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문장 쓰지 않기 글을 쓰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서 이 글을 씁니다.


여러분은 이 글을 어떤 기기로 읽고 계신가요?

화면이 큰 모니터?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아니면 노트북이나 태블릿PC? 1인 1PC 시대를 넘어 1인 1스마트폰 시대. 스마트폰이 처음 국내에 보급될 때에는 컴퓨터가 있는데 '그런 물건'이 필요한가? 라고들 말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없으면 갑갑한 시대가 와버렸습니다. 본인 인증이라든지 하는 생활 전반을 스마트폰에만 의존하게 하는 이 상황이 좋게 느껴지지만은 않지만요.

이 글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자 합니다. 특히 서사가 있는 소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글이 표준이라든가 꼭 지켜줘야한다든가 하는 건 아닙니다. 한번쯤 읽어보고 본인의 취향에 맞게 글을 쓰는 게 좋으니까요.


1. 줄간격과 들여쓰기

혹시 어색한 문장 쓰지 않기를 비롯한 제 글들을 읽으며 혹시 종이책과 다른 점을 알아채셨나요?

디지털 공간 안에서의 글과 종이 위에서의 글에 가장 큰 차이점은 줄간격과 들여쓰기입니다. 글 자체만 놓고 보자면 말이죠. 집에 종이로 된 소설책나 전공책 등이 있다면 가져와서 펼쳐보시겠어요? 어떤가요? 종이책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글꼴로 독특한 장면을 나타내는 장면이 아니라면 보통은 들여쓰기를 합니다. 종이책은 한정된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하는데, 들여쓰기 없이 전체가 한 문단으로 되어있다면 가독성이 급격하게 떨어질 겁니다. 문단마다 줄을 떼게 되면 책의 분량이 엄청나게 늘고 무게도 어마어마해지겠죠.

디지털 공간 안에서의 글은 종이 위의 글과는 다릅니다. 300자든 3,000자든 30,000자든 우리가 소지한 디지털 기기의 무게가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오늘 내가 읽을 책 256쪽 분량을 스마트폰에 다운받는다고 '오늘은 양이 많아서 내 아이폰이 좀 무겁네?'라고 말하지는 않죠. 저장하는 용량에 차이는 생기겠지만 플로피디스크 세대도 아니고 우리가 가진 기기 정도면 글 몇백장 정도는 너끈합니다. 그러니까 문단을 나눌 때마다 엔터를 쳐도 괜찮습니다. 문단마다 공백을 주니까 굳이 들여쓰기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여전히 들여쓰기에 익숙하고 들여쓰기를 선호하는 분들은 많이 있지만, 생각보다도 더 들여쓰기는 불편합니다. 컴퓨터나 태블릿PC같은 경우에는 화면이 넓기 때문에 들여쓰기를 하는 게 미적으로 아름답게 보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작은 스마트폰의 경우는 다릅니다. 특히 문단을 짧게 쓰는 분들은 모바일 기기에서의 가독성이나 미관을 생각한다면 들여쓰기는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시력이 좋은 분들이야 글씨 크기가 크든 작든 상관없지만, 시력이 좋지 않은 분은 아무래도 글씨를 크게 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모바일 기기에서 가뜩이나 큰 글씨로 보고 있는데 들여쓰기가 되어있으면 예쁘기보다는 오히려 지저분하게 느껴집니다. 줄간격과 들여쓰기는 디지털 공간에서는 필수가 아니라 취향일 뿐입니다. 책으로 낼 게 아니라면 디지털 공간에 걸맞는 글 형식을 찾는 건 중요합니다.

문단의 길이 역시 적절히 끊어주는 스킬이 필요합니다. 들여쓰기를 하지 않은 글인데 문단의 길이가 너무 길면 빼곡하게 채운 글씨가 갑갑하고 어지럽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글쓰기에서 권장하는 문장의 길이는 30자에서 45자, 문단은 PC화면 기준으로 5줄에서 7줄 정도입니다. 논문 등 전문성이 있는 글의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 보통 저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라고 할지라도 너무 긴 문단은 맥락에 따라 한번쯤 끊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다양한 매체와 자료를 활용하기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인쇄매체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사용할 수 없는 특권이 있습니다. 바로 하이퍼링크 기능입니다. 네. 제가 맨 위에서 사용한 그 기능 말이에요. 하이퍼링크는 주로 다른 글이나 자료 등을 참고하라고 쓰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 갔던 일기를 작성하면서 그 곳의 지도나 공식 홈페이지 등을 링크해두죠. 그래서 작품 내에서 하이퍼링크를 쓴다고 하면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굳이?

