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든다. 

노력과 삶의 장이라 불리는 낮과 아침에 떠있었던 해가 지기 시작하고 고요의 시기가 찾아와 달이 떠오를 때 부엉이는 나에게 찾아온다. 그 부엉이는 금빛으로 빛나는 날개를 가졌음에도 그것을 뽐내지 않고, 자신이 미네르바의 부엉이임에도 그것을 자랑하지도 않고, 그 어떤 발톱보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음에도 그것을 남에게 휘두르지 않고, 그저 커다란 두 눈만을 반짝이며 나에게 찾아온다. 

남들 모두가 무지의 시간을 겪고 있는 시간대에 찾아오는 그 부엉이는 나에게 혁명을 주고는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고하며 떠나간다. 이 부엉이는 내가 길을 내어야지 나에게 찾아온다. 내가 시간과 힘을 들여 새로운 사실을 땅에서 캐내고, 불을 붙이고, 잡초들을 잘라내야지만 그 길을 따라 나에게 찾아온다. 내가 몸에 상처를 입고, 벌레에게 물리고, 남에게 모진 말을 들으면서 일을 해야 그 부엉이는 저 노을이 반짝이는 내 집의 창문에 날아든다. 

내가 그에게서 관심을 놓아버리고 더 이상 길을 내지 않으면 그 부엉이는 길을 잃고 비행하다 추락사한다. 그럼 나는 무지의 시간에 깨어있지 못하고 다른 인간들과 잠에만 깊게, 더 깊게 빠져든다. 꿈에서 그 부엉이는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 존재하는 나만이 있을 뿐, 다른 생명체는 없다. 그곳에서 나는 허무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미네르바의 부엉이, 그는 관심과 사람으로 살아가는 생물이다. 내가 아무리 길을 잘 내어도 먹이를 주지 않으면 그는 아사한다. 그래서 나는 사랑으로 그를 보살피며 그가 나에게 찾아오기 전인 낮에 먹이를 잔득 모아두었다가, 밤에 찾아온 그에게 그 먹이를 주면서 내가 아직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의 주인은 아테네로 자신의 아버지의 머리를 깨고 나온 여신이다. 가장 많은 지식이 담긴 최고신인 제우스의 머리를 깨고 나온 지혜의 여신이다. 이유 없는 전쟁을 금하고 사람들이 노력한 만큼 그들을 옳은 길로 이끌어 바르게 성장하게 하는 공정한 여신이다. 여왕보다는 황제라는 칭호가 더 잘 어울리는 여신이다. 그녀의 어깨가 부엉이의 쉼터이자, 출발지이자, 도착지이다. 아테네는 자신과 멀리 떨어져 직접 자신이 지혜를 전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부엉이의 날개를 빌려 날아 그 지혜를 전해준다. 그 지혜는 쌓이고 쌓여 나를 구성한다. 이런 고귀한 지혜를 거절하는 무지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앞을 볼 줄은 알지만 뒤를 볼 줄 모른다. 그래서 걸렸던 똑같은 돌에 계속하여 결려 넘어진다. 뒤를 볼 줄 알며, 그와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의 저녁 창가에만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아든다.

그 부엉이는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준 뒤에 그 감상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그 부엉이의 찾아옴에 감사하는 법이고, 아테네 여신께 나의 존재와 성장을 증명하는 법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녘에 날아드는 이유는 낮을 싫어해서도 아니고, 밤을 선호해서도 아니다. 아까도 말했듯 그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친절하게도 내가 길을 낼 수 있는 시간을, 관용을 베풀어 준다. 그래야지 아테네 여신께서 노력하여 길을 낸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을 나누어 공정하게 지혜를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부엉이에게서는 항상 다른 내음이 풍긴다. 깃털 사이사이에서 꽃가루를 닮은 반짝이 가루가 흩날리고 내가 그 반짝이 가루를 깊게 들이쉬면 난 그가 날아온 길을 알 수 있다. 풀잎의 스침, 바다의 물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등 아름다운 세계가 내 앞에 펼쳐진다. 그러면 나는 형태가 있는 꿈을 꿀 수 있다. 아무것도 없던 칠흑의 어둠에서 세상의 형태가 드러나며 나는 그 부엉이가 되어 세상을 난다. 그가 내가 낸 길을 따라 나에게 날아가는 장면이 보여 지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얼굴 없는 내가 등장한다. 부엉이가 사람을 외모로 기억해 함부로 첫인상을 가지는 걸 막기 위함인 아테네 여신의 현명한 결정이다. 그 반짝이 가루는 나의 불면증을 치료하여 내가 의문의 카오스에 빠져 머리를 잡고 신음하는 밤에 안정을 찾아다준다. 

또한, 난 음악을 사랑하고, 글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미래를 그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기초적으로 제공하는 지혜와 더불어 내가 미래를 그릴 수 있게 해주는 붓에 필요한 물감도 전해준다. 그 지혜의 물감은 미래에 내가 맞이할 거대한 스케치북에 아름답고도 다양한 색채의 빛깔을 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보다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말이다. 난 미래의 스케치북에 그 물감으로 아름다운 음악과 글을 그려내는 날 그려낼 것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오늘도 그를 기다리는 나의 저녁노을빛이 지는 창가에 또다시 황혼녘에 날아든다.

안녕하세요 ENFJ 지옥의 연성러입니다! 다양한 글을 읽고, 많은 분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작가를 꿈꾸고 있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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