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끔 생각을 한다. 

내가            아니었다면.



"두 분 다 요새 좋은 소식만큼이나 많이 바쁘시죠."

"아무래도 그렇네요."

"으아. 빨리 바쁜 거 끝나고 Away 촬영 가고 싶어요...."

"ONE님 사심 채우는 방송이라더니. 진짠가 봐요?!"

"맞죠. 맞죠. 예쁜 사람이랑, 예쁜 곳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오랜만에 진행된 연예방송의 인터뷰. 본격적인 드라마 촬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사전 작업에 아람 역시 스케줄이 빽빽했고, 새로 발매한 솔로곡 역시 반응이 좋았던 다원은.


"BBD도 요새 다들 굉장히 바쁘시잖아요. 주이 씨는 이제 아람 씨랑 같이 <빌딩숲> 준비하시고, 라율 씨는 라디오에, 스완 씨도 새 뮤지컬 준비 중이시라고."

"어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그래도 역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우리 ONE 씨. 손오공이시라는 소문이 있어요."

"앗. like 전우치? 아 농담이구요. 바쁘죠. 차에서 눈 감았다 뜨면 다음 장소예요. 요새."

"많이 피곤하지. 어떡해...."

"괜찮아요. 아이돌이니까요."

"역시 대세 육각형 아이돌다운 말씀이시네요. 그래도 솔직히 쪼금? 힘들다?"

"쬐끔? 요맨큼?"


엠씨와 죽이 맞아서는 손톱만큼에서 손가락 하나 만큼 힘든 정도(?)를 키우며 다원은 깔깔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음방, 행사, 팬사인회, 거기에 이런 인터뷰나 예능에 브이라이브까지.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있는 다원이었다. 활동기의 스케줄이 어떤지 잘 아는 아람으로서는 그런 다원이 안타깝기만 했다. 




"정말 괜찮아?"

"그럼요. 컴백 한두 번 했나."


촬영이 끝나고 다시 다음 스케줄을 위해 샵에 가야 하는 다원이었지만, 매니저에게 약간의 말미를 얻어내 아람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뮤직비디오 촬영 이후 만날 수도 없었고, 통화조차도 여의치 않았다. 프로 아이돌답게 다원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거의 핸드폰을 만지지 않았고, 퇴근 후에의 2-3시간은 씻고 자기에도 한참 모자란 시간이었다. 

그룹 활동일 때보다도 훨씬 바빴다. 그때는 이런저런 스케줄을 둘씩 나눠 가기도 했지만, 이번엔 다원이 혼자 모든 걸 소화하고 있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요. 이전에 버건디 때도 비슷했어."

"팀장님도... 적당히 잡아 주시지."

"아까 말했잖아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찾아 줄 때 가야죠. 또 팬들이 좋아하니까."

"응. 나도 뭘 틀어도 너 나와서 좋긴 해...."

"오 콘텐츠가 좀 늘었나?"

"응! 얼마 전에 찾은 교차편집 하시는 분이 있는데... 엄청 잘하셔. 그리고 저번에 라디오에서 네가 웃기는 얘기한 것도...."

"워. 워. 듣고 싶은데, 시간이 모자라네. 언니."

"아."


다원의 핸드폰 가득 떠 있는 매니저의 이름에 아람은 아쉬운 듯 다원의 손끝만 만졌다. 다원은 손을 꼭 잡고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화면 속 나로 만족할 건 아니죠?"

"어? 응. 당연하지."

"그럼 키스 한 번 해요."

"지, 진짜?"

"팬콘텐츠 보더니 자기가 진짜 팬인 줄 알아~ 언니 내 여자친구야."

"해도 돼?"

"응. 나 오늘도 새벽 2시까지 스케줄 있어. 기운 내게 좀 해 줭."


대기실 안이라 아무도 볼 사람이 없었음에도 쭈뼛거리며 다가간 아람에 다원은 목뒤를 붙들고 꽤 진하게 입술을 부볐다. 푸하 소리와 함께 떨어진 다원은 약간 번진 립을 손끝으로 닦아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누가 뽀뽀하래. 키스하랬지."

"한 번만 더...."

"안 돼요."

"...진짜? 바로 가야 돼?"

"애교부려 주면 한 번 더 해 주지."

