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저번 강좌, '소설을 만드는 보편적인 순서'에서 말했습니다. '플롯 ⊂ 스토리'이기에 스토리를 먼저 구상해야 한다고. 그럼, 스토리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좋은 소설을 읽으면, "이 소설, 스토리가 좋네."하며 감탄합니다. 그들이 감탄하는 부분은 하나같이 똑같은 부분이죠. 바로, '결핍 투성이인 인물이 변화하고, 그 깨달음을 독자에게 전해주는 동시에 각성하는 장면입니다.'

한마디로, 스토리란 인물이 변화하고 나아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인물의 과거와 현재, 곧 서술할 미래. 즉, 인물에게 중심을 둔 서사.

입니다.

이렇게 정의했을 때, 좋은 스토리를 만드는 법이란. '최악의(최고의) 인물이 멋있어지는(망가지는) 과정을 명확하게, 그리고 독자가 감탄하게끔 쓰는 것'입니다. 여기서 감탄하게끔이란, 인물이 변하는 계기가 신박하게 쓰자는 것이겠죠. 계기가 인물의 과거와 크게 상호작용한다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스토리에게는 중요한 성질이 존재합니다. 위와같이 정의를 내렸을 때, 스토리는 모든 소설이 시작하기 이전을 다루고 있다는 성질입니다. '플롯 ⊂ 스토리'이므로 어찌보면 당연하겠죠.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전지적 독자시점'의 주인공 김독자는 어릴 때부터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소리를 들어왔습니다. 그런 그에게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소설은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죠.

이는 '전지적 독자시점' 소설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주인공의 과거조차, '일상세계 - 사건 - 변화 - 변화한 일상세계'로 나누는 것이 가능하죠. 이런 인물의 변화 과정이 과거에도 존재하니, 스토리는 소설이 시작하기 전부터 진행중인 것이 됩니다. 이는 소설을 시작하는 데 있어 중요한 통찰로 작용할 것입니다.


플롯

소설이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플롯이 등장할 순간입니다.

플롯은 왜,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다가, 이제야 모습을 보인 것일까요. 그리고 플롯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플롯이란 아래와 같습니다.

소설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소설이 끝나는 순간까지 인과관계에 따라 일어나는 사건의 모임을 질서 정연하게 나열한 것. 원인과 결과의 시퀀스다.

 플롯은 등장 직후, 배경의 위치에 서서 인물에게 여러 영향을 끼칩니다. 인물은 그에 응하여, 변화하고, 이 변화는 새로운 사건을 계속해서 불러오죠. 여기에서 인과관계가 탄생하고, 플롯을 연속성을 띠게 만듭니다.

창조하는 과정 이후 스토리를 건들면 작위적으로, 인위적으로 보여지게됩니다. 그때 독자들은 몰입을 잃고, 개연성 부족해진 소설을 지루한 눈으로 쳐다보겠죠. 하지만 플롯은 다릅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어떻게 변화하도록 플롯을 짤 수 있습니다. 물론 인물이 변화한 뒤에는 인과관계에 따라, 인물의 변화에 맞춘 사건이 나타나야하기에 창조의 자유도가 줄어들지만 스토리만큼은 아닙니다. 플롯은 스토리와 다르게 작가가 어느정도 건드릴 수 있는 성격을 보입니다.

게다가 소설 한권에서의 플롯은, 갈 수록 큰 사건을 가지는 점층적인 성격 또한 가집니다. 이 점층적인 성격은 소설에 긴장감 한 수저를 가미하고, 소설이 끝을 맺었을 때의 완결감은 독자에게 큰 성취감을 가져다 줄테죠.

플롯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단순 플롯, 복합 플롯, 유기적 플롯, 산만한 플롯, 운명 성격 사상의 플롯입니다.

단순 플롯하나의 사건으로 구성된 플롯이며, 순행 플롯역행 플롯으로 나뉘어집니다. 순행 플롯과 역행 플롯은 단순히 순서대로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입니다.

복합 플롯여러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는 플롯을 말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롯이죠. 이는 중심되는 사건을 보여주는 주요 플롯과 그 하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여주는 보조 플롯으로 구성됩니다.

