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포용 세션 카드 : 장난감(@nangam__)님 커미션 │ 2차 가공, 수정 불가
피어난 것은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떨어집니다.
팔랑, 팔랑. 끝없이······.
개요
쉬는 시간을 끝내는 종소리가 울립니다.
겨울이 다 지나고서 봄이 찾아오고 있어요. 짧은 만남의 뒤로는 봄방학이 찾아올 겁니다. 바로 내일이요. 적어도 6일은 편히 지낼 수 있는 겁니다. 분명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는데도 지루하군요. 열아홉을 지나치는 학생들은 저마다 이미 교문을 넘어섰기에 느끼는 부러움일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주변을 바라봅시다. 익숙한 감각이지 않나요. 파란 하늘과 떠다니는 구름이라든가. 산책이라도 하면 좋을듯한 날씨에 66제곱미터의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던가. 하품이 나오더라도 버겁지는 않을 겁니다. 곧 점심시간이 다가올 테고. 수업을 마저 더 하다 보면 해가 저물어갈 테니까요. 그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서 맛있는 밥을 먹는 겁니다. 군더더기 없이 평범한 하루.
그래요. PC. 이 연애 공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엑스트라인 당신에게 주어진 오늘입니다.
이곳은 사랑을 가장 커다란 가치로 두었습니다. 조연이라는 이유로 극적인 사랑은 꿈꿀 수조차 없는 세상에서 그저 지켜볼 뿐이지만. 이런 삶도 나쁘지 않잖아요. 누구나 특별한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꼬리를 물듯이 하루에서 또 하루가 넘어가는 것으로도 충분한 사람도 있습니다. 공략 캐릭터인 KPC에게는 절대 말하지 못할 생각이지만요. PC. 당신이 언제부터 이 사실을 알아차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자각하였을 뿐이에요.
나의 평범과, 네가 사랑을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때 이른 봄이 찾아왔으니 곧 주인공이 널 선택할 거라는 미래도.
하지만, 단 한 번도 이런 광경을 떠올려본 적은 없을 거예요. PC.
둔탁한 소리. 방금 부러진 것은 무엇이고. 방금 터진 건 무엇인가요. 옥상 난간 너머로 주인공을 밀어버린 KPC가 이쪽을 바라봅니다. 저 밑바닥에서는 비명이 울려 퍼지고. 핏물이 콘크리트 바닥 위로 퍼져나가는데도. 내려다보지도 않고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단정한 얼굴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고. 친구 역할의 엑스트라인 당신을 향해 질문을 던집니다.
"PC, 이번 방학에는 뭘 하고 싶어?"
정보
약칭 : 어주죽
인원 : KPC 1인 + PC 1인
장르 : 학원물, 게임, 단편.
배경 : 현대 배경의 미연시. 개변 가능.
플레이 시간 : 8시간 (RP 구간이 많습니다.)
플레이 난이도 : ★★☆☆☆
키퍼링 난이도 : ★★★☆☆
추천기능 : 대인 관계 기능, 관찰, 듣기, 자료 조사, 자연, 사격.
전투 : X
로스트 확률 : O
유의 사항
- 크툴루의 부름(Call of Cthulhu, 초여명)을 기반으로 작성된 비공식 팬 메이드 시나리오이며, coc 7판 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작자와 번역자의 권리를 침해할 의도가 없으며 노룰북 키퍼링을 금지합니다. 그 외 개변 및 리플 북과 세션 카드 커미션 등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 쿠션 없는 스포일러와 공개적인 비방을 지양해주십시오. 또한 무단 배포와 도용, 아카이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살인, 자살, 유혈 등의 트리거 워닝을 담고 있으며 신화 생물의 개입이 크지 않습니다. 또한 완전무결한 해피 엔딩이 없습니다. 세션을 권유하기 전에 해당 부분에 대한 공지를 해주십시오. 시나리오 내의 상황 및 사상은 허구이며 라이터는 이에 동조하지 않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 KPC와 탐사자는 공략 캐릭터와 엑스트라입니다. 또한 같은 반의 옆 자리에 앉은 동급생 사이이며 KPC는 첫만남부터 PC에게 친근하게 대했다는 백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입학식부터 약 1년을 함께 한 친구 사이입니다. 따라서 두 사람의 나이는 18세로 고정됩니다.
KPC : 외적인 미를 필요로 합니다. 공략 캐릭터로서요. 세상에는 비둘기 연애 시뮬레이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 시나리오는 개그가 아닙니다. 탐사자를 소중히 여긴다는 전제가 없다면 이야기 진행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또한, 완벽한 선인에게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PC : 탐사자는 복잡한 감정을 가져도 좋습니다. 추천합니다. 다만, KPC에게 무조건적인 공포만을 얻는다면 이야기 진행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KPC보다는 덜하더라도 호감이 있으면 좋습니다. 우정도 당연히 좋습니다! PC는 본인이 연애 공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엑스트라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아래로 진상이 이어집니다.
수호자가 아니라면 스크롤바를 내리지 마십시오.
진상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미래입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간다는 기대. 앞으로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 오직 그 마음으로 과거는 기꺼이 발전하기를 택합니다. 그것을 두 음절로 요약한다면 역사라고 하죠. 무수히 시간을 쌓아내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겁니다. 인류가 일찍이 증명하지 않았나요. 마을을 만들고, 국가를 만들고, 세상을 만들고······. 하지만, 그 시간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면. 무언가를 이루어낸다고 해도 되돌아간다면. 그것도 내 의지도 아닌 채로 이루어진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나요?
KPC는 어느 순간부터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엔딩을 수집한다는 욕구. 주인공의 사소한 이유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몇 번이고 봄을 반복하던 어느 날. 제 것을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감정은 한 사람의 유희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이는 거대한 심연의 제왕, 노덴스(수호자 룰북, 313P)의 친절입니다. 가끔 인류에게 친절하였다는 그 위대한 존재는 이번에도 손끝을 움직인 것이지요. 세상에 사로잡혀서 사랑을 피우고 지는 것을 반복하던 KPC. 당신에게 진실을 알게 한 것입니다.
서서히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더는 주인공이 접속하지 않으니 인정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KPC는 그날부터 이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고민할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습니다.
어째서 주인공과 옥상에서 마주쳤던 것만으로 세차게 박동했는지. 같은 사람을 좋아할 뿐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부는 왜 쉬이 곁눈질하며 흘겨보았는지. 대부분 학생들은 왜 똑같은 말만 반복하였는지. 연인이 될 수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왜 그토록 화가 났는지. 모든 상황은 왜 적절한 고난과 해결책이 주어졌는지······.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고작 유흥을 위해서 삶이 소비되었다는 사실이. 이미 몇 번이고 반복되는 청춘을 보냈다는 진실에.
노덴스로부터 친절을 받았기에 KPC는 어떠한 선을 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시스템을 얻었을 때. 이 세상의 신과 같은 힘을 가지게 된 순간. 기쁘지는 않았을 겁니다. KPC는 이미 절대적인 존재를 알고 있으니까요. 거대한 우주와 비교한다면 손바닥만 한 세상의 장난감 왕관일 뿐입니다.
플레이 타임이 갱신되지 않는 동안. 시간은 주인공에 맞추어지지 않은 속도로 흘렀습니다. 접속하지 않았으니까요. 다시금 입학을 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눈에 익은 교실과 지루하기만 한 수업. 칠판을 더 바라볼 필요는 없으니. 당신은 이 장난감 왕관을 다루어보았을 거예요. KPC. 같은 반 학생들의 정보를 열람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공략하는 동안 배경 CG를 채우기 위해 등교해야만 하는······. 기타 설정을 아무것도 갖지 못한 엑스트라들의 정보를.
그 속에서는 당신이 있었습니다. PC. 언제나 KPC의 옆에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먼 곳에 있었던 당신이요. 중요 기점마다 항상 주인공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던 당신 말입니다. KPC가 당신에게 관심을 둔 것은 아주 자연스러웠을 거예요. 그때마다 너는 어디로 갔을까. 그런 생각에 닿는 과정을 말하는 거예요.
PC. 당신은 오후 4시에는 도서실로 향했습니다. 오후 6시가 되면 하교했어요. (* PC의 설정에 맞추어 개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이후의 정보는 없었습니다. 가족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어디에 산다는 말도 없었고. 생김새는 흐릿하기만 하였고. 심지어 이름조차 없었어요.
내용을 하나씩 채우기 시작한 것은 KPC의 변덕이었을 겁니다. 공감일 수도 있고. 혹은 연민일 수도 있겠죠. 이 모든 감정은 당신의 해석에 맡기겠습니다. 이 순간마저도 감정의 결을 붙잡히는 건 애처로운 일이니까요.
어쨌든 KPC. 당신은 PC를 하나씩 채워나갔습니다. 초록 지붕으로 지어진 이층집에서 살고 있고, 그중에서 2층에 있는 방을 사용하고 있으며. 다정한 부모님 슬하에서 주말이면 외식을 하고. 주로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다거나. 좋아하는 과목에서부터 생일, 그리고 이름까지······. 어떤 행동을 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요소만을 채워 넣었어요. 분명 그랬을 뿐인데.
아, 뒤늦게 깨달아버렸을 거예요. 이는 유일입니다. 타의로 만들어진 세상의 유일함. 당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결과. 어떤 시간선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대상. 단순한 수집욕이 아닌 감정으로서 당신을 대해주는 상대를.
PC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렇지 않나요. KPC?
충분히 좋았습니다. 그토록 미웠던 이 세상조차. 장난감 왕관을 쓴 삶이라도 이만하면 괜찮았어요. PC가 있다면요. 하지만, 다시금 열일곱의 봄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돌아갔어요. 마저 엔딩을 공략하기 위해 주인공이 이 세상에 접속한 것입니다.
평범한 기대가 사라졌습니다. 인사를 하지 않고서 교문을 지나는 PC를 보았을 때를 기억하나요. 다시 처음부터 인사를 건네며 얼마나 큰 절망을 느꼈습니까. 기억이 사라졌어도 설정이 그대로인 것을 보았을 때는 안도하면서도 비참하지 않았나요. 참을 수 없이 화가 났을 거예요. 소모 당하는 건 이제 질렸잖아요. 1년이라는 시간을 다시 살아가는 내내 고민하더라도 결론은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건 몇 번이고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몇 번이고 반복될 수 있어요. 더는, 견딜 수 없어요.
열여덟의 봄에 주인공을 처음 만나야 할 공략 캐릭터. KPC는 본래라면 첫 만남이 이루어졌을 옥상에서 주인공을 살해합니다. 게임을 재차 시작하려고 해도 늦었어요. 이미 이 장난감 왕관은 KPC의 것입니다. 주인공의 뒤에 있는 사람은 무척 답답하니 곧 오류를 게임사에 전달하겠지요. 시스템 오류를 점검하기까지는 적어도 바깥세상의 기준으로 하루가 필요할 겁니다. 아마 그 시간이라면 이곳에서는 봄방학을 보내게 되겠군요.
당신이라면 분명 그 생각을 했을 거예요. KPC. 바깥에서 손을 쓰기도 전에 저지르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쳤잖아요. 괴로움에 이미 온몸이 눅눅해졌잖아요. 점검이 끝나고서 만일 KPC의 손을 거친 설정이 모두 원위치가 되어버린다면, PC는······. 다시 돌아갈 겁니다. 껍데기에 불과한 시점으로.
KPC는 자의적인 죽음을 행하기로 합니다. 시스템 제어권이 남아있는 사이에 이 게임을 완전히 소거하는 거예요. KPC가 가진 감정의 방향도. PC가 살아가고 있는 삶도. 멈출지언정 일그러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바깥으로는 고작 하루. 이곳에서는 여섯 날의 봄 방학. 딱 그때까지만 PC와 이 세상을 살기로 합니다.
자신이 겪었던 절망을 PC에게 알려주지 않은 채로. 평범한 사람으로서 영문도 모르는 사이 결말을 맞이하도록 할 생각이었어요.
주인공의 접속과 동시에 PC에게 이 게임의 엑스트라라는 정보가 주입된 줄도 모르고서. 그로 인해서 아주 특별한 버그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도.
KPC는 손바닥 크기에 불과한 이 세상의 장난감 왕관을 쓴 임금님이자,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공략 캐릭터이고, 주인공을 죽인 살인자이며, 곧 이 세상을 완전히 지우게 될 멸망입니다.
PC. 당신은 무엇으로 KPC를 불러줄까요.
이야기가 엇나간 게임에서 우리의 엔딩은 무엇일까요.
세션 전, 꼭 숙지해야만 하는 것.
탐사자에게 PC를 설정할 때 ◼◼◼라는 이름의 기능치를 추가할 것을 공지해주십시오. 시작 기능치의 수치는 0입니다. 반대로 KPC의 ◼◼◼ 기능치는 100으로 설정해주시길 바랍니다. 세션 도중 PC가 ◼◼◼를 얻을 때마다 그만큼 KPC의 ◼◼◼를 차감합니다.
이는 엔딩 분기에 큰 영향이 있으므로 개변이 불가능한 연출적 요소입니다.
그 외로는 PC의 설정에 맞추어 일부 개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더 즐거운 몰입을 하실 수 있습니다.
Tip 1. KPC가 PC를 향해 가진 감정은 호의와 애정을 품고 있어야 합니다. 이는 피조물에 대한 집착일지도 모르고. 생전 처음으로 가져본 소유로 인한 갈망일지도 모릅니다. 자연스레 물든 사랑일 수도 있을 거예요. 단조롭지 않으며 복합적일수록 더욱 즐기실 수 있습니다.