"으. 너무해.... 나두 요새 힘든데."


뭐든 하면 귀여워해 주겠다는 표정의 다원에 아람은 입술을 말아넣고선 고개를 푸욱 숙였다. 그리곤 가지 못하게 다원의 옷을 놓지 않고 꽉 붙들었다. 


"...으으으으응. 해 줘어."

"푸핫."

"한, 두 번만.... 으으으으응."

"진짜 귀여워. 한 번만 더 도리도리 해 봐."

"으으응."


삐로롱. 녹화가 끝났다는 소리에 아람은 눈을 크게 떴다. 다원은 웃음을 참으려는 듯이 입을 가리고 웃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은 듯했다. 아람은 억울한 듯 울컥했다. 


"뭐 해애!"

"힘들 때 보려고. 와 귀여워."

"안 귀여워... 나 애교 이런 거 못하는 거 알면서."

"귀여워요. 와요. 해 줄게."


세 번 쪽쪽쪽 뽀뽀를 하고선 다원은 만족한 듯 대기실을 빠져 나갔다. 




대본 리딩을 위해 모인 미팅 자리. 캐스팅부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기에 기자들도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람은 오디션 때 보았던 제작진들과 조연 역할을 맡은 중견 배우들에게 인사를 드리곤 주연 자리로 향했다. 평소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와 다른 사람들에 기운이 쭈욱 쭈욱 빨렸다.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설상현 배우는 꽤 드라마쪽에서 잔뼈가 굵은 연기파 배우였다. 마찬가지로 주로 장르물이나, 사극처럼 무거운 역할을 많이 하는 사람이어서 여태껏 하던 트렌디하고 가벼운 드라마에선 볼 수 없던 이여서 아람은 긴장이 되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지타 역할을 맡은 류아람입니다."

"...아."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지만 그래도 3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안경을 쓰고 있었다. 상현은 아람을 올려다보고선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권했다. 

 

"설상현입니다. 잘 부탁해요."

"제가 이런 장르물이 처음이라... 많이 부족하겠지만, 잘 부탁드려요."

"그래요. 좋은 작품 만들어 가 봐요."

"앗! 선배님!"

"오."


상현은 아람의 등뒤의 인물에 반색하며 인사를 건넸다. 주희는 주말드라마에서 합을 맞추었던 중견배우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네고선 아람과 상현에게로 다가왔다. 평소에 어깨를 덮는 긴 머리를 고수했던 주희였지만, 완고하지만 젊고 톡톡튀는 '지아'라는 배역 때문인지 단발에 앞머리도 자른 상태였다. 아람은 새삼 아직 지타라는 배역에 맞춘 스타일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대로 리딩 자리에 온 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언니! 빨리 왔네요. 선배님이랑 인사하고 있었어요?"

"아, 응. 주희야. 머리 자른 거 잘 어울린다."

"휴- 그죠? 저도 진짜 이렇게 짧은 적 없어서 엄-청 걱정했는데, 괜찮게 나온 것 같아요."

"히로인인데 늦으면 안 되지~ 김 배우."

"아, 선배님. 좀 봐 주세요. 오랜만이잖아요!"

"크흐흐. 그래. 잘 지냈지? 주말드라마. 재밌게 잘 봤어. 신인상도 노려볼 만했는데. 아쉽더라."

"와. 선배님 드라마 때문에 막판 시청률 완전 죽 쒔거든요. 약올리시는 것도 아니고."

"우리 작품이 더 재밌던 걸 어떡하겠어. 안 그래요? 아람 씨?"

"아, 네. 그, 저도 둘 다 재밌게 봤어...요!"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하는 아람에 주희는 기분 좋게 웃고선 자리에 앉았다. 주역 삼인방이 모이고 나니 감독과 작가까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고, 간단한 인사와 촬영 뒤 본격적인 리딩이 시작되었다.




리딩을 마치고 상현은 감독과 제작사 측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희는 혼자 뻘하니 서서 3-40분 뒤에 데리러 온다는 현정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는 아람의 어깨를 툭툭 쳤다.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는 눈은 방금 전까지 못된 말을 내뱉던 악녀 지타와는 전혀 달라서 주희는 쿡쿡 웃었다. 


"놀라긴. 매니저 늦는대요?"

"아, 응.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그러게. 우리 좀 잘 될 것 같지 않아?"

