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그림은 후한 시대의 화상석입니다. 이 그림에는 세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림을 보고 세 사람의 지위가 각기 어떻게 다른지 알아낼 수 있을까요?

효당산 한대 화상석. 《금석색》 권7(재가공).

왼쪽부터 순서대로 A, B, C라고 할 때 그림에서는 A의 지위가 가장 낮고, C의 지위가 가장 높은 것 같습니다. 우선 C가 혼자 앉아 있고 나머지 두 사람 A, B가 고개를 숙이고 공손히 서 있으므로 C가 더 높은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A와 B 중에서는 누가 더 높은 사람일까요? B가 앞에 서 있으므로 A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명백한 근거는 허리띠 아래로 드리운 띠입니다. A는 아무 것도 없는 반면, B는 띠 한 겹을 달고 있고, C는 훨씬 긴 띠를 감고 있습니다. 바로 이 띠가 A, B, C 사람의 지위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이것이 “인수”입니다.


한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책을 읽다 보면 “인수”가 이따금 나옵니다. 인수란 도장에 해당하는 “인”과 끈에 해당하는 “수”를 합친 말입니다. 여기에서 도장은 황제나 제후나 관리가 공적으로 사용하는 직인이고, 끈은 이 도장을 묶어서 몸에 지니고 다니는 데 쓰입니다.

인수의 종류, 즉 도장의 재질과 끈의 색깔은 개인이 자기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유자의 신분에 따라 정해져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황족이 아닌 제후 중 가장 높은 작위에 해당하는 열후는 “금인자수”에 해당합니다. 금으로 만든 도장을 보라색 끈으로 묶는다는 뜻입니다. 《한서》 〈백관공경표〉에는 작위와 관직에 따른 인수의 종류가 아래와 같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 금인자수: 상국, 승상, 태위, 대사마, 태부, 태사, 전후좌우장군
  • 은인청수: 어사대부, 중2000석, 2000석, 비2000석
  • 동인흑수: 1000석 이하 비600석 이상
  • 동인황수: 400석 이하 비200석 이상

여기에 따르면 후한 사람 순욱은 1000석급에 해당하는 상서령 벼슬을 지냈으므로 “동인흑수”에 해당합니다. 즉, 동으로 만든 도장을 검정색 끈의 끝에 달아서 허리에 찼을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에 살펴본 그림에 따르면 인수는 끈이라기보다 폭을 가진 띠처럼 생겼습니다. 왜 그럴까요? 《후한서》 〈여복지〉를 살펴보면 인수의 “끈”은 사실 한 가지 색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신분에 따라 색깔만 달랐던 것이 아니라 길이도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상급 관료가 착용하는 보라색 띠 "자수"는 자색과 백색 두 가지 색으로 짰으며 길이가 1장 7척(약 4미터)이었고, 장관급 관료가 착용하는 푸른색 띠 "청수"는 청색·백색·홍색 세 가지 색으로 짰으며 길이가 1장 6척이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도 인수에 무늬가 들어가 있어서 둘 이상의 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또한 신분이 높은 C의 인수가 B의 인수보다 더 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미터에 달하는 띠를 땅에 끌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림과 같이 여러 겹으로 감아서 착용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인수 하나만 해도 공간을 차지하는데, 심지어 한 사람이 인수를 여러 개 찰 수도 있었습니다. 극단적인 사례로 전한 시대 사람 난대는 신선을 만날 수 있다는 술법으로 무제를 현혹하여 무제의 신임을 얻고 장군 칭호를 받아 모두 여섯 개의 인수를 달게 되었습니다. 폭이 넓고 길이가 긴 인수를 허리에 여섯 개나 찼다는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최고의 권위를 뽐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여섯 개까지는 아니라도 두 개의 인수를 차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가령 열후라는 작위를 가지고 봉거도위(비2000석)라는 직책에 있었다면 금인자수 한 개와 은인청수 한 개를 한꺼번에 차게 됩니다. 삼국 시대 제갈량의 경우 무향후·승상·익주목·사례교위까지 해서 총 네 개의 인수를 찰 수가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인수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었습니다. 황태후와 황후의 인수는 황제와 동급이었고, 공주는 제후왕과 같은 인수를 착용했으며, 후궁들에게는 각각의 직급에 해당하는 인수가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인수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한나라의 지배계급에 속하는 인물을 묘사할 때 특히 존재감이 큰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수에 관한 추가 정보는 한서팸플릿7 《수레와 복식》에서 알아보세요! 👉 https://tumblbug.com/books-of-han-4 2023년 8월 9일 펀딩 마감입니다!

周雅. 석륵의 참군. 탐관오리. (아님)

주아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