Tip 2. KPC는 PC가 게임 속 인물임을 자각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또한, PC도 KPC가 게임 속 인물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PC는 그저 이 세상이 게임 속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신은 평범한 인물이라는 것을 직감하였을 뿐입니다. 진상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모브로 살았을 적의 기억까지도. 이를 기억하시고 RP를 하시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Tip 3. 진상과 ◼◼◼ 기능치를 제외한 모든 전제는 자유로운 개변이 가능합니다. 당신의 엔딩을 만들어주세요. PC의 설정을 수호자가 숙지할 수록 더 즐거운 세션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KPC의 기억 : 게임 속에서 반복한 시간 + PC와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플레이어 미접속 시간 + 현재까지의 삶.
PC의 기억 : 현재까지의 삶.
PC의 기억은 온전하지 않습니다. 엑스트라로서 주인공이 돌아오자 다시 게임의 시작 지점으로 돌아왔으니까요. 그렇기에 PC에게 KPC는 옆자리에 앉은 공략 캐릭터이자 같은 반의 동급생. 처음 만날 때부터 지금까지, 1년 내내 친절한 친구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맞습니다.
* KP 정보는 앞에 *을 적어서 회색 글씨로 표시합니다. 참고해주십시오.
추천 BGM : https://youtu.be/Hm587hwUQmw (악토버(OCTOBER) - 벚꽃)
Chapter 1. 봄이 돌아오는 날.
무언가 으깨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멘트와 비교적 무른 형체가 부딪쳐서 짓뭉개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차에 들이박는 걸 가정할까요. 분명 그것은 쓸데없는 행위일 겁니다.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 두 팔을 허우적거리고. 살려달라고 애원을 뱉었던가요. 추락. 그리고 이어지는 3초. 맞아요. 딱 3초가 지났어요······. 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지금쯤이면 수줍게 두 뺨을 붉혀야 했을 주인공은 저 밑바닥에 있습니다. 그래요. 주인공이 죽어버렸어요.
지금 이 세상의 장르는 로맨스가 아니었나요. 사랑으로 시작하며 엔딩이 떨어지는 세상이 아니었습니까. 그 사이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땅이요. 분명 그랬을 텐데. 전제가 사라졌습니다. 시작하기는 커녕 회색 길 위로 붉은 핏물이 번져갈 거예요.
범인이 눈앞에 있습니다.
"PC."
KPC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야말로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된 것이 매우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세상이 골라내고 또 골라낸 존재라는 것이 합당할 만큼. 언제나처럼, 여전히 아름다운 채······.
"이번 방학에는 뭘 하고 싶어?"
사랑을 시작했어야 할 대상을 난간 밖으로 밀어버렸는데도. 그것을 들켜버렸는데도. 담담한 어조로 말합니다.
심리학 판정 성공 시 ➤ 평정심을 가장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저 난간 밑으로 사람이 떨어졌습니다. 어쩌면 사랑을 이루어내었을지도 모르는 대상이. 운명의 짝이 죽어버렸는데도. 어떤 가치도 두지 않듯이 KPC는 오직 당신을 바라보고 있어요. 보세요. 심지어 발끝조차 이쪽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치의 미련도 없군요. 숨기지 않는 감정이란 대개 사소한 동작만으로도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 상승+1D10
심리학 판정 실패 시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명확한 것을 읽어내기엔 상황으로 인한 아연함이 컸던 걸까요. 단 한가지 사실만이 틀어박힙니다. KPC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상승+1D5
* KPC에게 실제로 주인공은 아무 가치도 없습니다. 여태껏 이 세상에서 유희를 즐겨온 대상이면서. 동시에 완전히 화면 너머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대상이니까요. 사실, 이미 충분히 분노를 했지요. 그러나 소통 없는 분노를 지속하는 것이 감정적 손해임을 KPC는 압니다. 지금은 그저 완전한 무관심이라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KPC가 선택지 없는 감정을 내어준 대상은 오직 PC입니다.
이건 정상이 아닙니다. 애초에 이건 연애를 위한 게임이라고요. 마침내 사랑을 이루어서 가장 행복해질 수 있었을 텐데. 평범하였던 당신의 삶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위험.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마저도 한없이 매력적인 당신의 친구는 한없이 위험합니다. 손바닥에 땀이 차오르는 불안으로 SANc 0/1.
* RP를 진행해주세요. 하단은 예시입니다.
➤ 왜 그/그녀를 죽인 거야?
KPC는 PC가 이 게임의 엑스트라임을 자각하게 되었다는 것을 모릅니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방해된다는 말은 할 수 없어요. 시스템 주도권도 한계에 도달하였는데 위태로운 상황을 더 연출하는 것은 어리석잖아요. 어차피 이 세상은 6일 후면 정지하게 될 것입니다.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그러니 PC로는 이해할 수 없는 느긋한 답을 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냥 그러고 싶었어. 사소한 다툼 끝에 벌어진 상황이야. 네가 본 것처럼.
➤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아?
응. 전혀. 너는 놀라울 테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마음속에서 무언가 쿡쿡 찌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해도. 그건 저 녀석이 아닐 거야······. PC. 날 무서워하지 마. 나는 네 친구야. 언제나 교실에서, 네 옆자리에 앉아있던 친구.
➤ 널 어떻게 무서워하지 말라는 거야.
나는 너를 해치지 않을 테니까.
➤ KPC는 그/그녀가 싫었어?
싫었어. 무척이나.
옥상 밑에서는 비명이 울립니다. 날카로운 소리가 담담한 대화 사이의 공백을 찢어버렸어요. 교실의 창문마다 고개를 내밀었는지 웅성거립니다. 운동장에 전교생이 나와 조례를 서기라도 하는 것처럼. 딱 그만큼 소란스럽습니다. 아연함을 느낄 법도 한데. 범인임을 자백한 KPC는 오히려 한 걸음을 다가옵니다. 두 걸음을 다가왔고, 세 걸음을 다가왔을 거예요. 신발과 신발 사이에 한 뼘을 남겨둔 채로 호흡합니다.
"그래서, 날 밀어낼 거야?"
더없이 천진하게, 끝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듯이. 발목을 잡고 이성을 끌어내듯이······. KPC는 속삭입니다. 마치 당신이 이 세상의 중심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차피 내일은 방학식이야. PC."
아주 비밀스러운 무언가를 말하듯이. 예정된 사실을 말하더니.
"나랑 도망갈래?"
발칙하게도, 불온하게도. 이런 제안을 꺼내는 것입니다. 단언컨대 이 세상에서 한 손에 꼽힐 정도로 매력적이고, 아름답다고 인정받은 대상이······. 다름 아닌 당신에게. 어떻게 하겠어요. PC. 어쩌면 경찰을 부르는 게 당연할 겁니다. 지금 이 자리에 학생을 밀어 버린 사람이 있다고. 다음으로는 주인공이 병원에서 깨어난다는 극적인 상황을 기대하고. 다른 공략 캐릭터와 문병 데이트를 하고. 그 사이에 당신은 다시 평범하게 지내는 거예요. 하지만, 하지만. 이런 충동도 일지 않습니까?
이탈해보고 싶다. 정해진 레일에서 빗나간 듯 달려보고 싶다. 언제나 교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동급생에게 느낄 생각은 아니었고. 살인자로부터 얻을 충동은 더더욱 아닐 테지만.
PC.
수락했나요?
KPC의 눈을 바라보면서요.
관찰 판정 성공 시 ➤ KPC가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군요. 무척 기쁜 것 같습니다. 정말 뜻밖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눈동자에 들어찬 다정이 만일 물이었다면. 당신은 진작 물에 잠겼을지도 몰라요. 이곳이 옥상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 상승+1D10
관찰 판정 실패 시 ➤ 어떤 심정으로 당신의 대답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KPC가 웃고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아주 부드러운 웃음으로. ◼◼◼ 상승+1D5
* KPC는 PC의 설정 요소를 채웠습니다. 집과 가족의 구성원 수. 주말에는 외식을 몇 번 하고. 휴양지는 어디를 좋아하는지. 생활에 필요한 그런 것들만. 인성이나 선택지 따위를 스스로 만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PC가 자율적으로 자신을 선택하였다는 상황에, 기쁨을 느낍니다.
추천 BGM : https://youtu.be/yOTYf7a8XBY (세레노 - 목설화)
더 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는 걸까요. KPC는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계단으로 이끄는 걸음은 거의 경쾌하기까지 합니다.
가방을 가지러 가야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미뤄둡시다. 어차피 일주일조차 아닌 시간이잖아요. 무조건 필요한 건 아닙니다. KPC도 교실까지 돌아갈 생각은 없는지 말합니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나는 내내 유쾌한 기색으로 말했어요.
"학교 밖으로 나가자. 어차피 내일은 방학식이잖아."
"경찰은 바로 알아내기도 어려울걸. 그러니 개학할 때까지 내내 널 성가시게 할 거야."
"방학에는 뭘 하고 싶어? 나는 놀이동산도 가고 싶다. 맞아. 너 책 좋아하잖아. 북카페도 같이 가보고 싶어." (* 두 번째 날에 가는 북카페는 KPC가 설정을 채워넣기 전부터 PC가 도서관으로 자주 향하였기에. PC가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정한 곳입니다. 개변 과정에서 장소를 아예 바꾸는 것도 추천합니다.)
두 사람의 발소리가 복도를 울립니다. 보폭은 서두르지도 않고. 머뭇거리지도 않습니다. 경쾌한 걸음입니다. 누군가 본다면 여유롭게 하교를 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마주 잡은 손이 따뜻합니다. 정말 이 손으로 누군가에게 해를 끼쳤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때 KPC가 바로 옆의 미닫이 문을 열더니 당신을 끌어당깁니다.
비어있는 교실. 체육 수업을 하러 나갔는지 자리마다 교복이 놓여있네요. KPC는 바로 등 뒤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그리고서는 검지를 입술 앞에 대어서는 말했어요. "쉿."
가까운 거리. 금방이라도 숨이 스칠 듯한 거리에서 KPC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바닥을 구르고 있는 분필. 커튼에서의 먼지 냄새. 열린 창문 너머로 밀려드는 꽃잎.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인 광경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봅니다. 그 와중에 복도에서는 이변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네요. 아무래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듣기 판정 성공 시 ➤ "학생이 죽었다면서. 하필이면 이게 무슨 일이람. 자살인가?" "그건 아닐 거야. 그 녀석이 자살을 할 리 없지. 그게 당연하잖아." "어. 그렇지. 그게 당연하기는 하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리 없다고요. 누군가를 향한 믿음이라기엔 단정적인 어조입니다. 심지어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는 사람입니다. PC. 매번 지루한 공식을 읊어주던 수학 교사와 유쾌한 농담을 즐기던 문학 교사의 목소리는 기억할 거예요. 그들이 저런 말을 할 법한 사람이던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화입니다.
듣기 판정 실패 시 ➤ "······죽었다면서. 하필이면······. 자살인가?" "그건 ······그 녀석이······ 없지. 그게 당연······." "·····그렇지. ······하기는 하지."
창밖으로 웅성거리던 소리가 넘어온 탓일까요. 대화의 일부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귀를 재차 기울이기도 전에 그들은 순식간에 멀어집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던 걸까요. 그래도 하나만큼은 분명합니다. 시체가 교내의 화제가 된 것은.
* 게임 진행을 위한 주인공이 비정상적인 루트로 죽어버린 상황입니다. 평범한 NPC는 주인공의 죽음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게임, 즉 세상이 비틀린 상황이므로 적합한 개연성을 이미 잃어버렸지요. 그래서 NPC는 `슬픔`보다 `의아함`이 더 큽니다. 본능적으로. 다른 감정을 품은 건 오직 두 존재뿐이에요. KPC와 PC. 두 사람이요. 그 상황은 KPC도 처음 겪는 것이기에 만일 PC가 KPC를 본다면 웃고 있다고 해주세요. 판정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숨기지 않을 테니까요.
비어있는 교실.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 상황적으로만 본다면 더할나위없는 청춘의 한 페이지인데도 상황은 이리도 다르군요. 창문 밖으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뒤늦게 확인한 학생들도 있었는지 비명이 반복됩니다. 체육 시간이 끝나서 이제 본 거라면 어느새 쉬는 시간의 종을 쳤을까요. 정신이 없는 겨를에 듣지 못했을 거예요. 혹은, 얼굴이 가까웠던 순간에. 머릿속에 울리는 종소리라고 스스로 착각을 했던가.
어찌되었든 KPC는 말합니다. "돌아갈까?" 하긴, 이대로 여기에 머무를수도 없죠. 곧 학생들이 들어설 곳이니까요.
당신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KPC는 등 뒤의 문을 엽니다. 부드럽게 당신의 손을 잡아서 이끌었어요. 먼저 한 걸음을 앞서 걷는 걸 보면 KPC는 하교길의 경로를 다 정해두었나봅니다. 교문을 통과하는 게 아니라. 건물 뒤편의 후문을 향하는 걸까요?
* 학교를 빠져나가는 사이. 개변 과정에서 위기를 한 번 정도 더 추가하는 것도 재미있을듯 합니다. 이를테면 모퉁이를 지나다가 손가락이 베인 탓에 양호실로 가고. 커튼 뒤로 몸을 숨겼다든가. 미술실의 캐비넷에 같이 들어가서 몸을 숨겼다든가. 주인공이 공략캐와 누릴 법한 로맨스적인 사건을 누려주세요.
RP 구간입니다. 하교를 하는 사이 대화를 나누어주세요.
