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ZE x JÄGER

#RainbowSixSiege #FuzeJäger #BanditJäger




쎄르게이님의 고양이수인 마리우스의 밴예 + 퓾예 썰을 보고 작성되었습니다.

낭만이 없는 밴딧과는 연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리우스를 로맨틱하게 차지하는 퓨즈의 이야기입니다. 표현은 거칠지만 밴딧도 분명 마리를 사랑하고 있겠지요...그부분도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지만...사실 밴예 태그를 써도 되는 글인지 아닌지는 확신은 서질 않네요...그래도 밴딧의 마음의 방향은 정해져 있기에 덧붙여 봅니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빤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마리우스는 퍽 예뻤다. 그는 작고 귀엽다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저와 키를 나란히 했지만 그 왜소한 골격은 비바람이 불면 날아가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울 지경이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그가 조금 못마땅한 듯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바라봐? 그 새침한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미 그에겐 짝이 있다는 것은 코가 마비되지 않은 이상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오늘도 이렇게 진하게 그 남자의 냄새가 풍기는걸 보니 작업실에 나오기 전에 한바탕 뒹군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계속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그러니까 제 욕심이었다.


"예뻐서."


그가 기분 나빠하며 자리를 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껏 그와 함께 수행하게 된 공동작업도 철회하고 돌아가면 어쩌지. 그런 걱정들보다, 어쩐지 그 말을 꼭 하고 싶었다. 너는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골몰하는 모습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모든 모습을 설명할 더 좋은 표현이 있었을 텐데. 당장 생각나는 대답은 이것이 전부였다. 그는 말없이 저를 응시해왔다. 큰일이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미안해. 겁먹을 필요 없어. 억지로 뭔가 하려는 생각은 아니니까."


그리고 먼저 빠르게 사과했다. 큰 줄기로 보면 같은 고양잇과였지만 그와 나는 확연히 그 차이가 있었다. 물론 그게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관점일 가능성이 컸다. 나는 충분히 그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 전혀 그럴 의도는 없었다 하더라도. 그래도 통 그가 대답이 없어 나는 슬 불안해졌다.


"그러니까 마리우스..."

"마리라고 불러도 돼."


그 잠깐의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이었다. 그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중단된 작업을 이어나갔다. 나는 어어,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귀가 쫑긋 솟아 있었다. 겁을 먹거나,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낮게 웃었다. 제 웃음소리에 그의 귀가 예민하게 움직이더니 다시 그가 시선만 빼꼼 들어 올려 저를 보았다. 누가 고양이 아니랄까 봐.


"나는 초콜릿이 좋아."

"응?"

"꽃도 좋아해."


다시 그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순간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때까지 그에게 분명 제대로 된 연인이 있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무슨 의미냐고 바보같이 되묻는 짓은 하지 않았다. 이것은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임을, 본능적으로 깨우쳤기 때문이었다.


그의 직접적인 조언은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나는 그의 품에 장미꽃을 한아름 안겼고, 그가 작업할 때 충분히 먹고도 남을 만큼 다양한 초콜릿을 종류별로 골랐으며, 그간 그를 지켜보며 두근거렸던 제 마음을 짧은 글로 적어 장미 사이에 끼워두었었다.


"좋아해, 마리. 네가 괜찮다면 너와 정식으로 교제하고 싶어."


조금 멋없는 고백이었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것도 제법 거울 앞에서 연습한 것이니, 그건 그가 조금은 이해해주길 바랐다. 이 외에도 부족한 것이 있다면 앞으로도 천천히 채워 나가리라. 나는 그렇게 그에게 약속했다. 앞으로도 네가 바란다면 꽃도, 초콜릿도, 그리고 반지도 준비할 의향이 있었다.






벌컥 열리는 작업실 문소리에 나는 반갑게 뒤를 돌았다. 정작 거기에 서 있는 것은 마리가 아니었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도미닉 브룬스마이어. 그와 한번은 부딪치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그 시기가 자신의 생각보다 조금 늦어진 것은 조금 의아했지만. 그래도 직접 찾아왔으니 지금이라도 나쁘지 않았다. 시계를 확인했다. 아무래도 마리가 조금은 늦을 모양이었다.


"마리랑 같이 휴가 내기로 했다고?"


마리에게 그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그 이상을 묻지 못한 탓이었다. 보통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냄새가 섞일 수도 있던 가에 대한 의문은 굳이 표하지 않았다. 사람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삶의 방식이 있으니까. 그래도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그가 억지로 마리를 찍어 누른 것만은 아니길 바랐다. 그렇다면 비록 이전의 내겐 자격조차 없었을지언정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없을 테니까.


