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그가 있었다.

 

 

덜컹거리며 길을 달리는 SUV차량 뒷좌석에 J는 유와 함께 앉아있었다. 지쳐있던 유는 J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잠들어 있었다. 무심결에 유의 배를 보던 J는 갑자기 즈홍이 유를 빨리 찾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즈홍은 유가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J가 유를 찾아낸 후 임신 사실을 알리자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으로 위태롭게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핏줄이 다 서도록 주먹을 꽉 움켜쥔 즈홍의 눈동자가 보라색으로 일렁였다. 만약 지금 배가 나온 유의 모습을 본다면 즈홍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잠든 와중에 유는 한 손으로 배를 받치고 있었다. 아직 예정일이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 배가 꽤 커 보였다. 그리고 힘든지 몸을 자꾸 움직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어두웠던 하늘이 점점 파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아침이 오고 있었다. J의 임무는 유를 안전하게 구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마련해 둔 집으로 데려다 주는 것이었다. 그 임무를 마치고 나면 지전, 그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웃으면 안되는데 웃음이 나왔다. 그 조그만 얼굴과 환한 미소가 그리웠다. 품에 안겨 오는 작은 몸도 그리웠다.


“즈홍이는 잘 있는거야?”


잠든 유의 목소리가 들리자 J는 고개를 돌려 유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였다.


“잘 지내지는 못했어.”

“내가 살아있는 건 어떻게 안거야?”

“각인.”

“그랬구나. 예상은 했었어. 혹여나 각인 때문에 내가 살아있는걸 알지 않을까하고.”

 

유는 각인이 새겨진 자신의 귀를 만지며 말하고 있었다. 자신을 찾아낼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찾아낼지는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저택에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외딴곳 작은 집으로 보내졌다. 철저하게 고립된 채 괴물인지 인간인지 구분할 수 없는 존재들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이 그분의 작업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작은 마당에 나와 잔디밭을 걸으며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창고 같은 곳에 들어갔다. 문을 열자 먼지가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거대한 캔버스부터 작은 캔버스까지 종류별로 있었고 여러개의 이젤 위에 그림들이 놓여 있었다. 완성된 것도 있었고 미완성인 그림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즈홍과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Q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있었다. 이질감이 느껴졌다. 유가 아는 한 Q는 웃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림 속 Q는 본 적 없는 따뜻한 눈빛을 하고 살며시 미소 짓고 있었다. 낯선 Q의 모습에 그림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어야 했다.

그들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일까?

 

“가면 즈홍을 만날 수 있어?”

“아직.”

“어디 있는데?”

“저택에 있어.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어.”
“저택이라니 안돼.”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이 J를 보고 있었다.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즈홍이 선택했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간섭은 할 수 없었다.

 

“유, 뭘 걱정하는지 알아.”

“죽을지도 몰라. 어떡해?”

 

떨리는 유의 목소리,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얼굴에 J는 양 볼을 잡아 눈을 마주했다.

 

“걱정마. 그렇게 약한 놈 아니야.”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 유는 손으로 계속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돌렸다. J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우는 유를 바라보기만 했다.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끝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차는 도심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외곽지가 아닌 도심지를 선택한 건 지전이었다. 한산한 곳이 아닌 복잡한 곳, 보는 눈이 많고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곳, 차는 어느새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높은 빌딩 아래로 들어가고 있었다.

 

*

 

멀리 101타워가 보이는 창가에 지전은 앉아있었다. 아침이 밝아오며 빌딩숲 사이로 붉은 색이 퍼져나가다 이내 주변이 환해졌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지전의 얼굴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유가 도착할 예정이었다. 밤새 잠도 자지 못한 채 유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유와 함께 오고 있을 J, 헤어져 있었던 시간이 두 달도 안되었지만 마치 그 시간이 일년처럼 느껴졌다. 저택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이미 J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두려웠다. Q라는 존재가 자신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주쳤고 앞도적인 존재감에 주눅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의심에 가득 찬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이미 전시실에서 검은색 눈동자를 통해 압도적인 힘을 느낀 적이 있기에 그 두려움은 더욱 컸었다. 생각보다 저택에서의 시간들은 평화로웠다. 수행원이 계속 따라다니는 것 외에는 괜찮았다. 그리고 지금 이 공간에도 그 수행원이 함께하고 있었다. 주방 쪽 의자에 앉아있는 A, 아직도 즈홍이 저택의 사람인 A를 왜 믿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말해준적 없었고 또한 묻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보는 것을 눈치챘는지 A가 입을 열었다.

 

“뭐 필요한거 있으십니까?”