"주희 넌 정말 지아 같더라...! 선배님도 정말... 와 리딩만인데 드라마 같았어."

"상현 선배님 연기력이야, 대한민국 최고죠. 언니도 잘했어."

"나야. 뭐.... 설상현 선배님이랑 너랑 합이 잘 맞더라. 원래 친해?"

"아- 저 카메오 말고 처음 해본 작품이 선배님이랑 한 영화였거든. 뭐 금방 죽는 피해자 역할이었지만."

"아, 알아. 그렇네. 거기서...."

"선배 예전에 B엔터 계셨거든. 연습생 시작할 때쯤까지. 그래서 그때 좀 마음이 쓰이셨나 봐."

"아."


한창 B엔터가 커나갈 무렵, 백일우 사장은 대학로 인맥을 통해 많은 배우들을 데리고 왔었다. 설상현은 그중 드물게 성공한 케이스였다. 물론 맡은 작품들이 연이어 대박이 나 당당히 톱 반열에 오르게 된 건 소속사를 옮긴 뒤였지만. 


"전 회사에 미련 있는 사람처럼 말하지 말라구."

"아, 선배님."

"아람 씨. 나 뭐 좀 물어봐도 되나요?"

"네? 네. 그럼요. 얼마든지요...."

"이권우 선배. 그만 뒀다면서요."

"이권... 아."

"뭐? 그만 두셨어요? 뼈를 묻을 거랬는데?!"

"팀장님... 네. 집에 일이 있으시다고."

"그건 아닐 거고. 거기 뭐... 무슨 일 있어요?"

"네?"

"아녜요. 혹시나 알려나 했어요. 직접 물어보기 뭣해서 내부자는 아나 했지."


상현은 뒷목을 긁고선 잊어 버리라며 손을 휘젓곤 자리를 떴다. 주희와 아람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나란히 서 있었다. 


"진짜? 백일우 말이면 죽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시더니."

"나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어...."

"궁금하네. 뭐 더 좋은 데 스카웃 되신 걸 수도 있고. 솔직히 진짜 무서워서... 좋아하진 않았는데 실력은 확실했잖아."

"응. 그런 거면 좋겠는데."


아람은 대본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엄하고 무서운 사람이었지만 그만큼 공평한 사람이기도 했다. 근래에 많이 바빠 보였는데, 건강 문제는 아니었으면. 아람은 반쪽이 되어 그 좋아하던 술 담배도 입에 못 대던 백 사장을 떠올리곤 부디 이 팀장은 건강하기를 바랐다.




"다원아-!!"

"와.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잠깐 사이에도 관계자에게 줄 CD에 사인을 하던 다원은 앞에 앉은 팬을 보고 씨익 웃으며 펜을 내려놓았다. 데뷔 때부터 꼬박꼬박 찾아 주던 팬이었기에 다원 역시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팬은 준비해 온 머리띠와 포스트잇이 붙은 앨범을 주섬주섬 꺼내 들었고 다원은 푸핫 웃으면서 머리띠를 받아 쓰고선 하나씩 답변을 적어 나갔다. 


"오늘 예쁘네요. 언니는 약간 그런 밝은 머리 찰떡인 것 같아."

"니가 그래서 너 컴백할 때마다 언니 두피 썩는다.... 이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이야-!"

"푸핫. 맞아. 탈색하면 진짜 아프죠. 힝. 내가 좀 덜 와야 되나 보다."

"? 언니 머리털은 장식이라고 생각해. 스킨헤드가 꿈이야."

"아 웃겨. 'to. 매드맥스'라고 써도 돼요?"

"죽는다?"

"왜. 이번 앨범 컨셉이랑 딱인데. 와. 이 질문 오늘만 네 번째야. 그냥 공개해서 말할게요. '솔로 활동하면서 제일 보고 싶은 멤버'? 이거 한 명 골랐다간 저 언니들한테 맞아 죽어요-!!"


다원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도 정성스레 사인을 하고 메시지를 썼다. 오래된 Boo는 자신의 최애가 블랙위도우같은 까만 가죽슈트를 입고 강아지 귀를 달고 있는 모습을 망막에 아로새기고 있었다.


"근데 힘들지. 요새. 혼자라서. 스케줄도 많고."