굳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한번 제 얘기를 들어보세요.

인쇄매체에서의 글의 특징 중 하나는 선형적인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흔히 말하는 소설의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역시 선형적인 이야기의 틀이죠. 인쇄매체를 활용한 독서는 첫 장에서 마지막 장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입니다.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보여주는 글의 방식이라도 우리는 작가가 제시한 그대로 따라가지, 과거 부분을 골라 읽고 난 다음 현재 부분을 읽지는 않잖아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렇게밖에 못하니까요. 물론 종이로 된 책에서도 하이퍼링크 비슷한 기능을 시도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작가가 이 선택을 원하면 이 쪽으로 가라든지 하는 방식으로요. 유명하지만 종이책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작가는 거의 없죠.

인터넷에서는 우리가 다 아는 하이퍼링크를 활용해서 비선형적인 이야기를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장르를 하이퍼 픽션 / 하이퍼 서사 / 하이퍼 내러티브 / 디지털 서사 등으로 지칭합니다. 제가 예전에 소개했던 <순혜뎐> 역시 하이퍼픽션입니다.

하이퍼픽션은 우리가 나중에 작품이 완결나서야 풀어주는 과거 부분을 링크를 걸어서 쉽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과 서사를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보게 해서 주인공의 시점으로는 알지 못한 부분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갈래의 선택지를 둬서 읽는 사람마다 다른 결말을 보게 할 수도 있고, 원래는 언급만 하고 지나갔을 캐릭터의 스토리도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작품의 첫 유닛과 끝 유닛을 이어주어 주인공이 회귀하는 이야기로 만들 수도 있고, 위에서 언급했던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진행할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아예 작품 내에 링크를 건 ppt 파일을 pdf로 변환해서 하나의 작품집을 마치 게임팩처럼 업로드할 수도 있습니다. 이쯤되면 오히려 사람들이 묻습니다.

그런데 왜 작가님들은 하이퍼링크를 왜 안 쓰시죠?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언어를 활용한 예술계가 보수적인 편입니다. 괜히 문학에 배울 학學자가 붙은 게 아닙니다.(농담) 글은 이래야 해, 하는 고정관념이 있죠. 독자나 작가 모두에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책장을 넘기며, 위에서 아래로 글을 읽어내려가는 게 너무 익숙한 탓이기도 하고요. 또 글만 쓰기도 버거운데 하이퍼링크까지 써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이퍼링크 기능을 활용하는 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편리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풀어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먼저 써둔 유닛을 필요에 따라 원하는 부분에 집어넣고 이전 편과 다음 편 링크를 달아두기만 하면 끝입니다. 그러면 선형적인 이야기를 전혀 쓰지 못하느냐? 그건 아닙니다. 하이퍼링크를 활용해서 선형적인 이야기를 꾸려나갈지 비선형적인 이야기를 꾸려나갈지는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다만 있는 기능을 제대로 써보자는 거죠. 또 여유가 있다면 글꼴의 색상을 변경하고 굵기나 기울임, 크기 변경, 이미지와 영상, 음악 등을 활용해도 좋고요.


맺음말

디지털 기기가 보급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긴 글 읽기를 싫어한다는 겁니다. 스크롤의 압박이라고 스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세 줄 넘으면 안 읽는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사실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글이 아니라도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서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글을 읽는다는 건 피곤한 일입니다. 한눈에 보이는 매체에서 한번에 정보를 습득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는데, 글은 그렇지 못합니다. 일일이 읽어주고 글에 따라서는 해석까지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디지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겁니다다. 물론 여전히 문단 사이에 여백을 주는 일보다 들여쓰기가 좋고, 선형적인 이야기가 더 익숙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취향의 차이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이 글이 전혀 알지 못했던 아주 생소한 글로 보였다면, 한번쯤 이런 방식으로도 글을 쓸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해보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과 글씨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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