 

잔뜩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던 지전은 고개를 가로 젓고 다시 창밖을 응시했다. 그때였다. 도어락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전은 서둘러 현관으로 달려갔다. J,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가 왔을 것이다. 지전이 현관문 앞에 도착함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로 지전은 문이 열리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곳에 J, 그가 서 있었다. 망설임 따윈 없었다. 지전은 그대로 J를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

“나도 보고 싶었어.”

 

자신에게 안긴 그리웠던 사람, 작고 아름다운 지전을 품에 안은 J는 이제 자신의 임무가 끝났음을 실감했다. 지전에게서 좋은 향기가 났다. 더욱 품에 꽉 안자 결국 지전이 손으로 J의 등을 툭툭쳤다.

 

“나 숨막혀.”

“미안해.”

 

그제야 지전을 품에서 놓아준 J, 지전의 어깨를 잡고 미소짓던 J는 몸을 비켜 지전에게 그리워 하던 친구를 보여주었다. J의 뒤에 서 있던 유, 지전의 시선이 유의 얼굴에서 배가 나온 아래로 향했다가 다시 유의 얼굴을 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던 유는 생기가 도는 사람이었는데 살이 너무 빠져 얼굴이 푸석해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지전은 말없이 유에게 다가가 그를 안아주었다.

 

“고생했어. 네가 돌아와서 기뻐.”

“즈즈.”

“이러지말고 들어가자. 우리 작가님 쉬어야해. 의사도 곧 온다고 했어.”

“맞아. 들어가자. 네 방 준비해뒀어.”

 

그렇게 세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실 한복판에 서 있는 익숙한 사람, 유는 그 사람이 바로 장집사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A, 어떻게 여기 있어요?”

“도련님이 제게 부탁하셨습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고마워요.”


그 순간 현기증에 몸을 휘청이자 A가 재빠르게 움직여 유를 잡아주었다. 그리곤 지전이 문을 연 방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갈 수 있게 도왔다. 침대에 걸터 앉아 누울때까지 A는 유의 옆에서 떠나지 않았다. 몇 년만에 만난 A였지만 유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그 집에서 도망칠 때 장집사와 함께 A가 있었다. 이후 장집사가 죽으면서 A의 행방을 알 수 없었지만 찾을 방법이 없었다. 침대에 누운 유에게 이불을 덮어준 A는 나가려고 했다.

 

“A, 집사님이 죽었는데 그 집에 어떻게 있었던 거에요?”

“장집사님에겐 계획이 있으셨습니다. 몸을 추스르시고 나아지시면 그 때 물음에 답하겠습니다. 지금은 본인과 뱃속에 아이만 생각하세요. 저는 밖에 있겠습니다.”

 

A가 밖으로 나가고 지전이 유가 누운 침대 아래 바닥에 앉아 잔뜩 나온 유의 배를 쳐다보았다. 눈치를 보는 듯한 지전의 모습에 웃음이 터진 유가 지전에게 말했다.

 

“만져봐도 돼. 지금 발차기 중이니까.”

“진짜? 만져도 되는거야?”

“당연하지. 이제 삼촌이 될텐데.”

 

유의 말에 지전은 조심스럽게 배 위로 손을 가져갔다. 살짝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머뭇거릴 때 갑자기 배가 꿀렁이며 움직이더니 지전에 손바닥에 닿았다 떨어졌다. 놀란 지전이 유를 보자 유가 웃었다. 뱃속에 아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신기하지? 나도 처음엔 신기했어. 거기다 두 녀석이라고.”

“녀석들이야?”

“응. 그래도 의사는 보내줬어.”

“신기하다. 세상에 네 뱃속에 아이들이 있다니. 즈홍이도 분명 기뻐할거야.”
“그럴까?”

“당연하지!! J가 의사 불렀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좀 자.”

“고마워.”

 

유가 잠들고 난 후 지전은 밖으로 나갔다. 거실 한켠에서는 J와 A, 그리고 I까지 모여 있었다. 세 사람이 동시에 지전을 쳐다보았다.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던 J가 지전에게로 다가왔다.

 

“왜 그래?”

“문제가 생긴거 같아.”

“무슨...”

“팀장님이 연락이 안돼.”

“그럼 어떡해?”

“우리가 알아보고 있으니까 너는 유만 신경쓰면 돼. 알았지?”

“알았어. 의사는?”

“곧 올거야. 다른건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잘 부탁해.”

“응.”

 

J가 지전의 뒤통수를 감싸더니 이마에 키스해주었다. 그리곤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입모양으로 ‘사랑해.’ 라고 말해주었다. 유는 구출했지만 즈홍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 불안해져 왔다. 지전은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J와 I는 집을 나섰다. 집안에 남은 건 A혼자 였다. 지전이 괜찮다고 했지만 J가 나가면서 불안한지 A를 남겨둔 것이었다. A는 밖에 있겠다며 문을 나섰다. 아마도 집 앞에서 지키고 서 있으려는 듯 했다.