"그래."


그와 사적으로 이야기를 섞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대뜸 내질러오는 물음에 비슷한 투로 대꾸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나는 여러 가지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의 상상력은 영 빈곤했던 모양으로 나는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잠자코 기다렸다. 그런 제 반응이 더 그의 신경을 긁었는지 그는 대번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더니 제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얼굴이 닿을 듯 가까워진 그 거리에서. 그에게선 옅게 마리의 냄새가 났다. 나는 한쪽 눈썹을 까딱였다. 제가 그의 냄새를 맡았듯, 그도 저의 냄새를 맡았으리라. 그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이마를 맞대왔다. 나는 지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


"키스 한 번 못해본 모양인데?"


그는 빙긋 웃고 있었다. 훨씬 더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아직 허락을 구하지 못했으니까."


나는 순순하게 대답했다. 거기에 거짓은 없었다. 그에게 교제에 대한 허락을 구했고, 그 승낙을 받았다. 그다음은 앞으로 천천히 맞춰나갈 일이었다. 작업에 몰두하는 그를 이제 훔쳐보지 않아도, 빤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갑작스레 마주칠까 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나는 기뻤다. 그렇게 예쁘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에 감사했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덜떨어진 놈이었네. 러시아 놈들은 다 그래?"

"누구랑 다르게 섹스만 생각하는 짐승은 아니라서."


그의 눈을 피하지 않은 채 대꾸했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디에서 우월감을 느끼며 저를 뇌까리고 있는지 모르지 않았다. 저도 수인이니 그의 기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단순히 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얼마 전까지 그와 마리가 몸을 섞는 사이였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내가 끼어들기라도 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말하지 않아도 잘 아네. 역시 제 발 저린 모양이지?"


명백한 적의가 제게로 날카롭게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나는 눈을 조금 가늘게 떴다.


 "마리랑 무슨 사이였는데?"

"그야 당연히,"


그의 시원시원하던 말문이 일순 막히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겁탈해왔던 건 아니지?"


만에 하나. 정말 그런 관계였다면 나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그를 때려눕힐 생각이었다.


"겁탈?! 내가?!"


그의 얼굴엔 금세 노기가 차올랐다. 그리고 그의 주먹이 세게 쥐어져 올라왔다. 나는 내가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주먹을 쥔 채 자리를 한 바퀴 돌더니 벽을 세게 쳤다.


"그러는 네놈은 무슨 사이야?!"


잔뜩 심기가 불편한 목소리가 낮게 으르릉거렸다. 나는 그 순간 확신했다. 그는, 도미닉 브룬스마이어는 마리우스 슈트라이허를 좋아한다는 것을. 단순히 제 먹잇감을 빼앗겨서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도 왜 마리는 내 고백을 받아주었을까. 종종 마리가 얘기하는 것을 봐서는 마리도 그를 아주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그런 의문 때문에 물러서기엔 마리는 몹시 사랑스러웠고, 단순히 무언가의 계기로 저를 이용한 거라고 해도 당장은 불평할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그와 달리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사귀는 사이."


제 대답에 그는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나 역시 의아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이 정도도 예상하지 못하고 왔다고?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번 휴가를 같이 가기로 했다는 것까지 알았다면서. 그것부터 예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대체 언제부터?"


나는 팔짱을 꼈다. 어쩐지 전의가 꺾인 듯한 그의 모습에 제가 괜한 걱정을 해왔다 싶을 지경이었다.


"기념일을 챙겨줄 생각도 아니잖아. 궁금해할 필요가 없지 않나?"

"너 이 자식..."


그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다시 한번 꽝, 옆의 기자재가 다 흔들릴 정도로 세게 주먹을 내리쳤다. 그래 봐야 아픈 건 그의 손일 게 분명했다.


"마리가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마리에게 손대지 마. 내 사람이니까."


마음 같아서는 더이상 마리에게 손대지 말라고 경고라도 하고 싶었다. 제아무리 저라도 그런 욕망은 절절하게 끓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마리에게 묻지 못한 말이 있었고, 마리의 사정이나 기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이번 휴가 계획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주었을 때는 그 이상을 허락한 것 같아서 기뻤으나, 내가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정의하고 가둘 수는 없는 법이었다. 무릇 연인 사이의 관계라는 것은 그래야 한다고 배워왔으니까. 나는 아직 참아야 했다. 뭐 눈앞의 상대는 아닌 모양이었지만.


