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몬가네 형제 설정입니다 (실제 형제라는 설정)

* 첫째인 현우와는 다들 나이차가 좀 더 있음 (첫째와 막둥이 나이차가 많음)

* 둘째와 셋째형은 쌍둥이라는 설정

* 정확한 설정은 딱히 없기 때문에 가볍게만 읽어주세요






* 노래는 안 들으셔도 돼요. 그냥 캐롤 같이 듣고 싶어서 넣어두었으니 듣고 싶으신 분만 함께 해주세요!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반짝반짝한 걸 유달리 좋아하는 창균이 최근 밤마다, 그리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매일 십 분씩은 앉아있는 곳이 있었다. 이전에는 조금 위험한 것 같다고 사는 걸 미뤘던 크리스마스트리였다. 물론 쌍둥이가 어렸을 시절에도 트리는 사둔 적이 있었지만 둘째와 셋째가 장난끼가 많아 그걸 박살 내면서 한동안 집에 트리는 둔 적이 없었다. 사진으로 보여주거나 아니면 춤추는 트리 인형 정도만 있었던 곳에 최근 다시 큰 트리 하나를 들이게 되었다. 창균은 가끔 거기서 자다가 형들 품에 안겨서 다시 방에 돌아가는 일도 있었고, 아니면 거기서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자는 일도 생겼다. 첫째 형이 태워주는 목마에 트리 맨 위쪽에 별을 직접 달아둔 게 본인에겐 굉장히 특별한 일이었나 보다. 게다가 밤에 조명까지 틀어주면 창균의 눈이 깜빡일 새가 없어졌다. 엉아… 이거 방짝반짝해. 평소보다 더 동그래진 발음으로 잔뜩 신난 티를 냈다.


주헌이나 창균이나 트리가 처음이나 다름없다 보니 집에서 매일 눈을 반짝이면서 트리를 지켜보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이제 밥 먹자, 이제 자자, 해도 꼭 말을 듣지 않고 트리만 본다는 게 문제긴 했지만 그래도 트리 조명을 걸고 딜을 걸면 곧바로 말을 듣곤 했다.



게다가 요즘 창균은 트리만큼이나 또 관심 있는 게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을 주는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로망이었다. 어떻게 산타할아버지는 말도 안 했는데 갖고 싶은 걸 다 알아? 신기하게 그런 걸 고민하던 창균이 얼마 전부터 꼬물꼬물 글자연습을 더 열심히 하는 중이었다. 작년에는 창균이 평소에도 너무 갖고 싶어 하던 오르골을 사 준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형들이 주는 선물이랑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은 또 다른 거라 추가적으로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건 좀 힘든 일이었지만, 신기해하는 창균의 얼굴을 보는 일은 또 새롭고 좋았다. 작년에 첫 크리스마스를 챙길 때 창균의 눈이 얼마나 반짝였는지 아주 별을 빼다 박은 것처럼 난리가 났었다. 형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짱규니 선물바다떠!! 하던 날을 모두가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게다가 올해는 트리까지 두었으니 창균의 기분은 아주 하늘을 찌를 것이다.



“뭐라고 쓰는 거야?”

“앙대.”

“뭐가 안돼?”

“산타할아버지만 보능거야…”



아직 글자연습을 할 때마다 제대로 된 글씨가 나오는 것 같진 않지만, 왼손으로 꼬박꼬박 기역 니은을 쓰고 있는 창균은 아주 열심히 집중하는 중이었다. 혹시 글자가 안 예뻐서 산타할아버지가 못 읽으시면 어떡하나 고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작년에 자기가 가지고 싶었던 선물도 챙겨주셨는데… 최소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물론 그건 첫째 형이 거의 산 거나 다름없었지만, 대충 막둥이는 이미 정체도 모를 산타에게는 꽤 진심이었다. 작년에도 첫째 형이 열한 시쯤이나 되어서 들어왔더니 잠들기 직전이었던 창균이 우다다 뛰어가서 품에 안겼던 적도 있었다. 평소 같으면 한참 안겨있었을 막둥이 형아 빨리 자야돼, 산타할아버지가 못 와… 그런 말을 했던 기억도 있다. 



창균은 평소에도 하늘을 잘 올려다보는 편이었지만, 작년 크리스마스를 겪은 후부터 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되었다. 크리스마스가 아닌 날에도 저 위에 산타할아버지가 있는 게 맞는 건지, 왜 산타할아버지는 일 년에 딱 한 번만 오시는 건지, 왜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는 건지 궁금해하는 것이 많아졌다. 사실 형들이 대답해 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지만 어쨌든 올해 창균의 입에서 물음표 가득한 질문이 많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리스마스가 왔으니 기분이 너무나 좋을 게 분명했다. 창균은 신난 얼굴로 트리 주변을 빙빙 돌았다. 반짝거리는 것도 좋고, 마법처럼 산타할아버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고 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작 머리를 맞대고 있는 건 형들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형아 이짜나.”



