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된 번지 여명 로어 <우리가 떠나보낸 이들Those We've Lost> 중 'Follow the Blue Flowers'를 임의 번역하였습니다. 원문: https://docs.google.com/document/d/1_kXvOlj5zXTMcIxeLAoiTXISeE_VxksC/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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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불길이 하늘을 비추고, 오두막 사이의 공간은 건배와 환호하는 사람들로 꽉 찼다. 여행자든, 빛을 가져온 자(Lightbringer; 수호자)들이든, 대변자든, 축하하는 사람들은 어느 대상을 위해 술을 마시는지 그다지 상관하지 않았다. 단지 온 세상이 - 적어도 이 순간은 - 괜찮다는 것뿐.


정착지로 옮겨온 최대 규모의 순례가 이틀 전 잘 끝난 터였다. 거의 대륙 하나에 가까운 거리 너머 살고 있던 이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육로로 건너와 이제는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모든 오두막이 꽉 차버렸고, 사람들은 주 도로을 쭉 따라 세운 임시 천막에서 잠을 자야 했지만, 적어도 모두가 여기 있었다. 모두가 안전했다.


빛을 가져온 이들과 상의한 끝에 대변자는 축제 개최를 선언했고, 시민들이 단순히 "도시" 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 지역의 주변마다 경비병들을 추가 배치했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고……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일 큰 천막 안에서는 이야기꾼이 정착지의 초창기에, 빛의 운반자 자발라가 어떻게 산을 건너고 몰락자들을 물리쳐가며 이곳에 합류했는지의 웅장한 서사를 막 끝마친 참이었다. 환호와 박수가 막 잦아들 즈음 끽끽거리는 나이든 목소리가 소음 속에서 울렸다.


"저들에게 경비대 이야기를 들려주게, 이야기꾼." 나이든 여자는 명령을 내리는 것에 익숙한 것처럼 말했고, 이야기꾼은 존중의 뜻으로 고개를 숙여보인 다음 다시 청중에게로 돌아섰다.


거의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드넓은 공간으로 몰려들었고, 더 많은 얼굴들이 창과 문 너머로 빼꼼 들여다보았다. 젊은 남자가 목소리를 올리자 방의 저 끝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단어 하나하나까지 다 들렸다.


"여기 있는 분들 중 우리의 영웅들, 우리의 구세주들에 대해 아는 분이 계십니까? 초기 도시의 경비대, 아야네 타카노메의 추종자들을?" 손이 몇 개 올라가고 방 가장자리에서 박수가 들린다. 남자는 미소짓는다. "그럼, 이렇게 묻겠습니다. 여행자에게로 오는 길에 들에 핀 어여쁜 푸른 꽃들을 보신 분이 몇 분이나 계십니까?"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방의 절반 넘게 손을 번쩍 들었다.


"수 년 전, 도시가 그저 꿈에 불과했을 때, 우리가 겁에 질려 여행자 아래로 모여들었을 때, 두려워하길 거부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방랑자이자 떠돌이이며, 강철같은 용기와 사자같은 심장을 지닌 필멸자 여인이었죠. 여자는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편이 더 안전하리라 여겼기에, 처음엔 그저 어쩌다 한 번씩 정착지에 들를 뿐이었습니다. 자기만의 길을 찾으려고요. 그러나 정착지가 커져가며 여자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동지애와 웃음으로, 친구들에게로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함께 정착지 주변의 세상을 탐험하고 크고 작은 위험으로부터 이곳을 지키며, 여자와 같은 생각과 자부심을 갖춘 전사들로 자라났습니다."


"어느 날, 아야네가 정착지로 돌아왔을 때 친구들은 투표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들은 정식으로 타카노메의 경비대가 되었고, 아야네에게 쭉 있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성장하는 도시에 합류하여 지도자로서 도시를 지켜달라고 말입니다. 딱 하나의 조건을 내걸고 아야네는 수락했습니다!" 키 큰 이야기꾼은 손가락 한 개를 치켜세운 손을 들어올리며, 완전히 몰입한 군중을 둘러보았다.


"만약 아야네가 경비대를 이끌며 그들의 지침이 된다면, 경비대는 아야네가 하는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야네의 지도를 따르고, 아야네의 규율대로 사는 것이었죠."


"여기 계신 분들 중 여기서 평생을 사신 분들께서는 저와 함께 말씀해주십시오. 그 규율이란 무엇입니까?" 이야기꾼은 연기조로 귀에 손을 대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지역민들은 목소리에 자랑을 담아 소리쳤다. "인류는 살아남아야 한다!"