오후가 되었을 무렵 A가 의사와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잠들어 있던 유를 깨우고 의사에게 진찰을 받게 했다. 소형 초음파기계를 가져온 의사가 심장소리를 듣기 위해 초음파스틱을 가져다 대자 금세 쿵쿵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방향을 바꿔 다른 쪽에도 갖다대자 그 쪽에서도 쿵쿵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동안 유의 상태를 살피고 질문하던 의사는 영양상태 이외는 괜찮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쌍둥이라 곧 출산하셔야 할 듯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요?”

“병원으로 옮기는게 좋을 듯 합니다.”

“곧 답을 드릴게요.”

“네. 오시면 바로 입원하실 수 있게 준비해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도련님이 절 구해주셨는데 이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연락주세요.”

“네.”

 

의사가 떠나고 난 후, 지전은 유가 일어나면 주려고 만들어 두었던 죽을 데웠다. 그리고 A가 방에서 유를 데리고 나오자 앞에 죽을 놓아 주었다. 조심스레 숟가락을 들어 죽을 먹기 시작하는 유, 궁금한게 너무 많았지만 스스로 이야기 할때까지 지전은 참기로 했다. 한참만에 죽을 다 비운 유가 아침보다 편해진 얼굴로 앉아있었다. 어느새 턱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을 넘기는 손가락이 하얗고 가늘었다.

 

“살이 왜 이렇게 빠진거야?”

“애가 둘이잖아. 먹어도 안찌더라.”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네. 그리고 왜 널... 아니다.”

“나를 왜 데려간건지 궁금한거지?”

“응.”

“아버지는 내가 그분처럼 될까봐 두려우셨대.”

“그분?”

“날 낳아준 분.”

“이해가 안돼.”

“나도 아직 이해가 안돼. 그게 왜 날 죽은것처럼 만들어서 즈홍이를 괴롭힌건지... 처음엔 정말 날 죽이려고 했어. 그런데 내가 뱃속에 아이들이 있다고 무릎 꿇고 울면서 빌었어. 살려달라고 죽기싫다고 내 아이들을 무사히 낳고 싶다고.”


그때의 이야기를 하는 유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에 뱃속에 아이들까지 두려웠으리라, Q의 존재감을 알기에 지전은 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진짜 다리를 붙잡고 빌었어. 살려달라고 당신이 내 아버지인데 아이를 가진 나를 어떻게 죽이려 할 수 있냐고.”

“그 다음에는?”

“모르겠어... 즈홍이가 저택에 왔다간 후 나를 그 집으로 보내곤 가둬놨어. 모두가 나를 찾을때까지.”

“즈홍이가 간건 알고있었어?”

“응, 우리가 어릴 때 같이 쓰던 방에 갇혀있었거든. 그때 내가 거기 있었던거 즈홍이는 알거야.”


그날 밤, 유는 창문에 매달려 즈홍이 Q에게 무릎꿇고 있는 모습을 봤다. 있는 힘껏 창문을두드리고 이름을 불러봤지만 즈홍에게 닿지 않는지 유가 있는 2층은 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즈홍의 이름을 부르던 유는 결국 포기하고 주저앉아 울어야 했다. 하지만 그 때, 즈홍은 2층을 보고 있었다. 유의 간절한 외침을 그가 못들었을 리 없었다. 즈홍이 갖고 있는 센티널의 힘 중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유가 이미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집에 들어가기만 하면 유를 찾을거라 여겼던 즈홍이 간파하지 못했던 건 Q가 유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렸다. 어디에 숨겼는지 찾기 위해서 Q를 미행할 수도 있었지만 그가 유에게 가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J와 I, 그리고 저택에 홀로 남겨져 있던 A였다. 그렇게 조력자들과 일을 꾸미고 즈홍은 유를 찾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지전은 덤덤하게 말을이어가던 유를 안아 주었다. 자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겪은 친구에게 건네는 위로였다.

 

“즈즈, 그런데 즈홍이는 언제 오는거야?”

“곧 올거야. J가 데리러 갔어.”

“너무 보고싶어. 단 한순간도 보고싶지 않았던 적 없었어. 아직 아이들의 존재도 모를텐데. 날 보고 놀라면 어떡해.”

“즈홍이도 알아. J가 널 찾았을 때 보고 알려줬나봐.”

“진짜?”

“응. 그래서 빨리 움직인거래.”

“그랬구나. 알고 있었어.”