또 막둥이의 시동이 걸린다.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다들 어째야 할지 모를 얼굴을 하고 주변을 살폈다. 혼자서 그 무수한 대답을 해주기엔 무리였기 때문에, 말 잘하는 누구라도 있어야 한다는 표정이었다. 오늘의 당첨자는 넷째, 창균의 입장에선 가장 낭만있게 대답해 주는 형원이었다. 막상 형원은 이제 답해줄 수 있는 게 다 떨어졌는데 어떡하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너먼트를 들고 오던 민혁이 자리에서 멈춰 섰다. 야아, 기현아. 형원이가 헬프미란다. 형원의 눈빛을 보고 영혼 없이 답을 꺼낸다. 땀 흘리는 형원과는 달리 창균은 트리에 달린 조명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산타할아버지는 어디로 들어와?”

“산타할아버지는…”

“집 비밀 번호 알고 있으까?”

“그럼, 모르는 게 없으시지.”

“그럼 띡띡 누르고 들어오셔?”

“응?”



창균의 질문이 끝에 끝도 없이 이어진다. 형원은 눈치를 살피다가 매번 달라, 들키면 안 되는 거라서 창균이 모르게 들어오신대. 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민혁이 오너먼트를 추가로 다는 동안 기현이 어정쩡하게 주변에 섰다. 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형원을 보면서 굳이 왜 여기 있어야 하나 하는 얼굴이었다. 창균은 트리를 조심스럽게 만지면서 형들이 달아놓은 오너먼트를 툭툭 건드렸다. 반짝이는 조명 사이로 야무지게 달려있는 것이 또 신기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그럼 산타할아버지는 누가 선물 줘?”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주는 분이지.”

“그럼 형아들은?”

“응?”

“형아들은 편지 안 쓰잖아.”

“그건, 선물은… 어린이만 받는 거야.”

“왜?”

“음, 노래에도 있잖아. 우는 아이에겐 선물 안 주신다고.”



아이들한테만 주는 거지. 어른들은 서로 주고받지,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는 거 아니야. 어떻게든 논리정연하게 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기현이 끼어들었다. 형원이 어버버하면서 말을 고르는 사이에 그런 말을 전하자마자 창균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그래도 선물 받는 축복 받은 크리스마스에 형들은 아무런 선물을 못 받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여러 번 같은 질문을 해봤자 돌아오는 답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질문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그렇게 길진 않았다. 창균은 한참이나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다가 곧 흥미를 잃은 것처럼 민혁이 손에 쥐어준 오너먼트를 만지작거렸다. 형원이 창균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우리 막둥이 다 컸네, 산타할아버지 걱정도 하고 형들 걱정도 하고. 그런 말을 꺼내자 좀 뿌듯한지 어깨도 으쓱거렸다. 




일찍 자라는 말을 꺼내긴 했지만, 창균은 좀 바빴다. 크레파스와 형들이 사다 준 도화지 여러 장을 손에 쥐고 방에 들어가서는 한참이나 잠도 못 이루고 있는 중이었다. 현우에게도 오늘은 짱규니 혼자 잘래. 라고 했던 걸 보면 무슨 계획이 있는 모양인데, 사실 형들이 더 바쁜 상황이니 오히려 잘됐다 싶어졌다. 막둥이 잘자. 인사를 건네고선 형들이 옹기종기 모여 단체로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직 산타할아버지의 존재 여부를 모르는 주헌도 재운 다음이었다.


창균이 아직 안 자는 건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창균은 침대에 들어가면 굳이 방 밖으로 다시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안 자는 건 이유가 있을 거다. 이브라서 설레서 그럴 수도 있지. 트리 앞에서 잔다고 안 한 게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주헌이 가지고 싶은 건 굳이 편지를 안 봐도 안다. 일전부터 가지고 싶다고 한 책가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편지를 확인한 민혁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내일 당장 진행시켜. 그리고나서는 자연스럽게 창균의 순번이 온다. 덕지덕지 스티커를 잔뜩 붙여놓은 덕분에 창균이 산타할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몰래 열어보느라 좀 고생이었지만, 티가 나지 않게 뜯는 데 성공하긴 했다. 이걸 내일 트리에 걸어두었다면 문제였겠지만 다행히 막둥이가 나서서 산타할아버지도 선물 준비할 시간이 피료하자나 하며 미리 편지를 올려둔 덕분에 걱정할 일이 줄었다. 평소에 워낙 가지고 싶은 걸 말하면 형들이 나서서 사줬으니 대체 뭘 가지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형들이 머리를 맞대가면서 창균의 편지를 펼쳤다.


