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어느 무더운 날의 일.


평소와 똑같이 모카와 단 둘이서 집데이트를 즐기던 때였다. 원래라면 상점가 쪽으로 나가서 새로 나온 가게도 돌아보고, 야마부키 베이커리에 새로 나온 신제품 빵도 좀 사줄 작정이었으나 운명의 장난일까, 하필이면 모카와 데이트를 즐기기로 한 오늘, 36도를 넘는 폭염이 우리 두 사람을 덮쳤던 것이다.


[올 여름 최고의 폭염을 기록했으며...]


방 안, 적당히 틀어놓은 테레비에서 날씨캐스터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답게 더운 걸 참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을 하려고 하는게 보이긴 헀으나 캐스터 역시 사람이긴 했는지,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힘들어보이는 듯한 음색이 섞여들려왔던 것이다.


고생하네,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면서 에어컨 리모콘을 킨 내가 곧장 전원 버튼을 누르자 18도로 설정된 시원한 바람이 곧장 내 몸을 강타했다. 시원해...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하면서 입꼬리를 히죽 올리자, 옆에서 보고있던 모카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오오~란~방금거 귀여웠어~한 번 더~한 번 더어~"


"시끄러..."


그러고보니 방 안에 모카가 있었다는 걸 깜빡 잊은 내가 부끄러워하면서 시선을 살짝 피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말투이긴 했지만 모카 역시 덥기 짝이 없는지, 침대에 누운 채 꼼짝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카,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부른 내가 망설임없이 몸을 던져서 모카의 옆에 그대로 누웠다.


"설마 아침부터 하려는거야? 꺄아~란은 짐스응~"


"아무리 나라도 아침부터는 안해."


평소와 똑같이 놀리는듯한 모카의 말투에 내가 피식, 웃음을 흘리면서 그녀의 이마에 살짝 딱밤을 떄려주었다. 그건 그렇고 덥네...잠깐 나갔다 왔음에도 순식간에 땀에 쩔은 옷 안으로 손부채를 하며 한숨을 흘렸다. 에어컨을 방금 켜서 그런지 방 안이 아직 시원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게에..."


모카 역시 힘든건 마찬가지인듯 연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있었다. 에어컨 틀었으니까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이야기하며 모카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춰주었다. 입술 너머, 끈쩍한 땀의 맛이 느껴졌던 것이다. 살짝 짜네, 혀로 입술을 슬쩍 핥자 어쩐지 부끄러운 듯 모카가 살며시 시선을 피하더니, 부끄러운 걸 숨기려는 듯 조금 과장된 말투로 기지개를 쭉 펴며 상체를 일으켰다.


"으음~아무래도 에어컨이 켜질 때 까지 못참겠어~"


"또 그런다..."


어차피 금방 시원해질텐데,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아무래도 뭔가를 하고싶어하는 눈치였기에 나 역시 따라서 몸을 일으켰다. 하긴, 고대하던 데이트가 방해받았는데저럴만도 하지...그렇게 생각하면서 모카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마치 고양이처럼 입꼬리를 올린 그녀가 손가락을 두 개 쭉 펴서 V자를 만들었다.


"더위도 싸~악 날아가실~모카 짱의 무서운 이야기~"


그렇지만 이어진 말에 표정이 살짝 창백해진 내가 시선을 살며시 피하고는, 마치 저항하듯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 호러 약한거 알잖아."


"에이~그런거 아니니까 괜찮아~호러에 약한 란도 들을 수 있게~좋은 이야기를 준비했답니다~"


내가 정말로 겁에 질린 걸 눈치챘는지 모카가 더운 것도 신경끈 채 양 팔을 벌려서 날 꼬옥 껴안아주었다. 착하지, 착해...몇 번인가 등을 토닥여 준 그녀가 베시시 웃으면서 내 눈을 똑바로 보았다.


"모카 짱이~란이 싫어하는걸 할 리가 없잖아~"


"응, 알고있어..."


힘없는 내 말에 모카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면 시작합니다~제 1회~실제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방금 건 그만두려는 흐름 아니였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야기를 그만 둘 것 같았는데 계속 할 줄이야, 당황한 내가 이마에 손을 짚었지만 개의치않는다는 듯 모카가 태연하게 웃으면서 손가락을 하나 쭉 펴서, 내 입술에 가져다댔다.


"라안~혹시 첫 키스가 언제인지 기억해~?"


"어, 사귀고 난 다음이니까 56일 전?"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선선히 대답해주었다. 그 때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지금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모카한테 고백한 나, 입술에 맞닿은 부드러운 감촉, 그 모든게 행복하기 짝이 없어서...


"틀렸답니다아~"


내 대답에 모카가 손으로 X표시를 만들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 틀렸어? 여운에 잠겨있던 내가 당황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모카에 대한 일인데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개를 저은 모카가 주변을 살짝 둘러보더니,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사실은~여섯 살 떄랍니다~"


"여섯 살? 그거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말을 하다 말고 뭔가 눈치챈 내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모카를 쳐다보았다. 실제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나랑 모카의 첫키스가 여섯 살 떄, 그리고 내 기억에 없다는 뜻은 즉 모카가 나를, 나를...


"이해했어~?"


"어쩐지 더 더워졌어..."


이상하다, 무서운 이야기를 서늘해져야 정상인데, 어쩐지 한층 더 달아오른 몸에 내가 손부채를 하면서 새빨개진 얼굴을 식혀주기 위해서 애를 썼다.


아무래도 더위가 좀 가시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UnKnown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