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The Dark Knight





 그 배 안은 혼란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아우성이었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 아이는 그저 소란스런 어른들의 모습에 울음을 터트리기 일수였다. 아이의 엄마는 애써 울음을 참고서 아이를 달랬다. 나는 침착할 수없는 상황 속에서 이상하게도 침착했다. 나는 넋을 놓은 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오고 가는 대화에 집중하면서 이 앞이 어찌될지 예측하면서 말이다. 그때 내 옷자락을 끌어당기는 타인의 손, 나는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아차, 내 연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손을 잡아주었다. 삶에 대한 욕구가 이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내가 제일 적겠지만 네가 살았으면 싶다. 나는 네게 거짓말로 모든 게 다 괜찮을 거라 말했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애써 내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주잡은 손 사이에 땀이 찰까 걱정 되는 찰나에 시끄러운 소름을 뚫고 누군가 소리를 쳤다. 투표하자는 여성의 목소리에 모두들 긍정의 표시를 보였다. 상대편 배에는 죄수들이 올라 타있다. 물론 죄수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이송하는 경찰과 군인이 있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이 배 위에는 그저 시민들이다. 상대적으로 선량한 이들. 들키지 않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일수도 있고, 어쩌면 미래에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지만, 하여튼 선량한 시민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 진 종이, 그리고 돌려 써지는 펜. 내 손에 펜이 들려졌을 때에 나는 멈칫했다. 내 의견은 지금 상황에서 파격적인 힘이 있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만약 내가 살아남는다면 이 종이에 담긴 의미로 타인에게 인식되는 내 이미지가 달라질 것이다. 반대와 찬성을 앞에 둔 나는 마치 단두대에 목을 들이 밀기 전 같았다. 내가 든 종이는 분명 가벼웠지만 잉크로 쓰여 진 이 의견은 철근같이 무거울 게 분명하다는 건 틀림없다. 나는 내 옆에서 나와 같이 고민하고 있는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고 있는 그 모습이 한없이 여린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나는 종이에 반대라고 적으려 하다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반대표가 많이 나오고 결국 우리는 버튼을 먼저 누르지 않은 채 기다리다 죽는다면, 숨이 턱 막혔다. 내가 죽는 게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이 절망이었다. 저 어머니의 품에 안긴 채 불안을 떨치려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내 심장을 찔렀다. 사람의 생존 앞에서 선악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다는 걸 느낀 내 손은 작게 흔들렸다. 나는 반대라고 적은 글씨를 잉크로 지우려고 박박 긁어냈다. 떨리는 손을 힘을 주어 펜을 다시 잡았다. 찬성, 이라고 적기 전에 나의 위치를 다시금 떠올렸다. 나는 그저 시민이다. 죽는 게 억울한 상황, 그들보다 그저 조금 더 선량한 사람이라고 생명의 가치가 우선 순위가 되는 걸까. 이 기준은 그저 인간이 정한 게 아닌가.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자문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나는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남성의 재촉에 결국 대충 휘갈겨 쓰고 종이를 냈다.

 

 시간이 흘렀다. 표는 찬성이 많았지만 그 누구도 실행 할 용기가 없었다. 기폭장치를 들고 자신이 총대를 매겠다고 한 남성도 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책임감을 이겨 낼 용기가 없었던 것인지 다시 내려놓고 자리에 돌아갔었다. 결국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제각기 아는 인연들을 보듬어주고시간이 해결해주기를, 운명이 선택해주기를 기다렸다. 다행이터지지 않은 배, 전원 생존하였다. 범죄자들이라 해서 우리를먼저 죽일 거라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배에서 내리는 시민들과 범죄자들을 보며 다른 건 없다라는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먼저 죄를 저질렀을 뿐이다. 어쩌면 사회에 들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선과 악이 종잇장 뒤집는 것처럼 쉽다는 걸 알리려고 했을까. 빠르게 발전한 문명사회는 겉보기엔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어 문드러진 것뿐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저 조커라는인간은 나선 것일까. 모든 건 알 수 없다. 머리 속에 새겨야하는 단 한가지, 그 범죄에 이끌려 동화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배에서 멀어지고 근처 카페에 들어선 나와 그는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왔다. 그 도시를 빠져나오니 완벽히 남의이야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신을 차리기 위한 커피를 들고서 나는 문득 궁금해져 물어보았다.


 “투표 할때 뭐라 적었어?”

 “…찬성이라고, 살고 싶었거든.”

 

 그는 나에게 구차한 변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대답했다. 나는 그의 기분을 전혀 모르는게 아니다. 오히려 살고 싶어 했다는 말이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그가 내 질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에 눈치를 보며 그의 안색만 살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어느새 다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이던 나는 그저 툭 뱉어냈다.

 

 “나는 반대라 적었어.”

 “…왜?”

 “사람들은 다 찬성표를 낼 거라고 생각했거든. 만약 정말 살게 되었을 때,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고 싶었던 이기심이었어.”

 “…그랬구나."

 “찬성표를 낼까 했지만, 무엇보다 네가 죽는 게 싫었거든. 근데 내사랑이 그런 일 앞에서 하찮게 되는 것도 싫었어.”

 

 나의 말을 들은 그의 표정이 조금 화색이 돌았다. 입술 끝이 경련을 하듯 미소를 보이는 그 얼굴에 나는 나름대로 안도를 느꼈다. 작은 거짓말이다. 선의의 거짓말. 이처럼 모순적인 말은 없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어울리는 단어였다. 그를 사랑한 했기에 고민했지만, 끝에가서 나는 모두를 장막에 덮어 씌우고 생각했다. 나와 같은 배를 탄 사람들도 모르고 건너편배에 탄 사람들에 대한 것도 모른다고 가정했을 시에 누구의 생명이 더 가치가 있는가. 그 질문을 던지고나니 결국 다 같은 인간이었고, 누구를 죽일 수 있는 정당성 따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범죄자들이 탄 배를 터트렸고, 결국 살아 남았을 때 모두들 당시에는 기뻐하겠지만 저 먼 날에 입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옳았나?’

 

 복잡한 심정이었다. 공부를 해오면서 이것저것 다 들었지만막상 겪게 되니 현실이 달랐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살아남았고, 그들역시 살았다. 서로에게 남은 양심이라는 것으로 살아남은 거라 믿고 싶다. 내제 되어있는 선함을 믿고 싶어졌다.




/친구들과 쓰는 글.. 영화 다크나이트의 영화 속 단역배우로 글쓰는 거. 나는 이런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씀!

오유x한니발 (크오) 외에 잡다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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