군데군데 별과 하트를 그려둔 편지지에는 이게 트리인지 그냥 초록색 괴물인지 모를 그림도 있었다. 산타할아버지라고 적힌 글자를 보면서 민혁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막둥이 작년보다 글씨가 더 예뻐졌네. 뿌듯한 마음에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훔치듯 민혁이 눈가를 쓸었다. 또박또박 적힌 글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TO.산타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는 창균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6살인데 이제 곧 7살이 돼요

저번에 산타할아버지가 마법처럼 선물을 해줘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에 쪼금 우렀어요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안준다했는데 울었으니까 선물안줘도 돼요

창규니한테 형이 5명 있거든요

짱규니 선물 주는 거 말고 형들한테 주면 안돼요?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앞으로 씩씩하게 울지 안코 착하게 지낼게요



- 창균 - 




코끝이 찡해진 민혁이 입술을 조금 세게 깨물었다. 어떡해, 우리 막둥이 너무 어른 된 거 아냐? 어린애면 어린애답게 굴어. 그런 생각을 떠올린 민혁이 다 읽은 편지지를 첫째 형 손에 쥐어주었다. 그래서 갖고 싶다는 게 뭐야. 형들 선물을 달라 이거 아니야. 형들이 선물을 사야 하는데 본인이 갖고 싶은 게 아니라 형들이 갖고 싶은 선물을 말하다니, 이런 깜찍하고 어린애답지 않은 편지를 적을 수가 있는 거냐고. 



사실 막둥이가 눈물이 많은 타입은 아니다. 가끔 울 일이 생기는 걸 제외하면 징징거리는 편도 아니었다. 형제들 사이에서 막둥이가 울만한 일이면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순한 편이었다. 자주 안아달라 하고 엉겨 붙고 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그렇지, 선물을 못 받을 정도로 운 적은 없었다. 아마 쪼금 울었다는 것도 그런 의도에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우는 아이한테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앙주신다했는데에… 그런 말을 하던 창균이 떠올라 형원도 덩달아 코끝이 찡해졌다.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결론은 안 나오지만 지금 창균이 때문에 우리가 선물 받은 것 같은데 어떡하지. 머리를 굴리려던 형제들 모두 코 먹는 소릴 냈다. 대충 로봇이니 레고니 그런 게 적혀있을 줄 알았는데, 진심 상상도 못 한 내용 때문이었다.



“너무 귀엽긴 한데, 그럼 선물은 어떡해?”

“일단 우리는 대충 퉁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창균이 선물이 문제야.”

“저번에 뭐 가지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 현우 형이 이미 사다 줬잖아.”



그니까 적당히 좀 사주자 했잖아, 나중에 사줄 거 없다고. 어린이날이며 크리스마스, 생일, 기념일은 잔뜩인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 준 선물이 한가득이다. 평소 창균이 쩌거… 하면서 뚫어지게만 쳐다보면 형들이 알아서 사 준 탓이었다. 창균은 원래 욕심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선물을 준다고 해도 몇 번이나 망설이는 타입이었다. 그런 애한테 매번 아낌없이 선물을 준 게 형들이었으니 크리스마스 때 굳이 욕심을 낼 것도 없을 것이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형들의 머리에서 그럼 일전에 보고 흥미롭게 쳐다보던 레고를 사주자. 주헌이가 이 나이 때 받았던 거랑 비슷하게 해주면 좋아할 거야. 그런 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미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 형제들에게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돈봉투가 쥐어질 게 뻔하다. 자연스럽게 다섯째와 막둥이 선물은 형들이 나서서 주겠다고 하게 되면서 산타 자리가 물려져 내려왔다. 그나저나 그런 로망이 있는 나이라니… 새삼 형들의 입장에선 그런 게 부러워지고 그런다. 열심히 회의한 끝에 결론이 내려진 형들이 다시 편지봉투를 트리에 매달아 놓았다. 크리스마스 외치면서 막둥이한테 뽀뽀해달라 하자. 그런 의견도 모아졌다.



