 차마 제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그냥. 여기 오지 마세요.폐하.

나의 사랑.당신은 여기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더러운 핏물이 아름다운 그대에게 튀어 더럽혀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그냥 그대로...그 자리에 멀리 떨어져 기다리십시오.

제가 당신의 누이를 무사히 구해 돌아가겠습니다.'


********


군터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제롬은 검은 가죽으로 된 간이갑옷을 입고 아라곤 스콰이어의 망토를 걸치고 미친듯이 말을 몰아 전쟁터로 달리고 있었다.


제롬의 체구가 너무 작아 제대로 몸에 맞는 강철 갑옷을 구할수 없었다.


15살 스콰이어 시동아이의 가죽으로 된 간이갑옷을 걸치고 거대한 전투마에 올라 어깨에는 긴창 2개와 허리에는 롱소드 한자루와 허벅지에 대검 한자루를 걸친 채였다.


군터나 줄리앙이 보면 기절했을 것이다.


작고 연약한 몸은 긴 창과 롱소드의 무게가 버겁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제롬의 눈앞에는 피흘리며 죽어가는 어린 누이의 모습만 어른거렸다.




' 안느! 조금만..조그만 더 기다려!

이 오빠가.제로미가 구하러 간다!'



제롬은 그렇게 호위기사 하나 없이 홀로 드넓은 아젱쿠르 평야를 달리고 또 달렸다.



아라곤 기사들이 뒤를 쫒으려 했으나,연약한 작은 체구의 이 미소년 국왕은 보기와 달리 독하게도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뒤를 쫒지 못하게 했다.



"누구던지  내 뒤를 쫒아 내 앞길을 막는다면 이 창이 내 가슴을 뚫고 이 검이 내목을 가르게 될꺼야!"


미친 광공 줄리앙의 성정을 잘아는 아라곤 기사들은 제롬의 시체를 보고 이성을 잃고 날뛸 그들의 주군의 모습을 상상하며 몸을 떨었다.



솔직히 말하자면,아라곤 기사들은 식인족 륜족병사보다 그들의 미친 주군이 더 두려웠다.



그 누구도 감히 제롬의 앞길을 막아설 수 없었다.


제롬이 막 격전이 한참 벌어지고 있던 최전방에 도착했을 때, 하람은 줄리앙과 군터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피하여 살아남은 부하 40여명을 데리고 퇴각하고 있었다.


일단 후퇴하여 주군 탈리야에게 돌아가 군을 대정비하여 다시 새 전투를 준비하려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하람의 이런 생각은 피에 굶주린 두 마리 맹수의 검에 동료들 수십만의 목이 날아가는 것을 봐야했던 공포에 질린 륜제국군 생존자들에게 환영받았다.



대 평야를 돌아 숲과 바위산으로 둘러싼 천연 보호막이 있는 오솔길로 하람과 그의 수하들이 들어섰을 때, 마침 반대편에서 미친듯이 달려오는 한마리 전투마와 맞닥트렸다.



아라곤 군 휘장으로 감싼 갑옷을 걸친 전투마가 거친 콧김을 쁌으며 하람의 쪽으로 달려 오고 있었다.


하람은 줄리앙의 군대가 걸치고 있던 쌍사자 문양을 보고 혀를 찼다.


이제 막 죽음으로부터 벗어났다 생각했건만, 그의 상상했던대로 에드워드5세는 집요하고도 독했다.


에드워드5세가 여기까지 미리 적군을 매복해 두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브리태니아의 젊은 청년왕은 용맹하고 잔인하기도 했거니와, 교활하고 끈질기기도 했다.


하지만 오솔길 양쪽으로 난 숲속으로 40여명의 부하와 몸을 숨겼을 때, 하람은 비로소 미칫듯 달려오고 있던 존재의 정체를 알아챘다.


겨우 한명이었다.


그것도 아주 작은 소년병이었다.


이제리아 대륙의 기사 체계를 모르는 륜제국군의 눈에는 그냥 견습용 대련복장의 민간인 기사 한명에 불과했다.


륜제국군들이 이제리아 대륙의 도시들을 함락시키며 수많은 전쟁고아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들은 부모와 형제의 복수를 다짐하며 민병대를 만들어 끊임없이 륜제국군을 공격해왔다.



하람의 눈엔 저 소년병이 그들 중 하나로 보였다.


'뭐야.이것!

저 귀요미 아이 하나때문에 우리가 이리 겁을 먹은거야?

참나!'


소년병 기사의 체구는 너무도 작아 하람과 부하들이 처음 발견했을때는 거대한 전투마가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가만있자. 저 조끄만 아이가 의외로 중요한 적군의 메신져일수도 있다.사로잡아 고문해서 적의 기밀을 알아내야지!'


그냥 소년병을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던 계획을 수정했다.


하람은 소년병의 뒤를 몰래 따라가기로 했다.


대평야로 들어서면 적들의 이목을 끌기 때문에 평야로 나가는 숲입구에 먼저가 매복했다.