등 뒤로는 사람이 죽었다는 혼란이 떠나지 않을 거예요. 모든 것에서 유리되기라도 한듯 KPC는 정작 들뜬 걸음을 이어갑니다. 후문을 완전히 지나고서 골목에 들어선 지금마저도. 공략 캐릭터이지 않습니까. 히로인이요. 주인공은 가장 완벽한 짝이 되어줄 수 있었을 겁니다. 세상에 선택받은 만큼의 풍요를 누리면서요. 물론, KPC에 비해 부족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보통 주인공의 특징이 아닌가요. 그러니 스스로 운명을 잘라내 버린 것이나 다름없을 텐데.
PC. KPC가 어떻게 보이고 있나요?
관찰 판정 성공 시 ➤ 그 순간, KPC는 당신의 손을 놓더니 한 걸음을 더 나아갑니다. 사방으로 벚꽃이 일렁입니다. 떨어져내리는 꽃잎마저도 마치 이 순간을 치장하는 듯 했어요. 분명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너무나도 짧은 찰나의 봄. 마치 옥상에 있을 때처럼 다른 것을 바라보지 않았어요. 고개를 돌리더니 오직 당신을 바라봅니다. 저 매력적인 웃음이 그저 묵인하기 위한 동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오히려 마음이 복잡할지도 모릅니다. PC. 사실 언제나 KPC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입학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 상승+1D10
관찰 판정 실패 시 ➤ 그 순간, KPC는 당신의 손을 놓더니 한 걸음을 더 나아갑니다. 사방으로 벚꽃이 일렁입니다. 그만 속눈썹에 새하얀 것이 걸립니다. 나풀거리는 꽃잎에 그만 시선을 빼앗겨버린 탓이지요. 작고 부드러운 것은 두 눈을 한 번 깜박이니 떠나갑니다.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은 KPC가 웃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없이 아름답게도. ◼◼◼ 상승+1D5
"PC. 여기가 네 집 아니야?"
"초록 지붕."
아, 그러고 보니. 벌써 도착했네요. 초록 지붕과 대문의 창살 너머로 보이는 잔디. 마당 한 구석에 심어진 노란 꽃. 어느덧 집에 도착했습니다. 입학했을 때부터 등교를 같이했으니까요. 길을 잘 알고 있을 만도 하죠. KPC는 한 손을 들어 흔들어주었습니다. 방학식에는 아예 가지 말자고 했던 게 진심이었던 걸까요. 태연스럽게도 말하네요.
* 노란 꽃은 복수초입니다. 영원한 행복과 함께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지요. 이것은 KPC의 PC를 향한 축복이자, KPC의 과거를 상징합니다. 이 꽃이 피어있는 집 안에서 앞으로 PC는 KPC의 지난 생을 꾸게 될 테니까요. <자연> 판정을 할 시 꽃 이름과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만을 알려주세요.
"내일 봐. PC."
KPC는 골목 끝으로 걸어갑니다. 우선, 당신도 집으로 들어가도록 할까요. 유난히 피곤할 겁니다. 온몸이 무거울 거예요. 한계까지 긴장하다가 막 풀어진 몸이었으니. 부풀어 오른 풍선의 바람이 빠져나가듯이 너덜거리기도 할 테고요.
당장 침대 위로 드러눕고 싶지 않나요. 가족이 정겨운 목소리로 저녁 식사를 권유하지만. 지금 더 급한 건 수면일 거예요. 된장찌개(*PC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해주세요.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부모님이라는 설정도 KPC가 채워 넣은 것입니다.)의 구수한 냄새가 좋아 보이지만. 어차피 내일도 먹을 수 있으니. 2층에 있는 당신의 방으로 올라갑시다. PC.
계단을 올라가면 화장실과 당신의 방이 있는 짧은 복도가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익숙한 방 안이네요. 침대와 책장을 비롯한 가구들. 일상에서 비롯되는 평온함이 있습니다. 그래요. 이제야 일상으로 되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지 않습니까. 똑같이 학교로 향했을 뿐인데도. 하교를 하였을 뿐인데도. 아마도 책가방을 두고 왔다는 이유만은 아닐 거예요.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주인공이 KPC의 손에 죽어버렸어요. 혹시나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옥상에서 떨어졌으니 크게 다쳤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이런 생각을 말한다고 해서 누가 이해할까요. 오히려 미쳤냐는 소리만 들을 게 뻔합니다. 아, 졸음이 밀려듭니다. 이대로 두 눈을 감고서 잠드는 건 어때요. 굳이 참지 않아도 좋아요. PC. 몹시 피곤했잖아요.
두 눈꺼풀을 내리깔았을 겁니다. 시선과 감정으로 인해 불규칙하던 호흡은 서서히 규칙을 되찾아갔을 거예요. 이만하면 숙면을 하고 있는 겁니다. 손발이 움직이지도 않고. 온몸을 푹신한 매트리스와 이불 위에 맡겨두고 있지요. 그러한 과정에서 어떠한 것이 보였을 겁니다.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몽상을 헤집어 내볼까요. 당신은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두 눈을 뜨고 나면 분명 까마득할 테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는 걸 보지 않을 수 있나요?
추천 BGM : https://youtu.be/hXorF2lKG7Q (세레노 - 나의 빛나는 별)
관찰 판정 성공 시 ➤ 아, 오늘 하루를 온통 너로 채웠는데. 꿈마저도 존재하는군요. KPC의 모습이 보입니다. 벚꽃이 떨어지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어깨 위로 새하얀 꽃잎이 떨어지는군요. 때마침 바람이 불자 비처럼 쏟아져내립니다. 그것이 몹시 어여쁘다는 사실과, 그 속에 있는 사람이 무척 어울렸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거예요. 때마침 KPC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듯 뒤돌아봅니다. "이제 온 거야? 같이 등교하자." 더없이 기쁜 얼굴로 말하는군요.
관찰 판정 실패 시 ➤ 떨어지는 벚꽃 아래에 누군가 있습니다. 그게 누구인가 싶어 한참을 바라보면 KPC라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나는 왜 한순간 너를 알아보지 못했을까요. 세상에 너와 같은 사람이 또 존재할 리가 없는데. 때마침 KPC가 뒤를 돌아봅니다. "이제 온 거야? 같이 등교하자." 더없이 기쁜 얼굴로 말하는군요.
저 말은 누구에게 전하는 걸까요. 고개를 돌리면 아마 그 사람이 있을 겁니다. 꿈이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면요. 보통 늦잠을 잘 때마다 저 말은 당신의 차지가 되었고. KPC가 언제나 즐거이 말해주었는데. 어째서인지 당신의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지능 판정 성공 시 ➤ 아, 그렇군요.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 웃음은 주인공이었던 그/그녀의 것이었군요. 그렇다면 이 꿈은 어쩌면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미래라는 걸까요.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분명 이상할 거예요.
지능 판정 실패 시 ➤ 떠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당신이 스스로 고개를 가로저은 것이에요. 굳이 꿈 속에서 골치를 앓을 일이 있나요. 하지만, 이 순간으로 인해 오히려 당신의 처지를 실감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엑스트라다운 태도를 보이고 있잖아요. PC.
아. 낯설고도 낯설지 않은 표정입니다. 대상이 다르지 않았다면 가장 익숙한 얼굴이었을 거예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PC. 당신은 KPC가 저렇게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잖아요······. 학교의 어느 사람보다 가장 가깝고,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 사이니까요. 우리는.
Chapter 2. 내가 모르는 너.
추천 BGM : https://youtu.be/tpPKk4tG4Ds (고희든 - 청명의 시간)
창문 너머로 빛이 스며듭니다. 그러고 보면 하도 피곤해서 교복조차 갈아입지 않았죠. 커튼을 쳐두었을 리가 없습니다. 이른 아침의 봄볕이 그대로 얼굴 위로 쏟아집니다. 아직 한기가 남아있는 계절이긴 하지만. 대놓고 손전등으로 빛을 쏘는듯한 느낌을 버틸 수 있을 리가요. 해가 중천에 떴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니. 슬슬 두 눈을 떠보는 건 어때요. PC.
당신은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 올립니다.
"좋은 아침."
이상하군요. 꿈에 아직도 잠겨있는 건가. 그러고 보면 어젯밤의 꿈에도 KPC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저런 얼굴이 어디 흔하겠나요. 두 눈을 뜨고 감아도 어른거릴만도 합니다. 자, 다시금 두 눈을 감았다가 떠봅시다. PC.
"아직 졸린 거야?"
아무래도 착각이 아닙니다. KPC는 당신의 침대 옆에 의자를 끌어와서는 앉아있어요. 만일 PC가 왜 네가 여기에 있냐고 묻는다면 너희 집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서 들어왔다고 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놀러 가자고 하면 될 거예요. 때마침 벌컥 문이 열립니다. 애정 어린 잔소리가 들려오네요. 아무리 친구끼리 사이가 좋아도 밥은 먹고 나가라고 하세요. 하긴, 그러고 보면 배가 고픕니다. 저녁 식사부터 쫄쫄 굶었으니까요. 이른 시간부터 온 KPC는 식사를 하였을까요?
RP 구간입니다. 정겨운 가족의 식사 자리에 KPC를 끼워서 밥을 먹어주세요. KPC는 자신이 입력하였던 설정 속에서 PC가 꽤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재확인합니다. 만일 이 사이에 <심리학> 기능을 PC가 사용한다면 기뻐 보이지만, 기쁨보다도 만족감이 더 어려있는 낯이라는 걸 알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직후 가벼운 준비를 마쳤다면 나란히 외출을 시작해주세요.
교복을 입고서 지나가는 학생들이 보이지만. KPC는 그곳에는 시선도 두지 않은 채 말했습니다. “오늘 가고 싶은 곳은 미리 정해뒀어.” 멋대로 혼자 정해버렸군요. “넌 책을 좋아하잖아. 북카페 어때?” 완전히 그렇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게 되었습니다. 배려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넘치는군요.
* 두 번째 날은 PC의 설정에 맞추어서 PC가 좋아하는 장소로 개변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곳에서 읽는다는 행위만 가능하면 되니까요.
봄바람이 한 줄기 둥글게 똬리를 틀듯 불어오네요. 발목을 둥글게 감아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손을 잡아오는 또 다른 손을 인지하지 못했을 거예요. 어차피 이렇게 되었으니 함께 가보는 건 어떨까요. 다름 아닌 그 KPC가 당신을 신경 써서 고른 장소라니. 나쁘게 들리지는 않잖아요.
물론 이럴 상황이 아니라는 자각은 있을 겁니다. 피해자를 염려해야만 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염려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KPC에게 무방비해지는지. 당신은 도무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을 거예요.
강제 아이디어 판정 성공 시 ➤ "가자. PC." KPC가 웃었습니다. 부드럽게 당신의 손을 끌며 웃었습니다. 꿈보다도 더 아름답지 않습니까. 저 낯을 보고 있으면 벼락같은 깨달음이 치밀고 말아요. 네가, 날 해치는 상황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주인공마저 태연히 난간에서 밀어버리는 너인데도. KPC에게 PC는 그저 같은 반의 친구에 불과한데도. ◼◼◼ 상승+1D10
강제 아이디어 판정 실패 시 ➤ "가자. PC." KPC가 웃었습니다. 부드러이 손을 감싸 쥔 채 웃었습니다. 따뜻하네요. 손바닥이 정말 따뜻했어요. 그 온기에 홀려 다른 것은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럴 만도 하죠. 아직 한기가 남아있는 봄입니다. 햇빝이 부드럽다고 한들 당신에게 가장 따뜻한 것은 이 손이잖아요. ◼◼◼ 상승+1D5
거리를 한참 걷노라면 KPC가 검지로 한쪽을 가리킵니다. 언제부터 저런 건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방이 조용한 골목 안에 2층으로 된 북카페가 보입니다. 주택가 사이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무 문에 붙어있던 종이 작게 울립니다. 딸랑. 카운터 쪽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어서 오세요.”
주변을 바라보면 푹신한 소파와 테이블이 보입니다. 나열되어있는 저 끝에서는 책장이 보여요. 도서관보다는 적을 테지만 이만하면 충분한 양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음료를 마시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에 적격이로군요. KPC는 말합니다. “혹시 마시고 싶은 거 있어? 먼저 책 읽고 있어도 돼.” 마시고 싶은 걸 부탁해볼까요?
당신으로부터 취향을 들은 KPC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 독특한 취향을 뱉어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당연히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이제 자리를 잡아야겠죠. KPC가 음료를 주문하는 사이 적당한 책을 골라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자료 조사> 판정으로 알려주세요. 책장 사이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제목이 몇 개 있습니다. [뫼비우스와 영원의 상관 관계/ 사랑에 관하여 / 장◼◼ ◼◼의 임◼◼]이라. 어떤 것부터 읽는 게 좋을까요.
PC가 읽는다면 아래 핸드아웃을 전송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뫼비우스와 영원의 상관 관계
좁고 긴 직사각형 종이를 꼬아서 끝을 붙인 면과 동일한 위상기하학적 성질을 가지는 곡면이다. 안쪽과 바깥쪽의 구분이 없다. 얼핏 보면 끝나지 않는 듯 보인다고 하여 영원의 상징으로 주로 여겨진다. 일부는 잘못된 상징성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게 보인다는 점이다. 손가락으로 쥔 부분에서부터 맞닿은 채 쭉 밀어보았을 때. 결국 되돌아온다. 이를 영원이라 보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다른 길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찢어내야만 한다는 것까지도. 필자는 뫼비우스의 띠가 영원의 상징으로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 특정 엔딩에 대한 떡밥입니다. 어쩌면 KPC는 자신이 바라는 결말을 PC에게 알려주고자 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사랑에 관하여
사랑. 세상에 이보다도 복잡한 감정을 하나로 축약한 말이 있을까. 어째서 사랑은 사랑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수많은 가설이 있으나 한 가지의 설이 유력하다. '살다[生]'라는 글자와 접미사 '-앙'이 결합되었다는 말. 그렇다면 사람은 곧 삶이라 할 수 있다. 살아가기에 할 수 있는 것이 곧 사랑이라 해석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음절을 풀이하니 더욱 낭만적인 글자가 된다. 놀랍게도! 그리하여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삶을 살아가는 오늘, 행복한가?