 

말끝을 흐리는 유의 눈이 벌개지고 있었다. 입술을 꽉 다문 모습이 울음을 참으려는 듯 보였다. 이제 어떻게 해줘야 하는걸까?

 


 


그 길의 끝에

 

 

지전이 저택에서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즈홍은 이제 일을 실행에 옮길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서랍 속에 숨겨두었던 Y의 리볼버를 꺼냈다. 셔츠 위에 착용한 홀스터하네스에 리볼버를 넣고 잠시 침대에 앉아 숨을 내쉬었다. Q를 죽이기 위해 수많은 예행연습을 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무거웠다. 어찌됐는 Q는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가, 비록 제대로 된 애정을 준 적 없는 아버지였지만 그래도 피가 섞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Q를 죽이지 못한다면 똑같은 일이 언제라도 반복될 것이다. 지금쯤 유는 J일행에 의해 안전하게 구출되었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 했다. 다시 한번 긴 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J였다.


메인을 구출하였다.

 

이제 물러설 곳은 없다. 즈홍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침이 오기 전에 해결해야 했다. 홀스터하네스에 넣어둔 Y의 리볼버는 그대로인 채 허벅지에 채워져 있던 하네스에서 자신의 리볼버를 꺼내 양손으로 꽉 잡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방을 나섰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어두운 복도, 즈홍은 양쪽을 살핀 후 Q의 방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3층 중앙에 위치한 Q의 방으로 가기 위해선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경호원들이 항상 지키고 있는 것을 알기에 즈홍의 움직임이 더욱 신중해졌다. 계단 옆 난간에 등을 기대고 있던 즈홍은 한칸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경호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3층까지 다 올라간 뒤 주변을 살폈지만 왠일인지 경호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했지만 즈홍은 Q의 방문 앞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살짝 열린 틈 사이로 Q가 누워있는 큰 침대가 보였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잠들어 있는 Q, 즈홍은 살짝 숙이고 있던 몸을 세우곤 Q에게로 걸어갔다. 조심스러웠던 아까의 행동과는 달랐다.

 

“올줄 알았다.”

“안 주무시는거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죽이러 온거냐?”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문 앞에 경호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 때 즈홍은 Q가 자신이 오는 것을 눈치챈걸 알았다. 손에 쥐고 있던 리볼버를 Q에게 겨눴다. 침대에 일어나 앉아 목을 돌리며 몸을 푸는 Q는 즈홍의 행동을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그걸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유를 건들지 마셨어야 합니다. 그 애도 당신 자식이니까.”

“정말 날 죽일거냐?”

“왜 그러셨어요? 우리를 그냥 놔두셨으면 좋았잖아요.”

“죽여. 그게 네 목표일테니.”

“아버지!!! 대답해주세요. 우리한테 왜 그러셨어요?”

“너흰 끝까지 모를거다. 내 고통을.”

“당신이 의식을 잃어 동생을 덮쳤던 일을요? 아니면 그 분이 당신이 사랑해주지 않아 자살한 일? 어떤 일을 말하시는거죠?”

 

즈홍의 말에 Q가 동요했다. 그리고 동시에 즈홍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치부를 들킨 사람처럼 까만 눈동자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센티널의 능력이구나. 모든게 나로 인해 시작되었지. 너희들은 태어나면 안됐어. 그 사람은 그렇게 죽으면 안됐어. 다 너희들 때문이지.”

“제가 여기서 당신을 죽인다면 우리는 자유로워 질까요?”

“내가 여기서 너한테 죽는다면 나는 자유로워질까?”

 

분노는 사라진 공허한 까만 눈동자가 즈홍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자식들에게 끔찍한 짓을 벌인 사람이라곤 볼 수 없을만큼 공허한 눈빛이었다. 잔혹하리만큼 당당한 기세는 어디로 가고 나약해 보이는 어른이 앉아있었다. 즈홍은 결국 자신의 리볼버를 거두고 제자리에 넣었다.

 

“그 사람에게 주었던 리볼버가 너한테 있구나.”

“그분 이야기 그만 하세요. 당신한테서 그 분 이야기 듣고싶지 않아요.”

“그 리볼버로 날 죽이면 되겠구나.”

“싫어. 그게 당신이 원하는거잖아. 그냥 살아요. 그렇게 그 분을 그리워 하면서 비참하게 살아요.”

“날 살려두면 너희를 또 괴롭힐지도 모른다.”

“그럼 그땐 정말 당신을 죽일지 몰라요.”

 


 

당신이 내 아버지라는 사실이

죽도록 싫습니다.

왜 당신은

내 아버지인가요?

 




***************

이제 마지막 한편 남았어요....핳 ^^




샘유포타쟁이 그러나 BL작가가 되고싶은 평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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