소년의 거대한 전투마를 고꾸라뜨리기 위해 길목에 급하게 함정을 설치하고 대형 어망을 들고 나무위로 올라가 소년병을 기다렸다.



하필이면 그때 군터가 보낸 브리태니아 수색대 10여명이 도망간 하람과 그의 부하들의 흔적을 쫒으며 숲입구로 말을 타고 진입하고 있었다.


'이런 낭패가!  아예 숲속에서 저 아이를 사로잡았어야 하는데.

아니지! 그래봤자 저놈들도 고작 십여명인데.

그냥 싸그리 몽땅 죽이고,꼬마만 끌고 와야지.'


곧바로 소년병의 말이 덫이 놓인 길목에 들어섰다.


숲속 오솔길에 갑자기 대형 나무통이 가로로 쓰러져 길을 막아섰다.


제롬의 전투마는 너무 놀라 앞 두다리를 공중으로 높이 치켜들고 울부짖었다.


히히힝! 푸드득...




"꺄아악!"


제롬은 그 충격으로 말아래로 나가 떨어졌다.





"이게 무슨 소리야!"


"저기 아라곤 전투마가 있습니다!"



브리태니아 수색대원 10명이 쓰러진 제롬과 말을 발견했다.


가죽갑옷인 대신 제롬은 아라곤 소년병의 철갑 전투모를 쓰고 다행히 머리와 얼굴은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말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허리와 가슴이 끊어질 듯 아팠다.



"네놈은 뭐냐?"



브리태니아 수색대장 존이 소리쳤다.


그때 그들의 머리위로 그물이 떨어졌다.


존은 당황해 휘파람을 급하게 불었다.


그 소리를 듣고 수색대원들은 잽싸게 몸을 날려 그물망을 피했다.


그물망안에는 존과 아라곤 군복을 입은 소년병 복장의 제롬만 갇혔다.


나무위에서 륜제국군들이 떨어지며 덥쳤다.


10여명의 브리태니아 군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40여명쯤 되는 적이였으나, 브리태니아 군들은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두렵다기 보다 분노했다.




존은 성질이 나 제롬에게 소리질렀다.


"너 이자식! 꼬마! 

아라곤 녀석이 야만족 앞잡이가 되어 감히 우리를 유인해?"


제롬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몰라 우물쭈물했다.


분명히 자신의 군사들이 맞는데 자신들의 주군을 몰라 봤다.



공중에서 화살이 날라들고 사방에서 이민족의 검이 짖쳐 들어왔다.


제롬은 저도 모르게 검을 뽑아들고 화살을 쳐내고 있었다.


20여년을 수색대원을 한 존은 빠른 눈치로 소년병 꼬마가 적들의 편이 아니란 것을 알아챘다.


아라곤 군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할수없이 존은 대검을 이용해 그물망을 뚫고 제롬의 손을 잡고 나섰다.


그때 그들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2미터에 육박하는 륜족 최고의 전사 하람이 그들앞을 막아섰다.


"이봐.그 꼬마는 우리 꺼야!"


존은 씩 웃었다.


"놀고 있네!"


존의 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하람의 반달모양 거대한 검이 존의 머리를 덮쳤다.


쨍!

하지만 무엇인가가 하람의 검을 막아섰다.


제롬의 긴창이 창대로 검을 막아섰다.


"어쭈.꼬마.제법하는데?"


하람이 귀엽다는 듯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내려쳤다.


하람의 검은 너무도 빨라 바람소리만 들렸다.


제롬은 있는 힘껏 검을 피했지만,온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하람의 검날이 제롬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며 제롬의 철갑 보호구가 반이 갈라지며 땅으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제롬의 얼굴은 그대로 공기에 노출되었다.


"아.아니!!"


존은 충격으로 입을 벌리고 말았다.


그들의 국왕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너무도 낯선 모습으로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브리태니아 병사들의 충격은 하람의 충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람은 하마터면 그의 검을 손에서 떨어뜨릴 뻔했다.


그냥 소년병이라 생각했는데, 드러난 얼굴은 하람이 생전 본적이 없는 엄청난 '미소녀'였다.


아까 말에서 떨어질 때 목소리가 너무 여리다 생각했는데, 역시 사내 아이가 아닌 소녀였던 것이다.


하람의 이러한 착각은 나름 논리적이고 개연성이 있었다.


거의 목젖조차 발달하지 못한 소년왕 에드워드5세는 가날픈 체구에 작은 얼굴, 하얗고 여리여리한 피부, 가는 턱과 긴 목선, 작고 붉은 입술은 누가 봐도 채 성인이 못된 어린 미소녀의 모습이었다.


소녀 기사의 아름다운 깊은 푸른 눈에 살기가 어려 하람을 노려 보고 있었다.


하람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 전투에 참가하며 수많은 점령지 도시의 여인들과 금은보화에도 관심없던 하람에게 처음으로 '갖고 싶은 것'이 생겼다.








조아라 노블레스 작가. 회사원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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