* KPC가 자의식을 갖고서 살아가게 된 것은 진실을 알게 된 이후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PC를 사랑하게 되었죠. 사랑이란 곧 살아있기에 나눌 수 있는 감정임을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유희 거리로 농락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요.
추천 BGM : https://youtu.be/92HtJHxosWg (Gershwin-Summertime)
장◼◼ ◼◼의 임◼◼
밤마다 아이가 ◼◼리에 들 때면 장◼감 상자에서는 은밀한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기차는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가만히 누워있던 ◼◼◼ 모형은 춤을 추지요. 앞발이 부◼진 공룡은 손뼉을 치려고 기우뚱거립니다. 자그마한 고◼◼ 인형은 통통한 꼬리를 흔들었고. 그 옆에서 플라스틱 강아지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꼬리가 흔들리는 것을 주시합니다. 상자 밖의 ◼◼등을 켤 수는 없지만 괜찮아요. ◼◼의 집에는 조그마한 건◼◼가 붙어있으니까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반짝거리는 불빛이 아◼◼겨집니다. 가장 푹신한 담요의 위에서는 ◼◼◼이 앉아있어요. 모든 ◼◼이 그 자리에 놓◼◼는 걸 인정하였지요. 아이가 가장 아끼는 ◼◼은 참 예뻤습니다. 목에는 분홍색 리본이 묶여있었고. 부드러운 털은 ◼◼기만 해도 포근해졌으니까요. 장난감 왕국의 ◼◼님이 된 것은 당연하였어요! 오늘 밤도 축제가 열립니다. 자, 임금님이 말을 하네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 ◼◼◼◼◼ ◼◼ ◼◼."
이상하지 않나요. 유독 이 책만 이상합니다. 페이지를 읽으려고 해도 글자가 깨져있어요. 책을 덮었다가 펼치고. 눈살을 괜히 찡그려보아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겁니다. <자료 조사> 판정을 성공하더라도 소용은 없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데이터 파일이 깨진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이 세상이 게임이라는 걸 알고 있기는 했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의 허탈감이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때 나무 쟁반 위로 유리잔 두 개를 올린 채로 KPC가 다가옵니다. "뭘 그렇게 열심히 읽고 있어?"
KPC에게 보여준다. ➤ 보여준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이 있겠습니까. 애당초 이 상황을 KPC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게 분명한데요. 음료가 들어있는 잔을 한 손으로 든 채 당신은 그 질문에 행동으로 답하였습니다. 책의 페이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던 것이죠. 깜박. 두 눈을 깜박입니다. "책의 어디가 이상하다는 거야?"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는 듯한 태도입니다. 다시 한번 페이지를 볼까요.
시크릿 다이스로 ◼◼◼ 기능을 성공할 때까지 판정한 뒤, 아래 핸드아웃을 전송합니다.
장난감 왕국의 임금님
밤마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 때면 장난감 상자에서는 은밀한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기차는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가만히 누워있던 조랑말 모형은 춤을 추지요. 앞발이 부러진 공룡은 손뼉을 치려고 기우뚱거립니다. 자그마한 고양이 인형은 통통한 꼬리를 흔들었고. 그 옆에서 플라스틱 강아지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꼬리가 흔들리는 것을 주시합니다. 상자 밖의 형광등을 켤 수는 없지만 괜찮아요. 인형의 집에는 조그마한 건전지가 붙어있으니까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반짝거리는 불빛이 아로새겨집니다. 가장 푹신한 담요의 위에서는 곰 인형이 앉아있어요. 모든 인형이 그 자리에 놓여있는 걸 인정하였지요. 아이가 가장 아끼는 인형은 참 예뻤습니다. 목에는 분홍색 리본이 묶여있었고. 부드러운 털은 만지기만 해도 포근해졌으니까요. 장난감 왕국의 임금님이 된 것은 당연하였어요! 오늘 밤도 축제가 열립니다. 자, 임금님이 말을 하네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모두 사라진다면 좋을 텐데."
* KPC는 자신의 시스템 구현에 실수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수습하였습니다. 사실, 이 책은 특별한 버그로 인해 PC가 KPC의 과거를 본 것이에요. 가장 아끼는 장난감. 언제든 질려 버려지고 사랑도 다시 시작하면 잊어버리는 게 원칙이었던 처지를 드러내었습니다. KPC가 책을 빼앗지 않은 이유는 그저 내용을 읽지 않았을 뿐이고요.
분명 일그러진 글자였을 텐데. 단단해진 형체는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종이 위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부드러운 표지의 동화책과 같지만 내용은 건조합니다. 이런 걸 읽고서 아이들이 얻을 교훈이 있을까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처음입니다. 어쩌면 이것도 주인공이 사라진 세상이라 그런 걸까요? ◼◼◼ 상승+1D10
KPC는 관심을 잃은 듯 음료를 마셨을 뿐이지요. 쪼록. 빨대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삼켜냅니다. 정말 이 북카페는 당신을 위해 찾았을 뿐인 것 같아요.
KPC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 보여준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겁니다. 옥상에 사람을 태연히 밀어버린 KPC에게 글자가 이상하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도. 조금 민망할지도 몰라요.
KPC는 음료가 들어있는 잔 하나를 당신의 앞에 놓았고. 다른 하나를 손으로 주고서 빨대를 물었습니다. 쟁반을 한쪽 구석에 놓아두고서 다리를 꼬고 앉은 모양새는 참 객관적으로 보기 좋습니다만. 전혀 북카페를 찾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 외양입니다. 책장에 한 번도 시선을 두지 않았으니까요. 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신간도 더러 있지만 들여다보지 않네요.
BGM : https://youtu.be/mvpg0cQg29M (Shizuko Mori - Sunny)
RP 시간입니다. 북카페 안에서 대화를 나누어주세요. 특히 들어가야만 하는 대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 본 시나리오는 PC가 본래 오후 4시면 도서실로 가고, 오후 6시면 하교하고, 그 이후로는 정보가 없는 단순한 모브인 시절이 있었다는 전제로 서술합니다. PC에게 다른 설정값을 주고 싶다면 모브 시절의 이동 장소와 chapter 2의 데이트 장소를 개변하여 아래 대화를 응용해주세요. (EX. 오후 세 시면 야구부, chapter 2에 배팅 연습장.)
➤ 왜 여기로 오자고 한 거야?
네가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까.
➤ 내가 네 앞에서 이걸 좋아한다는 티를 냈던가?
아니. 너는 내 앞에서 티를 낸 적은 없어. 오히려 항상 내가 볼 수 없을 때 좋아하는 것 같았지. 그래서 궁금했던 거야. 네가 내 앞에서 좋아하는 것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 그래서, 지금은 어떤 기분이 들어. KPC.
만족해. PC. 한 번으로 충분하지만.
* PC가 도서실로 향하는 시간이면 KPC는 항상 주인공의 곁에 있어야만 했습니다. 사건에 휘말리거나. 음모에 시달리거나. 구하거나. 구해지거나. 고백받거나. 버림을 받거나. 그래서 PC가 무엇을 하는지는 항상 볼 수 없었죠. 주인공이 접속 중단을 하기 전. KPC가 PC의 설정을 입력하기 전, 사랑하기 전······. KPC는 PC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대로 좋아하는 모습을.
문득 KPC가 시계를 바라봅니다. 어느덧 오후가 다 지나버렸네요. 벌써 저녁이 다 되었습니다. 아직 날이 차서 그런지. 해가 빨리 떨어지네요. 그것을 아쉽다는 듯 바라보던 KPC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이제 나갈까?"
아르바이트생의 인사를 뒤로 하고서 카페를 나오면 저 멀리 저물어가는 해가 보입니다. 여기에서 집으로 바래다줄 수도 있고. 여기에서 인사를 나눌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KP의 재량으로 진행해주십시오. 이곳이 다시 PC의 집 앞이든. 거리 한복판이든. 사실 크게 상관은 없을 거예요.
KPC는 PC를 바라보며 인사합니다. "내일 또 보자."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그저 같은 반의 친구와 조용히 지냈을 뿐이에요. 책이 조금은 이상했고. 친구는 제정신으로 저지를 수 없는 짓을 벌였지만. 겉으로만 본다면 이보다 더 평화로운 날이 있을까요. 담장 너머에서 돋아난 나무에서 꽃잎이 떨어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그 새하얀 것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봄. 그야말로 봄이었습니다. 봄의 한복판을 걷고 있습니다. 사방이 적막한 것은 다들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라 그런 걸까요. 아니면 중요한 것이 사라져버린 세상이라 그런 걸까요?
오늘도 저녁 식사는 건너 뛰도록 합시다. 입맛이 없네요. 어쩌면 음료를 마시지 않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침대 위로 쓰러지듯 드러누우니 노곤하기만 합니다. 순식간에 잠에 빠져든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베개 위로 머리를 파묻고서 눈을 감아봅시다.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방학식입니다. 푹 자버려도 상관은 없을 테니까요······.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요. 어쩌면 새벽이 다 지나가 버렸을지도 몰라요. 꿈결을 헤매며 뒤척이고 있을 무렵.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듣기 판정 성공 시 ➤ 소리. 그것을 소리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명백한 울음이지 않습니까. 서러움이 뚝뚝 묻어나서 음절 위에 덧발린 것처럼 들립니다. 방향을 따라 걸어볼까요. 어차피 이것은 꿈이지 않습니까. 저 소리가 서글프게 들려오더라도 굳이 공감할 필요는 없어요. 꿈이니까요.
듣기 판정 실패 시 ➤ 일그러진 소리가 들려옵니다. 악을 쓰는 것 같기도 하고. 애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평범한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높낮이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방향을 따라 걸어볼까요. 어차피 이것은 꿈이지 않습니까. 저 소리가 성가시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스스로 깨어날 수도 없고 말이죠.
걸음을 옮깁니다. 몸은 침대 위에 누워있을 테지만 정신만큼은 발길을 따라 옮겨갑니다. 저 너머에서 장면이 보이네요. 봄입니다. 등교하는 학생들과 떨어지는 벚꽃. 흐드러지게 피어난 것은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떨어집니다. 팔랑. 팔랑. 끝없이······.
추천 BGM - https://youtu.be/wRcv2XWhKik (316-말라버린 꽃이 다시 피지 않듯이.)
듣기 판정 성공 시 ➤ 저 너머에 누군가 있습니다. 나란히 등교하던 두 사람의 기로를 가로막았어요. 한 사람의 팔을 움켜쥐더니 외칩니다. "아니잖아." "분명 어제는 겨울이었고, 우리는 끝까지 행복하겠다고 했잖아. 네가 내게 말했잖아." "변하지 않을 거라고 네가 고개를 끄덕였잖아."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걸어갑니다. 소란이 일어나는데도 모두 즐거운 아침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고 있어요. 아무도 더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팔이 붙잡힌 사람도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내쳐버립니다. 반대 손을 애초에 잡고 있었던 대상과 나란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군요. 따뜻한 봄. 다정한 봄. 그야말로 로맨스의 시작이 아닙니까. KPC만을 제외한 로맨스. ◼◼◼ 상승+1D15
듣기 판정 실패 시 ➤ 저 너머에 누군가 있습니다. 나란히 등교하던 두 사람의 기로를 가로막았어요. 무작정 외치는 걸까요. 먼 곳에서부터 소리가 들립니다. "아◼◼아." "분명 어제는 겨◼◼었고, 우리는 끝까지 ◼◼하겠다고 했잖아. 네가 내게 말◼◼아." "변하지 않을 ◼◼고 네가 고개를 끄◼◼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붙잡힌 채 말을 들어주던 대상도 마저 갈 길을 떠납니다. 모든 학생들이 교실로 향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을 옮깁니다. 인파가 많아 모든 광경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어요. ◼◼◼ 상승+1D10
* KPC의 과거입니다. 노덴스로부터 진실을 알게 된 후, 주인공이 다른 공략 캐릭터와 챕터를 시작했을 무렵. 부정하기 위해 봄으로 돌아온 직후 달려갔던 거예요. 결과는 절망이었습니다. 제 감정은 진짜가 아니었고. 행복도 진짜가 아니었고. 그저 화면 너머 누군가의 유희에 불과했다는 걸 확인했으니까요.
아, 이건 분명 이상한 꿈입니다. 어떤 시선도 받지 못하는 KPC가 등굣길 한복판에서 주저앉는 모습이라니. 문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순이잖아요.
분명 이런 걸 보고 싶어서 눈을 감은 게 아니었을 텐데.
Chapter 3. 꿈은 끝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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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꾸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로맨스의 시작. 사방으로 분홍색이 날아다닐 것 같은 세상. 벚꽃잎이 떠돌아다니고. 올해 봄에 저런 적이 있었나요. 없었을 겁니다. 분명 없었을 거예요. KPC는 그때도 등교를 하다가 말을 걸어오고는 했습니다. 좋은 아침. 두 사람은 교실까지 나란히 걸어갔지요. 타박타박. 나란히 걷던 길을 잊을 리 없습니다. 그건, 겨우 며칠 전이었으니까요. 심지어 KPC는 주인공을 죽여버렸습니다.
어째서 일어날 수 없는 일 따위를 꾸었을까요. 괜히 기분만 찝찝해집니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지 않나요?
듣기 판정 성공 시 ➤ 초인종 소리가 울립니다. 누군가 방문한 걸까요.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걸 보면 부모님은 아무래도 자리를 비우신 것 같습니다. 잠시 외출을 하신 모영이군요. 당신이 나가는 수 밖에 없겠어요.