*




트리 앞에 놓여진 선물 바구니에 창균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산타할아버지한테 분명 편지도 제대로 썼는데… 이상하다. 아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뻔하다. 형들은 애써 모르는 척하면서 막둥이의 상태를 살폈다. 가지고 싶었던 가방을 얻어낸 주헌이 먼저 신나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직 포장도 안 뜯는 막둥이의 선물도 앞에 내주었다. 가지고 싶은 선물을 딱히 쓰지 않더라도 선물을 주는 산타할아버지라니. 감사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것 같았다. 이 타이밍이다, 싶어진 민혁이 조심스럽게 막둥이 옆에 서서 작은 선물 포장지를 흔들었다. 창균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에 닿았다.



“막둥아, 근데 올해 우리도 선물 받았다?”

“어?”

“이거 봐. 올해는 우리도 선물이 하나씩 있더라구.”



막둥이가 소원이라도 빌었어? 능청맞게 민혁이 막둥이에게 그런 말을 꺼내자 자연스럽게 기현과 형원도 덩달아 선물 받은 걸 흔들어댔다. 막둥이는 차례차례 형들의 손에 모두 선물이 있는지 확인하더니, 이번에는 첫째 형인 현우에게도 시선을 보냈다. 형은 받았냐는 질문이 담긴 표정이었다. 물론 모든 선물을 준비한 건 이 집의 장남이자 산타의 역할을 매년 맡고 있는 현우였기 때문에 본인에게까지 선물을 준비할 필욘 없었다. 하지만 막둥이는 의외로 집요하고 세심한 데가 있어서 만약 현우가 받지 않은 걸 알게 되면 속상해할 걸 진작 알고 있었다. 막둥이가 소원도 빌었는데 형아들이 다 못 받았어… 그것도 제일 좋아하는 형이 못 받은 걸 알게 된다면 진심으로 속상해할 것이다. 첫째 형아는 자기가 알기로 운 적도 없는데, 착한 형인데, 창균이가 최고로 좋아하는 형인데. 그런 말을 꺼낼 게 분명했다. 물론 그런 말을 해주는 걸 듣고 싶긴 했지만, 현우는 웃으면서 핸드크림만 담겨있지만 과대포장한 선물을 창균의 앞에서 흔들었다. 막둥이가 그제야 환하게 미소를 그렸다.



“상타할아버지가아 줘써어?”



신나서 발음이 평소보다 더 뭉개진 창균이 목소리를 높이자마자 형들이 덩달아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하지만 막둥이는 자기 입으로 내가 소원을 빌어써어,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생색을 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창균이 좀 어정쩡하게 서서 본인이 받은 선물을 손에만 쥐고 뜯어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셋째인 기현이 창균의 옆으로 가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못 뜯어서 그래? 형이 같이 뜯어줄까요? 분명 신나 보이는 것 같았는데. 형들이 다 받았으니 된 거 아닌가. 물론 편지에 받고 싶은 선물 같은 걸 적어두지 않긴 했지만, 어쨌든 창균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니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창균은 꼭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고민에 빠진 표정이었다. 계속 갈팡질팡하면서 선물을 놓지 못한 막둥이가 셋째 형의 질문에 작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나… 산타할아버지가 이미 소원 들어주셨는데.”

“응?”

“선물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기현은 순간적으로 막둥이의 편지에 있었던 내용을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 비밀이었지. 소원은 이루어진 거랑 별개로 선물은 따로 주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괜히 말을 잘못해서 창균의 소원을 아는 척해서는 안 되는 거다. 기현은 다시 생각을 정리해서 창균의 손에 있는 선물을 같이 잡아주었다. 선물을 줬으니 솔직히 가지고 싶긴 할 텐데, 자기의 소원도 이루어주고 선물까지 받는다는 생각은 못 했었나 보다.



“우리 막둥이 올해는 선물 말고 소원 빌었구나, 소원이 이루어졌어?”

“웅…”

“응, 그럼 받아도 돼. 올해 우리 막둥이 많이 안 울어서 선물도 주셨나 보다.”

“…구래?”

“그럼. 안 그러면 창균이 선물로 왜 두고 가셨겠어.”

“창균이가 이거 받아도… 소원 취소 안 돼?”



당연하지, 대답하려던 타이밍에 창균이 벌써 입을 연다. 소원이랑 별개로 창균이 선물은 따로 주시는 거야. 그렇게 설명하려던 와중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말이 느린 창균이 이렇게 빨리 말할 리가 없는데 오늘따라 속도가 빠르다. 창균은 계속 고민 중이었는지 후다닥 말을 쏟아냈다.



“이거 받아서 소원 취소되는 거면 짱규니는 이거 안 받아도 돼.”