기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꾼은 다시 청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인류는 살아남아야 한다고, 아야네는 말하곤 했습니다. 모든 생명은 신성하며, 모든 엑소는 소중했고, 모든 각성자는 보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경비대는 아야네의 가르침을 따랐습니다. 그들은 숫자를 숨기기 위해 야생에 녹아드는 망토와 갑옷을 입었습니다. 정착지를 오래 떠나 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도록 숲의 지식을 익혔습니다. 무기로는 긴 사격총을 들었습니다. 공격할 때면 강력하게, 그리고 원거리에서 행했습니다. 충격은 극대화하고, 위험은 최소화한 것입니다."


"똑똑하게 싸우고 살아남으라고, 타카노메는 항상 말하곤 했습니다. 네가 아는 것을 물려줌으로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들라고." 이야기꾼은 잠시 멈추고, 아래를 보았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필멸자지요, 안 그렇습니까? 우리에겐 빛의 운반자들과 같은 힘이 없습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고향을 지키기 위해 단 하나의 목숨밖에 바칠 수 없지요." 그는 텐트를, 사람들을, 도시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 팔을 벌렸다. 


"그래서 전통이 시작된 겁니다. 경비대원이 전투에서 쓰러질 때마다, 그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서요. 그들이 결코 잊혀지지 않도록. 정착지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이야기꾼은 벽 높이 손을 들어 거대한 장식물을 가리키고, 거기에는 딱 하나의 그림만이 그려져 있다. 바로 파란 꽃이다.


"파란 꽃을 따라 도시로 가라," 그는 읊조렸다. "그리고 비록 그 꽃을 심은 이는 죽었을지라도, 아직 너를 보살피고 있음을 되새겨라. 그것이 아야네의 말이었고, 그 말은 아직도 수년에 걸쳐 오늘까지 우리에게 이어져 왔습니다. 우리 중 새로 온 분들이 도시에 합류하기 위해 오는 바로 이번 주 동안에도요. 타카노메와 그 경비대는 길에서부터 여러분을 보살폈습니다. 여러분이 지나갈 때 파란 꽃들이 여러분을 지켜보았지요."


작은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타카노메는 어떻게 됐어요?"


이야기꾼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목소리를 높여 질문하고 답했다. "그렇지! 타카노메는 어떻게 됐을까? 어디로 갔을까? 타카노메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났을까?"


이야기꾼은 공간을 휩쓸며 무대 위로 가로질러 걸어갔다. "타카노메는 관리자이자 리더의 역할에 지쳐 어느날 도시를 떠났습니다. 젊었을 때처럼 훌쩍 길을 떠나서는 산 높이 올라갔지요. 그리고는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오래오래 살다가 잠을 자던 중 편히 눈을 감았습니다. 평원에 핀 파란 꽃들에 둘러싸여서." 그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해 말을 쉬었다.


"살아 있는 전설로서의 무게는 너무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타카노메는 해가 갈 수록 혼자 겉돌며 점점 현장에도 덜 나가게 되었지요. 그녀는 정착지 증류소에서 나오는 술에 의존하게 되었고, 빛을 가져온 자들이 고향에 사는 이들로부터 여길 수호할 임무를 뺏어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타카노메는 잊혀진 채 홀로 죽었고, 주변 사람들조차 타카노메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또다른 침묵.


"타카노메는 도시로 오는 수송대를 지키다가 죽었답니다! 몰락자들은 큰 규모의 순례자 집단을 바짝 뒤쫓아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습니다. 타카노메의 경비대원들은 그녀의 곁에 하나씩 하나씩 쓰러졌고 마침내 타카노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죽은 이들의 총과 탄환을 써서 백 명의 몰락자들을 홀로 죽였지만, 결국 타카노메가 있던 곳까지 몰락자들이 몰려왔습니다. 순례자들은 무사히 도시에 도착했지만, 그 누구도 타카노메의 산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군중을 휩쓰는 손짓 한 번.


"타카노메는 죽었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그 죽음은 무시무시한 습격 때문이었지, 영광스러운 전투가 아니었습니다! 몰락자들은 타카노메의 망토 색깔에 익숙해졌고 그녀를 무자비하게 뒤쫓았습니다. 타카노메는 자신의 경비대원들을 지키기 위해 정착지로부터 도망쳤고, 아직 젊은 나이에 살해당했다가……다시 태어났습니다. 빛을 가져온 자, 도시의 비밀스러운 구원자가 되어 여행자가 택한 이들의 갑옷 뒤에 숨어서요……어쩌면 바로 지금 우리 곁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죠!"


이야기꾼은 말을 멈췄고, 침묵은 귀가 멀 것만 같았다. 아이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잠깐만요! 어떤 게 진짜예요?"


이야기꾼은 앉은 자리에서 몸을 앞으로 쭉 내민 청중에게 활짝 웃었다. "신사숙녀 여러분, 여행자 아래의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지막 안전한 도시에. 그리고 부디 타카노메가 먼 훗날까지도 우리 모두를 지켜주시길." 그는 낮게 절했고, 귀청이 터질 것만 같은 박수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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