듣기 판정 실패 시 ➤ 무슨 소리지. 희미하게 들려서 분간이 어렵다고 생각하던 찰나. 다시금 소리가 울립니다. 아, 초인종 소리로군요.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른 아침에 무슨 일인지. 부모님은 외출을 하신 것 같으니 당신이 나가는 수 밖에 없겠군요.
현관의 문고리를 잡아 돌립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어요. 그게 누구인지 파악할 시간보다 옷차림에 더 먼저 시선이 갔을 겁니다. 애초에 저런 옷을 입는 건 경찰 외로는 없잖아요. 경찰이 왜 여기에 온 거죠.
경찰은 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개연성을 위해서 이 세상이 투입하였을 뿐.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지요. “피해자와 같은 학교인 학생들의 집을 방문하고 있는데. 피해자는 평소 어떤 학생이었니.” “어제는 혹시 뭘 했니.” 이런 형식적인 질문과 답을 나누어주세요. 대인 기능을 사용하여 보다 치열하게 대화를 나누어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질문과 대답이 오갈 무렵.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목소리가 울립니다. “얘는 걔랑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고개를 돌려보면 그곳에는 KPC가 있습니다. 경찰은 똑같은 질문을 던지지만 아무 흐트러짐도 없이 대답하네요. “저 역시 걔랑 아무 사이도 아니죠.”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기엔 어폐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큰 모순이 있지요. 어떻게 하겠어요. PC. 당신만이 알고 있는 오류를 발언할까요. 혹은 동조하겠어요. 침묵을 선택해도 결국 동조나 다름없을 겁니다. 이 세상에는 방조죄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요.
* <심리학> 기능을 KPC에게 사용한다면 진실을 말하는 태도라고 말해주세요. KPC에게 저 말은 단 하나의 거짓도 없습니다.
경찰에게 자백한다. ➤ ENDING 1로 이동합니다.
경찰에게 침묵한다. or 경찰에게 변명한다. ➤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건가요. 보편적인 시민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이 순간에 해야 할 행동은 정해져 있습니다. 아주 모범적으로 말하는 거예요. 게임 속 세상이라 하더라도 당신의 삶은 평범하지 않았습니까. 텔레비전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범죄자가 있고. 그들을 잡는 건 바로 경찰입니다. 시민으로서 성실히 답변할 의무가 있을 텐데. 정작 다른 행동을 하고 있어요. 도대체 무슨 이유로. PC. 당신은 그 이유를 실감할 수 있습니까. 알겠다는 듯 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돌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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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KPC는 아주 조용히 당신의 손을 잡고 있어요.
“오늘은 너희 집에 있어도 돼?”
저 권유를 거절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경찰마저도 돌려보냈잖아요. 허락을 기다리는 KPC에게 돌려줄 말은 정해졌을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이다음으로 RP 타임이 이어집니다. 집 안에서 대화를 나누어주세요. 적절히 집 데이트를 이어가 주시면 되겠습니다.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본다거나. 발이 엉켜서 그만 덮치듯이 넘어지는 꼴이 되거나. 정말 완벽한 로맨스라도 되듯이.
어느덧 발치를 보니 그림자가 짙게 물들어있습니다. 발등 위로 까만 그림자가 늘어지는 걸 보고서 창문을 보면요. 어두컴컴한 밤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오늘따라 유독 귀가가 늦어지시고. 단둘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지나갔어요. 마치 화살 끝에 매달기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이런 시간에 KPC를 혼자 내보내기도 마음에 걸리지 않습니까. 그걸 잘 알고 있기라도 할까요. KPC가 애교스럽게 말해옵니다. “자고 가도 돼?” 불건전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나 봅니다. “네 방에 있는 소파에서 자도 돼.” 덧붙이는 말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지능 판정 성공 시 ➤ 그런데, 방에 소파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나요?
지능 판정 실패 시 ➤ 무언가 의문이 떠오르는 것도 같았지만 착각인 것 같습니다.
* 판정 성공 후 질문한다면 네가 말한 적이 있다고 해주세요. <심리학> 판정을 요구해도 사실을 말하는 태도라고 해주시면 됩니다. 사실이니까요. 사라진 기억 속에서 KPC가 채워 넣은 설정값을 말해주었던 시간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이랬다고 말해주었던 아주 평범한 시간이.
언제나 홀로 잠을 청하던 방이었는데. 오늘은 한 사람이 아닌 둘이 되었습니다. KPC는 천연덕스럽게 소파 위를 차지하고서는 말했어요. “좋은 꿈 꿔. PC.”
멋대로 남의 집을 차지하고. 뻔뻔스럽게 굴고.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했는데. 완전히 미워할 수 없는 걸 보면 어쩌면 지금이 꿈인 건 아닐까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만. 발바닥 밑으로 바닥을 딛고 서 있는 감각을 되새겨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자, 이제 잠을 청하도록 합시다. 피로가 밀려들지 않나요. 온종일 KPC에게 휘둘렸기도 하고. 기운도 많이 빠졌을 텐데. 금방이라도 베개 위로 뒷머리를 대고 싶을 거예요.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PC.
침대 위에서 몇 번이고 몸을 뒤척였나요. 같은 방 안에서 들리는 숨소리에 잠을 설치기라도 했나요. 그러다가도 순식간에 잠에 빠지고 말았을 겁니다. 눈꺼풀을 닫음으로써 새까만 배경을 보았을 거고. 꺼멓기만 한 시야 틈에서 서서히 빛이 돌아왔을 거예요. 두 눈을 뜬 게 아닙니다. 이게 바로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요. 듣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풍경이 들이닥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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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옥상입니다. 햇빛은 유독 따뜻하고, 하늘은 푸르디푸르고. 운동장에서는 축구를 하는 남학생들의 외침이 들리는 시간이었어요. 그 속에서 한 사람은 크게 언성을 내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을 향해서 분노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을 향해서요.
관찰 판정 성공 시 ➤ 소리를 치는 건 KPC입니다. 노성을 지르거나 이성을 잃어버리는 모습이라니. 이런 걸 상상해본 적도 없을 텐데. 지난밤의 꿈에 이어서 보이는 것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두 손으로 옷깃을 틀어쥐고서 외치고 있어요. “이제 와서 다시 날 찾겠다고. 네가 날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그따위 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내게 이러지는 말았어야지!” 분노. 선연한 분노. 하지만, 슬퍼 보입니다. 몹시 슬퍼 보입니다. PC. 어쩌면 당신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온몸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아마 그 판단은 무척 정확했을 거예요. ◼◼◼ 상승+1D15
관찰 판정 실패 시 ➤ 소리를 치는 건 KPC입니다. 두 손으로 상대방의 옷깃을 틀어쥔 채 외치고 있습니다. “이제와서 다시 날 찾겠다고. 네가 날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그따위 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내게 이러지는 말았어야지!” 분노를 쏟아내던 찰나에 저 밑에서 깡, 하는 소리가 나더니 야구공이 높이 떠오릅니다. 한순간 그곳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어요. 저 밑에서는 평온한 삶이 이루어집니다. 각자의 행복에 들어차 있습니다. 정작 이 세상에 선택받을 KPC는 가장 불운하다는 듯 외치는데도. 여전히 꿈은 이어집니다. 도로 시선을 돌렸을 때 당신의 시선 끝에 잡힌 것은 무엇인가요. ◼◼◼ 상승+1D10
주인공은 멱살을 붙잡힌 채 그저 바라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무언가를 응시하는 것처럼. 노골적인 태도를 읽어낸 건 당신만이 아니었을 거예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KPC는 멱살을 틀어쥔 손을 내던지듯 풀어버립니다. 벽면에 등이 부딪친 주인공에 시선이 여유가 없을 거예요. 뒤로 물러나는 걸음을 옮깁니다. 한 발짝. 두 발짝. 그리고 세 발짝. 난간 위로 올라선 몸. 이윽고 바람이 불어옵니다. 뒤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 끝이 일렁입니다. 여름치고 긴 바람이 불어오고 있어요. 완벽한 날씨입니다. 다만, KPC는 모든 것이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발음하네요. “기억해. 네가 몇 번이고 말해도 나는 이럴 거야.”
아, 불길한 예감이 치밀어오릅니다. 그 몸뚱어리가 뒤로 기울어지는 순간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PC. 균형이 무너지며 스스로 쥐었던 손을 놓아버리는 순간이요. 당신의 몸은 어디로 향했습니까.
* 이 꿈은 주인공이 이전 꿈에서 보았던 KPC의 특이 행동으로 인해 중간 공략을 시도했던 시점입니다. 만일 PC가 KPC를 붙잡으려고 해도 닿지 않습니다. 꿈이니까요. 꿈이 아니라고 해도 닿지 않았을 거예요.
KPC를 구하려고 시도한다. ➤ 난간 가장자리로 달려갑니다. 밑으로 손을 힘껏 뻗어봅니다. 노력해보지만 닿지 않습니다. 알고 있잖아요. PC. 이건 꿈입니다. 모든 괴로움은 의미가 없잖아요. 하지만, 하지만, 나는 왜 이런 꿈을 꾸고 있는 겁니까. 어째서 세상에 선택받은 네가 이러고 있는 걸까요. 완벽한 사랑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스스로 저물어가려고 하는 건가요. 만일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두 팔을 위로 들었다 한들 닿지 않았을 테지만. 가라앉듯이 치켜들지도 않은 팔이, 허공을 바라보는 눈이······.
PC.
정말 낯설게만 느껴지나요?
지능 강제 판정, 성공 or 실패 ➤ 기억하나요. 혹은 이제야 떠올렸나요. 당신의 기억 저편에서 존재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KPC가 저런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잖아요. 꿈이 아닌 현실에서. 바로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입학 첫 날을 말하는 겁니다. 등굣길에서 처음 만났던 그 아름다운 얼굴은, 다름 아닌 당신을 보고서 저 표정을 지었어요. 저만큼이나 선연한 절망으로 물들었어요······. 사람이 떨어졌어! 누가 119에 전화 좀 해! 옥상 밑에서는 비명이 울립니다. 축구를 하던 학생들의 목소리도 잦아듭니다. ◼◼◼ 상승+1D20
* 주인공의 재접속으로 다시 KPC와 PC의 시간이 봄으로 돌아간 직후. PC의 기억이 없다는 걸 확인하게 된 KPC는 절망했습니다. 만일 PC가 KPC와 함께 추락한다면 구하는 것과 동일하게 KPC의 표정을 보게 해주십시오. 또한, 주인공의 발언을 듣지 못한 채 잠에서 깨어납니다.
KPC를 구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 이미 알고 있잖아요. 늦었을 겁니다. 마치 옥상에서 주인공이 떨어졌을 때처럼. 높은 곳에서 돌멩이 한 개를 떨어뜨려도 순식간에 쪼개지는 소리가 나잖아요. 그보다 훨씬 무거운 사람이 떨어지는 속도는 어느 정도이겠습니까. 생각이 이어지는 사이에 둔탁한 소리가 울리지 않았나요. 밑에서는 비명이 울려 퍼집니다. 너도나도 아우성을 치며 이 상황에 반응합니다······. 사람이 떨어졌어! 누가 119에 전화 좀 해!
당신의 친구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분명 지금 내려다보더라도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사람의 눈이 파악하는 거리는 정해져 있습니다. 게다가 핏물로 절어있을 테니. 아무 소용 없을 거예요. (SANc 1/1D2) ◼◼◼ 상승+1D15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옥상 아래에서 들려오는 것도. 당신의 숨소리도. KPC의 외침도. 어떤 이의 호흡도 이와 닮지는 않았을 거예요. 주인공은 몸을 일으킵니다. 옷에 묻어있는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서는 중얼거려요. 자주 가는 카페가 오늘은 열지 않았다던가. 사려고 했던 책이 이미 팔렸다든가. 그런 아쉬움을 말하는 듯한 가벼운 어조로.
"히든 엔딩의 루트가 막혀서 저러나?"
"먼저 더 공략할 걸 그랬네."
이건 분명 악몽일 것입니다. 아주 터무니없이 끔찍한 악몽이요······. (SANc 1/1D2)
금방이라도 깨어나고 싶었을 겁니다. 손가락의 관절에서부터 힘이 들어가고. 온몸이 경직되듯이 숨을 참아봅니다. 어떻게든 이 몽상을 회피하고 싶었을 거예요. 이것은 본능입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죽음을 죽음이라 여기지 않는 태도. 꿈이라고 해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잖아요. KPC의 죽음을 가까이하고 싶지도 않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그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무기물로 표현할 수 없지요. KPC가 당신의 곁에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쓸어주었습니다. 눈꺼풀 위를 덮어내자 따뜻한 체온이 느껴집니다. 살아있기에 느껴지는 온도가.
“악몽을 꾸는 것 같더라.”
“조금 더 자. PC.”
“이제는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거야.”
다정하게도 속삭여옵니다. 이제는 정말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그럴 것만 같아요.
Chapter 4. 봄 소나기가 내리는 밤이야.
추천 BGM : https://youtu.be/TpKsx5e6MDo (Farewell Armin · Pollyanna Maxim)
* 4챕터 내내 빗소리를 함께 송출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다시금 눈을 떴을 때는 사방이 어두컴컴합니다. 낮이라면 형광등을 켜지 않았다고 해서 이만큼 어둡지는 않을 텐데. 새카만 창밖에서는 비가 내립니다. 토독. 토도독. 가느다란 가닥이 되어 빗물이 끝없이 떨어지고 있어요. 나무 끝마다 화사한 꽃이 흐드러졌을 텐데.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면 그게 다 떨어질지도 모르겠군요.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이 열립니다.