이런 플롯들은 또, 유기적이냐, 산발적이냐로 나뉩니다. 하나의 중심 사건이라는 줄기에 인물, 사건, 배경의 가지가 유기적으로 나 있는 것을 유기적 플롯이라 하며, 이에 반의되는 산만한 플롯은 가지가 연결될 줄기가 없어, 어지럽게 전개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국의 저술가 노먼 프리드먼은 이러한 플롯들이 인물의 어떠한 점을 부각하고자 하는가에 따라, '인물이 마주하는 사건과 이에 따른 행동을 강조하는 운명의 플롯, 인물의 성격이 발전, 변화하는 성격의 플롯, 자기형성의 경과, 교훈이나 계시, 또는 정서적 카타르시스등을 제시하는 사상의 플롯'으로 구분했습니다.(한성대 미디어 위키 참조)

이전 강의인 '소설을 만드는 보편적인 순서'에서는 플롯을 만들기 위해 구상해야 할 것만을 알아봤습니다만, 이번 글에선 더 자세하게, (분석이 아닌, 소설을 쓰기 위한)플롯을 구성하는 과정을 알아봅시다.


순서1

A4 용지 상단에 4(-1)가지 항목을 작성합니다.

  1. 주인공에 대한 간단한 설명.(특히 이번 소설 안에서 필요한 특징들을 부각한다)
  2. 그런 주인공이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에서 뭘 원하고(욕망), 뭘 해야되는 지(계획)을 쓴다.
  3. 시련, 주인공의 욕망이 이뤄지는 것을 전력으로 방해하는 요소를 적는다.(+방해의 이유)
  4. 스토리에서의 방향성을 정한다.(사건에 어떤 식으로 참여하는 유형인지)
  5. (아직 작성하지 않는다.)

순서2

'순서1'의 아래에 하나의 선을 그립니다. 선의 이름은 중심사건이 될테죠.

주인공이 왜 이 사건에 참여하게되었는지(뭘 위해, 뭐 때문에, 혹은 전령?) 작성합니다.

순서3

중심사건 선이 가지를 뻗습니다. 가지들은 세부적인, 사건 속에서 일어나는 주변 사건에 해당됩니다. 꼭 가지가 아니여도 됩니다. 가시성을 위해, 카드 형태로 만들어도 되겠죠.

이 가지들은 기승전결, 혹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혹은 영웅의 여정 형식으로 뻗습니다.

순서4

'순서1'을 참고해가지를 하나하나 채워나갑니다. 첫번째 가지부터, 순서대로 입니다. 인물의 변화에 따른 행동이 다음 사건을 만들기 때문이죠. 위에서 말했다시피 어느정도는 작가의 고집에 따라 억지를 부릴 수도 있습니다.

이 작업도 동시에 진행합니다. 사건에 필요한 인물들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인물들에게는 이름과 역할, 그 역할을 수행하는 동기를 주어줍니다. 그리고 이를 주변 사건의 가지에 융합시키거나, 그 아래에 간단히 작성합니다.

'소설을 만드는 보편적인 순서'에서 알려드렸던 인물 구성법을 이용해 구체적인 인물을 만들면 더욱 좋습니다. 그럴 경우 이 작업을 우선합니다. 플롯은 스토리에 포함되기 때문이죠. 이 작업을 거치면,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갈등이 만드는 탄탄한 플롯을 구축하는 토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별개의 종이에 작성합니다.)

순서5

플롯이 무엇을 부각하고 있는지, 하단에 작성합니다.

플롯이 인과관계로 엮여있는지, 개연성이 잘 나타나있는지, 사건이 점층적으로 무거워지는지, 점검합니다.

(순서1)

     5.에 결말, 주인공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주제를 작성합니다.

소설의 플롯에 정답은 없습니다. 여기서 각 가지마다 A4 한 장을 주어 구체화하거나, 애초부터 가지를 '구글닥스'의 댓글기능으로 만들어도 됩니다. 혹은 플롯 자체를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주관적인 소리지만, 아마 태초의 (소설을 위한)플롯은 '소설을 분석하는 과정'(분석을 위한 플롯)이 역으로 소설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플롯은 도움을 줄 뿐, 없다고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게 아니니까요.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이리 말했습니다. '정해진 플롯 속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은 생기를 잃기 마련이라고'. 그리고 그는 인물만을 구상해 소설을 쓴다고도 말했습니다. 결국 작가의 스타일마다 다른 것이죠.


여기서 장편소설이라면, 플롯은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끝나지 않습니다.


순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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