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 쨩!"""호나미!""


""생일 축하해!!!"" "축하해"


[오늘은 호나미의 생일.

며칠 전에 이치카로부터 호나미의 생일날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고 싶어, 라는 말을 듣고 다 함께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줬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침을 먹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 함께 거실에 모여서 TV를 보고(호나미는 안마의자에 앉았다.) 호나미가 저녁 장을 보러 갈 때 시간 끌기를 위해 이치카가 따라가는걸 신호로 나와 사키가 집 안을 최대한 할로윈스럽고 생일답게 장식.]


처음엔 사키가 호나미를 따라가고 나랑 이치카가 남아 꾸미려고 했었지만, 역시 사키가 남아준 게 정답이었던 것 같다.

나랑 이치카가 남았다면 그 짧은 시간 동안 절대 끝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럴싸한 분위기도 안 살았을 테니까...


"시호 쨩! 잇쨩한테 거의 다 왔다는 연락이 왔어!"


"그럼 마지막 준비를 해볼까."


이왕 하는 거 호나미의 마음을 울리는 파티를 하고 싶으니까.


"다녀왔습니...다...?"


우선은 할로윈 분위기.

집안의 모든 커튼을 치고, 커튼이 없는 창문은 박스로 가려서 햇빛이 들어오는걸 막으니 낮인데도 불구하고 꽤 어두웠다.

그리고 복도와 방 곳곳에 약한 라이트를 밝히고 호박 등이나 박쥐 장식물을 장식, 그리고 어딘가 으스스한 노래를 틀어두니, 응, 이건 상당히 할로윈같은 느낌인걸.


"시호 쨩? 사키 쨩? 어라, 이치카 쨩도..."


물론 우리는 숨었다.

호나미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치카도 사전에 이야기한 대로 잘 숨은 모양이었다.


"후후후, 명계에 온걸 환영하지 낯선이여!"


어둠을 따라 걷던 호나미가 무사히 부엌까지 당도한 건지 부엌에 사키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아, 사키 쨩!"


"사키가 아니다, 이 몸의 이름은 페가수스 텐마 주니어!"


"에엣..."


페가수스 텐마 주니어라고 하면 사키가 마치 츠카사 씨의 딸이 된 느낌이지만, 뭐 사키가 즐거워 보이니까 그냥 넘어가도록 할까.

자신을 페가수스 텐마 주니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소개한 사키의 할로윈 변장은 천사였다. 흔히 떠오르는 천사링 대신 이마에 뿔이 돋아있긴 했지만.


"페가수스 텐마 주니어는 인간계에 미소를 전해주러 가야 하는데, 동료인 어두운 길을 밝혀줄 태양숲의 늑대와 즐거운 음악으로 미소를 되찾아줄 별의 음유시인이 보이지 않는구나! 그대가 이 몸을 대신해 그들을 찾아줄 수 있겠는가?"


"그... 혹시 장 본 거 정리부터 하고 해도 될까요...? 고기 같은 건 바로 냉장고에 넣어야 해서."


"앗, 그건 내가, 아니, 이 페가수스 텐마 주니어가 해두지! 그대는 한시라도 빨리 이 몸의 동료를 데려와 주길 바라네. 태양숲의 늑대는 분명 가장 어두운 곳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거다."


사키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부엌에서 나온 듯한 호나미는 우선 1층 이곳저곳을 둘러보더니 이내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2층에 있는 나와 사키와 이치카의 방, 그 중 사키와 이치카의 방 앞에는 라이트를 켜놨지만 내 방 앞에는 켜두지 않았다.


똑똑.


호나미는 사키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단번에 내 방에 노크를 하고 나를 불렀다.


"시호 쨩...?"


"그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건 오랜만이군."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지만, 다른 날도 아니고 호나미의 생일인데 가끔은 컨셉에 맞춰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나는 준비한 대사를 읊었다.


"나는 태양숲의 늑대. 페가수스 텐마가 인간계로 갈 때 어둡지 않도록 빛을 밝혀주는 역할을 맡고 있지. 그렇지만 솔직히 그것도 조금 질렸어. 남의 미소만 챙기고 정작 내가 즐겁지 않다니 주객전도 아냐? 날 데리고 가고 싶으면 날 미소 짓게 해봐."


"앗, 어..."


나의 갑작스러운 퀘스트에 당황한건지 호나미는 이리저리 고민하다 핸드폰을 꺼내 들어 무언가를 찾더니 나에게 보여줬다.


"시호, 아니, 늑대님 이거 얼마 전에 연락한 친구가 알려준 건데요 페니랜에 할로윈 기념으로 한정 페니군이 나왔다던데..."


그건 다름 아닌 할로윈 한정 페니군.

검은색의 동그란 몸에 쫑긋 솟아있는 삼각형의 뿔과 평소의 동글동글한 얼굴과는 다르게 어딘가 조금 사악(그래도 귀여웠다)해 보이는 표정의 페니군 사진은 내 예상을 벗어난 것이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고 말았고 호나미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웃었다!"