KPC는 컵을 내어주었어요.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따뜻하고 향기로운 찻물입니다. “푹 자는 것 같아서 깨우지 않았어.” “너희 부모님은 출장을 가셨대.” 그렇다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주었던 걸까요. 다정한 행동입니다. 지난 새벽이 문득 상기될 만큼······.
KPC는 말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건데. 바래다줄래?" 수락하지 않는다면 설득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작별하고서 Chapter 4의 꿈 꾸는 장면으로 넘어가 주세요. 반대로 수락할 시 집 밖으로 나가면 되겠습니다. 돌아가는 길. 하나의 우산을 나란히 쓴 채로 길을 걷도록 합시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우산은 하나밖에 없네요.
가끔 웅덩이가 있을 때면 보폭을 크게 하고. 찰박이는 소리가 울립니다. 좁은 골목을 자동차가 지나갈 때면 한쪽으로 몸을 붙이고. 그렇게 한참이나 걷다 보면 무언가 살짝 걸리적거리지 않나요. 고개를 들어보면 우산에 손가락의 지문만큼 자그마한 것이 잔뜩 붙어있습니다. 우산살 사이로 그림자가 얼룩덜룩하게 보여요. KPC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우산을 살살 흔들어 죄다 털어버립니다.
젖은 벚꽃이 웅덩이로 떨어졌어요. 하얀 얼룩은 보기 좋습니다. 그야말로 봄이잖아요. 그러나 KPC는 마치 곰팡이라도 본 듯 미간을 찌푸립니다.
* RP를 진행해주세요. 하단은 예시입니다.
➤ 왜 그렇게 털어내는 거야?
나는 벚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사실, 봄이 싫은 거지만.
➤ 어째서 봄이 싫은 건데?
누군가는 봄을 시작의 계절이라고 하더라. 모든 게 죽고 다시 피어나는 때. 우습지 않아? 겨울이 죽어버렸다는 것처럼 굴어. 그 속에서도 살아가는 건 있는데. 다른 방식을 인정하지 않아. 봄에 홀려서는 다 제쳐두는 게 꼴사나워.
➤ 우리도 봄에 처음 만났잖아.
그게 유일하게 좋은 점이지.
시시한 대화가 이어졌을 거예요. 호불호를 말하고. 이유를 말하고. 아무도 없는 거리를 한참이나 걷다 보면 어느 길목에 멈추어 섭니다. “이제 여기부터는 혼자 갈게. 거의 다 왔으니까.” 혼자 가겠다니. 우산도 지금 하나만 들고 왔지 않나요. 비에 젖을 것을 염려하여 당신이 말하면 KPC는 장난스럽게 웃었습니다. 겉옷의 주머니에 손을 푹 밀어 넣더니 접이식 우산을 꺼내 드네요. 외투의 주머니가 크기는 했지만. 애초에 갖고 있었다니. 이만하면 뻔뻔함을 넘어선 경지가 아닙니까. KPC는 태연스레 샛노란 우산을 펼치며 말합니다. “비는 곧 그칠 것 같은데. 놀이공원에 가자. 내일은.” “나랑 가줄 거지?”
이미 양심적인 시민으로 살기에는 늦었습니다. 언제 경찰이 들이닥칠지 모르고.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거절하고 싶지 않다면 그것도 KPC의 탓이라 해도 좋을 거예요. “내일, 네 집으로 갈게.” “내일 봐. PC.” KPC는 손을 흔들었습니다.
자, 돌아갑시다. 늦은 시간이지만 도로 밀려드는 피로를 받아들여야지요. 향하는 길은 분명 순식간이었습니다. 나란히 보폭을 맞추는 게 아니라 홀로 걷는 걸음이었으니. 갈 때보다 올 때가 훨씬 빨랐죠. 비에 젖어있는 옷이 거추장스럽지 않나요. 몸을 정돈한 후에 도로 침대로 향합시다. 분명 내일도 떠들썩하게 보내게 될 거예요. 정신없을 테고. 잠들지 않는다면 분명 피로할 겁니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두 눈을 감게 되었을 거예요······.
추천 BGM : https://youtu.be/UyIELCOMLvY(Pine · Arden Forest)
아, 하지만 무심결에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꿈은 잔인하지 않다면 좋을 텐데. 오늘의 꿈이 네게 비정하지 않다면 참 좋을 텐데.
이번에 보이는 곳은 어디일까요. 그 옥상만 아니라면 좋겠습니다. 바람이 이루어지기라도 했는지. 고개를 들어봅니다. 눈앞에 보이는 건 도서실이네요. 분명 침대 위에 누워있었지만 꿈속에서는 책상 위에 엎드려있던 걸까요. 주위를 한 번 가볍게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본 시나리오에서 PC는 책을 좋아한다는 설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설정을 입력하지 않았던 PC의 행동 루틴, Chapter 2의 개변에 맞추어 장소를 바꾸어주세요.
➤관찰 판정 성공 시 : 도서실 안은 낯익은 곳입니다. 보통 어느 학교나 도서관은 다 똑같다고 할 수 있지만. 사소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오후 네 시를 가리키는 벽시계라든가. 책상에 남아있는 흠집이라거나. 신규 도서 목록을 박아두는 압정의 색깔이라거나. 사서 선생님이 본인 자리에 덮어둔 레이스 천 같은 거요. 이곳은 분명히 당신이 재학하는 학교의 도서실입니다. 그리고 저 끝에, 앉아있는 사람이 있네요. 다름 아닌 바로 당신입니다. PC.
➤관찰 판정 실패 시 : 도서실은 사실 다 똑같지 않나요. 오후 네 시를 가리키는 벽시계가 보이고. 책이 그득하게 쌓여있는 책장이 있고. 책걸상이 있고. 반납을 할 수 있는 수거함이 있어요. 하지만 저 끝에 앉아있는 사람만큼은 다르네요. 이건 틀림없는 당신입니다. 나의 존재로서 이곳이 재학하는 학교의 도서실이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네요. 다른 의미로 불쾌한 꿈의 시작입니다.
나무토막처럼 바른 자세로 앉은 채 정면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생기 없이 멍한 시선만 두고 있는 얼굴. 저것이 바로 내 얼굴이라니요. 거울을 보고서 따라해보려고 해도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단 한 번도 얼굴 근육을 사용한 적이 없는듯한 무표정.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얼굴에 당혹스러울 지경입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한 사람이 앉아있어요. KPC입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채 꿈속의 당신을 바라보고 있네요.
“이 시간에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그냥 이러고 있었구나.”
KPC는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독백합니다. 건조한 낯은 입술만을 달싹였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건 정말이었으면 좋겠다.” 곧 자리에 그대로 엎드립니다. 고개를 돌린 채로 PC의 얼굴을 바라보면서요. 두 사람의 앞에는 단 한 권의 책도 없습니다. 도서실 안에 들어섰는데도 말이에요. 사서 선생님이 본다면 역정을 내실 테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것은 꿈입니다. 다른 방해는 들어올 수 없는 꿈이요. 한 사람이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고, 한 사람이 조용히 응시하기만 한다면. 당신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잖아요······.
정말 이상한 꿈이지 않나요. 하지만, 훨씬 낫다는 생각도 들었을 겁니다. KPC가 PC를 바라보는 건 평상시의 행동이잖아요. 적어도 끔찍하지는 않습니다.
어때요. 이렇게 시선을 받는 걸 제삼자의 위치에서 보는 기분이. 혹시, 제법 특별해진 기분이 들지는 않나요? 아닐 수도 있겠지만.
단언컨대 이 세상으로부터 선택받은 존재가 오직 PC를 바라보고 있잖아요. 안쓰러움을 느껴도. 우월감을 느껴도. 행복을 느껴도. 또 다른 감정을 느껴도. 모든 것은 당신의 죄가 아닙니다. 이것은 꿈입니다. 어떠한 속내를 품고 있다고 해도 매우 정당한 당신만의 몽상. 이 모든 일이 정말 일어났던 것처럼 느껴진다면 어처구니없는 망상이겠지만. 그래도, 왠지 익숙한 것도 같아요. 참 이상하지요······. ◼◼◼ 상승+1D30
겹쳐지지 않는 시선 속에서 서서히 빗소리가 멎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이어지는 꿈에서 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Chapter 5. 특별한 너와 함께 하는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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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이곳에 있는 거죠. 손목에 놀이공원 티켓마저 두른 채로 이곳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봅시다. 길고도 오랜 꿈을 꾸었어요.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빠듯해지는 꿈이요. 어쩌면 조금 더 자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지만 않았다면. 문을 열자마자 이끄는 손이 있었습니다. 잠에서 막 깨어났는데도 말이에요.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뒤따라 걷게 되었어요. 사람들 사이를 걷다가, 뛰다가, 줄을 서다가. 그런 걸 반복하다 보니 정신이 들었는데······. “이제 잠이 깬 거야?” KPC는 태연하게 말합니다. 어쩐지 어제는 목적지를 미리 알려주더니. 아침부터 이렇게 끌고 올 마음이 한가득하였던가요.
RP 타임입니다. 투닥거려도 좋고. 평범한 대화를 나누어도 좋아요. 놀이공원 데이트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어봅시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을 때까지.
“이런 곳에 왔으면 제대로 즐겨야지.” KPC가 웃으며 한 손을 내밀었습니다. 봄볕이 일렁이며 그의 머리카락 위로 새하얀 빛이 내립니다. “가자. PC.” 당신이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는듯한 태도입니다. 언제나처럼 아름답고, 뻔뻔하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놀이공원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저마다 봄이라는 계절을 즐기고 있어요. 우리도 그중의 일부가 되어볼 수 있겠네요. 이를테면 저편에서는 [회전목마]가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롤러코스터]가 있고, 근처에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사격장]이 있네요. [관람차]도 좋겠습니다.
회전목마
주변에서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은 죄다 어린아이들입니다. 혹은 연인이거나. 적당한 속도에서 눈을 맞추기에 좋은 놀이기구이기는 하죠. 지금 들어가면 딱 좋겠습니다. 들어가고 나면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호박 마차]와 [말]이 보입니다. 어디로 가서 앉는 게 좋을까요.
호박 마차
딱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몸에 맞춘 거라서 두 사람이 앉는다면 무릎이 스치겠네요. 하지만, 이미 골랐잖아요. “나랑 이걸 타고 싶었어?” KPC는 놀리듯이 물어봅니다. 반박하기도 전에 음악이 울리며 회전목마는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말
마침 딱 두 필이 남아있네요. 고삐와 안장이 붙어있는 것은 꽤 그럴듯합니다. 늦지 않게 올라타도록 할까요. 떨어지지 않으려면 기민하게 움직여야만 할 거예요. 근력 판정을 사용할 시 힘으로 버티게 해주세요. 강한 것도 매력입니다.
민첩 판정 성공 ➤ 멋들어지게 올라섰습니다. KPC는 두 손으로 손뼉을 쳐주네요. 사실, 당신이 생각하더라도 잘 올라탄 것 같긴 해요. 한 손으로 고삐를 틀어쥐며 자리에 앉는 것까지. 주변의 아이들이 웅성거립니다. 대단하다며 소근거리는 게 보여요. 그 말대로 멋졌어요. PC.
민첩 판정 실패 ➤ 멋지게 올라타려고 했지만 미끄러지고 맙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회전목마를 만만히 볼 수 없습니다.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던 KPC는 말합니다. “고삐가 길어서 그래. 내 손을 잡아. PC. 다시 올라오자.”
음악이 울려 퍼집니다. 꿈결처럼 보입니다. 빙글거리며 돌아가는 회전목마에서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아요. KPC도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좋은 하루의 시작이지 않나요. 멈추고 나서야 아이들은 열린 문을 향해 쏟아지듯 달려 나갑니다. 이제 우리도 나가도록 할까요.
롤러코스터
누군가는 이곳을 놀이공원의 꽃이라고 말합니다. 그게 누구인지는 몰라도 대단히 편견 없는 사람이라는 건 분명해요. 한 바퀴를 돌고 떨어질 때마다 비명이 울려 퍼지는 꽃이라니. 어쨌든 무척 재미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담력만 갖추고 있다면요. 봄방학인데도 마침 줄도 길지 않으니. 이 기회에 한 번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오래 지나지 않아 좌석에 올라타게 됩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몸을 고정하는 장치에 목을 끼웠다면 슬슬 출발할 겁니다. 어디 한 번 즐겨볼까요. 방금 막 내려서 짐을 챙기던 직전의 승객이 안쓰러운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면 착각입니다······. 한 바퀴를 돌고, 두 바퀴를 돌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더니 팍 떨어집니다. 사방에서 살려달라는 곡소리가 먹먹하게 울립니다. 3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까지 길게 느껴질 수 있나요. 자, 좌석에서 일어나며 한 번 체크를 해봅시다. PC, 그리고 KPC. 둘 다 괜찮은가요?
건강 판정 성공 ➤ 괜찮습니다. 이런 롤러코스터 하나에 흐트러질 담력이 아닌걸요. 씩씩하게 일어나서 출구로 향하도록 할까요.
건강 판정 실패 ➤ 속이 울렁거립니다. 아무래도 멀미가 일어난 것 같은데요. 어지러움이 남아있지만 일어나서 출구로 향합시다. 다음 탑승객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 KPC도 함께 건강 판정을 합시다. 실패할 시 1D15분 동안 멀미를 겪어보는 거예요.
아이스크림 가게
놀이공원에는 사실 간식을 파는 노점도 명소입니다. 콘 위에 담아주는 아이스크림이라니. 차마 시선을 떼기 어려울 것 같지 않나요. 심지어 터키 아이스크림입니다. 가끔 먹는다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맛이지요. 쫀득하게 혀에 감겨드는 우유 맛. 유혹적이지 않습니까. 한 번 사 먹어보는 건 어떨까요.