"정말 어이가 없네. 머저리 같은 새끼."


나는 그의 욕지기를 들으면서도 잠자코 있었다.


"뭐가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야! 네놈 암컷이면 네놈이 단단히 챙겨!"

"다시 말해봐."


아니, 잠자코 있으려고 했다. 제가 아닌 애꿎은 벽을 치는 것으로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그의 방식을 조금이라도 존중하려는 차원에서. 하지만 도저히 참아주지 못할 발언에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그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왜, 그렇잖아. 암캐처럼 꼬리ㄴ..."


내 주먹은 그대로 그에게 내다 꽂혔다. 잇새로 낮은 소리가 울렸다. 덜떨어진 놈이니, 머저리니. 나를 욕하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마리라면, 마리우스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나를 받아주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암컷 취급을 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비록 내가 눈앞에 있는 그보다 마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적다고 해도, 함께한 시간이 적다고 해도. 그 반대의 이유가 그가 마리우스를 깔볼 수 있는 이유가 되진 않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그따위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니까 사랑받지 못하는 거야, 브룬스마이어."


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도 명백한 살기가 번뜩였다. 우리는 서로 예민하게 느끼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발톱을 빼 들고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세워 물어뜯을 수도 있었다. 그도, 저도. 그럴만한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거칠게 제 손을 떼어내는 것으로 지독한 살기를 한 꺼풀 접어 넣었다. 그 이유를 저는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마리..."


마리가 저와 도미닉을 바라보고서 작업실의 문고리를 잡은 채 서 있었다. 도미닉이 피가 비치는 입술을 한번 쓸어냈다. 나는 조금 당황해 그와 마리를 번갈아 가며 보았다.


"도미닉 괜찮아?"


마리는 금방 도미닉에게로 달려와 그의 상처를 살폈다. 도미닉은 별거 아니라는 듯 대꾸하며 걱정스레 뻗어오는 손을 가볍게 밀어냈다. 그리고는 저를 한 번 더 노려보곤 간다, 라는 말 한마디를 남긴 채 작업실을 나섰다. 문은 제법 큰 소리로 닫혔다.


"......미안해."


나는 어쩔 줄을 몰라하며 조금 전 그를 세게 내려쳤던 주먹을 감추듯 두 손을 뒤로 해 맞잡았다. 겨우 사과를 토해내는 목소리가 저만치 잠겨 들었다. 이대로 이번 휴가에 대한 약속이 철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계도.


"왜 미안한데?"


마리는 저를 향해 돌아섰다. 꼭 어디 한번 변명을 해보라는 듯 다그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시선을 마주 바라봤다가 사선으로 비껴내렸다.


"네….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힌 거. 네게 이야기를 들어서 잘 알고 있었는데..."


마리는 대부분의 사람을 관계지어 이야기하길 좋아했고, 이곳 대원들을 모두 친근하게 여겼다. 그러니까 마치 가족이나 친구처럼 말이다. 그중에서도 같은 분대인 GSG-9의 대원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몇 번이나 말했던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잔뜩 성질머리가 뻗친 그가 제가 아니라 벽을 주먹을 친 이유도 그것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그래도 나는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분명 똑같이 행동했을 터였다.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랬어. 미안해. 하지만……. 나는 똑같은 상황이 되면 똑같이 할 거야."

"내가 싫다고 해도?"


참 난감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지 몰랐다. 하지만 나는 거짓을 말하는 대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널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어. 그건 앞으로도 그럴 거야."


잠시간의 침묵 속에,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었다. 이래서야 그가 싫어하는 것을, 마치 그의 핑계를 대는 꼴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생각이 빠르게 꼬리를 물며 거대해져 갔다.


"아..."


그러는 사이 그대로 제게로 뛰어들듯 안기는 마리를 나는 반사적으로 꼭 끌어안았다. 마리? 나는 의아한 듯 그의 이름을 불렀고, 마리는 그런 제 입술 위로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순식간에 두 귀로 발갛게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앞으론 도미닉도 그러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슈도 그러면 안 돼."


슈. 분명 저를 그렇게 부르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전 맞닿았다 떨어진 그 말랑한 입술의 감촉이 아쉬웠다.


"노력, 할게. 그런데 마리..."

"응?"

"키스, 해도 돼?"


갑자기, 라고 해도 좋았다. 나는 그렇게 묻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짧게 웃더니 대답 대신 다시 입을 맞춰왔다. 나는 기꺼이 그 키스에 응했다. 아직 채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겨울날 나는 그렇게 그와의 첫 키스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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