"아."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지 같이 가줄게... 그럼 페가수스 텐마에게 돌아가기 전에 다른 동료인... 뭐더라, 별의 음유시인을 찾으러 갈까. 분명 이곳에서 가장 넓은 장소에 있을 거야."


"뭐더라라니, 시호 쨩..."


"사키가 갑자기 시킨 거라서..."


나는 미리 준비한 손전등을 들고 호나미와 함께 다시 1층으로 돌아왔다.


"이 집에서 가장 넓은 곳이라면 역시 거실이겠지?"


이번에도 단번에 맞춘 호나미는 망설임 없이 거실로 향했고 나는 손전등으로 그 뒤를 비추며 따라갔다.

그리고 거실로 들어가자, 뭔가 옛날 중국 영화의 신선들이 입고 있을법한 하얗고 긴 옷을 입은 이치카가 소파에 혼자 앉아 뭐랄까, 약간 처량하게 기타를 치고 있었다.

아, 말하는걸 깜빡한 것 같아서 말하는데 나는 이름 그대로 늑대 변장이다.


"아, 왔군요. 저는 별의 음유시인입니다."


이치카 역시 사전에 준비한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미소를 찾아주는 페가수스 텐마 주니어의 계획은 저도 좋으나, 그렇지만 제 힘으로는 모든 사람들의 미소를 찾긴 어렵더군요. 저는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미소가 보고 싶습니다. 저에게 미소를 보여주시면 따라가도록 하지요."


"으음~ 이, 이 정도면 되려나...?"


호나미는 최대한 밝게 미소 지었지만, 이치카는 아니지, 별의 뭐냐 음유시인은 안타깝게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금 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보여주세요!"


"이, 이렇게!"


"조금 더!!!"


"이번엔...?"


"아, 조금만 더!"


뭐하는거야...?


별의 뭐시기는 옆에서 보던 내가 무심코 웃음이 나올 콩트를 조금 더 반복하다가 이내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족했습니다. 같이 페가수스 텐마 주니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지요."


먼저 부엌으로 향하는 별의 뭐시기와 호나미의 뒤를 내가 손전등으로 비추며 나는 사전에 얘기했던 장소로 이동했다.


그나저나 이치카, 용케 그런 의상에 일렉 기타를 들 생각을 했네... 너무 안 어울려서 오히려 어울리는 것 같네.


부엌을 앞에 두고, 별의 음유시인... 됐다, 이치카는 호나미에게 먼저 들어가라는 듯 손짓을 했고, 그 손짓을 이해한 호나미는 부엌과 거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미닫이문을 열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집안의 모든 불을 켜고 페가수스 텐마, 사키가 촛불이 든 케이크를 들고 거실로 나왔고, 호나미의 옆에 있던 이치카가 타이밍 좋게 폭죽을 터트렸다.

잠시동안 상황 파악을 하던 호나미는 이내 케이크 위의 happy birthday 문구를 보고 깨달은 건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크게 놀랐다.


"아, 오늘 내 생일이었지! 나는 할로윈 파티를 미리 하는 건 줄 알고..."


"자자, 호나 쨩 어서 소원 빌고 촛불 불어!"


"응!"


호나미는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중얼거리다 이내 눈을 뜨고 초를 불었다.


"호나 쨩!"""호나미!""


""생일 축하해!!!"" "축하해"


"아, 시호 쨩 지금 살짝 늦었지!"


"아니 이 정도는 괜찮잖아?"


나와 사키가 늘 있는 투닥투닥을 하고 있으니 호나미가 밝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고마워, 작년에도 깜짝 생일 축하받고 올해는 반드시 놀라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놀라버렸네... 변장도 모두 귀엽고 잘 어울려!"


"호나 쨩 것도 있어! 호나 쨩은~ 짜잔! 달의 여신님이야!"


"와..."


전체적으로 은빛을 띄지만 중간중간 붉은 색으로 포인트를 준, 그야말로 여신 같은 드레스 풍의 옷.

호나미에게 어울릴 것 같았다.


"참고로 의상은 메이드 바이 미즈키 쨩! 얼마 전에 연락했더니 기쁜 마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해서 부탁했었어, 우리 할로윈 라이브도 이 옷 입고서 하자!"


"응!"


[그리고 그 뒤, 방에서 옷으로 갈아입은 호나미와 함께 넷이서 케이크를 먹고 선물 교환식을 한 후 파티는 마무리.

그리고 언제나의 기념일처럼 오늘은 다 같이 자기로 했기에 3명은 내 방에서 대기 중이고 나는 부엌 식탁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다.

대부분의 장식은 정리했지만 할로윈 장식만은 당일까지 남겨두고 싶다고 사키가 어리광을 부려 어쩔 수 없이 내버려 두기로 했다.


호나미, 아까도 말하긴 했지만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호나미와 만날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하다고 생각해.]


사랑해.

라고 썼다가 뭔가 흔적이 남는 게 부끄러워져서 지우개로 흔적이 남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지웠다.

이 말은, 흔적이 남지 않도록 직접 말로 해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일기를 덮었다.



-2022년 10월 27일 35일째, 히노모리 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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