다가서자 외국인 점원이 인상 좋게 웃어 보입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2천원입니다. 몹시 정확한 발음으로 우리말을 구사하는 게 아주 베테랑이네요. 조금 기대해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터키 아이스크림의 참모습을 알고 있습니다. 커다란 봉처럼 보이는 스쿱으로 아이스크림을 콘 위에 퍼담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저 눈은 누가 봐도 쉽게 줄 것 같지 않은데요······. 현란한 동작이 이어집니다. 질 수는 없죠. 어디 한 번 아이스크림을 받아볼까요?
민첩 판정 성공 ➤ 날쌘 동작으로 낚아채 버립니다. 스쿱에 붙어있던 콘과 아이스크림을 빼앗긴 점원의 낯이 허망해 보이네요. 이렇게 낚아챈 손님은 드물다며 한 스쿱 더 떠주기까지 합니다. 하루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표정이더라도 친절한 분이군요. 이제 승리의 맛을 느껴보도록 합시다.
민첩 판정 실패 ➤ 몇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게 바로 프로페셔널한 터키 아이스크림 점원인가요. 만족스러워 보이는 점원은 그제야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콘 위에 담아줍니다. 달콤하면서도 어쩐지 씁쓸하네요.
* 실패한다면 3회 정도 재차 시도할 기회를 줍시다. 유쾌한 대결 구도를 펼쳐보세요.
사격장
지나가던 걸음을 붙잡는 광경이 있습니다. 코르크 탄을 끼운 총으로 과녁을 맞히는 게임이네요. 다섯개의 과녁이 있고. 그중에서 네 번 이상을 명중한다면 인형을 받나 봅니다. 그 외의 점수는 열쇠고리를 주나 봐요. 한 번 도전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런 날이 아니라면 쉽게 누릴 수 없는 여흥이잖아요. 상술이라는 건 알고 있을 테지만. 즐거움에 한 번 휩쓸려봅시다.
<사격> 기능 판정을 해주세요. 수호자 룰북의 무기 표(405P)를 참고하여 조용히 PC의 시트에 채워넣으면 됩니다. 사실, 코르크탄을 넣은 총이니 피해 기준은 KP의 판단으로 정해주셔도 괜찮아요.
네 번 이상을 성공할 시 곰 인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외로는 리본 모양의 열쇠고리를 받을 수 있어요. 점원은 수고하셨다며 말하고서는 상품을 내어줄 것입니다.
상품을 KPC에게 줄 시 ➤ "이걸 내게?" 드물게도 KPC는 놀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처럼요. 머뭇거리다가 받아서 드는 동작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자칫하면 이 물건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조심하듯이. 가만히 바라보다가 웃어버리네요. 밖에서 파는 물건이었다면 만 원 남짓했을 텐데. 아주 사소한 물건인데도 커다란 꽃다발이라도 받은 것처럼 말해요. 어느새 노을이 저물어가지만 당신의 친구는 여전히 환하지 않나요. "고마워. 정말 마음에 들어."
* 귀하지 않을 리가요. 주인공으로부터 공략 캐릭터로서 몇 번이고 받은 물건이라 해도. PC에게 받는 건 처음입니다. KPC에게는 그게 중요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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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차
다른 장소를 먼저 가지 않을 시 ➤ 관람차 앞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유독 줄이 없어요. 주변을 한 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관찰> 판정으로 주위를 살피면 표지판을 발견합니다. 관람차는 수리 이후 저녁부터 가동한다고 하네요. 해가 떨어지는 즈음에 오는 게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왔을 시 ➤ 어느덧 해는 완연히 저물었습니다. 하늘은 주홍빛에서 보라색이 섞이고 있어요. 파란색은 아주 자그마한 면적에 불과합니다. 사이사이에 얼룩이 진 구름이 떠다니는 사이. 관람차는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해는 저물어갈 테고. 그때가 되면 경치를 바라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겠지만. 운이 좋네요. 시기를 잘 맞췄습니다.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올라탈 수 있겠어요.
자리에 앉습니다. 마주 보고 앉아도 좋고, 옆자리에 앉아도 좋아요. 직원은 두 사람이 들어가자 문을 닫아줍니다. 관람차는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창밖으로 시야는 점점 높아지며 사람들의 목소리도 까마득해집니다. KPC는 적막을 깨듯이 발음하였습니다. “PC. 이번 방학은 즐거웠어?”
* RP를 진행해주세요. 하단은 예시입니다.
➤ 즐거웠어. 너는 어땠어. KPC?
즐거웠어. 사실 이 놀이공원에 올 때마다 좋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 너랑 왔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지.
➤ 자주 왔던 곳이야?
바라지 않더라도. 바라더라도. 자주 왔어.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확실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오늘은 잊지 못하겠다. 쭉 기억할 거야.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 잊지 않을게.
응. 잊지 않는 거야.
* 이제 방학은 단 하루만이 남아있습니다. 내일이 바로 세상의 끝이지요. KPC는 이 세상을 지우기를 바라면서도 PC가 다시는 잊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도 있습니다. 모순이라고 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이 모든 감정은······. 사랑에서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어느덧 해는 완전히 저물었습니다. 관람차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어요. 금방이라도 별에 닿을 것처럼 올라간 곳에서 놀이공원은 쌀알만 한 조명이 흩뿌려진 듯하네요. 바라보고 있노라면 서서히 졸음이 몰려옵니다. 여기에서 잠들어버리면 안될 텐데. 도로 관람차에서 나갈 때 KPC를 곤란하게 하는 짓일 텐데. 머리 위를 쓰다듬는 손이 있습니다. “괜찮아. PC.” 다정하고도 부드러운 허락. 그 말과 함께 조금씩 고개가 기울어지지 않나요. 몸이 쓰러지는 일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지탱해주는 걸 테죠.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잠에서 깨야 하는데. 너무나도 졸려요.
온몸의 감각이 사라집니다. 남아있는 것은 그저 감각입니다. 내가 분명히 잠들어있다는 감각. 분명 이 기분은 꿈결을 헤매고 있는 거겠죠.
정신력 판정 성공 ➤ 누군가의 발소리입니다. 앞에서 먼저 걷고 있는 걸까요. 한 번 따라가 보는 게 좋겠습니다. 왠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벌써 알 것 같지 않나요. PC.
정신력 판정 실패 ➤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정면에서 찰나의 순간. 들려왔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저 방향으로 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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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걷다 보면 느껴지지 않나요. 이곳은 익숙한 길입니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요. 학교에서부터 집으로 돌아갈 때는 꼭 여기로 향하곤 했습니다. 가장 가까웠으니까. 그런데 보이는 집은 당신의 익숙한 초록 지붕의 이층 집이 아닙니다. 허름한 주택과 그 대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보여요. 이번에는 도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양철 대문 너머로 집을 바라보던 타인이 말했습니다. “여기가 네 집이었구나.” 헷갈릴 수 없는 목소리입니다. KPC의 음성이잖아요.
KPC는 잠금장치도 없는 문을 열었어요. 집 안으로 이어지는 문을 하나 더 열더니 신발을 벗습니다. 거실 한 가운데에 누워있는 것은 바로 당신이었어요. PC.
가구 하나조차 놓여있지 않은 공간에서 홀로 누워있습니다. KPC는 그 곁으로 다가가서는 자리에 앉습니다. 마치 죽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일자로 누워있는 몸을 응시합니다. 창 밖으로는 어두컴컴하기만 한 밤이었어요. 벚꽃이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시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달빛이 밀려듭니다. 고운 낯이 망연히 중얼거려요.
“이상하지 않아?”
언제나 특별하게만 보였던 그 사람이 말합니다. 아득한 감정에 휘말린 채 말합니다.
“나는 왜 값싸게 사랑을 팔리고, 너는 왜 배경처럼 살아야 하는 걸까.”
우리의 고통을 말하며 일그러진 웃음을 내뱉습니다. 잠에서 깨어날까 숨죽이며 어깨를 떨었습니다. 마치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고통을 견뎌내는 것처럼.
“어째서 이런 세상에서 태어나야만 했던 걸까.”
해답은 찾았을까요.
“참을 수 없이 화가 나.”
분노를 품은 채 내내 웃어주었던 걸까요.
“그래도 이번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이런 적은 없었어. 정말, 단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어. 이번에야말로······.”
저 사람의 희망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하였습니까.
“내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너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해.”
도대체, 어디에서.
“여태껏 우리는 평등을 잃었으니까.”
정원을 무성히 채우고 있던 잡초가 사라집니다. 서서히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풀밭입니다. 가장자리의 정원에서 피어오르는 것은 노란 꽃송이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봄의 흔적을 가려버릴 것처럼 피었습니다. 노란, 아주 노란 꽃······. 곧 고개를 든 KPC는 허공을 바라봅니다. 흐릿하게 보이는 창 같은 게 있어요. 그 위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건드리는 것 같았어요.
"집은 이층집으로 하는 건 어떨까. 초록 지붕이 있는 이층집."
"주말이면 여유가 될 때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자."
"정원에는 노란 꽃이 지지 않을 거야. 언제나."
"저녁 식사는 되도록 함께 하는 가족으로. 다정한 부모님 밑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왔다는 쪽이 좋겠어."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한 번의 목소리가 이어질 때마다, 손가락 끝이 움직일 때마다 풍경이 바뀝니다. 단출했던 집에 구색이 생기고. 존재하지도 않던 안방의 문이 생기고. 거실에는 푹신한 소파가 놓였어요. 텔레비전도 큰 것이 놓였고요. 마법처럼 모든 것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것을 이루는 건 오직 단 한 사람입니다. 깊이 잠들어있는 당신의 머리맡을 지키는 친구가 말하였습니다. 이 세상의 선택을 받았고, 사랑할 운명이 정해졌고, 완벽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KPC가 속삭입니다.
"좋은 꿈 꿔. PC."
"이제, 너는 엑스트라가 아니야."
시야가 멀어집니다. 꿈에서 깨어나려는 걸까요. 추락하는 정신 속에서도 어쩐지 잊기 힘듭니다. 당연하잖아요. 가장 특별한 것을 대하는 듯한 음성을, 어떻게······.
◼◼◼ 상승+1D50
Chapter 6. 안녕, 새하얀 봄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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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곳에서 두 눈을 뜹니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방 안. 몸에서 흘러 내려간 이불이 아니었다면 꿈과 혼동했을지도 몰라요. 창밖에서는 벚꽃이 내립니다. 새카만 밤에 아로새기듯이 하얀 꽃잎이 흐드러집니다. 정원에는 노란 꽃이 있었고요. 어떻게 KPC가 놀이공원에서부터 당신을 옮겨주었는지. 그건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더 놀라운 것을 보았잖아요. 알고 있잖아요. 그건 망상이 아닙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더라도 부정할 수 없을 거예요. 그건, 모두 사실이었어요.
만나야 합니다. 만나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직감이 차오릅니다. 그러지 않으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요. 이건 본능입니다. 생을 관통하는 본능입니다. 뜨거운 것을 잡으면 귀에 손을 대고. 눈이 부시면 그늘을 찾아 걷듯이.
자, 일어서서 달리도록 합시다. PC.
KPC는 어디에 있을 것 같나요?
* 올바른 위치는 학교의 옥상입니다. 다른 장소를 찾았을 시 허탕을 치게 해주세요.
그래요. 바로 그곳입니다. 바로 그 옥상이요. 목격했을 때부터 상황은 쏜살같이 지나갔어요. 윤리관은 머릿속에서 뒤엉켰고. 죄책감은 지르밟히고 말았습니다. 살점이 터지는 소리. 난간 밖으로 사람이 떨어졌는데도 아름답게 웃던 KPC까지······.
PC. 여전히 그 모습만이 떠오릅니까? 과연 그 옥상이 여전히 주인공의 비극만으로 느껴지나요. 아니잖아요. 분명 아닐 겁니다.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올라갑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벅찰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달립시다. 이번에는, 내가 너를 향해서.
옥상의 문을 열어젖힌 순간. 무엇을 보았습니까. 낮은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벚꽃은 땅을 겉돌기만 합니다. 이만큼의 높이까지 올라오지 못해요. 새카만 밤하늘을 보았나요. 경악해서는 이쪽을 바라보는 KPC를 보았나요. 아니면 KPC의 등 뒤로 있는 분홍색의 팝업창을 보았나요. KPC는 말합니다. 처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 목소리는 얼핏 애원을 닮아있습니다.
“PC. 부탁이야. 뒤돌아서서 나가면 안 돼?”
돌아선다 ➤ ENDING 2로 이동합니다.
돌아서지 않는다 ➤ “알아. 너는 억지로 움직이지 않지. 그러지 않는 보통의 세상을 바랐으니까.”
“하지만, 네가 저 문으로 밀려나는 것은 할 수 있어.”
* KPC는 ◼◼◼ 기능치를 사용해주세요. 이 시점에서는 PC에게 거의 모든 수치를 빼앗겨야 정상입니다. 분명 실패할 거예요. 직후 재시도를 할 때는 ◼◼◼를 시스템이라고 수정합니다. PC에게도 동일하게 수정해주세요. 만일 KPC의 ◼◼◼ 기능치가 남아있었으며 그 가능성으로 성공하였다면 마찬가지로 이름을 수정합니다. 문 뒤로 넘어가더라도 ◼◼◼ 기능치를 사용하여 문을 열도록 유도해주세요. 그 순간 주도권 싸움에서 진 KPC의 잔여 시스템 수치는 0이 됩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당혹을 느낀 것은 KPC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스템 작동이 실패하였다는 것을 알아차린 걸까요. 한참이고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듭니다. 깨달음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는 인간은 저런 목소리를 내는군요. “그렇구나. PC.” “시스템 제어권이 네게 옮겨진 거야. 방학을 보내는 사이.”