"아, 유도심문~?!"

"아니. 야!"

"에이 하루이틀 아이돌 하나~? 언니 최애 애빼시고 건빼시예요. 오 애교해 주기 써 있네-!"

"아. 근데 오늘 너 착 너무 멋있어서 괜히 썼나 봐."

"이 언니가 왜 이래. 난 늘 멋있어요."


한껏 잘생긴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어 귀를 덜렁이며 볼하트를 만드는 다원에 카메라 연속촬영음이 울렸다. 시간이 다 되자 다원은 'to. (이름)맥스♡ 두피관리 함께하자 아자아자 화이팅'이라고 쓴 앨범을 돌려 주었다. 팬이 앨범을 받으려하자 살짝 뒤로 물린 다원은 살짝 진지한 표정으로 팬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언니랑 같이 오던 분들 많이 못 오셨네요."

"아... 팬싸컷이 오, 올라서 못 온 거야. 진짜야! 어우. 어찌나 높은지!"

"그래요? 이구 미안하다...."

"그래! 조만간 최대표 멱살 잡는다고 전해."

"푸핫. 잡지 마요. 못 온 분들한테도 미안하고 보고 싶다고 전해 줘요. 와 줘서 고마워요. 사랑해!"

"으응!"


다원은 팬에게 손을 흔들고 또 활짝 미소를 짓고선 다음 팬을 맞이했다. 






댕다 @da1univese_3773 • 2시간

오늘 팬싸 갓다옴. ㅈㄴ 벅차올라서 참을 수가 업다(하여자특 맨날 벅차오름). 바로 썰푼다.

원래 나랑 같이 다니던 ox님이랑 xo님이 이번에 못 갔단 말이지 이번에 솔로라 그런가?팬싸 횟수가 개ㅐㅐㅐ 적은 거임. 시간을 못 맞춘거지 ㅠ 직장인의설움. 그리고 유입이 쫌 많았나바ㅎ 팬싸컷이 개돌았. 

하긴 섹시하고 잘생긴 애가 수트 빼입고 파워 골반 흔드는데 안 좋아하고 배겨? 

(사진 4장)

암튼 그래서 진짜 안되고 못온거. 근데 그때 ㄷㅂ 이슈 때문에 탈덕이 좀 있었었어서 그런가 우리 강아지 엄청 걱정이 많은가봐.... 같이 오던 사람 못 온 것 같다고 물어보는데 10000% 탈주했냐고 묻는 느낌. 내가 팬싸컷 때메 못 온거라고 하니까 그 전애인 보는 것 같은 아련한 눈빛 알지?(모르면 모먼트 참조) 

헤어진 사람 보는 그 눈빛으로 미안하다면서 보고 싶다는 거야. ㅎ ㅏ 심정지 올 뻔함(1차)

근데 집에 와서 앨범 열어 보고 방금 막 응급실 갔다가 퇴원함(심정지 2차). ㅎ ㅏ 씨발....

아니 걍 원래 표지에 적어 준 것도 넘 스윗하고 좋았거든? 팬 두피까지 챙겨주는 아이돌이 어디 있어. 근데. 내가 포스트잇에 알몸에 조끼 입은 착 코피빵빵이랬더니 앨범 그 면에... 

'한결같이 좋아해 주는 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어려운 일 늘 해 줘서 늘 고마워요. 오래 자주 봐요♡' 

(사진)

ㅎ ㅏ 낼 죽어도 여한無..... 사인은 윤다원... 병명은 급성당뇨....


윙윙 @22bumblebee_wing • 2시간

 ㄷㅂ 사건 때문에 좀 이탈이 있긴 해찌 ㅜㅠ 안 그래도 브이앱에서 그거 관련 댓글 진짜 많이 올라와.... 의연해 보였는데 아닌가 봐  


댕다 @da1univese_3773 • 1시간

?????????아니 만20세가 넘은 애가 뭐 마약도 아니고. 진짜 선비들 개꼴값임.... 


백호일 @swan-s-1 • 35분 전

근데 공인은 공인이잖아. 막내가 그랬다니까 좀 놀랐고, 웑이가 워낙 바른 생활 이미지라... 막 도덕적 해이 이런 게 아니라 좀 깬 거 아닐까? 아 얘도 똑같네. 이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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