“응?”

“나는 형들이 선물 받는 게 더 좋아.”

“창균이 소원이 형들 선물 받는 거야?”

“웅.”



조금 쑥스러운지 얼굴이 발개진 상태로 그런 말을 꺼내는 통에 형제들의 눈이 모두 착해진다. 아직 이렇게 어린애가 뭘 안다고 자기 선물을 포기하고 형들한테 선물을 달라고 해. 다들 아련해진 표정을 하고 쳐다보고 있었더니 옆에 서 있던 주헌이 자기 선물을 툭 내려놓고 막둥이 옆에 섰다. 자기도 어린애면서 아이구 기특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나두 안 받아도 돼.”

“앙대, 형도 받아야 짱규니 소원 다 이루어지는 거야.”



그럼 나는…소용이 없네. 주헌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창균은 우물쭈물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것처럼 잠시 선물을 놓고 후다닥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니, 근데 선물 안 받는 건 계획에 없었는데. 형들 모두가 난감한 기분이 들면서도 묘하게 기분이 좋아져서 입꼬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방 안에 들어갔던 창균이 들어갔을 때처럼 빈손이 아니라 무언가를 쥐고 나타났다. 순서대로 색을 확인하던 창균이 형아들 손에 접힌 도화지를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꼬깃꼬깃 적어둔 편지는 엉망진창이다. 하지만 형들의 이름만큼은 그래도 나름 다 보일 정도다. 졸면서 썼는지 평소보다 삐뚤어져 있었지만 못 읽을 정돈 아니었다. 글씨도 전보다 잘 쓰네, 형들이 뿌듯한 얼굴로 편지를 받아들었다. 편지의 내용은 전부 같았다. 형들의 이름과 함께 행복하게 잘 보내자. 라는 글씨와 요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창규니도 선물 주면 이거… 받아도 돼?”

“응, 안 줘도 괜찮은데. 이거 주면 넘쳐. 충분해.”

“웅. 그럼 형아, 나 이거 뜯어줘.”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해야지.”



사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아. 살짝 부정확한 발음으로 그런 말을 한 창균이 이제 드디어 선물포장지에 집중했다. 옆에서 기현이 그걸 뜯는 사이에, 창균이 남긴 편지를 읽던 형원이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모든 편지에 적힌 삐뚤빼뚤한 글자가 있다. 크리스마스가 특별하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형제들이 특별히 더 감성적인 편은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그러고 싶어진다. 선물에 집중한 창균을 뒤늦게 형들이 끌어안았다. 이미 눈물을 방울방울 달고 주헌이 창균을 끌어안은 게 신호가 되어버렸는지, 단숨에 형들이 다 같이 와다다 붙었다. 이제 선물 뜯는 것에 집중하려고 했었던 창균이 볼까지 눌린 상태로 좀 귀찮은 소릴 내었다. 선물을 뜯어주던 기현도 뒤늦게 팔랑거리며 떨어진 창균의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 시선을 두었다. 기현도 덩달아 선물 포장을 다 뜯자마자 이미 한 몸이 된 것 같은 사이를 파고 들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매번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인사를 오늘에서야 다 같이 한다. 팔랑거리며 바닥에 잔뜩 떨어져 있는 종이에 또박또박 창균이 쓴 글씨가 적혀있었다.




형아 사랑해

이번엔 짱규니가 형한테 선물할게

우리 행복하자 창규니가 얼른커서 보답할게요


형아

메리그리스마스







#



감기이슈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치만 제가 해냄.


크리스마스 포타 업로드 이벤트 마지막 글이었습니다.

사실 막둥이가 쓰는 메리그리스마스가 보고싶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뭔가 좀 엉성하네요.

감기 이슈로 마지막 부분을 쓰는 시간이 좀 많이 걸렸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콜록콜록)



개인적으로 창균이는 금방 산타가 형아들인 걸 눈치채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줄거라고 생각해요. 산타는 믿지 않으면 사라진대 < 라는 말 좀 낭만적인 것 같아서 없다는 걸 알면서도 믿을 것 같아요. 되게 현실적인데... 있다고 믿는 게 더 낭만적이니까. 나이 들면서는 용돈 받은걸로 크리스마스에 자기가 형들 선물 챙겨주면서 -막내산타가 줌- 이런 식으로 메시지 적어서 줄 거라는 상상을 했었어요. 내년에 혹시 쓸 수 있다면...조금 더 큰 막둥이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감히...생각해봅니다. (미래의 나에게 토스)



아무튼 여러분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글연성러 / 꿍른+맛있으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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