KPC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밤하늘 아래, [이 게임을 삭제하겠습니까?]라는 팝업창을 등진 채로.
*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해주신 Dong동(@Dong_1959)님께서 제작을 해주셨습니다. 시나리오 하단에 글리치가 없는 버전과 아래 이미지의 파일이 있습니다.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추천 BGM : https://youtu.be/uVpFQyFNIZg (OCTOBER - Always Be Yours)
* KPC는 이제 권한이 없습니다. 등 뒤의 팝업창을 누르는 것은 이제 PC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KPC는 PC에게 멸망을 설득해야 합니다.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어주세요. 아래는 RP의 예시입니다.
➤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PC. 이 세상이 고작 하나의 게임에 불과하다면 어떨 것 같아. 아니. 이 팝업창만 보아도 알았을 테지만······. 이미 몇 번이고 플레이가 반복되었다면 어떨 것 같아. 재미있다는 이유로. 다른 선택지를 살피겠다는 이유로. 내 삶이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한 부속품이 되었다면.
➤ 나도 알고 있어. 이 세상이 게임이라는 것은, 그래도 이건 아니야. KPC. 이건 잘못된 행동이야.
넌 내가 이 세상을 미워해서 이런다고 생각해? 틀린 말이 아니긴 하지. 다만, 가장 커다란 이유인 건 아니야.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뿐이거든.
➤ 무엇을 견딜 수 없다는 거야?
네가 사라지는 것.
➤ 내가 사라진다고?
그래. 사라져. 지난번에는 기억만을 잃고 돌아왔지······. 이대로 이어진다면 너는 또다시 잊어버릴 테고. 나와 무엇을 이야기했는지도 다 잊어버릴 거야. 계속 반복된다면 기억만으로 끝나기는 할까.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 버리게 된다면. 사라지고 또 남게 되겠지. 오후 네 시에는 도서실로 갔다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눕고, 다시 등교하는 학생으로!
➤ 이럴 생각으로 봄방학을 같이 보내자고 한 거야?
맞아. 주인공을 죽였으니까. 바깥에서는 오류를 점검하고 있을 테고. 수정을 마치고 있을 거야. 다른 선택지는 없었어······. 너와 어른이 될 수 없다면, 널 잃어야 한다면. 나는 전부 다 사라져버리길 바라. 그때까지 나는 너와 지내고 싶었어.
➤ 그 방법이라는 게 저 팝업창이야?
내게 남아있던 권한으로는 저걸 띄우는 게 최선이었나 봐. 왜 눌러지지 않을까.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네 손이라면 닿을 거야.
➤ 널 가장 두렵게 하는 건, 나야?
그래. 나는 널 두고 사랑에 끌려가는 게 가장 끔찍해.
이 세상은 로맨스 공략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언젠가부터 자각했던 것처럼요. 평범한 주인공이 매력적인 사람들과 사건에 엮이더니 결실을 이루어내죠. KPC도 분명 멋들어진 말과 문장을 그려냈을 겁니다. 수집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지만, 이것 보세요. 이보다 처참한 고백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이보다 적나라한 사랑이 또 어디에 있을 수 있나요. 온전한 네 곁에 있고 싶었다고. 그럴 수 없는 운명이 미웠다고. 그리하여 전부, 사랑이었다고. 곱게 포장할 수 있었을 텐데. 날것으로 뱉었기에 오히려 생생합니다.
그래요. 이게 KPC의 사랑입니다. 당신에게 내어주는 구겨진 애정입니다.
이제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두 갈래의 길이 있어요. 저 팝업창에서 YES를 누르거나, NO를 누르거나. 어떻게 하시겠어요. PC. 이제는 엔딩을 정해야 합니다. 우리의 엔딩은 무엇일까요. 그 이름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 엔딩 분기점입니다. 이제 곧 방학이 끝이 납니다. 그 말은 점검이 끝난다는 것이죠. 시간은 촉박하지만 충분한 RP를 진행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채 과도하게 시간이 흐를 시 엔딩은 자연스럽게 2번으로 이어주세요.
- 경찰에게 자백한다. : ENDING 1 정직한 그대의 잘못이 아니에요.
- 옥상에서 돌아서서 나간다. : ENDING 2 망각을 삼킨 계절.
- YES를 선택한다. : ENDING 3 멸망하는 세상의 마지막 로맨스.
- NO를 선택한다. : ENDING 4 잊지 않았던 봄날의 약속.
ENDING 1
당신은 말했습니다. 끔찍한 범죄는 KPC가 저지른 짓이라고. 주인공을 죽인 건 바로 저 사람이라고. 잘못이라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살해는 악한 행동이지 않습니까. 교육으로부터 구성된 윤리관으로서 매우 정당한 발언이었어요. 이 순간 경찰과 PC는 오직 한 사람을 보았을 거예요. 뻔뻔스럽게 변명을 일삼고 있던······. 이상하네요. 오히려 주춤거리지도 않고서 말하던 게 거짓말이라도 되듯이 KPC는 조용합니다.
그저 가만히 PC를 바라보았어요. 혹시 저 표정이 두려움이나 원망처럼 보인다면 당신의 착각입니다. 저 표정은 오히려 만족에 가까웠어요. 뿌듯함이라거나. 혹은 기쁨이라거나······. 굳이 감정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그럴 겁니다.
“너는 좋은 사람이지.”
“그건 내가 미처 몰랐던 점이지만. 오히려 기뻐.”
혹시 미쳐버린 걸까요.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당황하는 사이에 한 발짝 더 다가온 KPC는 손바닥으로 눈꺼풀 위를 감쌌어요. “이제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야. PC.” 아,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졸음 속에서도 또다시 졸음을 겪을 수 있는 건가요. 그래요. 그럴 수 있나 봅니다. 다시 두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익숙한 천장이었으니까요. 의심을 할 여지가 없죠.
초인종 소리가 울립니다.
밖으로 나가볼까요?
ENDING 1│정직한 그대의 잘못이 아니에요.
: 다시 chapter 3의 시작 지점으로 돌아갑니다.
* 루프가 아니라 경찰관의 데이터를 조작하고, PC를 잠재웠을 뿐이에요. 만일 chapter 3을 시작할 때 PC가 시계나 휴대폰을 보았다고 언급하였다면 10분이 더 지나있는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굳이 엔딩으로 분류한 것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PL에게 살짝 암시하는 연출입니다. 접하게 된다면 좀 더 로맨스릴러가 될 것 같네요. KPC가 좀 더 수상해질 테니까요.
ENDING 2
추천 BGM : https://youtu.be/lz2vlUsK-1Y (316 - 거짓처럼 다시 봄은 오겠지.)
그곳에서 돌아서기로 했습니다. 다름 아닌 당신의 자의로, 그래요. KPC의 부탁이었으니까. 옥상의 문을 열고서 계단을 내려갔어요. 복도를 지나서 들어왔던 입구를 향해 걸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던가요?
지금까지 뭘 떠올렸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분명 괜한 생각을 했을 거예요. 굳이 의미를 두지 말아요. 이유가 없잖아요. 비어있는 거실에서 몸을 일으켰다면 등교하도록 합시다. 오늘은 입학식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수업을 듣다가 오후 4시가 되면 도서실로 향합시다. 그것 외로는 다른 걸 떠올리는 건 사치스럽습니다. 나에게는 그런 자격이 없잖아요.
가장 평범한 하루를 살아갑시다.
오늘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ENDING 2│ 망각을 삼킨 계절.
KPC 생환, PC 생환.
* 시스템 제어권이 PC에게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점검 시간이 끝나버렸습니다. KPC가 두려워하던 가장 최악의 엔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살아있으나 공략 캐릭터와 엑스트라로서 살아있으니, 그것을 진실한 삶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ENDING 3
추천 BGM : https://youtu.be/xwnkddO5WgM (Matryoshka - Rusty Sky)
당신은 선택하였습니다. 분홍색의 팝업창 위로 손가락 끝을 대었어요. 이 세상을 삭제하는 것에 긍정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째서 수긍하였을까요. 엉망진창이었던 설득을 이해한 걸까요. 지리멸렬한 고백이 좋았을까요. 혹은, 어쩌면 당신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을까요. 다시는 빼앗기고 싶지 않았을까요.
세상이 뒤흔들립니다. 새카만 하늘은 산산이 부서져 갑니다. 아주 조그마한 조각이 되어 바스러집니다. 발끝에서부터 아주 서서히. 느린 속도로 이 세상은 멸망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사라지겠죠. 데이터는 픽셀이 되어 추락할 거예요.
KPC는 두 팔로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것이 이루어진 순간, 말하고 말았어요.
“나는, 궁금했어. 어째서 이 세상에 태어나야만 했을까.”
“왜 공평하지 못한 운명을 살아가야만 했던 걸까.”
“미안해. PC.”
“지금, 어쩌면 행복할지도 몰라.”
지금 남기는 모든 말은 유언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서 받아들였지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번 정도는 물어볼 만도 한데. 벚꽃이 떨어지듯 서럽게 말하면서도 이 질문은 하지 않네요. 나를 사랑하니. 너도 날 사랑해서 선택해준 거니. 물어볼 용기조차 없는 장난감 나라의 임금님은 멸망을 바랐습니다. 옥상의 벽면이 갈라집니다. 가루가 되어 떨어집니다. 조각마다 0과 1로 이루어진 땅의 유성이 되어 떨어질 것입니다. 우리도 그럴 거예요.
다른 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우리에게도 다른 사랑을 할 기회가 찾아올까요?
눈을 감도록 해요.
두 사람, 이제는 같은 꿈을 꾸어요.
ENDING 3│ 멸망하는 세상의 마지막 로맨스.
: KPC 로스트, PC 로스트.
* 점검이 끝나기 전, 게임은 삭제되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아껴주시는 분이 많을 시 ENDING 3 이후의 후속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ENDING 4
추천 BGM : https://youtu.be/XX2gPs44fxg (Matryoshka - Sacred Play Secret Place)
당신은 선택하였습니다. 분홍색의 팝업창 위로 손가락 끝을 대었어요. NO라는 글자를 눌렀습니다. 이 세상을 지운다는 건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지 않습니까. 비록 이곳이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몇번이고 되돌아갈지도 모른다고 해도.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만났습니다. 어쩌면 이곳이었기에 우리는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렇기에 세상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은 당신에게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PC. 마치 KPC의 가장 큰 두려움은 세상이 아닌 당신이었던 것처럼. 상실이었던 것처럼······.
우리는 정말 잊게 될까요.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될까요. KPC는 다시 모든 것을 홀로 간직하게 될까요. 혹은 완전히 지워지게 될까요.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제 내일이 찾아올 거예요. 내일이 가기 전에 봄의 시작으로 다시금 돌아가겠죠. 무엇을 말해야 할까요. 무엇을 말하는 게 좋을까요.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리고 KPC는 고개를 틀어 당신을 바라봅니다. 한 자락의 원망도 서리지 않은 얼굴로.
“나랑 약속했지.”
“잊지 마. 잊으면 안 돼.”
무한한 애정을 담아서.
“나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또다시 멸망을 바랄 테고. 널 설득할 테니까.”
두 눈에는 눈물이 고인 채.
“나를 잊지 마. PC.”
흐드러지게 웃었습니다.
······.
·········.
아득한 꿈을 꾼 것만 같습니다. 어제와 같은 천장을 멀거니 올려다봅니다. 문밖으로는 부모님이 어서 일어나서 학교에 가라고 하시네요. 일어나야겠죠. 봄의 등교 첫날부터 지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가방을 집어 들었다면 걷도록 합시다. 등굣길은 멀지 않잖아요. 봄꽃이 한가득 피어있는 길을 걷다 보면 순식간입니다. 타박타박. 발소리가 울립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 앞에서 같은 반의 친구가 보이네요. 뒷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눈에 확 띄잖아요.
언젠가 가장 특별한 사랑을 하게 될 동급생. 세상으로부터 선택받은 히로인. 그런데, 음. 뭔가 떠오르는 것도 같아요. 무심결에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어 봅니다. 어라. 놀이공원의 티켓? 심지어 이미 쓴 거네요.
티켓은 심지어 발행 일자가 며칠 뒤입니다. 이게 왜 들어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이 구겨진 종잇장을 들고 KPC에게 달려가고 싶은 이유까지도.
그때, KPC가 뒤를 돌아봅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어요.
PC. 당신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ENDING 4│잊지 않았던 봄날의 약속.
: KPC 생환, PC 생환.
* PC는 설정 데이터를 잃지 않았습니다. 기억은 완전하지 않지만요. 그러나 노덴스의 친절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버그도 마찬가지예요. 시스템은 두 사람의 손을 떠나갔지만 흔적만큼은 티켓의 형태로 남아있습니다. PC는 분명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바로 그 6일의 기억을.
후기
포스타입 이벤트의 16만 포인트에 홀려서 배포를 시작한 사람이 있다? 접니다.
가끔 데이 세븐 미연시를 했던 기억을 살려서 적어보았습니다. 보통 게임은 아무리 루트에 다양성이 있더라도 정해진 길이 있습니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건 과연 행복할까. 그게 이 시나리오의 시작이었던 것 같네요. 작성한 걸 지인끼리 플레이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배포하는 건 처음이라 즐겁고도 떨립니다. 후기는 DM(@TRPG1SORO)이나 트위터에 기재한 메일로 남겨주시면 되겠습니다.
페잉은 현재 닫았지만 여러분이 주신 후기는 마음에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본 시나리오를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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