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인 재경이 예준과 권우를 부른 건 수업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개인 교사를 통해 예준의 성적 이야기를 들었는지, 재경이 앉아 있는 2층 응접실의 테이블 위에는 회초리가 놓여 있었다. 어릴 때부터 추후 수많은 대명인들을 이끌 차기 오너로서 무엇 하나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받아온 터라, 몰라서 틀린 것도 아니고 거져주는 3.6점짜리 문제를 스스로 돌이켜 봐도 어이없는 계산 실수로 틀린 마당에 저기 쌓인 회초리가 부러지도록 매를 맞는다 하여도 변명의 여지 따위는 없었지만, 예준은 이 자리에 권우가 있는 것이 그저 마음에 걸렸다.

 

“선생님께 이야기는 들었다. 바지 걷고 올라서렴.”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실수의 대가이니 내려주시는 대로 벌을 달게 받을 요량이나, 그전에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친구 앞에서 매를 맞는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아니었다. 그 부끄러움조차 의도된 벌이라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그가 저어하는 바는 이 모습을 지켜볼 권우의 마음이었다. 가뜩이나 자신이 저를 밀어내고 1등을 했다는 사실을 힘겨워하는 기색의 권우인데, 그를 세워두고 그 앞에서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유로 매를 맞게 된다면, 행여라도 권우의 성취를 탓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봐서.

 

“말해 보렴.”

 

“함께 받는 수업도 끝났으니 권우는 집에 먼저 보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수행평가 과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죄없는 친구가 이 자리에서 심리적으로 부당한 처벌을 당하는 일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꺼낸 말에 재경이 설핏 웃었다. 그리고 예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운을 떼었다.

 

“이번에 우리 권우가 일등을 했다지. 시험 성적도 잘 나왔으니 어서 가서 부모님께 자랑도 하고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혹시 아줌마가 권우 마음도 모르고 공연히 붙들고 있는 거니?”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거나 멤버십 정기 후원을 시작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4,267 공백 제외
500P
창작하는 연

창작하는 연 님을 정기 후원하는 멤버는 특정 유료 포스트를 별도 구매 없이 감상할 수 있어요.

맴버쉽에 가입하시면 제 기존 및 추후 올라올 유료 포스트 전체를 무료로 열람 가능합니다. 추후 시장조사를 통하여 맴버쉽 전용 성인글을 창작해볼 생각입니다. 차기작으로 구상하고 있는 작품은, 여성역하렘글, 팸돔멜섭글, 연인이었다가 멜돔팸섭이 되는 글, 그리고 고전 및 문학작품 오마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